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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말고 결혼] 16
S#1. 야외결혼식장 D
웨딩드레스 입은 장미와 턱시도 차림 기태가 심각하게 마주 서서.
장미 : 접자.
기태 : 정말?
장미 : 정말.
기태 : 후회 안 하지?
장미 : 안 해.
기태 : 진짜 접는다.
장미 : 접어.
기태 : (무거운 한숨 후...!) 알았다...! (홱 돌아서면)
야외결혼식장 위로 꾸물꾸물 먹구름 시커멓게 몰려오는 하늘.
S#2. 타이틀 <연애 말고 결혼> “제16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S#3. 퓨전대포집 D
테이블마다 콰트로치즈 김치전 먹는 손님들.
손님1 : 콰트로치즈 김치전 주세요!
손님2 : 여기도 하나 추가요!
현희 : 네 알겠습니다!
바쁘게 테이블 돌며 주문을 받는 현희, 주방 쪽으로 가면 여름 바쁘게 김치 썰고,
장미 김치전 뒤집느라 정신없다.
현희 : 대박인데?
장미 : (으쓱) 내가 김치 거래처 하난 잘 텄지?
세 사람 하이파이브 하며 자축하는데 무거운 얼굴로 안으로 들어서는 기태,
장미 : 공기태!! (환한 얼굴로 쪼르르 달려가) 봤어? 다들 김치전만 찾는다?
기태 : (무거운 눈빛으로 말없이 장미를 보고)
장미 : (여전히 웃는 얼굴로) 뭘 그렇게 봐?
기태 : (무겁게 입 여는) 장미야..
장미 : (살짝 웃음기 걷히는 얼굴) 왜? 무슨 일 있어?
기태 : 놀라지 마..
장미 : (불길한 예감으로 보면)
장미Na : 삶은 언제나 반전의 연속이다. 가장 좋을 때 가장 나쁜 것이 온다.
기태, 뭐라고 말하는데 입만 움직이고 소리는 들리지 않고 기태를 바라보는 장미의 얼굴 하얘진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듯 점점 커지는 시끄러운 매미소리, 맴맴맴맴매앰--------!!!!!!!!!
S#4. 장미 집 안방 D
돌아 누워있는 나소녀.
장미 : 왜 말 안 했어요!
나소녀 : (등 돌린 채) 너는 왜 말 안 했어?
장미 : (멈칫.. 돌아보면)
문 밖으로 거실에 앉아있는 기태 보인다.
장미 : 천천히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우리 둘이 좀 더 확신이 생긴 다음에..
나소녀 : 뭐?? (그 말에 욱해서 벌떡 일어나 앉더니) 니들 그럼 확신도 없이 서로 붙어 다니는 거야??
(문 밖에 대고) 또 장난질이나 치고 있는 거냐구 니들!!!!
장미 : 지금 내가 문제가 아니잖아요, 엄마가 아픈데...!
나소녀 : (흥.. 시선 외면하면서) 별 거 아냐. 뭐 간단한 수술이래.
장미 : 수술은 언제예요?
나소녀 : (담담하게) 내일모레. 내일 입원하라더라.
장미 : (슬픔 꾹 삼키고) 아빠도 모르죠?
나소녀 : 그 인간한테는 절대 말 하지 마!
장미 : 아빠도 알아야지, 아빠가 알면 아마 이혼소송도 접고..
나소녀 : (자르고) 내가 왜 숨겼는데! 그 인간이 알면 이혼 못할까봐 숨겼는데!
장미 : 네...?
나소녀 : 꼴에 또 연민이니 책임감 그 비스무리한 거 흉내내려고 들까봐!
이딴 일로 괜히 구차하게 그 인간이랑 다시 엮이기 싫어서!!!
장미 : 엄마..
S#5. 장미 집 거실 D
모녀의 대화를 조용히 듣는 기태. 책 사이에 끼워진 채 비죽 나온 주경표 엽서 본다.
기태 : (엽서 끄집어내서 보면) ...!
나소녀, 방에서 장미를 몰아내며.
나소녀 : 그만 귀찮게 하고 나가!
장미 : (떠밀려 나오며) 아 엄마아...!
기태 : (엽서 재킷 안주머니에 슬쩍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나소녀 : (기태 노려보며) 인간이 덜 된 건 알았지만 입도 아주 싸네?
기태 : (머쓱..)
장미 : 엄마! 그래도 엄마 생각해서..
나소녀 : (자르고) 내 생각하지 마세요 공기태씨! 장난은 한 번으로 족해!! 아니, 장난 아니래도 안 받아줘!
결혼을 한다 그래도 결사반대라고 난!! (장미와 기태를 마구 밀쳐내며) 나가!! 나가아!!!
S#6. 장미 집 밖 D
문 밖으로 떠밀려 나오는 기태와 장미. 쾅! 닫히는 현관문.
장미 : (아빠 전화 거는데 전원 꺼져있고)
기태 : 아버님 전화 안 받으셔?
장미 : 계속 꺼져있어.
기태 : 우리가 모시러 가자.
장미 : 어딨는 줄 알고..
기태 : 내가 알아. (차로 가면)
장미 : ?
S#7. 장미 집 앞, 기태 자동차 안 D
재킷에서 엽서 꺼내 발신인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는 기태.
장미 : 어?? 아빠가 보낸 엽서?
기태 : (주소 입력하며) 어.
장미 : (끙) 건 또 언제 봤대 창피하게..
기태 : 뭐가 창피해?
장미 : 바보 똥개 멍청이 그런 거 적혀 있잖아.
기태 : 아닌데?
장미 : 아니라고?
기태 : 내가 본 중에 제일 로맨틱한 연애편진데?
장미 : 그럴 리가.. (손 내밀어 엽서 보려는데)
기태 : (샥 치우고 도로 재킷 주머니에 넣고) 출발하자.
장미 : ...?
S#8. 달리는 기태 차 D
심란한 얼굴로 앞만 보고 앉아있는 장미.
운전하면서 그런 장미를 흘끗흘끗 보는 기태. 장미의 기분을 좀 가볍게 해주고 싶은 마음.. 음악을 틀면,
바로 음악 탁 꺼버리는 장미.
바람 좀 쐬라고 장미 쪽 창문을 슥 내려주면, 바로 창문 올려버리는 장미.
기태 : (힐끗 보더니) 휴게소 들러서 뭐 좀 먹을래?
장미 : 아니.
기태 : 커피라도 마시자.
장미 : 별로.
기태 : 화장실은?
장미 : 지금 어디 놀러가? 나들이 나온 거 아니거든?
기태 : (그래도 휴게소 간판 나오니까 핸들 꺾는)
장미 : 야 공기태!
기태 : (꿋꿋하게 휴게소로 차 몰고)
S#9. 휴게소 D
썰렁한 얼굴로 앉아있는 장미. 그 앞에 우동, 김밥, 떡볶이, 돈까스, 어묵.. 한가득 차려진 휴게소 음식들.
이미 식탁 다리 휘어지는데 아이스크림에 음료수까지 사들고 오는 기태.
기태 : (해맑은 얼굴로 앞에 앉으며) 왜 안 먹어? 먹고 있으라니까.
장미 : 안 먹는댔지!
기태 : (태평하게 먹기 시작하고) 맛있다! (다른 것도 먹고) 이것도 맛있고! (또 다른 것도 먹고) 와! 다 맛있네!
장미 : (어이없는) 공기태 너 진짜 뭐하는 거야? 지금 밥이 넘어가??
기태 : (먹으면서) 그럼 나도 너랑 같이 바닥까지 축축 처질까? 나라도 먹고 힘내야지.
그래야 니가 그렇게 나한테 화풀이해도 웃는 얼굴로 받아주지. (싱긋 웃으면)
장미 : ... (미안한 마음에 괜히 뚱하게) 빨리 먹어. 빨리 가게.
기태 : 그럼 좀 거들든가. (장미 입에 김밥 내밀고)
장미 : (마지못해 입에 넣고 우물우물)
기태 : (빙긋)
장미 : 근데.. 너 우리 엄마한텐 왜 갔던 거야?
기태 : 너만 우리 어머니 이쁨 받는 게 배 아파서. 나도 이쁨 좀 받아보려고.
장미 :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우리 엄마 수술도 혼자 받을 뻔 했다... (엄마가 아픈 줄도 몰랐다는 자책감과 슬픔에 눈물 글썽)
기태 : 먹어. (숟가락 쥐어주며) 먹어야 아버님도 찾고, 어머님도 돌보지 어?
