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동방교회의 하나로 이집트의 옛 그리스도교인 콥트 교회에서는 11세기부터 이미 마리아 성월을 지냈다고 합니다. 12월부터 1월 사이에 지내는 마리아 성월은 예수님 탄생을 중심으로 하는데, 예수님의 탄생을 경축하면서 동시에 예수님을 낳으신 마리아를 기리는 달이었습니다.
역시 동방교회로서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하는 비잔틴 전례에서는 이미 13세기에 8월을 성모성월로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성모승천' 축일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마리아의 잠드심' 축일을 8월 15일에 지내면서 이 축일을 더욱 뜻깊게 경축하고자 축일 전 15일은 단식을 하면서 축일을 지내고 축일 후 15일을 축제일로 지낸 것이지요. 그러나 이런 전통은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아랍제국인 오스만투르크에 의해 함락되면서 더 꽃을 피우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비해 로마를 중심으로 하는 서방교회에서는 만물이 소생하고 꽃이 만발하는 계절의 여왕인 5월을 마리아의 달로 지내는 관습이 신자 대중들 사이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신 성모 마리아께 바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특히 스페인 카스티야 왕 알폰소 10세(1221~1284)는 5월의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과 성모 마리아를 통해 얻는 영적 풍요로움을 결부시켜서 5월을 성모 마리아께 기도하는 달로 지낼 것을 시사했다고 합니다.
이런 관습이 확산되면서 5월이 되면 성모 마리아께 꽃다발을 바치거나 찬가를 불렀으며, 성모성월을 뜻있게 지내도록 도와주는 신심서적들도 발간됐습니다. 17세기 말에는 이탈리아 피렌체 부근에서는 5월을 성모 마리아께 봉헌하는 성모 신심 단체가 생겼으며, 나폴리 지역에서는 5월 한 달 동안 매일 저녁 성모님께 찬미가를 바치고 성체강복을 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또 로마에서는 예수회원들이 중심이 돼 성모성월을 지내기 시작하면서 성모성월 신심의 확산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후 19세기에 들어와 온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에까지 확산된 성모성월 신심은 교황 비오 9세가 1858년 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를 선포하면서 절정에 이릅니다. 그 이후에도 역대 교황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성모성월 신심을 권장했습니다. 비오 12세(1939~1958)는 성모성월 신심이 엄격한 의미의 전례는 아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전례적 예식으로 여길 수 있다며 이 신심 실천을 권장했습니다.
또 바오로 6세(1963~1978)는 1965년 성모성월에 관한 회칙 「5월」을 발표, 성모성월 신심을 평화를 위한 기도 수단으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마리아를 더욱 공경하며 이 영적 선물도 더욱 풍부히 받도록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한편 성모성월인 5월은 전례적으로 여느 달에 비해 성모 마리아 축일이 많은 달입니다. 13일은 파티마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이며, 24일은 옛부터 도움이신 마리아 축일로 지내 왔습니다. 또 31일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로 예전에는 모든 은총의 중개자이신 마리아 축일로도 지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