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 성격 맞춤 지수란?
한국메사연구소의 검사는 ‘부모와 아이의 성향을 파악한 뒤 그 둘의 성향이 얼마나 잘 맞는가’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검사는 심리철학자 칼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시카고 대학 메사 연구소에서 진행하던 검사를 공동 연구를 통하여 국내 실정에 맞게 수정하였다.
“내 자녀라고 해서 100% 아이의 성향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양쪽 배우자의 성향을 골고루 닮기 때문에, 오히려 이해 못하거나 싫은 부분이 많죠. 성향 검사를 하면 아이의 성향과 나의 성향이 얼마나 다른지 극명하게 알 수 있어요. 그리고 그를 통해서 서로를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지요.” 여기까지만 들으니 검사의 진행 방식은 물론 내용까지도 MBTI 같은 일반 기질 검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메사연구소의 다음 설명은, 아이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라면 솔깃할 만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아이와 엄마의 기질을 파악하고 난 뒤에는 서로의 성격 맞춤 지수 검사가 진행됩니다. 성격 맞춤 지수는 0에서 100까지로 나뉘는데, 만약 35점 이하라면 그동안 아이의 성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양육하였을 가능성이 큰 것이죠. 특히 학습에 있어서도 아이의 의욕을 꺾는 방식의 말이나 행동을 하였을 수 있습니다.” 실제 검사의 항목을 확인하였더니, 한국메사연구소의 이 설명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계획을 세워서 일을 처리한다’는 현실주의자 부모와 ‘미래의 원대한 포부만 생각한다’는 꿈을 쫓는 이상주의자 성향의 아이가 만났을 경우, 그 둘은 당연히 부딪히지 않겠는가. 엄마의 입장에서는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지 않는 아이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반면 아이의 입장에서는 엄마의 방식이 답답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이렇게 성향이 다른 아이에게 부모의 방식만을 강요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 연구소를 찾는 사람들 중 성격 맞춤 지수가 낮은 경우, 부모와 자식 관계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굉장히 악화될 수 있더군요. 초등학교 때까지는 아이가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방식일지라도 부모의 요구를 참고 들어주지요.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더 큰 반항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결국 지금 당장의 성적이 아니라, 10년, 20년 후의 미래를 고려한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학습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꿈을 좇는 이상주의자 아이의 경우, 부모가 계획을 세워서 공부를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원대한 목표를 세우도록 하고 그를 이루기 위해서 어떠한 학습이 중요한지를 일깨워주기만 하면 스스로 공부에 흥미를 느낀다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결과를 통해서, 요즘 엄마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아이의 교육 플랜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성향에 따라 영어 유치원에서 경쟁력이 있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일반 유치원이 나은 아이가 있다는 것. 또한 혼자 외국 유학을 보냈을 때 잘 헤쳐나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큰 아이도 있다고 한다. “물론 성향 검사 결과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또한 이 결론으로 아이의 미래를 규정화시켜도 안 됩니다. 다만, 아이에게 전혀 맞지 않는 학습 방식과 기관을 강요하지 않는 기준으로 삼아야겠지요”라는 것이 한국메사연구소의 마지막 조언이었다.
학습 성향 검사는 무엇인가요?
연우심리연구소에서는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검사하고, 그를 통하여 부모의 학습 지도 방법을 조언해주었다. 데이비드 커시와 다이앤 히콕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U&I 검사인데, 아이의 성격은 ‘행동 특성과 학습 태도’에 따라 1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 쉽게 지루해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용돈을 받으면 금세 써버리고, 문제를 대충 읽어서 아는 문제도 곧잘 틀리죠. 이런 행동형 아이들은 모험을 좋아하기 때문에 체험학습을 시켜주어야 합니다. 또한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공부를 시켜야 하죠. 아무리 계획표를 짜고 규칙적으로 공부를 하라고 해도 효과가 없어요. 대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계획을 세워 ‘하루 1시간 공부해라’가 아니라 ‘10페이지만 풀자’고 독려해야 합니다.” 이 밖에도 철두철미하고 꼼꼼한 규범형, 고집 불통인 행동탐구형, 호기심투성이인 탐구형 등으로 아이의 성향은 나눠진다. 김만권 소장은 그중 ‘행동탐구이상형’의 아이는 부모가 조금 더 세심하게 지켜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행동탐구이상형의 아이는 다재다능하고 창의력이 풍부하다. 또한 민첩성이 뛰어나 임기응변 능력도 있다. 반면 일상 규범과 표준 절차를 잘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선생님 혹은 부모와 부딪힐 가능성도 훨씬 크다. 학습에 있어서도 체벌로 다스리면 아이가 크게 반항하거나 완전히 공부를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칭찬과 격려로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에게만 맞춰주면 균형 잡힌 교육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아이의 성향을 아는 것은 가장 기초에 불과합니다. 이후 임상 심리 상담을 통해서 아이와 엄마가 모두 만족하는 학습 지도 방법을 알려주어야 하지요.” 이 검사의 목적은 ‘아이 멋대로 내버려두라’가 아닌, 되도록이면 ‘아이와 갈등을 겪지 않고 학습을 유도하자’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간혹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가 학습에 부담을 느끼는 성향이어서 “그냥 놀리기만 한다”거나 규범을 싫어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지키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그러한 이분법적 사고 또한 아이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만권 소장은 오히려, “아이의 성향에 맞는 기준을 세우고 그쪽으로 학습과 생활 태도를 유도하라”는 조언을 들려주었다.
아이 성향 검사에 대한 에디터의 결론
취재를 하여보니 인간의 기질 검사 이론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애니어그램과 MBTI 등이었다. 하지만 사실 이 검사들은 성인을 위주로 개발된 것이고, 아이용 검사를 진행한다는 기관에서도 사실은 중·고등학생 이상을 위한 검사 텍스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유아를 위한 검사는 한국메사연구소에서 진행하는 5세부터 초등학생 아이들을 위한 학습 성향 검사가 거의 유일하였다. 그 외 국립 대학교 혹은 사립 영재센터의 검사가 있었지만, 그는 아이의 성향에 대한 검사라기보다는 지적 능력 측정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한국메사연구소는 아이의 학습 성향을 16가지, 연우심리연구소는 14가지로 나누었는데, 검사 내용을 페이퍼로 받아보니 사실 일반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검사를 받은 이들은 “이전까지는 공부와 아이의 성향을 연결할 생각도 못했는데, 이를 통해서 아이의 현재 상황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더욱이 성격 맞춤 지수가 낮게 나온 경우, 아이에게 맞는 방식을 고민하는 계기도 되었다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상담을 받으니 집에서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구체적인 교육 방법을 조언해주는 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고. 하지만 전문가의 조언대로,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아이를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방법 정도로 활용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