장미 : (눈물 그렁해서 꾸역꾸역 입에 넣고)
S#10. 도로 D
달리는 기태 자동차. 음악을 틀어주고 창문을 내려주는 기태. 기태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는 장미.
기태, 운전하면서 장미의 손을 꼭 잡아준다. 그런 기태가 든든하고 고마운 장미.
S#11. 민박집 앞 D
차에서 내리는 기태와 장미. 엽서에 적혀있는 민박집 주소와 번지수 비교해보는 기태.
장미, 엽서 보려고 슬쩍 고개 들이밀면.
기태 : (얼른 엽서 재킷 주머니에 넣고) 제대로 찾아왔네.
S#12. 민박집 D
민박주인 : 아 그분!!
장미 : (기대하는 눈빛으로 보면)
민박주인 : 아마 낚시하러 갔을 거예요. 원체 밤낮으로 물가에만 가 앉아있더라고.
기태 : 그게 어느 쪽이죠?
S#13. 낚시터 D
물가를 따라 걸으며 주경표를 찾는 장미와 기태.
장미 : (앞서 걸으며) 아빠!!!! 아빠!!!!!
기태 : (뒤따르며) 아버님!!!
두리번거리며 주경표를 불러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헤매고 다니느라 땀범벅이 된데다 안색도 안 좋은 장미. 속이 불편한 듯 주먹으로 가슴 꾹 누른다.
장미 힘 쭉 빠진 뒷모습이 안쓰러운 기태, 기분 풀어주려고 살금살금 다가가서.
기태 : (물에 빠트릴 듯 왁!!!! 놀래키고)
장미 : (진심 놀라서 꺅!!!) 엄마!!!!!!!!!!!
기태 : (낄낄대며 놀리면)
장미 : (정색하고) 하지 마라. (다시 앞서 걷기 시작하고)
기태 : (옆으로 따라붙어서) 우리 사진 찍을까?
장미 : 무슨.. (내키지 않는데)
기태 : 에이 그러지 말고! (장미와 어깨동무 하고 해맑게 웃으며 찰칵!)
전용프린터기로 바로 뽑아져 나오는 사진.
기태 : (장미에게 사진 보여주며) 어때?
장미 : (애써 웃으며 받아주는) 잘 나왔네..
기태 : 잘 나오긴, 니 얼굴 완전 누렇게 떴는데? (멈칫.. 그제야 장미 보고) 너 안색이 왜 그래?
장미 : (괴로운 얼굴) 체한 것 같아.. (욱.. 구역질 올라오고)
기태 : ...!
나무 뒤로 달려가 토하는 장미. 얼른 쫓아가 등 두드려주는 기태.
기태 : (등 두드리며) 괜찮아?
장미 : (하나도 안 괜찮은 얼굴로) 괜찮아..
기태 : 어떡하냐.. 괜히 억지로 먹였나 보다. (손수건 꺼내 내밀고) 미안.
장미 : (받아서 입 닦고) 괜찮다니까..
물가에 털썩 주저앉는 장미, 허탈한 얼굴로 망연자실 호수를 바라본다.
그 옆에 나란히 앉는 기태. 힐끗힐끗 장미 눈치를 살핀다.
기태 : 병원 갈래?
장미 : ...
기태 : 그럼 약국 갈까?
장미 : ...
기태 : 물이라도 마실래?
장미 : ...
기태 : 아님 결혼할까?
장미 : 아 쫌! (그냥 좀 내버려두라고 성질내려다가 멈칫) 어...?
기태 : (장미 어깨를 감싸 안으며) 결혼하자.
장미 : (얘가 지금 무슨 의도로 이러나 빤히 보다가 어깨에서 기태 팔 떼어내고) 나 기분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건 알겠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아?
기태 : 내가 겨우 니 기분이나 풀어주자고 인생까지 걸 놈으로 보여?
장미 : 그럼 우리 엄마가 걸려서 그래? 엄마 때문에 떠밀려 결혼하진 말자. 우리 확신이 먼저야.
기태 : 난 확신 생겼는데?
장미 : (멈칫.. 보면)
기태 : (똑바로 본다)
장미 : ... (잠깐 머뭇하더니) 그만하자. 이 상황에 할 얘긴 아니다.
기태 : 이 상황이 뭐 어때서?
장미 : 다른 얘기도 아니고 그런 얘기를.. 넌 어떨지 몰라도 나한텐 진짜 중요한 순간인데, 일생 한번이고 평생 추억인데..
나한테선 토냄새에 땀냄새에.. (고개 홱홱) 취소취소!!! 못 들은 걸로 할게! 지금은 아니야!
기태 : 지금이 뭐 어때서? 풍경 좋고! 날씨 좋고! 우리 둘 말곤 아무도 없고!
장미 : 엄마 낼모레 암수술 받고! 아빤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고! 찾는다고 아빠가 갈지도 모르겠고 엄마가 받아줄지도 모르겠고!
엄마 아빠 결혼이 박살난 마당에 내가 내 결혼을 생각하고 싶겠냐고!!
기태 : 두 분 화해하실 거야.
장미 : 어떻게 알아..
기태 : 내기할래?
장미 : (보면)
기태 : 두 분 화해하면 우리 결혼하기.
장미 : (픽.. 자조) 엄마 아빠 결혼 박살난 걸로 모자라 나까지 결혼 못하겠네..
기태 : 그건 내기 끝나봐야 알지. 니가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결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지지 않는다면,
우리도 결혼을 한번 믿어보자고. 어때?
장미 : 근데 뭘 보고 자신만만이야? 엽서?
기태 : (알쏭한 얼굴로 어깨 으쓱)
장미 : 아빠가 뭐라고 썼길래? (기태 주머니에 손 넣는데)
기태 : (슥 피하고)
장미 : 좀 보자! (덤벼들어 주머니에서 엽서 강제로 꺼내고)
기태 : 안 되지! (엽서 도로 뺏어 머리 위로 번쩍 들어올리고)
장미 : 너 진짜!! (승부욕 발동해 폴짝폴짝 뛰면서 엽서 뺏으려고)
엽서 쟁탈전 벌이는 두 사람. 그러다 두 사람 손 벗어나는 엽서, 바람에 날려 저만치 땅에 떨어지고,
두 사람 엽서를 향해 몸을 던져 달려가는데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낚시꾼(중년 남자) 그 엽서 주워든다.
낚시꾼 : (보더니) 어?
달려오는 장미와 기태 끽 멈춰서면.
낚시꾼 : 이거 그 아저씨 엽서네?
장미 : (눈 커져서) 우리 아빠 아세요?
낚시꾼 : 아가씨가 딸이에요? 요즘 세상에 엽서를 다 쓰나 신기해서 몇 마디 나눴는데, 이혼하신다는.. 맞죠?
장미 : 아 네..
기태 : 마지막으로 보신 게 언제죠?
낚시꾼 : 오늘요. 가게 접을 거라고, 마지막으로 정리하러 서울간다 그러던데요?
장미 : !
기태 : ! (장미 보면)
장미 : 고맙습니다...! (서둘러 돌아서서 가고)
낚시꾼 : (엽서 내밀며) 이거 가져가요!
기태 : (엽서 받고) 감사합니다! (장미 따라가면)
S#14. 호프집 밖 N
가게 밖 유리에 붙어있는 종이. “임대 문의 010-0000-0000 -OK부동산-”
그 앞에 와 서는 기태 차. 서둘러 내리는 장미와 기태.
S#15. 호프집 N
30년을 바친 손바닥만 한 작은 공간.. 회한어린 얼굴로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는 주경표.
장미와 기태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취해서 소주만 연거푸 마신다.
장미 : (소주잔 든 주경표 손 붙잡고)
주경표 : (그제야 고개 들고) 어...? 이게 누구야.. (촉촉한 눈빛으로) 우리 딸...!
장미 : (수척해진 아빠 모습에 눈물 글썽) 아빠...!
주경표 : (고개 돌려 저만치 서있는 기태를 보며) 그리고 우리 공서방...
기태 : (꾸벅 인사하는데)
주경표 : (애틋하게 바라보던 눈에 순간 힘 빡!!! 들어가며) 공서방????
(벌떡 일어나더니) 이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또 그 면상을 비춰!!!
장미 : (말리며) 아 아빠! 일단 앉아요!
기태 : 죄송합니다 아버님, 저 장미 만나고 있습니다.
주경표 : 뭐, 만나??? (장미 보면)
장미 : 네. 만나요.
주경표 : 이건 또 무슨.. 니들 진짜 결혼하겠다는 거야?
