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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우리는 하나다
윤구병, 보리, 2017.08.15., 페이지 172.
여기 실린 것 중에서라도 한 편의 글이라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실린 것이 아니라면, 지금도 목차에 나오는 제목의 글은 구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제목에 뭔가 불현 듯(머리 속에 반짝) 떠오르는 것이 있으면 찾아서 일어 주시기 바랍니다. (51OMC)
3년에 걸쳐서 한겨레 신문에 연재한 글이다. 윤구병의 내공은 대단하다. 그 시기에 적합한 문제거리만을 제기하기보다 긴 시간의 삶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말하듯이 이명박근혜 정권의 연속은 음울한 시기라고들 한다. 이 집단이 그 시기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만연한 부패와 남북 적대의식으로 10년, 20년은 더 지날 것이라고들 할 때이다. 그 때에도 공상이나 가상이 아니라 시대를 풀어가는 상상력으로 문제제기를 한 글들이다. 잘 읽어보면, 지금까지의 삶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각자가 자기 위상에서 스스로 풀어나가면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목표도 있다. “영세중립·통일조국”이라고. 그는 국가보안법이 살아있는데도 일간지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를 말할 수 있다. 부패(요즘 말로 적폐)를 없애고자 한다면 “딱 하나만!” 자르면 된다거 한다. 그 하나가 요즘에서야 점점 드러나는 것 같다. 사람들이 말하는 삼성공화국의 이재용일까? 그는 옙투셴코(Yevtushenko, 1932-2017)의 말을 빌어, “누군가 바른말을 해야 할 때 입 다물고 있다면 그 침묵은 거짓말이다.”고 했다.
그가 나중에는 11자 주문으로 “영세중립 통일연방 코리아”라고 하기도 했는데, 순서를 좀 바꾸어 “평화통일 영세중립 코리아”라고 하기도 한다. 그 속에는 아래의 혁명공약으로 좀 길게 썼지만, 우리가 요약하기를, 하나, 토지는 국유화 한다. 둘, 의료와 교육은 무상화한다. 셋, 하늘 길, 땅 길, 물 길 등은 공공화 한다.
미투에 대한 응답도 있다. "7. 자치국가의 국민을 대표하는 모든 기관의 임직원 가운데 과반수는 여성의 몫이다.", “7.3. 남녀 간 어떤 일로 다툼이 생겼을 때 분쟁조정위원은 전원 여성으로 구성한다.” 산다는 것, 서로가 살림을 행한다는 것이다. “8. 핵가족 제도는 허용되지 않는다. (가족의 울타리 안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이 들어 있다.)” 이글을 읽는 이들은 혁명 공약 전체를 읽고, 스스로 재구성해 보면 자신의 삶의 방향이 보일 것이다. (51O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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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여는 글|‘영세중립 코리아를’를 외쳐야 하는 까닭·윤구병
1장|2013년 두 눈 부릅뜨고 보자
박근혜 님에게
말길이 바로잡혀야 한다
상소리 ‘교양학’(?)
‘교과서 교육’의 ‘정답’은 정답이 아니다
두 눈 부릅뜨고 보자
우리는 토끼다 - 영세중립·통일조국의 꿈
2013년 박근혜 정부 통일정책 톺아보기
2장|2014년 통일은 수박이다
땅을 ‘국유화’해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
통일은 수박이다
대통령의 입을 조금만 더 지켜보자
슬픈 눈에 너그러움을 담으시오 - 박근혜 대통령에게
늦어서 미안하다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야바위놀음
“딱 하나만!”
2014년 박근혜 정부 통일정책 톺아보기
3장|2015년 우리의 소원은 영세중립 평화통일
영세중립 코리아만이 살길이다
‘전쟁광’들에 맞서 평화의 깃발을 들자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는 주한미군 사령관이다’
나, 아메리카합중국 혁명 사령관
아메리카합중국 혁명 공약
이름을 바로잡아야 한다 - 국군과 인민군
2015~2016년 박근혜 정부 통일정책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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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2013년두 눈 부릅뜨고 보자
[특별기고] 우리는 토끼다 -영세중립·통일조국의 꿈 / 윤구병
등록 :2013-11-14 19:17수정 :2013-11-15 00:37
윤구병 농부철학자
‘영세중립’의 꿈은 … 이승만도, 김일성도, 김대중도 함께 꾸었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꿈은 ‘푸른 꿈’이 아니라 ‘빨간 꿈’이 되어버렸다.
1904년에 조선왕조의 마지막 임금이자 ‘대한제국’의 황제였던 ‘고종’이 ‘조선 반도’의 ‘영세중립’을 ‘선포’했을 때 아메리카 합중국도, 일본도, 중국도 콧방귀를 뀌었다. ‘미 국방성’은 ‘합중국의 이익에 어긋난다’고,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는 ‘울타리 밖 일은 우리에게 맡겨’라고, 중국의 위안스카이(원세개)는 ‘대청제국의 속국인 주제에 감히…’ 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당시에 ‘조선’과 손바닥만한 땅으로만 맞닿아 있는 ‘제정 러시아’만이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쳤지만 곧 일본과 맞짱 뜨다가 져서, 그 이듬해 ‘조선’은 ‘대일본제국’의 먹이가 되었다.
