문영미동문이 미국으로 출국한다는 소식, 그리고 동기들이 환송모임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녁 늦게 85들과 함께 조촐한 술자리에 참석한 후 든 소회를 간단히 정리하려고 합니다.
타인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
자기 스스로에 의해 존재가 증명되기 보다는 타인에 의해 존재증명이 되는 경우가 있다.
굴곡진 우리 역사에서 새로운 한 획을 그은 문익환목사님.
유신시절부터 험난한 민주화 투쟁을 해 오신 문동환목사님.
이분들을 큰아버지, 아버지로 부르며 성장한 영미이기에
문영미는 스스로의 존재감 보다는 문익환목사님의 조카요 문동환목사님의 딸로서의 존재감이 더 컸다.
정치인, 기업인 2세들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후광으로서의 프레미엄을 단단히 누리게 하는 것이지만
영미에게는 어쩌면 특정 프레임에 갇히게 하는 네가티브 요인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영미야'에서 '형수님'으로
그녀에게선 이국적 풍모가 느껴진다.
어머니가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누구의 조카, 누구의 딸이라는 규정과 이국적 풍모는 그녀를 불안한 경계인으로 만들 요인이 충분하지만
그녀는 위태한 경계인이 아니라 확실한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했다.
난 잘 몰랐다.
수년간 같은 캠퍼스에서 있었지만 그 전에는 잘 알지 못했다.
단지 누구의 딸, 누구의 조카로만 인식하고 있었을 뿐.
내 시야에 구체적으로 들어 오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영미가 총여학생회 활동을 할 때 쯤 인듯 하다.
총여학생회 발족식에서 내가 "암닭이 울면 알을 낳는다"라는 구호를 선창한 기억도 나고.
그 즈음부터 시작된 '영미야'라는 호칭이 급격히 바뀌게 된 것은 내가 중매쟁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성대앞에서 물장사를 할 때 영미가 한번 가게에 들렸었고
연이 닿으려고 했는지 그때 때마침 써클 선배도 내 가게에 있었다.
영미의 포스에 반한 선배는 나에게 줄을 놓아줄 것을 요청했고
나는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둘 사이에 오작교 역할을 충실히 했다.
호칭은 관계의 반영인데 그 이후부터 '영미야'에서 '형수님'으로 바뀌면서
그녀는 우리 써클의 방계 패밀리가 되고 말았다.

한국을 떠나는 그녀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둥지를 트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그러나 외국행을 결정하게 된 요인이 프라이버시 영역에 속하는 일이 많은지라
자신의 궁금증을 해갈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음, 애들 교육문제도 있고 또 부모님이 연로하시기도 하고요..."
내가 영미의 입에서 구체적으로 들은 정보는 이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이라면 좀 안타까운 일이다.
엄마로서, 자식으로서.
자기 자신은 없고 오직 엄마라는 이유,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을 떠나는 것은
좀 아쉬운 일이지 않은가 말이다.
"원예 치료를 공부하고 싶어요"
원예치료?
익숙치 않은 개념이다.
상식적으로는 식물의 생장과 재배를 매개로 심리적 치료를 해 주는 거 아닌가 싶다.
그녀가 왜 원예치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이 대목에서 why라는 것은 중요하지도 않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정말 소중한 것은 그녀 스스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는 것이다.
도달하지 못한 목표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루저 마인드.
그것 때문에 자주 스스로를 자학모드로 빠지게 하는 것이 목표지만
그러나 목표는 늘 자기의 에너지를 끌어 내는 원천이기도 하다.
나는 그녀의 꿈을 응원하기로 했다.
"펜실베니아 퀘이커 공동체에서 살거에요"
펜실베니아 보다 더 구체적인 지명을 듣긴 하였는데 심한 영어 울렁증은
하찮은 지명하나에도 도지기 시작해서 더 이상 입력이 되질 않는다.
뭐 펜팔할거도 아닌데 더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랴.
나는 펜실베니아보다 퀘이커 공동체라는 것에 더 관심이 갔다.
퀘이커교 하면 함석헌옹, 그리고 평화,생태,영성 정도의 단어가 떠오른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하느님의 씨앗이 있고 명상을 통해 그것을 깨닫는 로직이고 보면
퀘이커교는 어쩌면 불교와 더 가깝지 싶다.
그래서 퀘이커 공동체는 나같은 육식동물과에게는
무료함, 단순함, 재미없음으로 인식되어지는데
원예치료를 공부하는 영미에겐 어쩌면 최적의 공간과 조건인지도 모르겠다.
옆에 있던 김익태(신학 85)가 익태스럽게 충고를 한다
"심심하니까 담배하고 소주도 좀 많이 사가라"
영미야, 좋겠다. 좋은 친구둬서.