기태 : (그렇다고 말하려는데)
장미 :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주경표 : 얼버무리는 거 보니까 이 놈 이거 또 장난질치는 중이구만? (꼭지 돌아서) 안 그래도 화풀이할 데가 필요했는데
잘됐다 너 이놈!!! (기태한테 덤벼들어 멱살잡고) 너 오늘 나한테 한번 죽어 봐!!!!
장미 : (뜯어말리며) 아 아빠!!!!
기태 : (멱살 잡힌 채) 아버님, 진정하시고 제 말씀 좀..
주경표 : 결혼할 것도 아니면서 대체 왜 내 딸 근처에서 얼쩡거려? 어??
장미 : 좀 놔요!! 내가 아직 결혼에 확신이 안 선 거라구!!!
주경표 : (잠깐 멈칫하더니) 니 놈이 어떻게 했길래 얘가 확신이 안 서??
사내새끼가 그 정도 확신도 못 주고 대체 뭐하는 거냐고!!!
장미 : (울컥해서 버럭) 그러는 아빠는!!!!!!!!!
주경표 : (멈칫..)
장미 : 아빤 엄마한테 확신 줬어요? 오죽하면 엄마가 암 걸린 것도 숨겼을까!!
주경표 : (멈칫.. 암? 기태 멱살 잡았던 손 놓고) 다시 말해 봐..
장미 : (눈물 그렁) 아빠..
주경표 : 다시 말해 보라고!
장미 : 엄마가 아파요.. (눈물 툭) 유방암이래..
주경표 : (충격!!! 눈앞이 캄캄해져 비틀..)
기태 : (주경표 부축해 의자에 앉혀주고)
장미 : 집에 가요.. 엄마 내일 입원하는데.. 병원에 같이 가줘요..
주경표 : (툭) 안 갈란다.
장미 : 왜요!
주경표 : 니 말대로 오죽하면 숨겼겠냐.. 오죽 싫으면.. 오죽 의지가 안 되면..
장미 : 그래도..
주경표 : 가봤자 도움 안 돼.. 여편네 괜히 승질피우다 혈압이나 오를라.. 수술 전에 안정해야 될 텐데..
기태 : 아버님.. (설득해 보려는데)
주경표 : (자르고) 그 여자한테 난 고작 그런 존재야. 우린.. 다 끝났어..
장미 : (울컥.. 밖으로 나가고)
S#16. 호프집 밖 N
밖에으로 나와 훌쩍이는 장미. 따라 나와 가만히 안아주는 기태.
기태 : 어머니께 가 봐. 아버님 옆엔 내가 있을게.
장미 : 고마워.. (기태에게 안겨 있다가 툭) 근데 우리 어떡하지?
기태 : (보면)
장미 : (힘없이 배식..) 내기했었잖아. 우리 결혼은 못 하겠다?
기태 : 기다려 봐. 내기는 아직 안 끝났어.
장미 : 끝났어.. (안기듯 스윽 기태 재킷 주머니에 손 넣으며) 그니까 한번 보자.
기태 : 어허! (슥 피하며) 내가 이 정도 스킨십으로 방심할 것 같아?
장미 : (피식) 니가 그러니까 더 궁금하잖아.
기태 : 내기 끝나면 보여줄게! (다시 한 번 장미를 꼭 안아준다)
S#17. 장미 집 안방 N
가방에 세면도구, 수건, 속옷 등 간단한 입원준비물을 챙기는 나소녀. 겁도 나고 불안해서 한숨 쉬는데
거실 쪽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이 들린다. 얼른 가방 지퍼 닫고 돌아누우면,
장미 : (안으로 들어오며) 엄마..
나소녀 : (멈칫.. 얼굴에 스치는 실망, 돌아보고) 장미구나..
장미 : (나소녀 옆에 누워 엄마 안아주며) 내가 엄마 남편하지 뭐. 내가 엄마 반려자 할게.. 평생 옆에 있을게.. 응?
나소녀 : 너 그 끔찍한 소리를 위로랍시고..
장미 : 공기태 결사반대라며? 그럼 뭐 엄마한테 빌붙어 살아야지 뭐..
나소녀 : 나쁜 년..
장미 : (엄마 꼭 안아주며) 엄마.. 외롭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S#18. 공씨네 거실 N
어둑한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신봉향.
노점순 : (저만치에서 신봉향 물끄러미 보다가 다가서며) 아직 안 잤구나?
신봉향 : 어머님은요? 불면증 도지셨어요?
노점순 : 마음의 짐을 좀 덜어야 잠이 올 것 같다.. (신봉향 옆에 앉고)
신봉향 : ...?
노점순 : 에미 너.. 기태 데리고 집 나갔을 때 생각나니?
신봉향 : (멈칫) 그 때 얘기는 왜..
노점순 : 기억하고 싶지 않니?
신봉향 : ...
노점순 : 기태한테는 생애 가장 행복한 기억이라는데?
신봉향 : ...?
S#19. 기태 집 침실 (과거) N
어린 기태와 나란히 누워있던 신봉향.
S#20. 기태 집 거실 (과거) D
입가에 시커멓게 짜장 묻히고 짜장면 먹는 어린 기태. 그런 아들을 미소로 느긋하게 바라보는 젊은 신봉향.
화면 바뀌면, 짜장면 그릇 치우지도 않고 그대로 놓였고 신봉향과 어린 기태 아무것도 아닌 장난을 치며 깔깔대고 웃고..
둘이 한 몸으로 얽혀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게으름 피우는 모습.
S#21. 공씨네 거실 N
신봉향 : 제 생애 가장 게으른 나날이었죠. 밥도 안 하고 청소도 안 하고.. 기태한테 해준 게 아무것도 없었는데...
노점순 : 그러니 기태가 행복했지.
신봉향 : ...?
노점순 : 엄마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자기 옆에만 있어줬으니 말이다.
신봉향 : ...!
노점순 : 이제 그만 내가 널 놓아줘야겠구나..
신봉향 : (멈칫) 네...?
노점순 : 보내주겠다고. 떠나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고.
신봉향 : (눈시울 붉어져서) 무슨 말씀이세요 어머니.. 전 어떻게 살라고..
노점순 : 기태 엄마로 살면 되지. 완벽한 며느리, 완벽한 아내, 완벽한 어머니, 그딴 짐 이제 다 내려놓고..
기태 옆에.. 기태 엄마로 있어주렴.
신봉향 : (눈물 툭..) 어머니는 어쩌구요....?
공미정 : (소파로 와서 앉으며) 내가 있잖아요.
신봉향 : (보면)
공미정 : 며느리만 효도하라는 법 있어요? 우리 엄마니까 내가 챙겨요!
신봉향 : (울컥) 아가씨...!
노점순 : (신봉향의 손을 꼭 붙잡고) 그 동안 고생 많았다. 진심으로 고맙다..
공미정 : (신봉향의 어깨를 끌어안고) 고마워요 언니..
세 여자 함께 흐느끼는 모습..
S#22. 호프집 N
말없이 소주만 마시는 주경표. 맞은편에 앉아 주경표의 빈 잔을 묵묵히 채워주는 기태.
주경표 : 가라니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건가?
기태 : ...
주경표 : (볼멘소리) 올 거면 진작 오든가!
기태 : (보면)
주경표 : 속았다는 괘씸함보다.. 진짜가 아니었다는 아쉬움과 섭섭함이 더 컸다고..
기태 : 죄송합니다, 그게..
주경표 : (가로막는) 말 안 해도 알아.
기태 : (보면)
주경표 : 신중하고 싶었던 거겠지. 이번에야말로 진짜 잘 해보려고..
기태 :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경표 : 남자들끼리는 말 안 해도 통하는데 말이야.
기태 : 여자들은 꼭 구차하게 말을 해줘야 알더라구요.
주경표 : 바보들. 말보다 행동이 어려운 거지.
기태 : 어찌 보면 그래서 더 고맙죠.
주경표 : ?
기태 : 행동은 어려운데 말은 쉽잖아요. 쉬운 말 한 마디면 되는데..
고작 말 한 마디면 간단히 넘어와 주는데.. 얼마나 고맙습니까?
주경표 : ...! (기태를 향해 처음으로 픽.. 웃고)
기태 : (마주보고 빙긋 웃는데)
주경표 : (얼굴 싹 바꾸고) 그래서 자네는 내 딸을 세치 혀로 다루고 있는 건가?
기태 : (당황) 아 아닙니다! 그런 건 절대 아니구요! 하하하!
