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는 뇌와 더불어 우리 몸의 중추 신경이며, 뇌의 명령을 신체에 전달하는 중요한 연결통로입니다. 따라서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또는 각종 질환으로 척수 손상이 오게 될 경우에는 손상부위 이하의 운동과 감각 기능이 마비됩니다.
척추손상이 무서운 이유는 결국 척수 손상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척수 손상의 첫 기록은 기원전 2000-3000년 경 이집트 파피루스에 “치료되지 않는 병”으로 기록되어 있으면서 환자의 감각, 운동 마비와 소변 기능 상실 등 비교적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현대의학에서도 손상된 신경의 복원과 재생을 위한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척수 손상은 비가역적인 것으로 손상 후 재생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현재도 척수 손상에 대한 치료 및 재활요법의 괄목할 발전에도 불구하고 손상의 근본 원인이 되는 신경조직의 재생이 이루어지지 않아 근본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최근에 사용되는 치료법으로는 손상된 척수에 대한 근본 치료보다는 이차적인 척수 손상을 막기 위한 수술 치료와 약물 치료만이 임상적으로 이용되는 실정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추신경의 재생이 가능하다는 실험적 증거가 나오면서 척수 손상의 재생을 위한 실험적 치료가 시도되는 단계에 와 있으나 그 결과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척수 손상은 크게 완전 척수 손상과 불완전 척수 손상 또는 부분 척수 손상으로 구분합니다. 완전 척수 손상은 손상 받은 척수 이하 부위의 모든 척수기능을 잃어 운동 및 감각 능력이 전혀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사지마비와 하반신 마비의 구분은 손상 받은 척수의 위치에 따라 결정되며, 경수 손상일 경우 사지마비가 되고, 경수 이하부위일 때 하반신 마비가 됩니다.
완전 척수 손상은 대부분 예후가 나빠 거의 회복되지 않지만, 불완전 척수 손상은 호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척수의 손상으로 인하여 사지마비나 하반신마비가 동반된 경우라도 움직이거나 감각을 느낄 수 있다면 희망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경손상 여부는 신경학적 진찰이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검사방법이며, 자기공명촬영과 같은 영상진단 방법과 함께, 근전도나 유발전위 검사와 같은 신경생리학적 검사를 통하여 정확한 병변 부위를 진단하게 됩니다.
척수 손상 치료의 방향은 이차적인 척수의 손상을 최대한도로 줄이고 신경학적 기능을 최대한 회복하는데 있습니다. 수술적인 치료를 통하여 척수를 압박하는 골편이나 탈구를 없애거나 방지할 수도 있고, 신경세포의 진행되는 파괴를 막기 위하여 척수의 혈액순환을 최대한 유지하며 조직 내에 산소공급을 유지하는 내과적인 치료 방법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손상된 척수신경(중추신경)의 회복을 가져 올 수 있는 획기적인 약물이 없기 때문에 척수 손상환자의 치료에 제한이 있으며, 손상후의 2차적 손상의 예방 및 신경회복에 치료의 목적이 있습니다.
1. 환자의 고정과 이송
척수 손상 환자의 치료는 사고 현장에서부터 척수손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고현장에서 척추골절 및 척수 손상이 의심되면 척추 고정용 부목위에 환자를 반듯이 눕히고 경추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모래주머니를 양 옆에 놓아 척추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한 후에 환자를 이송하여야 합니다. 특히 불완전 마비가 있는 환자를 급히 병원으로 이송한다고 함부로 몸을 움직이다가 손상부위의 척수를 더욱 다치게 해서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병원으로 이송된 후의 치료보다도 오히려 사고현장에서의 고정과 정확한 방법으로의 환자이송이 환자의 신경학적회복에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응급 처치
응급실에 도착하면 우선 환자는 호흡과 맥박 등 생체활성 징후를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처치들을 받게 됩니다. 척수 손상의 경우 상당수의 경우에 다발성 장기의 손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반드시 다른 출혈성 쇼크나 장기의 손상이 있는지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경수 또는 상위 흉수 손상이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떨어져 척수 쇼크 상태로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척수쇼크의 경우에는 우선 다리를 들어 올리고 다리에 탄력스타킹을 입히고 혈관 수축제를 정맥 주사하여 혈압을 안정화시키게 됩니다.
경수 손상 환자의 경우 대개는 특징적인 활성 징후를 보이는데 이는 혈압, 맥박, 체온 및 호흡수가 모두 떨어지는 것입니다. 저혈압의 원인은 교감신경의 마비 및 척수 쇼크에서 유래하는 것이며 서맥의 원인은 교감신경 마비로 인한 부교감신경의 상대적인 항진에서 기인합니다. 특히 서맥의 경우는 경우에 따라서는 40회/분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는 심장마비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하며 아트로핀(atropine) 투여 등의 응급조치를 요합니다.