‘영세중립’의 꿈은 <서유견문>을 쓴 유길준과 ‘고종’만 꾸었던 게 아니다.(이승만도, 김일성도, 김대중도 함께 꾸었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꿈은 ‘푸른 꿈’이 아니라 ‘빨간 꿈’이 되어버렸다. 실제로 박정희 시대에 이 꿈의 조직을 이끌었던 ‘한국 영세중립화 통일추진위원회’ 위원장 김문갑과 부위원장 김성립은 ‘영세중립’이라는 말을 입 밖에 냈다는 이유만으로 ‘반미용공분자’로 몰려 저마다 10년, 5년 동안 옥살이를 해야 했다.(이미 돌아가신 이분들은 자제들이 ‘재심’을 청구하여 52년 만인 2013년 5월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반도’를 호랑이 꼴로 바꾸고 싶어 한 사람들이 있다.(판화가 오윤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조선반도’는 ‘호랑이’ 꼴이 아니라 ‘토끼’ 꼴이다. 그리고 이 ‘토끼’를 노리고 있는 러시아나 중국이나 일본이나 아메리카 합중국은 죄다 호랑이, 사자, 늑대, 스라소니 같은 사나운 짐승들이다. 100년 전에도 그랬고, 100년 뒤에도 그럴 것이다. 틈만 나면 ‘조선 땅’을 한입에 집어삼키려 드는 이 짐승들의 날카로운 송곳니와 발톱을 벗어나는 길은 ‘영세중립 통일조국’으로 거듭나는 길밖에 없다. ‘6자 회담’에 목을 매는 사람들이 있다.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다.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라지. 이 짐승들은 자기들이 허리를 동강내어 밥상 위에 올려놓은 토끼가 어느 날 갑자기 허리춤을 추스르고 발딱 일어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얄타회담’을 상기해 보라. 이 회담은 우리나라를 실질적으로 두 동강 낸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들의 ‘땅따먹기’ 놀음판이었다.
이미 이탈리아는 손을 들었고 독일이 무너지기 얼마 안 남은 1945년 2월에 소련 땅 크림(크리미아) 반도 얄타에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이 모여 쑥덕공론을 벌인다. 스탈린: “폴란드는 우리와 국경이 맞닿아 있잖아? 나한테 줘.” 처칠이 머리를 굴린다. “그럼 그리스는 우리한테 넘길 거지?” (앞뒤 사정을 모를 사람들을 위해 잠깐 귀띔하자면 15만명이 넘는 ‘자유 폴란드군’은 영국 편에 서서 유럽 전선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다. 거기에 견주어 드골이 이끄는 ‘자유 프랑스군’은 신통찮게 싸웠다. 처칠이 마지막 순간에 등 돌림으로써 폴란드는 속절없이 공산권으로 넘어간다. 그리스 공산당원들은 스탈린을 도와 발칸 반도를 붉게 물들이는 데 앞장서 왔다. 그러나 지중해를 마음대로 오가면서 아라비아 반도의 석유를 퍼 나를 꿈에 젖어 있던 처칠은 그리스가 공산화되면 오가는 길목에 암초가 생길 것을 걱정한다. 스탈린이 처칠 말에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그리스 공산당은 파파도풀로스의 군사독재 18년 동안에 그야말로 ‘초토화’된다.) 루스벨트: “독일은 네 조각으로 나누자고. 한 조각은 프랑스에 떼 주고 나머지는 우리 셋이 고루 나누지. 공업 시설은 모두 네 나라가 의논해 제 나라로 실어 가고 다시는 이 나라가 힘을 못 쓰게 ‘목축 국가’로 만들어 버리자고.” 처칠과 스탈린: “거참 좋은 생각이구먼.” (그러나 미-소 간에 ‘냉전’이 시작되면서 이 계획은 수정된다.) 루스벨트: “태평양은 우리 ‘나와바리’잖아. 필리핀, 일본, 대만, 그 밖의 태평양 연안 땅은 모두 우리 몫이니까 넘보지 마.” 스탈린: “그런데 극동지역, 만주와 조선은 어떻게 할 거야?” 루스벨트: “중국은 장제스(장개석)에게 맡기고 조선은 우리 세 나라가 신탁통치하지 뭐. 40년쯤 말이야.” 스탈린: “너무 길어. 그사이에 폭동 일어날걸.” 처칠: “급하지 않으니까 두고 보자고.”