Let's get together again
원예치료라고 하는 것이 식물,생물 공부를 밑바탕으로 하는 것이겠지만
종국에는 사람을 향하는 일일게다.
사람을 치유한다는 것이 테크니컬이 아니라 본질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 아닌가 싶다.
그곳에서 한층 더 성숙해지고 좋은 경험 많이 해서 나같은 넘들에게도 연민의 정을 뻗쳐으면 좋겠다.
임상 실험이 필요하다면 내가 제일 먼저 나서서 마루타가 될 의향이 있다.
부디 건강하게 잘 살기를.
당신에게 깊은 평화가 있기를....

첫댓글 내게 영미는 친구입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 모양그대로이고 그녀의 인생은 그녀가 내뿜는 에너지는 삶의 기쁨 그 자체이고...... 그녀는 참 아름답습니다. 그녀는 외모도 훌륭하지만 마음도 곱습니다. 그녀의 내면은 언젠가 세상을 밝힐 것입니다. 그녀는 둥그런 원입니다. 그녀는 그 원안에 그림을 그리고 싶을 뿐입니다. 태양처럼 빛나는 에너지의 원을............. 영원할 빛을~~~
때로 그녀는 안타깝고, 때로 그녀는 나를 아리게 하고, 때로 신경질나게 하고, 때로는 아주 많이 사랑스럽고, 때로 편안히 마지막으로 내 마음 좀 펴게했던 고마운 친구..... 사랑한다, 사랑한다, 너를 부르고 싶다. 더큰 아픔이 다가오기 전에.... 너를 부를 것이다. 네 존재를....... 네가 가면 난 마니마니 쓸쓸할거야........하지만, 살겠지....... 살다보면 다시 만날 거고...... 그리움을 안고 나를 또 키워가겠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를 숨겨서......... 미안해 영미야. 미안해.........
타인에 의해 규정된 존재라는 말...이렇게 다른 사람의 글에 쓰여진 것을 보니 정말 그런가보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그 그늘이 나에게는 너무 부담스럽기도 했...었...다...
영미가 멋진 아이라는 건 20년전부터 알던 거지만 이렇게 형의 문장속에서 만나니 더 실감이 나네요..사진도 넘 아름다워요...넝순.....잘난척하려면 자랑질할 게 너무 많은 인간이었으나 20여년 그녀를 알아오면서 단 한번도 손발이 오글거리게 하지 않았던 그래서 너무 고마웠던(?) 담백한 백김치 같은 뇬!!!!!!!!!!!!!!!!!!미국가서도 씩씩하게 잘 살아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나두 따라 가고 싶구나.......흑흑...
마유미 넌 바삭바삭한 새우 튀김같은 뇬! 눅눅해지기전에 빨랑 먹어줘야 하는....놀러와 마윰.
그래..우린 백김치와 새우튀김 같은 뇨자들이다...ㅋㅌㅋㅌㅋㅌㅋㅌ 근데 순애는 왜이리 절절한 애정고백을 하고 있는 고이냥?? 눙물난다....ㅎㅎㅎ
보고 또 봐도 참 좋은 글이네. 형의 글이 좋네...아지만 잘 하는줄 알았더만 이런 재주가 담부턴 85모임에 초청하자
원래 84 들은 우리 총여를 무지 애정해서 초청 안해도 20년전부터 늘 왔다능..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