주경표 : (피식.. 소주 마시고 빈 잔 기태에게 건네고)
기태 : (주경표가 따라주는 술 받아 마신다)
S#23. 장미 집 안방 N
서로를 꼭 끌어안은 장미 모녀의 모습에서.
S#24. 강한 병원 전경 D
S#25. 진료실 D
의사1, 유방암 초음파와 MRI사진을 화면에 띄워놓고 설명하고. 나란히 듣는 장미와 기태.
의사1 : 보시면, 암 크기는 1.4cm 정도죠. 위치도 좋고.. 림프절 전이 여부는 열어봐야 알겠지만,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장미 : (안도하는데)
의사1 : 문제는 상피내암인데요..
장미 : (덜컥) 암이 또 있다는 말씀이세요?
기태 : 걱정 마. 상피내암은 절제만 하면 100% 치료되는 초기 암이야.
의사1 : 그렇긴 한데.. 암이 군데군데 퍼져 있어서 필히 전절제를 해야 합니다.
장미 : (충격) 한쪽 가슴이 완전히.. 없어진단 말씀이세요...??
기태 : 그것도 걱정 마. 내가 명의 하나 섭외해놨어.
장미 : ...?
그때 안으로 들어오는 세아.
장미 : !! 어??
세아 : 나소녀 환자 보호자분 되시죠? 재건술을 맡은 강세압니다. (손 내밀면)
장미 : (얼결에 손 붙잡고) 세아씨가 우리 엄마 수술해주는 거예요...?
세아 : (빙긋) 수술과 동시에 재건에 들어갈 거예요. 전절제 환자 대부분 가슴이 없어진단 사실에 충격을 받으시는데..
즉시재건을 하면 상실감이 훨씬 덜하실 거예요.
장미 : (울컥) 고마워요.. 세아씨...!
세아 :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하는 김에 처진 것도 끌어올리고 사이즈도 좀 키워보죠! (윙크 찡긋)
장미 : (피식..)
S#26. 입원실 D
6인 병실 한쪽에 혼자 앉아있는 나소녀.
다른 침대에는 하나같이 보호자 하나씩 붙어있는데 젊은 부부, 중년부부, 노부부.. 하필 다 쌍쌍이 부부들이다.
나소녀 : (씁쓸..)
그때 안으로 들어서는 주경표.
나소녀, 멈칫해서 보면, 주경표, 환자복 차림의 나소녀를 착잡하게 본다.
나소녀, 흥.. 얼른 냉랭한 얼굴로 돌아 누워버리고 주경표, 다가가서 나소녀 등 뒤에 선다.
나소녀, 핸드폰 집어 들고 문자 찍는다. “가!”
주경표 : 문자 보내도 못 받아. 홧김에 핸드폰 뽀개버렸거든.
나소녀 : (허..)
주경표 : (무뚝뚝) 나 좀 봐.
나소녀 : (등 돌린 채 꿈쩍 않고)
주경표 : 좀 봐. 얼굴 보고 얘기 좀 하게.
나소녀 : (뒷모습)
주경표 : (낮게 한숨) 그래.. 나보다 이걸 더 반기겠지.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 나소녀 어깨너머로 건네준다)
나소녀 : ? (보면, 통장이다)
주경표 : 열어 봐.
나소녀 : ...? (열어 보면 5천만 원 들어있는 통장) ...! (홱 돌아보면)
주경표 : (피식) 돈 주니까 보네.
나소녀 : (일어나 앉아서) 이게 뭐야?
주경표 : 돈 보면 힘 날 것 같아서.. 힘내서 수술 잘 받으라고..
나소녀 : 어디서 난 돈이냐고!
주경표 : 가게 정리했어. 자네가 질색하는 가게.. 내가 접었다고.
나소녀 : ...! (멈칫.. 고맙고 미안한 생각 들면서 괜히) 아프길 잘했네!
건강할 땐 그렇게 안 놔주더니 골골거리니까 냉큼 떨어지네?
주경표 : 말 막하지 마! 당신이 이혼하쟀어!
나소녀 : 당신도 하고 싶은데 못 한 거였잖아! 나한테 돈 주기 싫어서!
주경표 : 이혼하기 싫다는 뜻이었지!!! 그걸 왜 못 알아처먹어!!!!!!
나소녀 : (멈칫..)
주경표 : 눈치가 그것밖에 안 돼?? 그 정도는 말 안 해도 알아야지!!!
나소녀 : (울컥.. 눈물 그렁해서) 말을 안 하는데 어떻게 알아!!
주경표 : 그래서 너는 아픈 거 혼자 꽁꽁 감췄어???
나소녀 : 니가 언제 물어봤어??
주경표 : 바로 옆에 있었잖아!!!!!! 입 한번 여는 게 그렇게 힘들었어????
나소녀 : 그래 나 아파!! 여기 다 아픈 사람들이야!!! 왜 소리를 질러!!!!
병실 안 시선 집중되고.
아줌마1 : 우린 신경 쓰지 마요..
아줌마2 : 그러게.. (TV 드라마 보던 거 끄고) 모처럼 드라마보다 재밌는데..
주경표 : (끙.. 목소리 좀 낮추고) 돈 줄게! 대신!!!
나소녀 : (대신?)
주경표 : 나.. 당신 옆에 좀 있게 해주라..
나소녀 : (울컥!!! 그래도 튕기며) 됐어! 가지고 가! 구차해지기 싫어!
아줌마1 : 나 같으면 좋다고 받겠네! 저걸 왜 안 받아?
소녀경표 : (멈칫..)
아줌마2 : 아저씬 가라 그러고 돈만 받아요 돈만!
노인1 : 돈만 받으라니! 하여간 여편네들이란.. 의리도 모르나?
아저씨1 : 그러게요, 저런 남편이 어딨다고. 돈도 주고 간병도 해준다는데.
젊은아내 : 우리 남편이 돈 싸들고 왔음 난 아픈 거 다 까먹고 벌떡 일어날 텐데!
다같이 : (맞장구치며 웃고)
나소녀 : (피식..)
주경표 : 봐, 대충 다 받으라잖아. (나소녀에게 통장 쥐어주면)
나소녀 : (못이기는 척 받아들고)
병실안 사람들 웃으며 박수쳐준다.
S#27. 병실 밖 복도 D
문 밖에 서서 그 모습 바라보는 장미와 기태.
장미 : (눈물 글썽이며 피식.. 웃고) 참 화해도 엄마아빠답다! 다워!
기태 : (장미 손을 가만히 잡아준다)
두 사람 조용히 돌아서면.
S#28. 병원 일각 D
병원 뒤뜰로 나란히 걸어 나오는 장미와 기태.
장미 : 이제 좀 보자.
기태 : ?
장미 : 아빠 엽서.
기태 : (엽서 꺼내서 건네면)
장미 : (“밥은 먹었어?” “아픈 데는 없고?”) 뭐야 이게? 별 거 아니네?
기태 : 별 거 아닌 게 얼마나 별 건데.
장미 : ?
기태 : 우리 부모님처럼 특별한 순간만 같이 한다고 특별한 사랑이겠어? 일상을 같이 한다는 게 얼마나 특별한 건데.
장미 : ...
기태 : 자, 내기 결과는 나왔고! 그럼 슬슬 청혼을 한번 해볼까?
장미 : (멈칫)
기태 : (씩 웃으며) 결혼.. (하는데)
장미 : (자르고) 너 또!!!
기태 : 뭐가 또?
장미 : 내 꼴 좀 봐! 꼭 이럴 때! 좀 근사한 데서 잘 차려입고 해주면 안 돼?
기태 : 결혼 얘긴 꼭 각 잡고 해야 돼? 밥은 먹었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그런 결혼은 안 돼?
장미 : (머뭇) 그래도..
기태 : 또 뭐가 문젠데?
벤치로 가서 앉는 장미. 기태 그 옆에 나란히 앉으면.
장미 : 우리 엄마 아픈 것 때문에 니가 이러는 걸까봐.. 어려울 때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라는 거 알겠고, 나도 정말 고마운데..
진짜 이게 결혼에 대한 확신인 건지.. 잠깐의 기분은 아닌 건지..
기태 : 아 그 놈의 확신...!
장미 : 암튼 일단 이 어수선한 상황부터 끝내놓고..
기태 : (자르고) 절대 끝 안 나.
장미 : 어...?
기태 : 앞으로 또 무슨 반전이 터질지 어떻게 알아. 지금은 너랑 내가 이렇게 좋아도
시간 지나 우리 둘 중 누가 바람을 필 수도 있는 거고, 서로 말 한 마디 안 섞고 좀비부부로 살 수도 있어.