자, 이쯤에서 한번 정리해 보자. 루스벨트와 트루먼이 걱정했던 대로 마오쩌둥(모택동)이 중국 대륙을 뻘겋게 물들이면서 아메리카 합중국은 아시아 대륙에 내디딜 발판을 잃었다. 루스벨트가 만주에 진치고 있다고 믿었던 ‘일백만 관동군’이 무서워서 옛날 러시아가 만주에서 누렸던 특권을 다 다시 가지라고 인심을 썼는데도 움쩍도 않던 스탈린이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바로 다음다음 날인 1945년 8월8일에 ‘대일 선전포고’를 하고 극동 쪽으로 번개같이 짓쳐 내려온다. ‘미 국방성’에서 이 소식을 들은 대령 두 명이 조그마한 세계지도에 있는 ‘조선 반도’에 허겁지겁 38선을 긋는다. “‘코리아’를 잃으면 ‘자판’이 빨갛게 물든다.” “소련군의 진격을 38도 선에서 멈추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한반도’는 ‘분단’되었고, 뒤이어 곧 ‘6·25’가 터졌다. 잔혹한 ‘짐승’들이자 ‘전쟁광’들이 이렇게 토끼 꼴을 한 한 나라 한 민족의 허리를 하루아침에 토막 낸 것이다.
‘6자 회담’? 이 회담이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해 준다고? 이런 말에 솔깃해할 얼빠진 놈년들에게 한마디 하고 넘어가자. “세계 역사에서 ‘외세’에 기대 민족문제를 해결하려 한 어떤 시도도 성공한 적이 없다.” ‘6자’란 무엇인가? ‘남’과 ‘북’을 빼면 ‘미’, ‘일’, ‘중’, ‘러’다. ‘미’라는 짐승이 북아메리카 원주민인 ‘인디언’들을 거의 몰살하고 아프리카에서 노예들을 사냥해 와 허드렛일로 부리면서 몸집을 불리고, 지금 온 세상 군사비를 다 보태도 이 나라 군사비의 발뒤꿈치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은 너도 알고 나도 안다. 이 짐승이 ‘평화협정’을 받아들이고 ‘토끼’ 허리에 박아 넣은 피 묻은 발톱을 뺀다? ‘일’이라는 짐승은 어떤가? 역사 기록을 보면 ‘세 나라’ 시대부터 걸핏하면 이 땅에 몰려와 바닷가 마을들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드디어는 ‘조선 반도’라는 토끼를 한입에 집어삼켰던 짐승이다. 그리고 현재 다시 고삐가 풀려 으르렁거리면서 날뛰고 있다. ‘중’이라는 짐승? 이 짐승이 얼마나 사납고 콧등 성할 날이 없이 몇천년 넘게 둘레에 있는 약한 짐승들을 물어뜯었는지를 ‘토끼’는 몸으로 겪어서 알고 있다. ‘러’·‘미’라는 짐승과 함께 이 땅을 이 꼴로 만들어 놓는 데 앞장선 짐승이다.
이 짐승들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틈을 타서 몸을 빼쳐내려면 ‘남’과 ‘북’ 사이에 ‘기’가 통해야 한다. 이 ‘기’는 곧 ‘말’이다. ‘말길’이 열려야 한다. ‘큰소리’가 아니라 ‘속삭임’이 필요하다. 남과 북이 언제 어디서나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만나서 ‘소곤소곤’하고 ‘속닥속닥’해야 한다. 이제야말로 호랑이 아가리에서도 벗어나고 용궁에서도 되살아나온 ‘토끼의 꾀’가 필요한 때다. 마치 우리가 ‘호랑이’라도 된 것처럼 으스대서는 안 된다.
‘속삭임’과 ‘소곤거림’의 ‘열쇳말’은 ‘영세중립’과 ‘통일조국’이어야 한다. 처음에는 귀에 설 것이다. 그러나 곧 이 말이 ‘우리의 소원’임을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통일조국’은 조금 늦어도 된다. 그에 앞서 ‘영세중립’이 입에서 입으로, 귀에서 귀로 ‘소곤소곤’, ‘속닥속닥’ 퍼져야 한다. ‘스위스 방식’이 좋을지, ‘오스트리아 방식’이 더 나을지, ‘코스타리카 방식’으로 갈지는 뜻이 모아지는 대로 따르면 된다. 먼저 ‘인터넷’을 뒤져 보자. ‘네이버’나 ‘다음’이나 ‘구글’에 ‘영세중립’을 ‘입력’해 보자. 이 길은 가시밭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엄두가 안 날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걷지 못한 길은 아니다. 이미 여러 나라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이 길을 뚫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남’과 ‘북’이 마음을 열고 손을 맞잡고 기를 쓰면 된다. 이 길만이 ‘복지’와 ‘교육’과 ‘의료’ 예산을 늘리는 길이고, ‘창조경제’와 ‘보편복지’에 이어지는 길이고, 우리가 우리끼리 살길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지 말자.
윤구병 농부철학자
제2장|2014년 통일은 수박이다
[특별기고]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 / 윤구병
등록 :2014-02-13 19:05수정 :2014-02-14 16:46
윤구병 농부철학자
‘좌익효수’라니?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까지 재갈을 물리겠다는 말인가? … 이런 짓이 ‘대선’ 기간 동안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어 ‘국정원’이 ‘수행’했어야 할 ‘정상업무’인가? 끔찍하기 그지없다.
