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보석
요즘 아프리카 다이아몬드 광산 때문 시국이 시끌벅적하다. 매장량이 많다면 떼돈을 벌 일이지만 아니라면 사기행각으로 큰 봉변을 당할 처지이다. 어느 누구나 보석을 좋아한다. 결혼을 할 때 여성들은 보석을 예물로 받는다.
보석의 크기가 사랑의 크기인 양 하고 몇 캐럿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았느냐가 세간의 관심이 되기도 한다. 여성과 보석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여성들이 보석을 탐하는 것은 여성이 왜 매니큐어를 바르고 왜 립스틱을 칠하는지 이유를 알려는 것과 같지 않을까. 보석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아무것이나 보석이 될 수는 없다.
보석은 우선 빛깔이 아름다워야 한다. 같은 종류의 보석이라도 그 빛깔과 아름다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아름답지 않으면 결코 보석이 될 수 없다. 그 다음 보석은 희소성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 보석이 돌멩이처럼 굴러다닌다면 그것은 더 이상 보석이 아니다. 소수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귀한 것이 보석이다.
보석은 또한 변하지 않아야 한다. 색깔이나 모양이 충격이나 온도나 화학반응에서도 내구성이 있어서 그 모습을 유지 할 때 보석이 될 자격이 있다. 그러한 보석은 남성과 여성의 좋아하는 개념에는 차이가 있다. 여성은 스스로 아름다움을 지녔기 때문 아름다움에 대한 탐욕 또한 짙다. 아무리 기근에 허덕여도 여성은 치장을 한다. 여성의 허영은 아름다움에서 시작된다.
맑고 투명한 눈빛 그 아름다움에 빠져 소유할 충동을 느끼는 건 당연 여성의 차지이다. 반면 남성은 귀하다는 가치에 현혹되고 매료된다. 스스로 귀한 가치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귀한 가치가 아니라면 죽을 각오를 하고 금광을 찾아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요즘은 보이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아쉽게도 아름답다는 것은 천박하여지고 말았다.
더욱이 물질만능은 아름다움은 별개로 하고 귀한 것이 곧 값진 것이란 자리매김을 선뜻 해주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회 성원들은 임금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임금을 받는 대신 노동 결과를 고용주가 갖는다. 임금은 개인이 지닌 사회적 능력에 비례한다. 사회적으로 귀한 능력을 가질수록 높은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훌륭한 능력을 가졌어도 그런 사람이 많다면 저임금을 받게 될 수밖에는 없다. 그러한 세상의 많은 것들은 귀하다는 것과 연관 되어 있다. 천연기념물, 국보 ,보물, 모두 귀한 존재물이다. 귀한 것들은 때론 범람하여 그 가치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또한 아주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동네에 겨우 TV 하나 있던 시절엔 TV가 귀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자칫하다간 멸종되거나 소실되거나 천덕꾸러기로 전락 될 수 있다. 이는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보석의 특징을 상실한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 반대로 과거엔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들이 귀하게 되는 신분상승도 꽤 많다.
우리 인생살이도 이 세상 천하고 귀한 속절과 다를 바 없지 싶다. 어느 때 권위와 명예가 드높다 하였더니 어느 참 후줄근해진 몰골로 전락한다. 덧없는 것이 권세나 명예라 하지 않던가. 이번 다이아몬드 사건으로 귀한 사람들 또한 일순 추락하여 진멸할 상황이다. 명사들이 전락하여 이처럼 끝없이 추락을 할 때 귀함이 사라졌으니 천하다는 말을 써야 할 것인데 이때는 쯧쯧하며 다들 추하다고 한다.
추하다는 것은 알다시피 아름답지 않을 때 정반대로 대비하여 쓴다. 치욕적인 의미를 선사할 때 추하다는 표현을 빌리는 것을 보면 아름다움이 보석의 첫째 가치인 것 처럼 인간이 갖는 첫째 가치 또한 바로 아름다운 인간미임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이는 귀하다는 행실 보다 아름다움이 더한 가치임을 넌지시 나타내는 것도 된다.
흔히들 뒷모습이 아름다울 때 떠나라는 말을 한다. 이는 칭송을 받는 명예도 경과하여서는 추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말이다. 더욱이 아름다움은 보편타당하여 귀하지 않더라도 곱게 빚어 아름다워질 수 있다. 김밥집 할머니는 평생 모은 돈을 동네 학교에 희사하여 자신의 이름을 딴 정심화홀이란 큰 강당을 남겨놓았다. 당신의 숭고함은 실로 큰 사랑이고 아름다움이다.
임마누엘 칸트는 '아름다움과 숭고한 감정에 관한 고찰'이란 저서에서 '아름다움에서 비롯한 감동의 수반이나 변형이 없다면 숭고함의 감동도 사라져 버리고 그 즐거움 또한 오래갈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라고 기술하였다. 내용은 차치하고 나는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동일 선상에 놓은 칸트의 철학이 꽤 마음에 든다.
글도 보석같은 명문은 미려하고 귀하여 변함없이 읽혀지는 속성을 지닌다 할 것인데 탈고 할 때 노다리를 캔 양 으쓱하는 폼이 항간에 소문난 위태한 다이아몬드 투자처와 한낱 다를 바 없다. 속 빈 나의 모습은 영락없는 파산직전의 일몰광경이다. 그러기에 글 또한 추할 수 있으며 숭고해질 수도 있다는 데 전혀 이의가 없다. 무엇이든 아름다움은 이 세상의 진정한 보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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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의 수는 약 3,500여 종에 이르는데 그중에서 약 100여 종류만이 보석재로 사용되고 그 중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아끼고 좋아하는 보석은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의 상징인 다이아몬드, 정열적인 애정을 상징하는 루비, 청명한 가을 하늘을 연상시키는 사파이어, 클레오파트라가 특별히 좋아했다는 초록색 빛깔의 에머랄드, 바다에서 발견된 건강과 장수, 부를 상징하는 진주가 바로 그것이다. 그 밖에도 값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오팔, 자수정, 비취, 오닉스, 가넷, 호박 등이 그 다음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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