경추 또는 상위 흉추 골절 등으로 척수 손상이 발생하면 늑간 신경이 마비되어 흉곽팽창이 안 되므로 호흡곤란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 호흡이 약하고 또한 가래도 뱉어 낼 수 없기 때문에 심한 호흡곤란증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상위 경수의 손상의 경우는 매우 심한 호흡 곤란으로 인하여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초기의 심한 호흡곤란 소견이 발견되면 산소공급과 더불어 기관 삽입술 후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도와 주어야하며, 장기간 계속될 경우는 기관 절개술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대고 가래도 자주 뽑아 주어야 합니다. 경수 손상 환자의 초기 사망 원인은 대부분 호흡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보면 됩니다. 또한 완전 마비의 경우에는 배뇨 기능이 소실되므로 가급적 빨리 도뇨관을 시행하게 되며, 차후 환자 상태에 따라서는 조기에 간헐적 도뇨관 삽입법으로 방광 훈련을 실시하여 점차적으로 도뇨관을 뽑고 자연배뇨하게 합니다
3. 정복(술)과 고정
이러한 기본적인 응급처치 후에는 빠르고도 정확히 신경학적 검사와 방사선학적인 검사를 시행하여 척수 손상이 어느 부위에서 어느 정도인지를 진단하고 치료방향을 결정하게 됩니다. 방사선 검사상 척추의 탈구나 골절에 의한 신경의 압박이 의심되면 곧 바로 정복(술)술을 실시하게 됩니다.
경추골절 또는 골절-전위가 있으면 우선 두개골에 견인장치를 부착시켜 경추를 잡아 당겨 어긋난 경추를 반듯이 제 위치에 맞추어 놓아야 합니다. 흉요추 골절의 경우는 이러한 두개골 견인술로는 효과적인 정복(술)이 불가능하여 환자의 골절부위 등쪽에 베개를 위치하고 과신전 체위 정복(술)을 시행합니다.
4. 수술 치료
척수 손상의 수술 치료는 척추의 전위가 정복(술)이 안 되어 척수 압박이 계속되는 경우, 비록 정복(술)은 되었으나 골편이나 파열된 추간판탈출증으로 척수의 압박이 계속 남아있는 경우, 척추가 불안정하여 추가적인 척수 손상 가능성이 있는 경우 시행합니다. 완전 손상인 경우는 수술 후에도 척수의 기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일부 불안전 손상에서는 기능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수술 치료는 손상된 신경을 근본적으로 재생시키는 것이 아닌 남아있는 신경 기능의 보호 개념의 치료법입니다.
견인술로 정복(술)이 안 되거나 정복(술)이 되었어도 척수강내의 압박이 존재하거나 불안정성이 남아있으면 수술적인 고정술을 시행할 것인지 할로(Halo) 흉곽 고정장치 등의 외고정 장치를 할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과거에는 두개골 견인술의 상태에서 8-12주간 유지를 하였지만 이는 장기간 침상에 누워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욕창 등의 합병증의 빈도가 높고 조기 재활치료를 시행할 수 없는 등의 단점이 많아 최근에는 가능한 한 초기 수술 고정술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할로 흉곽 고정 장치는 과거에는 많이 사용하였으나 그 자체가 완전 고정이 안 되기 때문에 최근에는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수술은 척수의 압박이 계속 있는 경우는 가능한 한 조기에 수술을 시행하여 척수의 압박을 제거하고 고정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척수 손상의 수술 치료 적응증은 다음과 같습니다.
