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MYUNGGA
초 여름 내리는 빗줄기 따라 아내와 함께 팔공산에 간다.
비가 내리면 공기 중에 떠도는 냄새 분자가 코 속을 자극해 커피 향이 더욱 좋다.
팔공산 파계사 입구 커피명가 휴에는 평일이지만 손님이 많다. 20여 명 중 대부분 여성이고 남자는 3~4명 정도다.
카페라떼와 아이스아메리카노가 각각 5천 9백원으로 가격이 좀 비싸다. 자주 가는 사문진 주막촌카페에서 마시는 돈의 2배이다.
라떼와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작고 예쁜 잔과 받침대에 리필로 나오는 더치커피도 향과 맛이 좋다.
메뉴판에 눈길이 가는 커피와 음료가 있다.
핸드드립 중
‘파나마 게이샤’는 11,900원으로 강렬한 꽃내음과 열대과일 향이 나며 밝은 산미가 특징이고,
‘에티오피아’는 7,900원으로 살구와 복숭아 향미가 난다고 유혹한다.
음료 중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11,900원으로 바닐라, 딸기, 녹차 3가지 맛의 아이스크림과 과자가 데코 되어 나온다.
커피를 마시며 테이불 위 커피 사진을 찍고 글씨를 넣어 지인들에게 톡을 보낸다.
‘비가 온다
온다고 하면 누군가를 기다린다.
당신이 기다리는 사람이기를
바랍니다.‘라는 글이다.
친구로부터 ‘감성의 극치’라고 답장이 온다.
난 감성이 별로 없는 사람이지만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시내에 있는 커피명가 대백프라자점과 수목원점에도 가끔씩 간다.
프라자 3층은 커피 메니아들이 많이 찾는 분위기 좋은 곳으로 개인 잔을 비치하고 핸드드립으로 마시는 사람도 많다.
수목원점은 커피명가의 시그니처 명가치노(4,800원)와 수제 딸기케이크(7,000원)을 먹는다.
커피명가 휴에서 나와 팔공산 케이불카를 운행하는지 순환도로로 집단시설지구에 간다.
앞차가 시속 40km 이하로 천천히 가니까 아내가 한 토막 날린다.‘이 곳에는 바쁜 일 없는 사람들이고, 우리는 부부지만 연인과 같이 탄 차는 손잡고 천천히 가지 빨리 가겠느냐’라고 한다.
아내의 말에 둘이서 웃는다.
집단시설지구 식당은 문 닫은 집이 많고 케이불카도 운행하지 않는다.
점심은 팔공산 올라가는 초입 지묘동 팔공쌈밥집에서 1인 만 원으로 산나물코다리정식을 먹었다.
나물 비빕밥에 코다리 맛이 괜찮아 다시 찾고 싶은 집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입석테이불에 앉도록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고 있다.
올 때는 예전에 자주 다니던 신천동로로 왔다. 신천에 분수가 올라오면 좋으련만 아쉽다.
비 오는 여름 날의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나름 즐겁다. 즐거운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네 인생이 된다.
2020년 6월 18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