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청동 근처(소격동) ‘시네코어 선재’
상영관 현관에 다음과 같은 포스터가 붙어있다.
“위대한 관객들과 함께 하는 위대한 영화, <위대한 침묵>”
왜 위대한 관객인지, 왜 위대한 영화인지, 왜 위대한 침묵인지
가서 보면 알 수 있다.
이 영화가 2월 10일까지 연장 상영된다.



가끔 영화를 보러 가는데, 고르고 골라서 본 영화조차 반은 “속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바타’ 같은 영화가 그렇다. 비싼 밥 먹고 할 짓 없어서 그런 영화를 만드나 싶다.
명분은 거창하게 걸었지만 온통 폭력과 괴기 일색,
천만 관객의 한 사람이 되어 이 영화의 흥행에 한 표를 보내준 게 후회스럽다.
포스터를 좀 더 살펴봤어야 했는데…….
나는 요즘 영화에 대해 기술이나 연기력을 떠나서 살인, 광기,
그밖의 엽기, 이런 것만 없으면 일단 후한 점수를 준다.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영화가 극히 드물다.
아카데미 10개 줘도 아깝지 않을 위대한 영화에 5만 관객의
한 사람으로 참여한 것이 자랑스럽다.
이 영화는 상을 받을 수 없다. 수도원 측에서 영화제에 출품할 수는 있으나
절대 경쟁부문에 나가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의 관객들은 이 영화에 이미 최고의 상을 주었다.
위대한 침묵의 상.


상영시간이 장장 2시간 40분. 비행기 타고 프랑스의 수도원으로 날아갈 수 있는
시간 정도로 길게 느껴진다. 충분히 자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봤는데, 나뿐만 몇몇 관객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좋은 영화는 자면서 봐도 좋다. 아직 상영기간이 남아 있으니
몇 번 더 가서 못 본 부분을 다시 봐야겠다.
알프스 산 프랑스 쪽 어느 지점에 위치한 카르투시안 수도원 수도사들의
침묵의 세계를 담은 이 영화는 독일 감독이 1984년에 촬영을 제의했는데
19년이 지난 뒤에야 승낙이 떨어져 비로소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조건도 매우 까다로웠다. 조명을 사용하지 말 것, 어떤 인공적인 소리도 집어넣지 말 것,
수도원 생활에 대해 어떤 논평이나 해설도 하지 말 것, 감독 혼자서만 촬영할 것 등등.
이런 까다로운 조건들 때문에 일체 무첨가,
액면 그대로의 모습이 필름에 담길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에는 어떤 대사도 나오지 않는다. 침묵 그 자체다.
사람의 목소리라고는 기도와 성가, 멀리서 들리는 수도사들의 몇 마디 말뿐
일체 대사나 나레이션이 없다. 외부인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봉쇄수도원의
사계와 24시간이 그려져 있다.
감옥처럼 생긴 독방에서 하루 한 끼만 밥을 먹고 노동과 기도로 하루를 채우는 수도사들.
그들이라고 어찌 두고 온 가족들,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직업’인 기도를 통해 가족과 이웃들을 위해
할 일을 다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침묵으로 수도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지구가 이만큼이나 버티고 있는 것은
바로 기도하는 그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상의 위대한 종교들이, 삼류 장사꾼 종파들과 달리 인류의 가슴을 적시고
영혼을 쓰다듬고 있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침묵의 힘 때문 아닐까.
그들은 언어 대신 침묵이라는 강력한 수단으로
세상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에 다음과 같은 자막이 나오는가 보다.
“오직 완전한 침묵 속에서만 우리는 듣기 시작한다.
언어가 사라질 때 우리는 비로소 보기 시작한다.
Only in complete silence, one starts to hear.
Only when language resigns, one starts to see.”

극장에 가면 여러 종교의 성직자들과 신앙인들, 소리 없는 소문 듣고 찾아온 청년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과 2시간 40분 침묵으로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은 여간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침묵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 영화가 그토록 길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침묵 때문이다.
길지만 지루하지 않고, 마치 시간이 끊어진 듯한 위대한 침묵.
이 대목에 이르면 누구나 감을 잡을 수 있다.
침묵할수록 인생을 더 길게 살 수 있다고.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처럼도 보인다.
이 영화는 보는 사람이 직전까지도 가지고 있던 마음속의
크고 작은 소란들을 조용히 잠재운다.
다른 것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해도,
2시간 40분 동안 깊은 침묵에 빠질 수 있다는 것
또는 평화로운 잠을 청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위대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상적인 몇 구절을 소개한다.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할퀴고 주님 앞에 있는 바위를 부수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바람 가운데에 계시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간 뒤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지진 가운데도 계시지 않았다.
지진이 지나간 뒤에 불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은 불 속에도 계시지 않았다.
불이 지나간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는 자는 나의 제자가 될 수 없다"
“주님께서 나를 이끄셨기에 지금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내가 바로 그분이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제가 일등이네요^^ 10일날 가볼께요~~
꼭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조만간 꼭 봐야겠네요~
침묵이 이 처럼 아름답다는 것을.. 그리고 수도사님들의 하늘 빛 담은 눈망울에 저의 마음의 때가 씻기어나갔습니다..
2시간 40분이란 시간이 저에겐 길게 느껴질지? 아니면 짧다고 느껴질지...한번 침묵의공간에서 자신의소리에 귀기울여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싶네요..
조용히 감상하러 가야겠네요 ~~~
이번 토요일에 한번 보러 가야겠네요^^
지금은 끝났으려나?
감동이네요^^ 너무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