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조금 만 더 내렸으면 다 무너졌을 겁니다.”
태풍에 상처입은 낙동강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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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침식에 의해 무너져 내린 모습
"물 유입량이 많지 않던 지역에 보를 만들면 물이 많아지니까 물안개가 많아져요. 보를 만들기전에 물안개가 많아지면 농작물에 피해를 입힐 거라고 경고했죠"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국장은 21일 오전 10시 상주보에서 어두운 얼굴로 이같이 말했다. 이른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늦었지만 상주보는 실제 물안개가 자욱했다. 4대강 사업을 하기전 우려했던 일들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17일 제 16호 태풍 '산바'로 한반도 전체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었고 낙동강 삼량진에는 6년 만에 처음으로 홍수경보가, 구포·현풍 등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21일 4대강조사위원회, (사)대한하천학회, (사)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번 태풍에서 4대강 사업의 목표 중 하나인 홍수예방 효과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부터 상주보와 낙단보, 구미보 등 낙동강 상류의 보와 감천 등 지천의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낙동강 상류는 4대강 사업전부터 경고했던 부등침하와 역행침식 현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에 따른 피해로 생태공원의 일환으로 조성된 자전거길은 이미 무너졌고, 덕산교 등은 역행침식에 의해 파괴돼 통행이 금지된 상태였다.
지난해 보강한 콘크리트 제방 부등침화로 땅 높이가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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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보 인근에서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흙이 쓸려내려가 돌덩이만 보이고 있다.
상주보는 이미 지난해 제방이 무너져 콘크리트 제방을 보강하는 등 보수공사를 했지만, 이날 찾은 상주보의 콘크리트 제방은 태풍 산바가 지나간 이후 이미 부등침화가 진행돼 땅높이가 달라져 있었다.
현장조사에 참여한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상주보의 물살을 지켜보면서 "이 밑에는 어떤 콘크리트를 가져놔도 못 견딘다"며 거센물살로 세굴(바닥이 깊게 파여 들어가는 현상)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했다. 또 흙빛의 강물을 보면서 "물빛이 맑았던 곳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물받이공을 해뒀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없다. 이정도 수압에 견디지 못하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물빛에 대해서는 "홍수가 나면 원래 그렇다. 오늘보다 내일 더 맑아진다"고 답했다.
역행침식 막기위해 설치한 구조물도 태풍에 쓸려내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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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에 역행침식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됐던 구조물(어도)의 일부가 부서져 떠내려 간 모습이다.
이날 오후 찾은 감천(낙동강 상류의 한 지류)의 피해는 상당했다. 제방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돌망태를 설치했지만 이미 상당수의 돌이 떠내려가 그 흔적만이 남았다. 역행침식을 막기위해 설치했던 구조물들은 부서져 상당길이를 떠내려왔다. 거센 물살에 의해 한쪽의 모래는 깎이고 한쪽에는 쌓이기를 반복해 만들어진 모래섬도 군데군데 보였다.
역행침식은 강 본류의 수위가 준설 등의 이유로 낮아지는 경우, 본류로 흘러드는 지천 수위와의 낙차가 커져 물이 더 빠르고 세차게 떨어지면서 강바닥과 강기슭이 무너지는 현상이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계속 확산되는 것을 뜻한다.
감천 인근 마을 주민인 한 남성은 "낙동강을 4대강사업 한다고 5-6m파 놓으니 강의 높낮이가 달라졌다. 다 헐어버려서 물살에 떠내려가니 떠내려가지 말라고 바위를 저렇게 쌓아놨는데, 다 무너지고 흙에 뭍혔다"며 말했다.
그는 "4대강 하기 이전에는 낙동강 높이가 일정하고 잔잔하게 흘렀다. 지금은 유속이 상당히 빠르고 험악하다. 주민들이 볼 때는 차이가 굉장해 4대강 사업 때문에 이렇다고 인식한다"며 밝혔다.
박창근 교수는 감천을 둘러본 뒤 "역행침식이 일어나게 되면 제방 밑 부분이 파여나가 제방이 무너지거나 교량이 주저 앉을 수 있다. 이걸 막기 위해 하상보호공을 설치했지만 큰비가 오면 유실된다. 이번에 비가 조금만 더 왔으면 저 제방은 분명히 무너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12년 동안 태풍 피해를 돌아보면서 보가 무너지는 건 봤어도 이렇게 큰 구조물이 90도 틀면서 깨지는 모습은 처음본다. 인간의 힘으로 하상보호공을 설치하고 구조물 설치했지만 그게 무용이물이 됐다"며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역행침식을 방지하기 위해 하상보호공 설치하면 된다는 정부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운동연합 등은 22~23일 낙동강 경북·경남 구간 현장조사를 이어간다. 이들은 낙동강 8개 보 구조물 안전성 조사, 농경지 침수피해 조사, 지천 합류지점 피해조사와 역행침식·하상보호공과 제방유실· 교각세굴을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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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교 일부가 역행침식으로 부서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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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교 일부가 역행침식으로 부서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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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교 일부가 역행침식으로 부서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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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교수가 무너진 자전거 도로를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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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돌망태가 끊어진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