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동서 형님과 함께 용인시 백암면에 있는 백암 순대국의 원조인 제일식당을 간 적이
있었다. 이민 가기 전에도 순대국을 즐겨 먹곤 했는데, 시간이 오래되어 그 맛이 잘 기억
나지 않지만 귀국 후 먹어본 순대국 중에서는 백암면의 제일식당 순대국이 최고였다.
돼지 냄새도 없고 국물도 사골국물같이 진하고 머리고기 식감도 좋아 맛있게 먹었다.
맛은 좋았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 불친절하고 넉넉한 시골 인심보다는 얄팍한 상혼이
느껴져 블로그에 포스팅하지는 않았다.
집 근처에 있는 신의주 순대국, 큰맘할매 순대국, 병천 순대국, 용인 토종순대국 등은
다 다녀 보았지만 별로였다. 수지구청역 근처에서 맛있고 머리고기를 직접 삶아 썰어
주는 탑골 순대국집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아직 가보질 못했다. 차를 가지고 가면
되겠지만 순대국에 쇠주 한잔 걸칠 수 없으니 버스로 가야 하는데 교통 편이 불편하다.
지난 12월 아내와 함께 브라질을 갔다가 먼저 혼자 들어오고 아내는 3개월 후에나
온다고 하여 요즈음은 홀아비 신세이다. 아내가 없는 동안 좋아하지만 평소 먹을
기회가 없어 못 먹었던 음식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순대국이었다. 아내는 순대국을 안 먹기 때문에 먹을 기회가 적었다.
새해 첫날 광교산 일출 산행을 갔다가 집에 돌아와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생각하다가 순대국이 생각나 평소 교통이 불편하여 가지 못했던 탑골순대국을
먹으러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일 시 : 2019년 1월 1일 화요일
위 치 : 용인시 수지구 수지로 342번길 42
상 호 : 탑골 순대국
전 화 : 031-266-1357
집에서 수지구청역까지 가려면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하는데, 배차시간이 길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버스도 자주 오지도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영 불편한 곳이다. 식당 근처에 공영
주차장이 있어 차를 가져가면 되겠지만 술 한잔 마실 수 없으니 말짱 꽝이다.
집에서 택시를 탔는데 10분도 안 걸려 도착하고 했다. 이동거리가 3km도 안되었다.
진작 택시를 타고 올걸 . . . . 총기가 떨어져 가끔 판단력이 흐려진다.
12시 3분에 식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다소 이른 시간임에도 자리가 거의 차고
한두 곳 만 남았다. 혼자 밥 먹으러 오는 사람들을 혼밥족이라 한다던데, 식당에서
혼밥족은 반기지 않는다 하니 선뜻 자리에 앉기가 쉽지 않다.
기다렸다가 종업원에게 어디에 앉을까요? 하고 물었더니 혼자 먹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어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혼밥족으로서 예의는 지킨 샘이었다.
순대국이 7,00원 이니 가격을 다른 곳과 비슷하다. 머리고기에 반주 한잔하려고
하는데 무얼 주문하면 되겠냐고 물었더니 순대국 정식이 좋겠다고 하여 순대국
정식과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반찬이 나왔는데 여느 식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눈길을 돌려 보니 머리고기를 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머리고기 나오는 시간이 있는데 12시, 2시, 5시, 6시, 7시 반, 8시 반, 9시 반
까지 하루 7회, 저녁 시간에는 매시간 나온다. 커다란 솥에서 머리고기를
꺼내어 김이 모락 모락 나는 상태에서 썰어서 손님 들게 준다.
다른 식당에서는 직접 삶은 머리고기가 아니고 누름 머리고기를 주어 짤게
부서지고 식감도 안 좋은데, 이집 머리고기는 비주얼만 봐도 군침이 돈다.
순대국을 시켜도 접시에 머리고기를 서비스로 준다고 한다. 값은 다른 식당과
같으나 내용은 푸짐하고 맛도 있어 가성비가 최고니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잠시 후 순대국 정식이 나왔는데 머리고기의 양이 장난이 아니다. 3,000원 더
주었을 뿐인데 다른 곳에서 만원 이상하는 양이다. 순대국을 먹어보니 14시간
고아 사골국물같이 진하고 돼지 냄새도 없어 내 입맛에 딱이고, 순대며 머리고기
등 내용물도 실하며 고기도 방금 삶아 쫄깃쫄깃하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 밥은 반납하고 국물과 머리고기를 안주로 소주를
즐겼다. 밥을 안 먹었는데도 혼자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다. 다음에는 순대국을
시켜도 충분할 것 같다. 소주 값도 3,000원 이니 착한 가격이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순대국으로 내가 먹어본 순대국 중에 최고였다
백암면 제일식당 순대국과 맛은 비슷한데 주인장의 후덕한 인심에 탑골 순대국에
점수를 더 많이 주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