믿거나 말거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좋을 이야기) ‘온조’와 ‘백제’는 같은 말이다. ‘백제’는 토박이말로 옮기면 ‘온제’다. ‘100’이 ‘온’이니까. ‘제’는 ‘어제’, ‘그제’ 할 때의 ‘제’와 같다. ‘온제’는 오래오래라는 뜻이다. ‘만세’, ‘반자이’, ‘롱 리브(더 퀸)’, ‘비바’ … 다 같은 뜻이다. 한 나라의 우두머리에게 오래 살라고 ‘백성’들이 바치는 알랑방귀다. ‘온조’는 ‘온제’와 같다. (홀소리가, 모음이 하도 정신없이 왔다 갔다 바뀌는 바람에 옛 히브리 사람들이 아예 모음을 빼 버리고 자음으로만 기록을 남긴 까닭은 여기에 있다.) 옛날 ‘백제’라는 나라를 세운 우두머리에게 ‘오래오래 잘 살아요’ 하고 외치던 말이 어느새 나라 이름으로 바뀌었다면 허튼소리 하는 건가?
이 나라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북녘은 ‘김일성 나라’, 남녘은 ‘박정희 나라’로 못 박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한민국 만세’를 ‘박정희 만세’로,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를 ‘김일성 만세’로 잘못 알아듣는 ‘환청’이 생긴다는 걸 이상하게 여길 까닭이 없다. 잠깐, 축구 강국 골문에 공 하나만 차 넣어도 ‘만세’를 부르는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자유 민주주의 국가’다. 그런데 모든 국민이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얼마 전에 <팩트 티브이>라는 곳에서 기막히는 꼴을 보았다. 열살 난 딸을 둔 한 어머니가 제 손으로 삭발을 하면서 ‘내 딸을 지켜 달라’고 하소연하는 모습이었다. ‘망치 부인’으로도 알려진 이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지난 대선 때 ‘당신 딸을 납치하고 성폭행한 뒤에 토막쳐 죽이겠다’는 식으로 ‘에스엔에스’(SNS)에 으름장을 놓은 이른바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들임이 드러났는데도 제대로 된 ‘사법처리’가 안 이루어지고 그 사람들이 대낮에 활보하고 있어서 지금도 온 가족이 문을 세 겹으로 걸어 잠그고 밤낮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현 정부’가 다스리는 ‘대한민국’의 실태다. (나는 ‘현 정부’를 ‘박근혜 정부’라고 못 박지 않겠다. 이 정부가 ‘다시 이명박’ 정부인지, 김기춘 정부인지, 남재준 정부인지, 뒤에 숨은 누구의 정부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자유 민주주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평균 대한민국 국민이 누리고 있는 자유가 진짜 자유인지 한번 따져 보자. 여기 장터를 휘젓고 다니는 건달 야바위 노름꾼이 있다. ‘잘 봤다, 못 봤다…’ 설레발을 늘어놓으면서 꼭 같은 물건을 상표만 바꾸어 놓고 다른 물건이라고 속인다. 그리고 이걸 고르든 저걸 고르든 당신의 자유라고 떠벌린다. 고르지 않을 ‘자유’는 없다. 반드시 어느 하나를 골라야 한다. 결과는 같다. 그래도 고르지 않으면 목에 풀칠할 길이 없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실감이 나려나. 가까이 있는 ‘편의점’에 가 봐라. 빚 얻어 대학 등록금 마련해 졸업을 하고도 일자리가 없어서 밤새 ‘알바생’으로 일하는 젊은이들을 볼 수 있다. 일할 뜻도 힘도 있으나 일자리가 없어서 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이 300만이 넘는다. 겨우 일자리를 얻어 보았댔자 절반이 넘게 ‘비정규직’이다. 이런 끔찍한 ‘자유’가 ‘미래 세대’를 기다리고 있다. ‘알바생’이나 ‘비정규직’이나 거기서 거기다. 둘 다 수렁에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이 그 가운데 어느 하나를 고른다 치자. ‘네가 자율적으로 그걸 선택했으니 책임은 너한테 있다.’
이게 ‘정답’ 찾기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교과서적인 지식으로 중무장한 젊은이들이 거치는 이른바 ‘민주적 절차’다. 이것을 철학에서는 ‘우연의 자유’라고 한다. 자유의지가 막다른 골목에 부딪쳤을 때 무력화되는 ‘무늬만의 자유’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는 어느 나라인가? 중국인가? 일본인가? 러시아인가? 북아메리카 합중국인가? 아니다. ‘대한민국’에 가장 가까운 나라는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다. 거리로 따져 서울에서 평양이 서울에서 부산보다 더 가깝고 신의주에서 평양보다 평양에서 서울이 더 가깝다. ‘대한민국’이 잘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는 사는 데 큰 도움이 안 되는 운동 경기에서 이겼을 때마저 두 손 번쩍 들고 ‘대한민국 만세’를 부른다. 그러나 아무리 ‘대한민국’이 잘살려고 애써도 가까운 이웃 나라가 못살면 그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하물며 그 ‘이웃’이 보통 이웃이 아니라 수천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한 민족임에랴. ‘한반도’(‘조선반도’)의 남녘이 잘되어야 북녘도 잘되고, 북녘이 평화로워야 남녘도 평화로울 수 있다.
