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몽
700년 뒤의 미래, 시공간을 이동하는 은하계 특수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대작 [발레리안: 천개 행성의 도시]가 온다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의 원작은 1967년 출간된 프랑스의 SF 그래픽 노블 시리즈 '발레리안과 로렐라인(Valérian and Laureline)'으로, [스타워즈]나 [아바타] 등의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공개된 예고편들과 홍보용 스틸을 보면 연상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뤽 베송 감독의 1997년 걸작 SF [제5원소]다. 아무리 같은 감독의 영화라고는 하지만 디자인이나 촬영 등 비주얼 면에서 두 영화는 아주 많이 닮았다.
이는 우선 [발레리안 : 천 개 행성의 도시]의 주요 스태프들이 뤽 베송 감독과 오랫동안 함께 팀으로 일해 왔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특히 비주얼 팀의 수장인 촬영감독 티에리 아보가스트는 1990년의 [니키타]부터 지금까지 뤽 베송 감독의 모든 장편 극영화를 함께 작업했다.
또 다른 이유는,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 역시 '발레리안과 로렐라인' 시리즈의 영향 아래에 만들어진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제5원소]의 초기 콘셉트 디자인 팀을 이끈 사람이 바로 '발레리안'의 그림 작가인 장-끌로드 메지에르다. 그는 뤽 베송이 [레옹]을 먼저 만들게 되어 [제5원소] 제작 일정이 미뤄지게 되자 팀에서 하차, 다시 코믹북 작업으로 돌아가 시리즈의 신작 에피소드 'The Circles of Power’를 내놓았다.
코믹스 'The Circles of Power'
그리고 이 원고를 본 뤽 베송 감독은 보고 곧바로 미래 도시나 메카닉 디자인을 [제5원소]에 적용했다. 즉, [제5원소]가 '발레리안'의 DNA에서 탄생한 영화였으므로, 두 영화가 닮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뤽 베송 감독은 어릴 때부터 '발레리안과 로렐라인' 시리즈의 광팬이었다. 영화감독의 꿈을 꾸게 된 것도 '발레리안' 코믹북 때문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는 뤽 베송 감독이 일생을 건 야심작이다. 그는 이 영화를 최고의 영화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원작의 스케일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특수효과 작업을 진행했다. 무려 2,400개의 쇼트에 특수효과가 필요했는데, 이를 위해 세계 1,2위를 다투는 특수효과 전문 업체 '웨타 디지털'과 'ILM'이 힘을 합쳤다. 두 회사의 공동 참여는 [콘택트](1997), [반 헬싱](2004), [에라곤](2006), [아바타](2009)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뤽 베송의 연출욕심으로 제작비는 지금까지 [아스테릭스: 미션 올림픽게임]이 가지고 있던 프랑스 영화 제작비 최고액 기록을 가뿐히 넘겼다. [아스테릭스: 미션 올림픽게임]의 제작비는 7,800만 유로(미화 8,200만 달러)였는데,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의 제작비는 그 두 배가 넘는 1억 9,747만 유로(미화 2억 1천만 달러)나 된다.
뤽 베송 감독이 프랑스 SF 팬들의 자존심과도 같은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을 영화화하면서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로 대사를 쓰고, 영어권 배우인 데인 드한과 카라 델레바인 등을 캐스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영화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세계 1위의 시장 규모지만 자막 읽기를 귀찮아하는 북미 관객을 반드시 공략해야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