장미 : (어이없어) 뭐...?
기태 : 설마 아직도 영원한 사랑 따위를 믿는 거야?
장미 : 나도 현실이 얼마나 잔인한진 알아! (입술 삐쭉) 그래도 프러포즈하는 남자치곤 너어무 안 로맨틱한 거지.
기태 : 내 말은, 결혼에 확신 같은 거, 가질 수도 없고 가져서도 안 된다는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겠다는 거고!
장미 : ...!
기태 : (진지하게 바라보며) 영원한 사랑 따위 없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널 한번 영원히 사랑해 볼게...!
장미 : ......!!
기태 : (보면)
장미 : (픽 웃더니) 그래..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널 한번 믿어볼게...!
마주보고 미소 짓는 두 사람, 서로를 따뜻하게 끌어안는다.
장미 : 근데.. (슬며시) 정말 이게 끝이야?
기태 : ?
장미 : (썰렁하게 눈 끔뻑이며) 뭐.. 없어...? 하다못해 꽃 한 송이라도..
기태 : (떨어져서 엽서 가리키며) 줬잖아. 프러포즈 선물.
장미 : 진짜 이렇게 대충 때울 거야? 그 흔한 반지도 없어?
기태 : (천진한 얼굴로 어깨 으쓱. 없는데?)
장미 : (벌떡 일어나) 역시 안 되겠어! 이번 것도 취소!! 못들은 걸로 할래!!
기태 : 뭐??
장미 : 할 거면 제대로! 성의껏! 멋지게! 다시 하라고!
기태 : 진심 타령 사랑 타령할 땐 언제고.. 알고 보니 이것도 속물이었네?
장미 : 니가 확신하지 말라며? 또 무슨 반전이 터질지 모른다며?
픽 웃는 기태, 장미 손을 잡고 같이 걷기 시작한다.
마주 잡은 두 손 깍지 끼고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장미Na : 그 때만 해도 우린 우리의 결혼에 들이닥칠 최악의 반전을 예상치 못했다.
고작 하나의 반전을 넘은 걸로 삶의 반전을 가볍게 여기는 교만에 빠졌었는지도 모르겠다.
S#29. 입원실 N
어둑한 병실. 두런두런 작은 목소리로 얘기 나누는 나소녀 주경표.
나소녀 : 분명히 말해두는데 난 두 녀석 결혼 결사반대야.
주경표 : 지금은 당신 생각만 해. 얼른 자.
나소녀 : 알았어.. (눈 감고 자려다가 다시 눈 뜨고) 근데..
주경표 : 뭐.
나소녀 : 저쪽 집에선 뭐라 그런데? 허락했대?
주경표 : (픽 웃고) 자라니까. 내일 수술 받을 사람이..
나소녀 : 알았어.. (눈 감았다가 바로 뜨고) 근데..
주경표 : 거 참 말 많네! 또 뭐!
나소녀 : (머리맡에 간직했던 통장 집어 들고) 돈이 좀 비더라?
주경표 : (능청) 그럴 리가.
나소녀 : 많이 비는데? 내가 가게 보증금이 얼만지 아는데..
주경표 : (어색하게 흐..) 치밀한 여편네 같으니라구..
나소녀 : (째려보며 새침하게 흥! 통장 가슴에 품고 잠을 청한다)
주경표 : (픽 웃으며 이불 끌어올려주고)
S#30. 공씨네 거실 D
노점순과 공미정 소파에 앉아있고 그 앞에 찻잔을 내려놓는 신봉향.
신봉향 : 어머니께서 해주신 말씀.. 며칠 고민을 좀 해봤습니다.
노점순 : 그래, 어떤 결정을 내렸든 니 뜻에 따르마.
공미정 :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신봉향 : (무겁게 입을 열려는데)
분위기 깨며 안으로 들어오는 공수환.
공수환 : (들떠서 들어오는) 어머니! 여보! 막내야! 제가 드디어 최종적으로 총장에 선출됐습니다!!!
세 여자 썰렁하게 보고,
공수환 : (머쓱) 축하.. 안 해줄 거예요...?
신봉향 : 축하는 제가 받아야 될 것 같은데요.
공수환 : 아.. 그.. 그렇죠! 물론이죠! 다 당신이 만들어준 건데요...!
(쪼르르 다가와 신봉향의 손을 덥석 잡고) 정말 고생 많았어요!
신봉향 : 그래서 저도 제 고생의 대가를 좀 받아야겠어요.
공수환 : 뭐든지 말 해봐요.
신봉향 : (툭) 이혼해줘요.
공수환 : (멈칫) 네..? 여보.. (살짝 당황) 어머니 계신 앞에서 그 무슨...!!
노점순 : 보내줘라. 우리끼린 얘기 다 끝났다.
공수환 : (당황한 얼굴로 신봉향을 보면)
신봉향 : 당신한텐 자유를 드릴게요. 나한텐.. 이 집을 주세요.
공미정 : (헉!!)
공수환 : (완전 당황) 이 사람이 지금!!
노점순 : (흠.. 통 크게) 줘라!!! 그 정도 받을 자격 있다!
공수환 : 그럼 어머니는요.. (신봉향 보며) 우리 어머니는!!
신봉향 : 어머닌 내가 모셔요.
노점순 : 으음...??
신봉향 : 며느리가 아니라 가족으로, 친구로.. 두 분과 함께 살고 싶은데..
(미소 지으며) 물론 두 분께서 앞으로도 쭉 제 잔소리와 간섭 아래 사는 걸 동의하신다면 말이죠.
노점순 : (뭉클) 에미야....!!
공미정 : (뭉클) 언니...!!
공수환 : 마냥 감동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이 집이 얼마짜린데요...!
세 여자 공수환 싹 무시하고 자기들끼리 얼싸안는다.
공수환, 결국 집도 잃고 가족도 잃고 쫓겨나는 신세.. 외롭다...!!
S#31. 봉 위켄드 D
손님 없는 가게, 나란히 신문 펼쳐들고 앉은 훈동과 엄셰프.
기태 : (들어오며) 나 왔다.
동시에 신문 내리는 훈동과 엄셰프. 둘 다 얼굴에 마스크시트 한 장씩 붙였다.
기태 : (헉!) 뭐하냐?
훈동 : (팩 떼어내고) 우리 엄셰프도 훈남 셰프로 개조 좀 시켜보려고. 달려라 주장미처럼 우리도 좀 달려보게.
엄셰프 : (팩 떼어내고) 한여름 그 자식 나한테서 요리 배워간 거라니까요...!!
엄셰프 꿍얼거리며 주방으로 가면.
기태 : (훈동 옆에 앉고) 현희씨 잘 버는데 넌 그냥 가게 접지 그래?
훈동 : (입 튀어나와서) 현희 지 통장은 보지도 못하게 해. 꽤 벌 텐데 말이지..
넌 결혼하기 전에 재정적인 것부터 투명하게 해 놔라. 나중에 후회한다.
기태 : 난 터치 안 할 건데? 각자 통장 각자 관리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훈동 : 언제까지 쿨하나 보자! (삐쭉거리더니) 장미 어머니는? 좀 어떠셔?
기태 : 수술 잘 됐어. 다행히 림프절 전이도 없고.
훈동 : 잘됐다! 다행이네!
기태 : 경과도 좋아서 내일 퇴원하셔.
훈동 : 니들 결혼은? 허락 받았어?
기태 : 장모님께서 마음이 좀 덜 풀리셨는데.. 내가 해결사 하나 보냈어.
훈동 : 해결사??
S#32. 입원실 D
침대 옆에 앉아 과일 깎는 주경표. 나소녀 공주처럼 편하게 주경표가 입에 넣어주는 과일 쏙쏙 받아먹는다.
(환자복 안쪽으로 가슴에 붕대 감겨있고, 허리에 피주머니 찼다.)
나소녀 : (통장 툭 건네고) 받아. 과일 깎아준 수고비.
주경표 : 이건 왜? 내가 당신 준 건데.
나소녀 : 수술이 잘되는 바람에 앞으로 꽤나 오래 더 살 것 같은데.. 딸내미한테 손 벌리고 살 순 없잖아.
주경표 : (통장 돌려주며) 안 그래도 다 준비해놨어. 배달전문 피자집 차리려구.
나소녀 : 피자? (기막혀 허!) 치킨에서 피자로 내 인생 참 많이도 업그레이드 됐네!
주경표 : 술 안 파는 게 어디야?
나소녀 : (째려보며 새침하게) 혹시라도 착각하진 마. 나 여전히 당신이 싫어!