1945년은 ‘해방’과 ‘광복’의 해가 아니다. 우리 민족을 36년 동안 옥죄던 제국주의 일본을 대신해서 ‘소련’ 제국주의 세력이 38선 이북을 점령하고, ‘미제’가 38선 이남을 점령한, 그래서 한 나라를 두 동강 낸 치욕의 해이다. 우리 민족의 뜻에는 아랑곳없이 무력으로 이 땅에 쳐들어와 제멋대로 이 나라를 남과 북으로 토막친 이 제국주의자들은 남북으로 갈린 형제들 손에 총을 쥐여 주고 총부리를 맞대라고 부추겼다.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는 갓 열다섯살 난 청소년까지 전쟁터로 몰아내어, 한집안에서 형은 ‘국방군’에 아우는 ‘의용군’에 끌려나가 서로 죽이고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6·25 전쟁’의 실상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애꿎게 죽어 갔던가. 한마을에서 오순도순 평화롭게 살던 이웃이 부모와 형제를 죽인 원수가 되어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가슴에 ‘원한’을 품어 왔던가. (참고삼아 말하자면 나는 전쟁이 일어난 지 석달 만에 열다섯살밖에 안 된 여섯째 형을 비롯해서 형 여섯을 잃었다. 비극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 후유증으로 열두살 때 어머니를 잃고, 형 하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25’ 때 여덟살이었던 내 나이 어언간 일흔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 땅에는 전쟁의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종북’이 무엇인가?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도 어엿이 독립된 국가로서 유엔의 회원국이다. (한 민족이 둘로 갈라져 딴 나라를 이루는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라는 사실이 가슴 아프지만 현실은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
정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면 북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종북’ 몰이는 당장 그쳐야 한다. (‘좌익효수’라니?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까지 재갈을 물리겠다는 말인가? 아니, 그저 재갈을 물리는 것으로만은 성이 안 차서 ‘목을 베어버리는’(효수) 물리적인 폭력까지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이런 짓이 ‘대선’ 기간 동안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어 ‘국정원’이 ‘수행’했어야 할 ‘정상업무’인가? 끔찍하기 그지없다.)
엄연한 국가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이적 단체’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은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 ‘북아메리카 합중국 만세!’, ‘대일본제국 만세!’, ‘중화 인민공화국 만세!’ ‘러시아 인민공화국 만세!’를 부르면 욕을 먹고 손찌검을 당할지언정 손목에 쇠고랑을 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그런데 왜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를 부르면 ‘이적 행위’로 몰아 ‘빨갱이 사냥’을 하는가? ‘중국’은 빨갱이 집단이 아닌가? 러시아는 빨갱이 집단이 아닌가? 왜 어떤 나라 체제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 체제는 문제 삼아야 하는가? 이 나라를 동강낸 다른 나라들은 ‘적’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동강나서 ‘대리전쟁’에 이끌려 든 한 형제만 ‘적’인가? 북녘에서 민족의 긍지를 높여 주는 장한 일을 했을 땐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를 불러 주면 어디 덧나는가?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은 이럴 때 써야 제격 아닌가?
윤구병 농부철학자
제3장, 2015년 우리의 소원은 영세중립 평화통일
[특별기고] 나, 아메리카 합중국 혁명 사령관 / 윤구병
등록 :2015-07-23 18:57
“경부선 열차를 타고 서울을 떠나 부산을 향해 절반쯤 가다 보면 충북 영동에 한 굴다리를 지나게 된다. 노근리 마을로 가는 쌍굴다리이다.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은 바로 이곳에서 일어났다. 1950년 7월26일부터 29일까지 미군은 하가리와 노근리 일대에서 피난 가던 사람들을 폭격, 기총소사로 대량 학살했다. …… 산산이 바스러져 형체도 알아볼 수 없거나 이름을 알 수 없는 시신들. 학살 이후 부상과 후유증으로 죽은 피난민들까지 다하면 피해자는 400명이 넘는다. 지금까지 미국 에이피(AP) 통신 기자나 미 국방성 조사반에게 미군이 노근리에서 민간인을 공격한 사실을 증언한 참전 미군은 확인된 사람만 25명이다.” 정은용이 쓰고 박건웅이 그린 600쪽이 넘는 그래픽노블 <그 여름날의 기억>(노근리 이야기 1부) 맨 마지막에 나오는 글이다.
‘한국전쟁’에서 이런 짓을 저지른 아메리카 합중국은 베트남 전쟁 때는 밀라이에서 더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 1968년 3월16일 윌리엄 캘리 중위가 이끄는 26명의 군대는 노인, 부녀자, 아이들(젖먹이까지)을 무차별 살해하는 것만으로 모자라 여자들을 강간하고 가슴을 도려내는 짓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 스물여섯의 강간살인범들은 재판에 회부되지만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캘리 중위뿐이고, 처음에는 여론에 밀려 종신형을 받았던 이 친구마저 가택연금 3년 6개월 만에 풀려난다.
