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은 어떻게 지났는지 훌쩍 지나간 느낌이다. 지난 여름은 무척 더웠는데, 어느 순간 더위가 훅 사라진 것 같더니만 단풍도 제대로 한번 즐기지 못했는데 어느덧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갔다. 아마 나만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느닷없이 겨울이 찾아온 느낌이다. 아직 가을 어디쯤이라 생각하는 나에게 영하로 내려간 기온은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겨울옷을 꺼내입어야 하는 상황처럼 느껴진다고나 할까? 실제로 아직 두터운 옷들은 옷장 깊숙한 곳에 나오지도 않았는데, 밖에 나가보면 두터운 패딩을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겨울이라는 느낌이 들자 이제 곧 한 해가 마무리된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고, 훌쩍 지나가 버린 2023년을 되돌아보며 2024년을 잘 준비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겨울이라는 계절은 마무리의 느낌이 들게 한다. 일반적으로 식물들은 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가을에 결실을 맺은 후에 겨울은 휴식을 취한다. 동물들 중에도 겨울잠을 자는 종류도 있으니 겨울은 활동의 계절이라기보다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활동을 위해 준비하는 계절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래서인지 인간도 겨울은 그 다음의 활동을 위해 휴식도 취하고, 준비를 갖추는 시기로 인식되어 왔다. 물론 농경사회가 아닌 현대 사회에서는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 활동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겨울은 마무리하고, 새로운 활동을 준비하는 때라고 여기는 것이 보편적이라 여겨진다.
또 한편으로는 겨울이 되면 세월이 흘러가고 있음을 피부로 더 느끼게 된다. 이젠 한국에서도 나이를 만으로 세기로 하였지만, 여전히 새해가 되면 나이가 한 살씩 더 많아진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어린아이들은 더 성장해 간다고 생각하며 좋아하고, 청년들은 더 성숙해 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장년의 나이를 지나 노년으로 가는 사람들은 노후(老朽)되어 가지만, 인격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완숙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무게감을 느끼게 된다. 해가 지날수록 더 묵직해지는 인생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겨울을 맞이하면 새해를 준비하면서 숙연(肅然)해지기조차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겨울은 숙고(熟考)의 시간이기도 하다.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새해에는 보다 더 성숙한 삶으로, 보다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보다 더 튼실한 결실을 맺어야 할 삶으로 살아가기 위해 깊이 기도하고, 하나님과 더 깊은 교제를 나누면서 하나님께서 내 삶 가운데, 내가 속한 공동체 가운데 어떻게 행하시길 원하시는지를 헤아려야 할 시간이다.
한 해 동안 참 바쁘게 살아왔다. 교회의 목회 사역과 더불어 한국침례신학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사역,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의 사역들, 이젠 교단 총회의 임원으로서의 사역까지 더해져 정말 바쁘게 하루, 하루가 지나갔다. 그런데 이제 겨울이 되었으니 차분하게 하나님 앞에 서서 되돌아보고, 앞으로 이뤄질 일들에 대해 주님과 깊은 교제를 나눠야 할 때다. 겨울이 왔으니 말이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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