장미한테 짐 되느니 차라리 좀 구차해도 당신을 선택한 것뿐이야!
주경표 : 네! 고오맙습니다!
나소녀 : (통장 다시 챙겨 넣으며) 이건 뒀다가 장미 시집보낼 때 써야겠다.
주경표 : 그걸 또 왜 자식새끼한테 써? 당신 쓰고 싶은 데 써 좀! 게다가 당신 결혼 결사반대라며!
나소녀 : 그 여편네한테 당한 게 하도 분해서 그렇지!
신봉향E : 저 말인가요?
소녀경표 : (흠칫!!)
과일바구니를 들고 안으로 들어서는 신봉향.
나소녀 : (살짝 당황) 어머나.. 사부인.. (얼른 입 막고) 뭐라고 불러야 하나..
신봉향 : (미소)
S#33. 병원 일각 D
벤치에 나란히 앉은 나소녀와 신봉향.
신봉향 : 그 땐 제가 죄송했습니다.
나소녀 : 아뇨 뭐.. 그 때는 저도 눈에 뭐가 씌였었죠.. 그래서 이번만큼은 좀 생각이 많아지고 조심스러워지네요.
신봉향 : 저는 오히려 생각을 좀 버렸어요. 이번엔 좀 빠져주려구요.
나소녀 : 빠지신다구요?
신봉향 : 두 사람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두 사람 문제가 아닌 걸로 또 어렵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그 녀석들 결혼은 두 사람만의 것이었음 좋겠어요.
나소녀 : 글쎄요.. 대단하신 집안에서 결혼에 참견 안 하실 수 있겠어요? 하다못해 제사 때 불러다 전이라도 부치게 하실 거면서.
신봉향 : 걱정 마세요. 적어도 저는 장미한테 전 부치게 안 할 겁니다. 제가 더 이상 공씨집안 사람이 아니라서요.
나소녀 : 네?
신봉향 : 저 이혼하거든요.
나소녀 : 어머...! 두 분 굉장히 다정해보이셨는데..
신봉향 : (씁쓸한 미소)
나소녀 : (대뜸 나오는 소리가) 재산분할은 어떻게.. (헙! 입 막고) 이런 주책..
신봉향 : (빙긋) 살고 있는 집을 받았답니다.
나소녀 : 어머머!! 그 집 꽤 나가겠던데? 비결이 뭐예요? 어떻게 받으셨어요?
신봉향 : (짐짓 미소) 흠이라고 여기실까 걱정했는데..
나소녀 : (같이 웃으며) 흠은 무슨! 축하할 일이죠! 나는 너무 부럽네요!!
(바짝 다가앉으며) 말씀 좀 해보세요. 어떻게 딜 하셨어요?
신봉향 : 그럼 아이들 결혼 허락 하시는 거죠?
나소녀 : (썰렁) 아아, 이렇게 딜하셨구나?
신봉향 : (웃고)
나소녀 : (웃는다)
장미Na :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다시는 위태로운 반전 같은 건 없을 것만 같았다.
S#34. 퓨전대포집 D
화르르 불타오르는 팬. 셰프 토니오 셰프의 화려한 요리솜씨.
현희 눈에서 하트 뿅뿅 나오면서 바라본다.
현희 : (임신 5개월 정도로 볼록한 배) 어떤 요리 제일 잘해요?
토니오 : (잠깐 생각하더니) 여자 요리?
현희 : (풉!)
안으로 들어오는 장미. 오픈키친에 여름 대신 다른 사람이 있는 걸 보고 멈칫..
현희 : (반기며) 언니 왔어요?
장미 : 어 근데.. (토니오 가리키며) 누구...?
현희 : 아.. (어떻게 말해야 하나? 살짝 어색해지고)
여름 : (안으로 들어오며) 인사해. 토니오 셰프.
장미 : (보면)
여름 : 앞으로 나대신 주방을 맡아줄 거야.
장미 : 뭐...? (얼떨떨) 넌...?
토니오 : (눈치 없이 해맑은 얼굴로) 잘 부탁드려요!!
장미 : 나 좀 봐! (여름을 끌고 밖으로 나간다)
S#35. 퓨전대포집 밖 D
여름을 끌고 밖으로 나오는 장미.
장미 : 왜 그만두겠다는 건데!
여름 : 달려라 주장미 런칭 성공했으니까, 슬슬 또 새 사업구상 좀 해보려고.
장미 : 여기 니 가게잖아, 니 꿈이었고! 메뉴도 다 니가 개발한 레시피고..
여름 : (웃어 보이며) 내 레시피는 무궁무진하거든?
장미 : 나 때문이야? (고개 젓고) 물으나 마나 나 때문이지.. 그러니까 나한테 상의도 없이 결정한 거겠지..
여름 : (픽 웃고) 뭐래? 모든 게 다 너 때문이야? 너 그것도 공주병이다?
장미 : (보면)
여름 : 한 곳에 머무는 거 나랑 안 맞아. 좀 지루해졌어.
장미 : (미안함과 아쉬움에) 여름아..
여름 : 미안해 할 거 없어. 수익배분 칼같이 할 거고, 내 레시피에 대한 정당한 대가,
아니지, 엄청난 대가를 청구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장미 : (눈물 글썽이며 피식..)
여름 : (손 내밀어 악수 청하고)
장미 : (잡지 못하고 머뭇)
여름 : 빨리 잡아. 안 그럼 확 안아버린다.
장미 : (픽 웃고.. 손 잡으면)
여름 : (쿨한 얼굴로 악수한다)
장미Na : 이 때도 난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이별이 우리 결혼에 들이닥칠 반전의 서막일 줄은..
S#36. 와인바 D
신봉향의 잔에 와인을 따라주는 공수환, 셔츠 소매 단추가 떨어질 듯 달랑거린다.
신봉향 : (보더니) 단추가 떨어지려고 하네요.
공수환 : (짐짓 미소) 당신의 빈자리가 크죠.
신봉향 : 연민을 기대하지 마세요. 문 밖에서 단추 잡아 뜯는 거 다 봤어요.
공수환 : (헉..)
신봉향 : (빙긋 웃으며 와인 마시고)
공수환 : 당신이랑 이렇게 좋은 시간 좀 더 가질 걸.. 나 무척 후회하고 있어요..
신봉향 : 나는 당신과 살았던 시간이 조금도 후회되진 않는데.
공수환 : 그래요? (얼굴 밝아져)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고맙다고 말하려는데)
신봉향 : 행복했단 뜻은 아니에요.
공수환 : ...?
신봉향 : 불행했지만 그게 나였어요. 내 선택에 책임을 지고 내가 믿는 걸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했던 삶이었어요.
공수환 : 여보..
신봉향 : 이제 당신도 나처럼 그 뿌듯한 성취감을 한번 느껴보세요.
공수환 : ?
신봉향 : 당신의 사랑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 사랑을 한번 지켜내 보시라구요. 그럼. (일어나는데)
공수환 : (덥석 붙잡고 매달리며) 집도 잃고 가족도 잃은 마당에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내가 내 아들 결혼식에도 못 가보는 게 말이나 돼요?
신봉향 : 당사자 뜻이에요. 기태가 그러고 싶대요. (공수환 뿌리치고 가는데)
공수환 : (괴롭고 섭섭하고)
신봉향 : (그래도 못내 마음에 걸려 돌아본다)
공수환 : (울먹울먹..)
신봉향 : (낮게 한숨) 내일.. 오시겠어요?
S#37. 기태 집 욕실 N
거품 가득한 욕조, 와인 한 잔씩 들고 마주 앉아있는 기태와 장미,
장미 : 드디어 내일이네.
기태 : 장하다! 진상 주장미, 용케 여기까지 왔네.
장미 : 그러게, 다른 놈도 아니고 무려 공기태를 상대로!
flashback insert>
장미를 차갑게 밀어내던 기태의 모습들..
그럼에도 기태에게 등 돌리지 못하고 휘말려 진상피우던 장미의 모습들..
3부 화장실에 갇혔던 기태를 구하던 장미, 장미를 끌어안던 기태.
현재>
와인잔 건배 챙..
장미 : 그 때만해도 우리가 여기 이러고 있게 될 줄.. 꿈에도 몰랐는데.
기태 : (피식 웃고) 신혼여행 갔다 오면 욕실 리모델링부터 하자.
장미 : 왜? 추억의 공간인데?
기태 : (응큼한 얼굴로 힐끔) 둘이 쓰기엔 욕조가 좀 좁다.
장미 : 됐어, 괜히 쓸데없는데 돈 쓰지 말자.