스무 살 안팎의 돈 없고 뒷심 없는 젊은이들을 나라 안팎의 싸움터로 내보내 사람백정을 만드는 합중국의 전통은 오래되었다. 이 나라에서 돈벌이와 권력 사다리 타기는 ‘전쟁광 되기’와 맞먹는 말이다. 한반도 허리에 38선을 그어 동족상잔의 빌미를 제공한 트루먼에서부터 이 나라 남녘땅을 대중국 전쟁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오바마까지 역대 합중국 대통령치고 전쟁광으로 바뀌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다. 나는 아메리카 합중국 혁명군 사령관이 되겠다고 진즉부터 마음먹었다. 다들 미국이 짱이라고 여길 때도 나는 다른 모습을 보았다. 전쟁광인 조지 부시가 아프가니스탄이 오사마 빈 라덴을 그 나라에 숨겨 주었다는 까닭만으로, 군사력이라고는 탈레반 5만명에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외교적으로도 고립되어 겨우 파키스탄하고만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그 힘없는 나라에 66개국의 연합군을 앞세워 쳐들어갈 때, 그리고 그 막강한 군사력과 화력으로도 그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아메리카 합중국이 ‘종이호랑이’임을 알아챘고, 대한민국 육군 소위 정훈장교 출신인 60 넘은 나라도 이 만만한 나라를 뒤집어엎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풀어 올랐다.
나는 틈만 나면 아메리카 합중국 혁명 전쟁 전술 교범을 머릿속에 쓰는 데 골몰했다. 혁명 참모부의 구상은 이미 오래전에 섰다.(참고로 말하자면 하워드 진과 노엄 촘스키도 참모진의 일원이었는데 내 부임 날짜가 늦어지는 바람에 하워드는 이미 죽었고 노엄도 죽을 날이 오늘내일이다.) 전쟁 비용은 할리우드 베벌리힐스 근방에 세탁소를 열고, 거기서 어정거리는 유명 배우들이 입다 버린 옷가지며 심지어 속옷들까지 깨끗이 빨아 경매에 부쳐서 마련하기로 했다.
다 알다시피 해마다 이 세계 이곳저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스무 번쯤 일어나야 ‘팍스 아메리카나’(합중국의 평화)는 유지될 수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그 전쟁은 아메리카 영토 밖에서 일어나야 한다. 약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이나 러시아나 어느 나라도 자기들 사이에 전면전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른바 강대국 사이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면 핵무기와 화생방무기가 온 하늘 온 땅을 뒤덮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남아나지 않을 것을 이 나라 전쟁광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힘없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국지전, 내전은 팔 걷어붙이고 뒷받침하지만 저들 사이에서는 서로 쑥떡 먹이고 삿대질만 할 뿐이다.
내전은 무기의 성격을 바꾼다. 아메리카 합중국 혁명군 사령관인 나는 총칼이나 대량살상무기를 손에 들 필요가 없다. 나를 상대하는 전쟁광들이 손에 드는 무기도 그만그만할 것이다. 제 나라 국민들 사이에 스며들 혁명군들을 잡아죽이겠다고 대량살상무기, 이를테면 탄저균이나 마더밤(공중폭발대형폭탄)이나 핵무기나 고고도 미사일을 쏠 수는 없다. 검은 물(블랙워터) 단원이나 아메리칸 스나이퍼나 이소룡이나 성룡 같은 무예계의 고수들이 혁명군과 전쟁광들 가운데 어느 한편에 서서 혁명 세력이 되거나 반동 세력에 빌붙을 터인데, 내란에서 최대의 무기는 멕시코 사파티스타 혁명군 부사령관 마르코스가 일찍이 밝혔듯이 ‘말’이다. 되풀이하자면,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다.’
“입 닥쳐!” “주둥이 잘못 놀리면 죽을 줄 알아.” “말 많으면 공산당이야.” 옛날부터 전쟁으로 권력을 쥐거나 유지하고 있는 놈들은 말 많은 치들을 지긋지긋하게 싫어했다. 오죽하면 진시황이 분서갱유를 했겠는가. 오죽하면 아테네 전쟁광들이 나이 일흔이 넘은 소크라테스를 독약 먹여 죽였겠는가. 오죽하면 비폭력 불복종 운동으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간디가 80이 넘은 나이에 애국 광신도 손에 암살을 당하겠는가. 오죽하면 말 많은 검둥이라 하여 마틴 루서 킹을 쏘아 죽였겠는가.
아메리카 합중국은 말 많은 평화주의자들을 죽이거나 가두어 입 닥치게 하기로 악명이 자자한 나라다. 아메리카 합중국 군산복합체의 상징인 쌍둥이 빌딩이 순식간에 주저앉은 9·11 이후로 제멋대로 아가리 놀릴 권리가 부여된 유일한 집단은 기독교를 믿는 부시 일파 흰둥이들뿐이다. 나머지는 공항검색대에서 홀랑 벗겨놓고 사타구니 밑을 더듬어도 모두 입 다물어야 한다. 이러한 침묵의 문화는 아메리카 혁명군의 전략 전술 운용에 크게 도움이 된다. 대량 매체가 극우 세력의 나팔수가 되어 있는 것도 나쁜 조건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대한민국 대량 언론 매체인 조중동문, 엠비시, 케이비에스, 최근에 기승을 부리는 종편들을 비롯해서 전세계 극우 언론의 노가리에 귀를 닫을 만큼 대량 매체의 힘과 한계를 누구보다 더 잘 겪은 사람들이다. 우리 혁명군은 아메리카 합중국에서 가시 돋친 말로 대거리를 하는 대신에 사랑을 속삭일 것이다. 우리가 갈고닦은 말의 전통은 그리스-히브리 전통이 아니다. 그 매끄러운 수사학과, 비판이라는 이름으로 헐뜯는 논쟁술, 그리고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습니다’를 줄줄이 읊으면서 한편으로는 저와 다른 뜻을 가진 사람들의 말을 이단으로 낙인찍고 마녀사냥을 하는(이를테면 매카시즘 선풍) 그 말싸움에서 벗어나 저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들, 아무 데도 기댈 데가 없어서 전쟁광들의 총알받이가 되어 먼 나라에 가서 죽거나 종살이를 하더라도 군소리 한마디 할 수 없는 이들의 귀와 입이 될 것이다.
