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부탁드립니다
미안해요, 엄마
하필이면 이 좋은 때에
당신께 이 어리석고 미련하고 덜된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게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리 마음을 돌려먹어도
눅진눅진해진 마음이 도무지 보송보송해지지가 않습니다.
미안하고 부끄럽고
다시 미안하고 다시 부끄러운 생각에 붙들려버립니다.
마음은 하루에도 여러 번
울적했다가
울음이 마구 솟구치기도 했다가
움찔 소스라치며 요동을 쳐댑니다.
이렇게 저희 삶은 하루에도 몇 번씩 조각이 나버립니다.
이 뒤숭숭한 마음을 모르실 리 없으니 이 모습 이대로 당신을 찾습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우리 생각이 이렇게 썩어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우리 행동이 이렇게 엉망진창인 것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우리 삶이 이렇게 엉성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주님의 당부처럼 세상의 ‘소금’으로 살지 못했습니다.
하나가 되지 못하고 그들의 모자람을 비웃고 탓하기만 했습니다.
이렇게 주님의 말씀대로 세상의 ‘빛’이 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저희는 지금 어느 누구도 흉을 볼 수가 없습니다.
어느 누구에게 손가락질 할 수 없습니다.
단지 마음이 아픕니다.
단지 마음을 앓게 됩니다.
단지 부끄러움만 더 커집니다.
그리고 지금
어느 누구보다 더 마음을 앓고 계실 예수님을 기억합니다.
해마다 부활절은 신나는 날이었습니다.
해마다 부활 시기는 기쁨이 솟구치는 환희의 때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은 환한 웃음마저도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아무래도 그 동안
저희끼리만 기뻐하고
저희끼리만 좋아하며
저희끼리만 신바람을 냈던 일을
참회하라는 꾸짖음이라 새기게 됩니다.
모두 저희 탓입니다.
모두 저희 허물입니다.
모두 저희 사랑이 모자랐기 때문입니다.
부디 당신의 자녀인 저희들이 예수님의 뜻을 살아내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동안 실천하지 못했던 사랑까지
꼼꼼히 헤아려
살아가는 동안 내내... 아꼈던 사랑을 쏟아내도록
저희가 모두
세상의 어머니인 교회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게 해 주십시오.
언제 어디에나 사랑을 쏟아 붓는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살펴주십시오.
그 큰 아픔을 당한 이들에게 무어라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그들이 슬픔에 좌절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고통에 무릎 끓지 않도록 붙들어 주시기를 청합니다.
엄마, 저희가 세상을 더욱 사랑하겠습니다.
엄마, 저희가 세상의 모든 이들을 더더욱 사랑하겠습니다.
이러한 저희 다짐이 주님께 위로가 되기 원하오니
엄마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 세월호에서 어처구니없는 희생을 당하신 많은 분들께
주님의 특은이 내리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첫댓글 황망하고 어이없고 가눌 수 없는 슬픔이 하루에도 몇 번씩 엄습합니다.
이 나라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삶이 이렇게 무너져 내리는 둣 한데
직접 아픔을 겪는 가족들의 고통은 오죽할까...생각하면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 일조차 송구스런 마음입니다.
믿음으로 다시 일어서야겠지요...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