기태 : 돈도 잘 버는 사모님께서 왜?
장미 : 사업상 목돈 들어갈 데가 좀 있거든.
기태 : (멈칫) 무슨 일인데?
장미 : 뭘 알려 그래. 각자 통장 각자 관리하자며.
기태 : (살짝 썰렁하게 보는 위로)
훈동E : 넌 결혼하기 전에 재정적인 것부터 투명하게 해 놔라. 나중에 후회한다.
기태 : 너 재테크 제대로 하고 있는 거야? 나 봐주는 사람한테 부탁할까?
장미 : 아우 됐거든요! 그리고 난! 지금 욕조 사이즈가 딱 좋아.. (앙큼한 표정)
기태 : (피식.. 응큼한 표정으로 슬며시 와인잔 내려놓는데서)
장미Na : 이때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건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S#38. 야외결혼식장 D
꾸물꾸물 먹구름 시커멓게 몰려오는 하늘. 그 하늘 아래 펼쳐진 야외결혼식장.
웨딩드레스 입은 장미와 턱시도 차림 기태가 심각하게 마주 서서.
장미 : 접자.
기태 : 정말?
장미 : 정말.
기태 : 후회 안 하지?
장미 : 안 해.
기태 : 진짜 접는다.
장미 : 접어.
기태 : (무거운 한숨 후...!) 알았다...!
홱 돌아서서 식장 직원에게 가는 기태.
기태 : 천막 다 접어주세요!
직원 : (하늘 올려다보며) 비가 올 것 같은데..
기태 : (돌아보며) 거 봐! 비 올 것 같다잖아!
장미 : (다가와서) 일기예보에서 안 온댔어요. 흐림 후 갬! 곧 해 뜰 거예요!
기태 : 일기예보를 믿어? 하객들 다 비 맞힐래?
장미 : 천막이 하객들 시야를 다 가리잖아. 답답하고 우중충하다고. (직원 향해 생긋) 접어주세요!
직원 : 알겠습니다! 신부님 하자는 대로 하세요, 그래야 평생 뒤탈 없어요!
기태 : (끙..)
결혼식장 하객석에 세워둔 천막들 다 철수되고..
장미 : (헤헤.. 이제야 좀 만족스럽고)
기태 : (아.. 불안한데)
여름E : 주장미!
장미 : (반기며) 한여름!
여름 : 예쁘다!
장미 : (헤) 고마워.
기태 : 난 안 보여?
여름 : (기태 있는 힘껏 꽉 끌어안고) 축하해요 형.
기태 : (헉! 숨 막히고) 야! 야!!
여름 : (놓고 헤헤)
도우미 : 신부님, 대기실로 가시죠?
장미 : 아 네! (여름에게) 같이 가서 사진 찍자.
여름 : 그래. (같이 가면서) 참, 입금 확인했다.
기태 : (돌아서다가 문득 들어버린 말) 입금...?? (돌아보면)
그 위로 불길하게 몰려오는 시커먼 먹구름..
S#39. 신부대기실 밖 D
대기실 입구에서 빼꼼 안을 들여다보는 기태. 장미와 여름 사진 찍고 있고.
여름 : 근데 생각보다 돈이 좀 적더라?
장미 : 그 정도면 후하게 생각해준 거지! 그래도 너니까! 너라서!
여름 : 에이 그래도 내가 너한테 해준 걸 생각하면 좀 더 써야지.
기태 : (저것들이...! 무슨 얘길 하는 거야...?? 대기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신봉향 : 기태 너 여깄었구나?
기태 : (멈칫)
신봉향 : 손님들께 인사드려야지. 가자. (기태 데리고 가면)
기태 : (찜찜한 얼굴로 끌려가고)
S#40. 신부대기실 D
여름 : (대기실 나가며) 잘 하고! 이따 보자!
장미 : 축가 잘 부탁해!
여름 나가면, 안으로 들어오는 세아.
세아 : 축하해요 주장미씨!
장미 : (반기며) 세아씨!
세아 : 어머니는 좀 어떠세요?
장미 : 세아씨가 만들어준 가슴이 맘에 아주 쏙 드나 봐요.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엄마보다 아빠가 더 좋아하는 눈치예요!
세아 : (웃고)
장미 : 우리 가게 한번 와요. 내가 거하게 한잔 살게요.
세아 : 당분간 술은 좀.. (낮게) 실은 나, 드디어 원하던 걸 갖게 됐거든요.
장미 : (멈칫) 네...?
세아 : (행복한 미소) 아이 생겼어요.
장미 : (순간 쿵...!!! 멍해지는 얼굴)
세아 : 축하해 줄 거죠?
장미 : 아.. 네.. 축하해요.. 그런데... (설마...?? 차마 물어보지 못하고 머뭇)
안으로 들어오는 현희, 훈동,
현희 : 언니!!!
장미 : 어 현희야..
현희 : 언니 너무 예쁘다!! 우리 사진 찍어줘요 오빠!
훈동 : 그래, 세아 너도 같이 찍어.
세아 : 난 됐어. (웃어 보이고 나가면)
장미 : (현희와 사진 찍으면서 시선은 세아를 좇는다.. 어정쩡한 미소로 찰칵...!)
S#41. 식장 입구 D
신봉향 우아하고 기품 있는 모습으로 손님맞이하고 그 옆에 선 기태 정신 딴 데 팔려 멍한 얼굴.
저만치에서 나소녀와 주경표도 손님맞이하고 있다.
주경표, 나소녀 컨디션 괜찮은지 틈틈이 챙기는 모습.
기태E : 무슨 돈을 준 거지...?
S#42. 신부대기실 D
매니저와 백화점 여직원들에 둘러싸여 사진 찍는 장미, 친구들은 다 웃는 얼굴인데 주인공인 장미만 딴 데 정신 팔린 채.
장미E : (심각한 얼굴 위로) 설마 준 거야...? (웃으며) 에이 설마...! (다시 어두워지며) 그래도 설마...?
도우미 : 신부님 좀 웃으세요.
장미 : (자리에서 일어나며 도우미에게) 저 잠깐 신랑 좀 보러 갈게요..
그때 안으로 들어서며 장미를 막아서는 노점순과 공미정.
공미정 : 장미야!
노점순 : 아이고 곱다!
S#43. 식장 입구 D
기태 : 어머니, 저 장미 좀 잠깐 보고 올게요. (신부대기실로 가려는데)
훈동모 : (그 앞을 막아서며) 기태야 축하한다!
기태 : 아 네 감사합니다..
신봉향 : (훈동모와 악수하며 인사하고)
기태 : (다시 신부대기실로 가려는데)
훈동 : (와락 끌어안으며) 사랑한다 친구야!
기태 : 어 고맙다. (다시 신부대기실로 가려는데)
코디 : (간호사들과 함께 우르르) 원장님 축하드려요!!
기태 : 고마워요, 고마워! 하하..!
S#44. 신부대기실 D
이쪽에서 장미도 노점순 공미정에 둘러싸여 사진 찍느라 정신없고,
친구들 줄줄이 들어와 쉴 새 없이 축하한다며 찰칵찰칵..
현희 : 언니 뭐 필요한 거 없어요?
장미 : 어 현희야, 공기태 좀 불러줄래?
S#45. 식장 입구 D
겨우 한시름 돌리고 신부대기실에 가보려는 기태, 기태 앞을 쿵! 막아서는 고모1,2,3.
고모1 : 기태 너 이게 무슨 짓이야!
고모2 : 어떻게 우릴 빼놓고 결혼을 해?
고모3 : 아니 우린 그렇다 치고! 아버지 없이 결혼한다는 게 말이 돼?
기태 : (고모들 뒤쪽을 보면)
고모 삼인방 뒤에 머쓱한 얼굴로 서있는 공수환.
기태 : ...!
신봉향 : 내가 오시라고 했다. 그래도 니 아버진데 결혼식은 봐야지.
신봉향을 둘러싸는 고모 삼인방.
고모1 : 이혼했다며?
고모2 : 대체 이유가 뭐야?
고모3 : 어떻게 우리랑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그런 결정을 내려!!
기태 : (신봉향 앞을 가로막으며) 그만들 하세요!
현희 : (다가와서) 저기, 장미언니가 찾는데..
기태 : (멈칫) 아, 좀 이따 갈게요.. (고모들 상대하느라 정신없고)
S#46. 신부대기실 D
현희 : 손님들 때문에 정신이 없더라고.
장미 : (기태를 못 보니 점점 더 찜찜해지는 기분)
도우미 : 신부님, 입장하실 시간입니다.