* 윤구병 농부철학자
내가 혁명 사령관으로 미국에 도착하면 맨 먼저 제주 4·3 항쟁에 깊은 관심과 슬픔을 함께 나눈 노엄 촘스키와 이번에 대한민국 정부의 냉대를 꾹꾹 눌러 참고 휴전선을 넘어온 평화운동가들, 특히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만나 고마움을 전하고, 다음으로 <볼링 포 콜럼바인>을 감독하고 제작한 마이클 무어를 찾아가 그의 카메라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무기로 바꿀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리고 미시시피 유역을 오르내리면서 마크 트웨인의 책들을 읽고 낄낄거리는 책읽기 모임을 꾸리고, 거기에 곁들여 찰스 디킨스, 조너선 스위프트의 책도 함께 읽으면서 우리의 무기인 말 씨앗을 그 바람이 왼쪽에서 불든 오른쪽에서 불든 가리지 않고 모든 바람에 날려서 언제 어디에서나 평화의 꽃으로 피어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독서목록에 <강아지 똥>이나 <한티재 하늘>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같은 권정생의 책들도 살그머니 끼워 넣을 것이다.
윤구병 농부철학자
[특별기고] 아메리카 합중국 혁명 공약 / 윤구병
등록 :2015-09-17 18:47
*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던 고은광순이 든 피켓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씌어 있었다. ‘무기 없는 세상 어머니 손으로! 비싼 전쟁 말고 싼 평화를! 평화협정 지금 하라!’
“모두가 좋다고 두둔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모두가 나쁘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입니까?”
“아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좋고, 어떤 사람이 나쁜 사람입니까?”
“좋은 사람이 좋다고 두둔하고 나쁜 사람이 나쁘다고 헐뜯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이 좋다고 치켜세우고 좋은 사람이 나쁘다고 등 돌리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자로와 공자의 문답을 나 나름으로 옮겨 보았다. 내가 그 나라의 혁명군 사령관으로 자임하는 아메리카 합중국에는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살고 있다. 다만 나쁜 놈들이 정치, 경제, 사회, 교육의 여러 분야에서 힘을 휘두르고 있어서 이대로 두었다가는 제 나라만 망칠 뿐 아니라, 온 세계를 덩달아 재난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기 십상이라, 합중국의 군사 식민지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합중국 국민들을 ‘어엿비’ 여겨 이 어려운 과업을 내 몫으로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 휴전 상태이고, 종전을 위한 평화협정에 한국은 당사자가 못 되고 북한과 미국이 해야 하는데, 미국이 계속 평화협정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매년 800억원의 무기를 한국에 팔고 있으며 한국은 매년 2000억원을 미국에 무기 관련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왜 미국이 한반도 통일에 걸림돌이 된다고 믿느냐고 묻는 미국인 교사에게 백악관 앞에서 9일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던 고은광순이 대답한 말이다. 고은광순은 이미 지난 6월25일부터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도 시위한 이력이 있다. 그이가 든 피켓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씌어 있었다.
‘무기 없는 세상 어머니 손으로! / 탄저균 가지고 미군은 떠나라! / 비싼 전쟁 말고 싼 평화를! / 중단하라 전쟁과 무기 생산! / 평화협정 지금 하라!’
얼마 전까지 펜타곤에서도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쟁은 마약과 같아서 끊임없는 소비를 요구하며 지구 생명을 망친다’는 뜻을 영어로 옮겨 적어서.(‘마약’ 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여당 대표의 둘째 사위 집에서 마약 투여 주사기가 17개나 발견되었는데, 디엔에이(DNA) 검사 결과 이 가운데 하나는 누구 것인지 모르는 제3자의 디엔에이가 나왔고 검찰은 그가 누군지 밝히지 않는 것으로 어물쩍 넘어갔다는 이야기, 혹시나 한집에 약쟁이가 둘이 살고 있지 않을까 궁금하다는 이야기, 본디 4년 이상 9년 6개월 이하의 형에 처해야 하는 중범죄에 해당하는데, 검찰은 아예 구형부터 3년으로 낮추고, 법원은 4년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고, 마땅히 해야 하는 게 상식인데도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들이 곁들여진 뒤숭숭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 자리에서는 덮어 두기로 하자.)
