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도약한 中 태양광
일본은 전지 효율 세계 최고 한국보다 기술력 2년 앞서
中 태양광 작년 4.4배 성장 전 세계 생산량 49% 차지
중국 베이징에서 남쪽으로 승용차로 4시간가량 떨어진 산둥성 더저우(德州)시. 톨게이트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10㎞ 도로 양옆으로 태양광 가로등이 쭉 늘어서 있다. 시(市) 입구 도로에 펄럭이는 홍기(紅旗)엔 '세계 최대 태양에너지 생산기지(全世界最大的太陽能生産基地)'라는 문구가 선명하다.시 중심부에 들어서면 약 2000개 태양광 집광판이 부챗살처럼 펼쳐진, '해와 달의 집'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외양의 빌딩을 만난다. 연면적이 7만5000㎡(약 2만2600평)에 달하는 이 빌딩은 태양광과 태양열 등 태양에너지를 50% 이상 사용하는 건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 중국 태양에너지 회사인 황밍(皇明)그룹의 본사다. 황밍그룹은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에 2006년 이후 7억4000만달러(약 8600억원)를 투자해 농업 도시 더저우를 세계 최대의 태양도시 '솔라 밸리(Solar Valley)'로 개조 중이다. 닭 사육장과 수박밭이 있던 자리에는 100여개의 태양광·태양열 기업과 공장, R&D(연구개발)센터가 들어서 있다.
- ▲ 그래픽=오어진 기자 polpm@chosun.com
◆깨져버린 산업 대물림…한국 건너뛰고 곧장 중국으로
중국은 이미 태양광산업 세계 1위 국가다. 2009년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시장의 49%를 차지한다. 세계 7대 태양전지 기업 중 4개가 중국 업체다. 중국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은 거대한 내수(內需)를 등에 업은 대량 생산능력과 세계 최저 수준의 제조원가에 있다. 태양광 산업은 지난해 금융위기에도 6.43GW(기가와트) 규모가 새로 설치되며 8.1% 성장했다. 중국은 어떨까. 무려 440% 증가했다. 지난해 346억달러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한 중국 정부의 '그린(green) 드라이브'의 위력이다. '시장이 없으면 새로 만들면 된다'는 말이 중국에서는 통하는 것이다.
제조원가 부문에서는 중국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중국 태양전지 모듈의 가격은 한국·일본산(産)보다 10~30% 저렴하다. 유럽 기업이 생산한 모듈 가격과 비교하면 65% 선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저급품일까. 태양전지 기술력의 척도는 태양광을 얼마나 전기로 전환할 수 있느냐는 '변환효율'이다. 중국 최대 태양광업체인 선텍(Suntech)이 생산하는 태양전지의 변환효율은 18%대로, 세계 최고 수준(19%대)에 근접해 있다. 베이징에 있는 신에너지 전문 펀드인 첸넝(乾能)투자의 차오위즈(喬禹智) 동아시아담당 사장은 "태양광 분야는 산업 규모나 기술력에서 한국이 중국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기존의 산업 발전 단계를 뛰어넘는 '도약식 발전'을 하는 분야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 중국은 세계 1위로… 중국 더저우(德州)시‘솔라 밸리’에 있는 태양에너지 회사 황밍그룹의 본사. 약 2000개의 태양광 집광판으로 둘러싸인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에너지 건물이다. /블룸버그
일본 교토시에 있는 교세라 본사. 옥상과 건물 외벽에 빼곡하게 붙어 있는 1896장의 태양전지판이 반짝거린다. 이 태양전지판은 하루 28㎾씩 20층 건물의 전기 소모량(1년 기준 7만1366㎾h) 1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은 태양전지 변환효율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산요가 생산하는 태양전지 변환효율은 19%대. 국내 최대 태양전지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생산하는 태양전지의 변환효율은 17%대다. 태양전지 업체들이 1년에 평균 0.8% 변환효율을 향상시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일본과 2년의 기술 격차가 있는 셈이다.
일본은 한국·중국이 주력으로 하는 결정형 태양전지(변환효율이 높지만 두꺼움) 대신 박막형 태양전지(얇지만 현재는 변환효율이 낮은 차세대 기술)에 집중한다. 중국이 주력하는 대규모 발전시장을 피해 주택·건물 등 생활밀착형 발전 시장을 공략 중이다. 압도적인 중국의 생산능력과 제조원가에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태양광산업으로 눈을 돌려보자. 국내 최대 태양전지 업체인 현대중공업은 370㎿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2010년 현재 중국 선텍의 3분의 1 규모밖에 안 된다. 태양광이 미래 한국의 먹을거리를 해결해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부상하자, 삼성과 LG도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고 있다. 반도체와 LCD에서 대규모 투자와 뛰어난 제조기술로 단번에 양산능력과 기술력을 세계 최고로 키운 '성공 방정식'을 태양광에서도 재현하겠다는 시도다.
하지만 전통산업에서 한국이 성공했던 전략이 태양광 같은 미래 산업에서도 성공할지는 미지수이다. 전통산업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기술력이 앞선 일본과 선진국을 추격·추월하면 됐다. 하지만 태양광 산업에서는 가격(중국)과 기술(일본)의 벽을 동시에 뛰어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주대영 연구위원은 "한국은 미래 산업에서 중국·일본에 동시에 맞서야 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경쟁 구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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