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벚나무
도종환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
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
가지마다 살갗에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
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
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
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뿐이다
겨울에 대하여
또는 봄이 오는 소리에 대하여
호들갑떨지 않았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 않았다
묵묵히 묵묵히 걸어갈 줄 알았다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루쉰의 글「 고향 」에서 인용
도종환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 』,[문학동네]에서
사람의 감정은 지극히 편견된 의식에서 출발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무를 바라보며 그 지극히 편견된 마음을 해아릴 수 있는 것도 사람많이 갖는 감정이리라 그 감정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즐거움도 되고 슬픔도 되고 평화가 되고 전쟁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된다 때문에 그 감정적 이성을 올바르게 찾아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 된다 시인은 산벚나무를 보며 감정적인 사람의 마음을 깨닫게 해 주고 있다 추우나 더우나 자기 내면의 의식을 살아 있으나 죽어 있으나 나무는 나무로 서 있음에 충실하다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현실이 곧 세상을 사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극복하지 않은 나무는 자라날 수 없다 때문에 더 먼 미래를 꿈꾸는 것 또한 현실을 극복하는 일일 것이다 사람의 마음 크기도 나무와 같이 자기 마음의 뿌리를 키워가는 일이다 그 마음의 뿌리를 키우지 않고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무에게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인내하고 기다리고 묵묵히 살아갈 수 있는 의지를 바라볼 수 잇다는 것을 시인은 이야기 하고 있다 이렇게 작던 크던 모든 사물을 보고 깨달음을 향기 옳곧은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사람의 힘이다 모든 자연을 섭렵하여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연의 생명력에서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갖게 하는 힘을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들 삶이 오늘 하루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을 이겨내야 찾아오는 꿈이 있음을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