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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빛 노을이 서산에 걸리면…
별빛 떼루아가 넘실대는 땅, 영천와인투어
“맥주는 사람이 만들고, 와인은 신이 만든다”란 말이 있다. 와인은 인간의 노력 영역을 넘어 일조량과 강수량, 배수량, 기온, 공기, 토양 등 와인 생산에 관련된 모든 조건들이 조화를 이뤄야만 최상의 맛을 내는 신비로운 술이다. 이를 테루아(Terroir)라 부르는데, 흙을 뜻하는 ‘Terre’에 어원을 두고 있다. 유럽에서는 와인의 이름을 ‘어느 지역 어느 마을의 어떤 샤토’로 결정한다. 이는 생산지의 테루아가 와인을 설명해주는 가장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와인을 한 모금 머금으면 입 안에서는 포도가 자란 그 지역의 자연이 펼쳐진다.
우리나라에도 프랑스의 보르도, 부르고뉴, 메독처럼 환상의 테루아를 지닌 땅이 있을까.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영천'이 떠오른다. 국내 최대 포도 생산지인 경북 영천은 예로부터 포도 재배에 딱 맞는 조건을 갖고 있었다. 첫째 맑은 하늘. 영천은 연중 일조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어서 늘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사롭다. 둘째 비가 적고, 셋째 분지형 지형으로 일교차가 커 과실이 제 맛을 가장 잘 표현해낸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포도를 상품으로 치는 이유다.
지극히 한국스러운 농가형 와이너리 체험
포도 생산에 멈추지 않고 영동은 와인이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뱅꼬레’(Vin Coree)란 브랜드로 레드, 화이트, 로제, 아이스 등 4종의 와인을 내놓았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와인 문화를 전하기 위한 체험의 장도 마련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와인학교를 세우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15개의 와이너리도 문을 열었다. 한국의 와이너리는 어떤 모습일까? 여타 지역에는 공장형 와이너리도 있지만, 영천의 와이너리는 농가에서 소규모로 운영하는 정겨운 모습을 하고 있다.
영천 와인투어의 일경은 와인학교에 있는 세계 최대의 오크통이다. 높이 9.8m, 길이 12.8m의 엄청난 규모에 감탄하다 보면 어느새 지하 와인저장고로 이어진다. 오크통 안에 조용히 잠들어 있는 수많은 와인을 감상하노라면 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유럽의 어느 고성에 와 있는 듯하다. 두 번째 감동은 농가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다. 와인여행에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더 설레는 이유는 내가 만든 와인을 집으로 가져가 마셔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천시가 올 8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하는 ‘별빛나이트 와인체험’은 포도 수확과 와인 체험은 물론 별 관측까지 포함되어 있어 예약 인원을 초과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와인사업단 홈페이지를 통해 개별적으로 와이너리를 방문해 와인을 맛볼 수도 있으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영천 와인의 맛을 찾아 떠난 여정
영천의 와인 맛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천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볼 필요가 있다. 달콤 쌉싸래한 와인 향을 뒤로 하고 가볼 만한 곳은 은해사. 신라 헌덕왕 때 혜철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팔공산의 수려한 산세와 계곡이 펼쳐져 있어 가벼운 산책이나 등산을 하기에도 좋다. 은해사로 오르는 길에는 발길을 붙잡는 암자가 하나 있다. 성철스님이 입적하기 전 참선했던 곳으로, 채색 없는 한옥의 아름다움이 물씬 풍긴다. 정몽주의 충절이 살아 있는 임고서원 역시 들러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맘때 찾으면 임고서원 앞을 지키는 500년 된 은행나무가 쏟아낸 노란 은행잎 융단이 온 땅을 뒤덮어 장관을 이룬다.
영천 나들이는 해가 져도 쉬이 끝나지 않는다. 보현산 정상에 있는 보현산 천문대를 찾아 천체관측을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천은 맑게 갠 날이 많고 하늘이 청정해 우리나라의 첫 천문대가 들어섰다. 보현산의 능선이 만들어내는 장쾌한 전망도 탄성을 자아낸다. 산을 돌아 오르는 길은 갈대와 단풍으로 수놓아져 있어 드라이브에 그만이다.
영천의 곳곳을 누비고 나면 비로소 영천 와인의 맛이 어떤지 명확히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낮이면 파란 하늘에서 따사롭게 쏟아지는 햇살, 밤이면 곱게 빛나는 별빛, 임고서원의 노란 단풍, 보현산과 팔공산의 명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기운, 정직하게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영천 사람들….
영천이 가진 테루아가 조화롭게 만들어낸 와인은 그윽한 향과 단맛, 쓴맛, 신맛, 떫은맛이 조화롭게 혀를 감싸고 돈다. 우리 입맛에 맞는 딱 영천을 닮은 맛이다. 오크통에서 와인이 익어가는 마을, 영천에 가야 할 이유는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영천와인사업단 영천와인투어 Info
일시 ~12월 31일까지
장소 영천와인학교 및 와이너리
체험비 1인 1만원
체험내용 와인학교 방문, 와이너리 체험 프로그램 참가, 점심
신청방법 2일 전 인터넷 예약
문의 054-331-6867 www.ycwine.or.kr
위치 경북 영천시 오미동 1144
Tip. 영천 여행 정보
◆ 주변 볼거리
임고서원 <단심가>로 임금에 대한 충절을 노래했던 고려시대의 문인 정몽주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서원. 보물로 지정된 정몽주의 영정과 서원 앞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볼거리.
보현산 천문과학관 국내 최초의 5D 돔 영상관에서 입체영상과 시뮬레이션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우주 체험이 가능하다. 천체망원경으로 직접 별을 관찰함은 물론, 전시실에서 과학상식도 쌓을 수 있다. 문의 054-330-6447
별빛마을 다랭이 논에 저농약으로 쌀을 재배하고, 산자락에 심어진 사과나무에 빨간 사과를 재배하는 아름다운 마을로 계절별 농촌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문의 054-336-4176
◆ 맛집
남연허브식당 직접 가꾼 신선한 허브가 올려진 비빔밥과 고기쌈이 주 메뉴. 식용 꽃과 향긋한 허브의 색다른 맛과 색감을 느껴볼 수 있다. 문의 054-335-2145
편대장영화식당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육회가 유명한 집. 칼칼한 국물이 개운한 쇠고기가 들어간 ‘소찌개’를 주문하면 푸짐한 양이 나온다. 문의 054-334-2655
중화 신선한 대합, 새우, 낙지, 주꾸미, 꽃게, 키조개, 전복 등이 들어간 대표메뉴 ‘활패짬뽕’을 전골처럼 낸다. 가격은 2만원. 수타로 만든 면발도 쫄깃하다. 문의 054-333-6233
◆ 숙소
보현산 약초마을민박 보현산 중턱에 자리한 공기 좋은 숙박지로 주인이 재배한 웰빙 약초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콘도형으로 내부에 취사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약초장아찌 만들기, 산나물 채취, 장 담그기 등 계절별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문의 054-336-4468
운주산승마자연휴양림 삼림욕과 승마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운주산휴양림에는 7개의 통나무집이 있다. 여름에 한시적으로 야영장을 개방하며 체육시설, 주말농장 등도 있다. 문의 054-330-6287
보헤미안 펜션 치산국민관광지 입구에 있어 수려한 산세와 맑은 계곡을 바라다보며 머물기 좋다. 펜션에서는 야생화 온실을 둘러볼 수 있다. 문의 011-512-1551
글 강미숙 기자 사진제공 영천시청, 영천와인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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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아..울집에서 40분이면 가는데.... 함가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