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분수대약국과 모텔 파라다이스가 있고 21세기헤어숍과 신세대약국이 있다 약간 비켜서서 제우스PC방이 있고 뉴사랑노래연습장이 있고 먼 추억 같은 목성보리밥집이 그보다 더 먼 고구려의 후예 온달생맥주집을 마주보고 있다
대성가든 주차장에서 바라본 아침은 분주한 이름들뿐이다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바쁘게 보도를 걸어가는 사람들, 현대 아파트 골목에서 나오면 백 미터 앞 사거리는 오늘도 주차장이다
동천입시학원 지나 포토방을 지나면 삼오이발소가 있고 그 옆에 신세계농약사가 있다 신풍전업사 맞은편에 왕손짜장이 있고 주차장이 넓은 원조할매곰탕이 쪼리쪼리분식을 마주보고 있다 그 옆 비학산생칼국수를 지날 때면 배가 고픈 것 같은 느낌이 들고 한방왕아구찜을 지나 참새구이보다 고소한 유황오리숯불구이를 지나면 점심 때도 한참 지난 듯 허기가 진다
내가 근무하는 공장직판 가구마을까지는 아직도 한 구역을 더 가야 하는데 무심코 지나다니던 길이 갑자기 나를 알아보고 반기는 날이면, 그리움의 등불을 켜듯 이름을 불러주지 않을 수 없다 여자 동창이 운영하는 퀸레스토랑 지나면 유성꽃화원이 있고 위빈장모텔이 있고 금손안마시술소가 있고 그 맞은편에 미래꿈나무교실이 있고 행복예식장이 있고 신혼미용실이 있다 고도가 높아 슬픈 보람생명을 돌아서면 울릉도꽃게해물탕이 있고 로데오찜질방과 대보수산이 날마다 파도로 목욕을 하는 북부해수욕장이 있다
한번은 들러야 하루를 산 것 같은 바다를 가슴에 풀어놓고 참았던 이름 갈매기로 토해 놓고 돌아서면 또 다시 나를 반기는 이름들, 내 마음의 규장각 홍익책마을 지나 고려세탁소 지나면 누렁이한우촌이 있고 대성흑염소와 아담슈퍼가 농부네청과식품과 어깨를 맞대고 있다 그 맞은편에 흙사랑도예공방이 한마음인테리어와 나란히 서서 나를 반기는 그 오른쪽에 가구마을이 있다
오늘도 나는 참 좋은 여행 신라관광을 타고 걸어서 출근했다 밤낮 없이 웃음을 발돋움한 하나같이 눈빛이 따뜻한 이웃들, 한 번씩 부르며 걸어온 이름들이 오랜 그리움처럼 걸음마다 등불을 걸어놓고 먼길 비춰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