S#47. 결혼식장 D
버진로드 입구에서 드디어 서로를 마주하는 기태와 장미.
앞쪽 단상으로 신봉향과 나소녀가 화촉 밝히고 있다.
훈동 : (마이크 잡고 사회 보는) 두 분 어머니 참 아름다우십니다.
장미 : (기태 손을 잡더니) 잠깐 얘기 좀 하자.
기태 : 뭐? 지금?
장미 : 잠깐이면 돼. (기태 끌고 가고)
S#48. 근처 일각 D
장미 : 지금 상황에 할 말은 아닌데, 그래도 괜히 자꾸 찜찜한 기분이 들어서..
기태 : 뭔데?
S#49. 결혼식장 D
훈동 : 신랑 입장!!
음악은 나오는데 공기태 안 나오고.
훈동 : 공기태 어디 갔어? (크게) 신랑 입장!!!!!
S#50. 근처 일각 D
장미 : 혹시 세아씨한테.. 선물 줬어?
기태 : 무슨 선물?
장미 : 아이 생겼다던데..
기태 : (멈칫!) 너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장미 : 너야...?
기태 : (기막혀 웃음만 나고) 허! 나 참!
장미 : 왜 대답 안 해?
기태 : 하도 어이없어서 말 할 가치도 없는 거지. 날 어떻게 보고..
장미 : (그래도 찜찜한데)
기태 : 그러는 넌? 한여름한테 돈 줬어?
장미 : (멈칫) 아 그거.. 사업상 줘야 되는 돈이야.
기태 : 둘 사이에 목돈 오고 갈 일이 뭐가 있는데?
장미 : 뭐야, 그걸 왜 이상하게 생각해? 너 나 의심해?
도우미 : (달려와서) 여기 계시면 어떡해요!!! 다들 기다려요!!!!
도우미에게 끌려가는 두 사람.
S#51. 결혼식장 D
두 사람 도우미에게 끌려오면서 계속 티격태격 싸우는.
장미 : 결혼에 확신은 가질 수도 가져서도 안 된다는 말, 또 무슨 반전이 올지 모른다는 말, 이런 거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어??
기태 : 주장미!!
장미 : 나 이런 찜찜한 기분으로는 도저히 결혼 못 하겠어.
기태 : 뭐? 그러는 넌! 나한테 못할 말이 대체 뭐야!
장미 : 너나 빨리 말 해 봐. 너야 아니야?
기태 : 아 진짜 돌겠네!!
도우미 : (기태 등 떠밀며) 입장하세요 입장!!!
등 떠밀려 입장하는 기태. 장미, 그 뒷모습을 복잡한 얼굴로 심란하게 쳐다본다.
훈동 : 다음은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신부 입장!
주경표와 함께 입장하는 장미. 저만치 단상 앞에 서있는 기태를 바라보는데,
기태는 장미를 보지 않고 굳은 얼굴로 엉뚱한 곳에 시선 두고 있다.
장미E : 어딜 보는 거야...! 나 안 봐...?
기태가 바라보는 곳은 신봉향과 공수환, 그리고 그 뒤쪽에 앉은 가족들.
고모1 : 앞으로 제사는 누가 지내라고?
고모2 : 새며느리 들어왔으니 그래도 다행이네.
고모3 : (장미 가리키며) 다행은 무슨! 우리 아버지 제사상 엎었던 인물인데?
노점순 : 시끄러워! 입들 다물어!
신봉향 : (조용히 돌아보며) 내 며느리한테 제사상 차리게 하지 마세요.
이 사람한테 여자 있어요. 그 여자가 참하게 잘 할 거예요.
고모들 : (여자?? 무슨 여자?? 공교수 여자 있었어??? 시끌시끌!!!)
공수환 : (끙..)
그런 가족들을 굳은 얼굴로 쳐다보는 기태.
그런 기태를 섭섭한 얼굴로 쳐다보는 장미.
장미E : 공기태...! 나 봐...!! 나 보라구...!!!
기태 앞에 가 설 때까지 끝내 장미를 바라보지 않는 기태.
주경표, 장미의 손을 기태에게 넘겨주는데 장미, 기태 팔을 잡지 않는다.
기태 : ...?
훈동 : 주장미, 아니 신부님? 신랑님 옆에 서셔야죠?
장미 : 그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요.
기태 : ?
장미 : (기태를 똑바로 보며) 너 정말 나한테 숨긴 거 없어?
기태 : (끙..)
하객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웅성거리기 시작하고.
기태 : (낮게 후.. 한숨 쉬더니) 없어.
장미 : 정말 너 아니야?
기태 : 니 눈으로 확인해. (세아쪽을 가리키면)
장미 : (돌아보면)
세아 옆에 다정하게 앉아있는 리차드.
장미의 시선을 따라 하객들의 시선도 두 사람에게 집중된다.
리차드 : Why is everyone looking at us? (왜 다들 우릴 보는 거야?)
세아 : Because you are too sexy, I guess? (자기가 너무 섹시해서?)
리차드 : No, YOU are sexy. (아니, 자기가 섹시해서지. / 세아 볼에 쪽 뽀뽀)
장미, 헉.. 그랬구나...!! 미안한 얼굴로 쓱 기태를 돌아보면.
기태 : 이제 니가 말 해 봐. 나한테 뭘 숨긴 건지.
하객들 다시 웅성거리고.
장미 : 대포집 동업 정리한 거야. 한여름 독립한대서..
기태 : (멈칫.. 그런 거였어? 돌아보면)
한쪽에 앉아있는 여름, 씩 웃는다.
고모1 : (벌떡) 대포집이라니???
고모2 : (벌떡) 술집 딸이라더니! 술집 하는 거야?
고모3 : (벌떡) 이 결혼 정말 도저히 못 봐주겠네!!!
나소녀 : (꾹 참다가 폭발해서 벌떡) 보자보자 하니까 이 사람들이 정말! 술파는 게 뭐 어때서!!! 뭐 어때서!!!!
주경표 : (말리며) 여보여보! 참아참아!!
현희 : (보다 못해 벌떡) 생각하시는 그런 이상한 가게 절대 아니구요!
장미언니하고 저하고 우리 진짜 맛있는 술이랑 안주 팔거든요!!
훈동모 : (벌떡) 현희 너 장사하니?? 나한테 숨기고???
현희 : (헉...! 걸렸다...!) 어머니이..
훈동 : 엄마가 현희 집에서 팽팽 논다고 잔소리했잖아요!!
여름 : (앞으로 나와서) 자, 여러분 진정하세요! 분위기 좀 전환할 겸, 제가 축가 한 곡 부르겠습니다! (마이크 잡는데)
마이크 삑!!!!!!!!!!!! 완전히 난장판이 된 결혼식.
공씨네 가족들과 주씨네 가족들 소리 높여 악쓰고 한쪽에서는 훈동 현희 훈동모가 싸우고
다른 하객들도 황당해서 대체 뭐하는 짓이냐며 소리 지르고 주례도 당황하고 황당해서 화난 얼굴로 가버리고
그 한복판에 멍하니 서있는 기태와 장미. 그 위로 갑자기 쏴아아아!!!! 굵은 폭우까지 쏟아지기 시작한다.
장미기태 : (헉...!!!)
장미Na : 삶은 역시 반전의 연속이다. 가장 좋을 때 가장 나쁜 것이 온다.
꺅! 꺅! 소리 지르며 비를 피해 달아나는 사람들.
시끄러운 고모들과 비겁한 공수환도 정신없이 달아나고 노점순도 신봉향과 공미정 양쪽에서 부축해 비를 피하고
주경표도 재킷 벗어 나소녀에게 씌워주며 비를 피하고 세아 커플도, 여름도, 현희와 훈동 가족들도 모두 떠나고
텅 빈 결혼식장에 둘 만 남은 장미와 기태.
장미Na : 그래도 삶을 견딜 수 있는 건, 때로는 가장 나쁠 때 가장 좋은 것이 오기 때문이다.
마주보고 씩 웃는 장미와 기태.
장미 : 이제 좀 우리 결혼 같다!
기태 : 내 말이!
주머니에서 반지 꺼내 장미 손가락에 끼워주는 기태.
장미Na : 결혼은 결코 우리 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우리가 아닌 다른 문제로 숱한 불편함과 불쾌함을 겪어야만 한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흠뻑 젖은 채 행복한 얼굴로 키스하는 두 사람.
장미Na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이라도 너와 내가 온전히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 순간만으로도 결혼은 충분히 해 볼만 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 END -
첫댓글 재밌게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