미리 알았더라면, 나이도 나이고 건강 문제도 있는지라 이걸 빌미 삼아 혁명군 사령관직을 고은광순 님 같은 평화어머니에게 맡길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나 뒤늦게나마 다음과 같이 아메리카 합중국 혁명 공약을 밝히는 바이다.
<혁명 공약>
1. 전쟁국가 아메리카 합중국을 평화국가로 바꾼다.
1.1. 아메리카 합중국 군산복합체를 해체한다.
1.1.1. 대량살상무기를 비롯한 모든 살상무기의 생산을 중단한다.
1.1.1.1. 군대를 해체한다.
2. 50개 주를 500개의 자치국가(코뮌)로 재편한다.
2.1. 도시의 규모는 인구 2만 이하로 제한한다.
2.1.1. 도시 에너지 수급은 생체 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한다.
2.1.2. 모든 도시민의 야간작업, 철야작업은 법으로 금지한다.
2.2.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네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3. 모든 자치국가의 인구 90% 이상은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리 같은 기초 살림에 필요한 것들을 생산하는 일에 종사한다.
3.1. 농업은 평화산업으로 농사짓는 사람에게는 가장 큰 혜택이 주어진다.
3.2. 농민문화는 놀이와 잔치문화로 적극 복원, 육성한다.
3.3. 모든 농토는 국유화하고 오직 농민만 농토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권리는 경작권에 국한되고 소유권은 자치국가에 있다.
4. 교육은 ‘백년지 대계’가 아니고, ‘인류 생존지 대계’로 바로잡는다. (인간은 본능에 기대서만은 살아남을 수 없는 생명체임을 바로 알고 다음과 같은 교육목표를 달성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인다.)
4.1.1. 왜 배우는가? 살아남으려고 배운다. (배움의 목적은 삶에 있다.)
4.1.2. 왜 가르치는가? 살리려고 가르친다. (가르침의 목적은 살림에 있다.)
4.1.3. 교육의 일차 목표는 1)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먹물 말로 바꾸면 ‘개체 생존 유지 능력 배양’), 2) 서로 도우면서 살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상호 협동 능력 함양’)이다. (나머지는 곁가지다.)
4.1.4.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길러 주는 교육과정은 만 16세 이전에 마무리 짓는다.
4.2. 모든 특권교육은 중단한다.
4.2.1. 특권교육과 특수교육은 다르다.
4.2.1.1. 특권교육은 저만 잘살 길을 찾는 교육이다.
4.2.1.2. 특수교육은 남을 잘 살리는 길을 찾는 교육이다.
4.3. 특권을 목표로 삼는 모든 제도교육 기관을 폐쇄한다.
4.3.1. 대학입학 자격은 4.1.3.-1)의 과정을 16세까지 마치고, 2)의 과정을 그 나이에 맞게 거쳤다고 자치국가의 교육위원회가 인정하는 사람에게 부여한다.
4.3.2. 교육위원회의 위원 가운데 과반수는 농민의 몫이다.
4.4. 모든 교육은 무상으로 이루어지고, 피교육자의 생계는 자치국가가 책임진다.
5. 기존의 입법, 사법, 행정 기관은 모두 해체한다.
6. 선거권은 20~60세 사이의 남녀만 행사한다.
6.1. 피선거권은 30~70세 사이의 남녀에게 주어진다.
7. 자치국가의 국민을 대표하는 모든 기관의 임직원 가운데 과반수는 여성의 몫이다.
7.1. 결혼 제도는 폐지된다. (국가는 남녀가 만나고 헤어짐에 어떤 간섭도 할 수 없다.)
7.2. 젖 먹이는 일만 여성이 전담할 뿐, 그 나머지 모든 일은 여자와 남자가 고루 분담한다.
7.3. 남녀 간 어떤 일로 다툼이 생겼을 때 분쟁조정위원은 전원 여성으로 구성한다.
8. 핵가족 제도는 허용되지 않는다. (가족의 울타리 안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이 들어 있다.)
9. 모든 자치국가 국민들은 자기 삶의 시간 1/2 이상을 이웃을 살리는 살림에 쓴다.
10. 특수 영역에서 사적 소유는 존중된다. 그러나 상속은 금지된다.
11. 연방은행은 폐쇄되고, 국제 화폐, 연방정부 화폐는 폐지된다.
12. 각 자치국가는 저마다 자체 도량형을 따로 만들 권리가 있다.
13. 언어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 공동체에서 쓰는 입말은 모두 그 공동체의 표준말로 존중받는다.
13.1. 외래어 교육은 권장되고, 각 자치국가의 국민은 제 나라 말 밖에 한 가지 이상의 외래어를 익힐 의무가 있다.
14. 온 국민은 무상으로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 (60세 이상 나이가 든 사람에게는 본인의 뜻에 따라 안락사가 허용된다.)
15.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의 궁극 책임은 국가에 있다.
16. 아메리카 합중국 원주민이 지녔던 제반 권리는 존중되며 최우선으로 회복시킨다.
서력 2015년 9월18일
아메리카 합중국 혁명 사령관 윤구병
윤구병 농부철학자
첫댓글 이 열한 자 “평화통일 영세중립 코리아” 주목하면서 보라고 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