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이글은 다음카페 숲과 사람(http://www.intoforest.com) 에 제가 쓴 '나의 첫 동계캠핑-옥상아웃도어에서 심산유곡으로" 총 15회분 가운데 9-15회를 옮긴 겁니다. 저의 좌충우돌 자기만족 캠핑기를 다 읽어보시려면 http://www.intoforest.com/camping_bivouac/10110 들어가시면 됩니다.
*** 청태산 휴양림의 허무한 밤-끝내 텐트를 치지 못하고 남의 텐트에서 자다(1)
마침내 2개월 이상 고르고 고르다 제작자가 직접 공구하는 카페에서 텐트를 샀습니다.
이름은 페가소스! 무려 25만원 가격!
전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장터에 가면 5만원 안팤의 텐트가 많던데 왜 이게 25만원이나 할까?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제품 질이 최고 수준에 이 가격이면 매우 저렴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어찌 되건 같이 산 물품들과 함게 파자마 바람에 욕실에서
기쁜 마음으로 텐트를 받은 것도 잠시!
안타깝게도 이 텐트는 팩다운 방식 텐트여서 실내에서 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방안에서 만지작거리며 발광 직전 단계까지 갔네요.
1-3인용이어서 1인 전용 폴자립형 가벼운 것이 필요하다고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게
영국제 반고소울100 1인용입니다.
1인용 백패킹전용이라는데 사진을 보니 멋있고 가격도 싸더라고요(7만원).
그런데 이걸 받아보니 왠걸! 이것도 펙으로 박아야 완전 자립되는 겁니다.
이제나저네나 하던 차에 해마저 넘어가던 12월 22일!
라반특 카페 회원들이 강원도 횡성 청태산휴양림에서 송년회를 한다는 소식을 입수했습니다.
제게 마운틴 이큅 텐트를 준 '노숙자'(아이디)님이 여기 와서 텐트를 쳐보라는 겁니다.
동계침낭이 없다고 하자 다 필요없고 텐트만 들고 오면 자기가 봐준다는 겁니다.
그 다음에 필요한 장비들을 사라는 거죠.
그렇지만 제 맘이 어디 그렇습니까.
이미 사 놓은 것들도 많고 동계캠핑을 간다니까 들떠서 마구 사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가방이 필요하죠^^
검색해보니 그래고리니 오스프리니 도이터니 K2니 추천하는데 그 가격이 까무라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살 수는 없죠.
어느 카페에서 60리터 가방을 12만원에 샀습니다.
모두 동계에는 최소 7-80리터는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제 키가 매우 작다보니 60리터로 했습니다(지금 많이 후회합니다 ㅠ.ㅠ)
어찌되건 가방이 오자 전 너무 신이나 화장실에서 잠옷 바람으로 가방을 매고 찰칵 찍었습니다.
두고두고 민망한 사진입니다.
디데이-12월 22일---
카페 후배를 꼬드겨 제 아내 차를 몰게하고(전 운전면허가 없어서) 횡성 청태산휴양림으로 향했습니다.
밤늦게 도착하자마자 전 먼저 온 카페분들에게 선언했습니다.
"난 오늘 텐트 못치면 지금 집으로 갈거야!"
그 유명한 '청태산선언'입니다.
그래도 (그냥 자면 면목없으니) 특강을 한 시간 하고
술을 꽤 먹고 (텐트를 봐 줄 인간이 술을 먹고 있는데 전들 어쩌겠어요)
마침내 텐트를 들고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노숙자 양반이 폴대 자립형이 아니라니까 당황하는 겁니다.
데크가 있는 숙소가 아닌데다가
언 땅에 듀랄루민 펙이 들어갈 리 없잖아요.
(전 듀랄루민펙으로 가능한 줄 알았어요. 동계용 펙이 따로 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었죠.)
이 친구가 돌로 두들겨보아도 펙만 망가지는 겁니다.
펙이 망가질 때마다 제 마음도 처참하게 뭉개졌습니다.
결국 전 제 텐트를 쳐보지도 못하고
대신 노숙자님의 텐트(빅아그네스에서 나온 2인용) 속에 노숙자님의 침낭(백만원이 넘는답니다)에
뜨거운 물을 채운 날진물병 1개 그리고 핫팩 두개를 넣고 잤습니다,
하나도 안 기뻤습니다.
내 텐트를 쳐보지도 못하다니...
내집 마련의 꿈이 날아간 것 같았습니다.
펙다운방식으로 만든 페가소스텐트 제작자가 원망스러워졌습니다.
다시 지름신이 내게 속삭였습니다.
'돌아가면 즉시 폴자립텐트를 사거라~'
모두가 실내에서 자는데 저 혼자 텐트 안에서 부드득 이빨을 갈았습니다.
'반드시 이 겨울이 지나기 전에 내 텐트로 하룻밤을 새워보리라....'
*****
이튿날 눈 위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더군요.
눈썰매장이니 당연히 텐트를 칠 수 없는 곳이죠.
그런데도 눈속에 파묻혀 당당하게 버티는 텐트의 위용이 연상되었습니다.
그러자 애들이 움직이는 텐트로 보이네요(헛게 보이기 시작한 거죠)
저 멀리산 너머로 사라지는 전투기 꼬리구름저럼 무언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무 숲에 올라가 놀이기구를 설치하는 분이 산꾼처럼 느껴집니다.
돌아오는 길에 어답산 행인서원을 들렀습니다.
내 텐트를 '텐트가 아니다'라고 말한 그 님이 여기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넓은 마당에 '쓸데없이' 족구장과 차들이 있더라구요.
이곳도 텐트치기 좋은 곳이었습니다(이미 무조건 가능하다고 언질을 받아 두었고요.)
'나라면 이 마당을 텐트장으로 바꿀텐데...'
다시 오기가 치밀어올랐습니다.
'그래 이곳에서 나의 텐트를 그에게 당당하게 보여주리라!'
내려다보니 산과 들판이 제게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어서 텐트 들고 와
겨울의 밤을 보여줄게"
첫댓글 유렵형 터널의 경우에는 자립이 불가합니다. 폴대가 넘어 가는 곳은 펙다운 안하셔도 되나 앞뒤로 고정해야 설치가 되므로 펙다운이 필수입니다... 차후에 삼엽충이 출시되면 한번 꼭 ^^
삼엽충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