척추의 전위가 정복(술)이 안 되어 척수의 압박이 계속되는 경우
비록 정복(술)은 되었으나 골편이나 파열된 추간판 탈출증 등으로 척수의 압박이 계속 남아있을 경우
척추의 불안정성이 있어 추가적인 척수의 손상 가능성이 있는 경우
경추부의 경우에는 병변에 따라 수술적인 방법을 선택하여야 합니다. 전방 척추체의 심한 압박과 이로 인한 척수의 전방 압박이 있는 경우는 전방제거술 및 유합술을 시행하여야 하며, 추궁이나 소관절의 골절 및 탈구의 경우는 후방 감압술 및 고정술이 유용합니다. 전방 경유법의 경우에는 금속판 고정술이 보편화되어 있으며, 후방의 경우에는 나사못을 이용한 후궁 혹은 후관절 고정술을 시행합니다. 이러한 고정술은 반드시 장골 등의 뼈 이식을 함께해야 합니다. 흉요추의 경우에도 그 병변 부위에 따라 전방 고정술 및 후방 고정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5. 약물 치료
척수 손상의 약물 치료는 주로 이차적 손상 기전을 차단하여 손상의 파급과 악화를 방지하는 개념의 치료로 지난 20여 년간 많은 약물이 실험적으로 신경 기능의 보호기능이 있다고 발표되었지만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약은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이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다소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가 이차적 신경손상에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용되고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염증성 반응 및 부종을 줄여 신경 증상의 호전 및 악화 방지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경우 불완전 마비 환자에서는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완전마비에 대한 효과는 아직 입증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직 임상 시도는 진행되지 않고 있으나 동물실험의 결과로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의 억제제도 손상척수의 회복에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약물 치료 이외에도 신경 줄기 세포를 이용한 이식술이 동물실험에서 일부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실제 환자의 치료에 적용하기는 이른 상태입니다. 즉, 아직까지는 약물로서 척추신경손상의 호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6. 만성기와 합병증의 치료
척수 손상 환자에서 호흡기 치료는 급성기 뿐만 아니라 만성기에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대개의 경수 손상 환자의 경우는 흉곽호흡이 완전 마비된 상태이며 가래를 뱉을 수 있는 근육등도 모두 마비가 되어 가래를 적절히 배출해 주지 못할 경우는 폐렴 및 무기폐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점이 계속될 경우에는 기관 절개술을 시행하여 합병증을 미연에 방지를 하고 적극적인 치료에 임하여야 합니다. 스스로 가래를 뱉을 수 있게 복부를 눌러주고, 가능한 한 초기부터 흉곽 물리치료를 시행하여야 합니다.
오랜 기간 마비 상태로 누워 있어야 하므로 욕창 방지를 위해 환자의 체위를 자유롭게 변동시킬 수 있는 특수 침대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물침대를 이용한 체위 변경만으로도 욕창은 충분히 방지할 수 있습니다. 욕창 방지를 위해서는 환자의 체위를 2-3시간마다 변경을 시켜야 합니다. 일단 욕창이 발생되면 욕창부위가 눌리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면서 이차적인 염증을 방지하여야 하며 심한 경우에는 피부 이식술을 시행합니다. 최근에는 가능한 한 조기에 수술적인 고정술을 시행하여 조기에 환자를 움직일 수 있게 하여 욕창의 발생을 최소화하게 합니다.
배뇨기능이 마비되었으므로 초기에는 도뇨관 으로 배뇨를 하는데 상태가 안정되면 간헐적 도뇨법으로 방광을 훈련시킵니다.
자율신경 과민반응이란 경추로부터 흉추 제 6추체 사이에 손상이 있을 경우 발생하는 것인데, 척수 손상 부위 하방에 대한 자극 시 갑작스런 혈압의 상승, 두통 및 서맥을 나타내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도뇨관 이 막혀 배뇨가 안 되거나 또는 자동 방광이 되어 스스로 배뇨하던 환자가 다시 배뇨가 안 되어 방광이 차 있을 경우 흔히 발생합니다. 드물게는 배변이 꽉 차 있거나 또는 욕창의 감염 등으로 인해서도 발생합니다. 증상은 환자가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고 안절부절 하거나 땀을 흘립니다. 이때 혈압은 매우 높아져 있는데 점점 혈압이 올라가 심하면 뇌출혈이 발생하여 사망하는 수도 있습니다. 초기에 마비성 장폐쇄가 흔히 발생하여 변비가 심하므로 매일 배변 되도록 변비약을 투여하고 좌욕이나 관장을 시킵니다.
사지마비 환자의 90%이상에서 강직을 보이는데 모든 환자가 강직에 대한 치료를 요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근육을 신전시키는 물리 치료를 해주는 것이며, 근육의 경련을 방지하기 위해 약물 치료를 같이 병행할 수 있습니다.
7. 물리치료와 재활치료
초기에는 침상에서 흉부 물리 치료를 시행하여 가래가 폐에 차는 것을 방지하고 호흡훈련을 시행합니다. 완전 마비의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강직성 마비가 오는 경우가 많아 이를 적절히 풀어주어야 하며 일부 팔에 기능이 남아 있는 근육을 최대한 강화시켜서 가능한 살아있는 모든 근육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사업가, 심리학자 등 모든 의료팀이 종합적으로 환자를 초기부터 함께 보고 토의하면서 종합관리를 하는 팀 치료제도가 중요합니다.
재활의 목적은 환자 자신의 건강과 생활을 조절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재활은 신체의 힘과 기능을 가능한 한 많이 회복하고, 방광과 장기능 관리, 독립적인 개인적·사회적 이동력, 사회성 및 성기능, 독립적인 생활과 직업 재활 등을 포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