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의 나이로 제 67회 칸영화제에서 세계적인 거장 장 뤽 고다르와 함께 최연소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칸의 총아'라는 타이틀을 확고히 한 자비에 돌란이 다섯 번째 장편 연출작 [마미]로 돌아왔다. 감각적이고 개성 넘치는 연출과 인상적인 음악, 강렬한 미장센 등 지금껏 '스타일'로써 주목받던 자비에 돌란이 [마미]를 통해 스토리텔러로서도 인정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비에 돌란 감독이 창조한 아름다운 소우주의 단면을 그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본다.
※ 아래 내용은 서면을 통해 자비에 돌란 감독이 직접 작성한 내용과 인터뷰를 편집한 것입니다.
처음 영화를 만들 때부터 나는 사랑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왔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그 어떤 것보다 알고 싶은 단 한 가지, 나에게 무조건적으로 영감을 줄 수 있는 단 한 가지, 내가 사랑하는 단 한 가지만 존재해야 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나의 '엄마'일 것이다. 왜냐하면, 엄마는 항상 내가 돌아가고 싶은 곳이며, 싸움에서 이기는 것을 보고 싶은 것도 엄마, 내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것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도 엄마이고, 엄마를 통해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또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때 나에게 시끄럽게 소리 지르는 걸 듣고 싶은 것도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틀렸을 때 옳은 길로 가고 싶게 하는 것도 엄마. 무엇이든 간에, 결국은 엄마다.
[마미]는 내면은 어둡지만, 겉으론 따뜻함과 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 속 엄마 디안과 스티브가 사는 곳은 기쁨으로 가득한 곳,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 되길 바랐다. 다이내믹한 그들의 에너지가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영화의 촬영기법 역시 소극적인 비유는 피하고 싶었다. 많은 장면들을 저녁노을이 가득한 시간과 빨강, 노랑으로 그려냈고, 넓고 강한 햇빛을 눈이 부시도록 강렬하게 담아냈다. [마미]가 용기와 사랑, 그리고 빛나는 우정의 이야기가 되기 위해 이러한 분위기는 무척 중요한 것이었다.
이 스틸은 내가 영화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1순위 스틸 중 하나이다. 철부지 아들 스티브가 힘들어 하는 엄마에게 "이젠 내가 엄마를 지켜줄게"라고 진심을 담아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 아빠를 대신해 가장이 되겠다고 결심하는 장면. 누구나 이 장면에선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을까?
나는 배우가 영화의 중심이 되었으면 했다. 나에게 배우는 영원히 매력적인 존재이다. 연기 예술을 공부하고, 연기의 형식과 스타일을 탐구하며 짜임새를 분석하고, 또 그것을 정제하고 이해하는 게 나의 궁극적인 목표다. 나는 배우로서 연기할 때가 좋고, 또 배우들과 이야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안느 도발'과 '쉬잔느 클레몽'은 언제나 내게 영감을 준다. 나는 그들을 위한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영화를 만든다. 우리는 여태껏 해보지 못한 것을 해보고 싶고 또 이루고 싶은 공통된 욕심이 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와서 180도 변한 배우를 알아봐 주고 칭찬해주는 것. 그것이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서 가장 꿈꾸는 칭찬이 아닌가 싶다.
스티브 역의 배우 '앙투안 올리비에 필롱'은 정말 놀라웠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새로운 배우를 발견하고 그 재능을 끌어내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지 않을 감독은 없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훌륭한 배우들과 일하고, 그들의 놀라운 연기를 함께 만들어가고, 배우들에게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은 열정이자 삶에 의미를 주는 목적이다.
나와 '안느 도발', 그리고 '앙투안 올리비에 필롱'이 택시 타는 장면을 촬영했다. [마미]는 화면비율이 1:1이기 때문에 실제 촬영할 때도 내가 가운데 앉은 채로 촬영을 진행했다. 나는 가운데 앉아있지만, 영화 속에는 각 인물의 단독샷만 나오게 된다.
인물의 얼굴로만 가득 찬 완벽한 정사각형은 '인물샷'에 가장 이상적인 구조라고 생각한다. 정사각형의 압박된 공간은 집중을 방해하지도 않고, 인물 외에 꾸미는 것도 없다. 인물이 우리의 가장 큰 주제였고, 인물은 우리의 시선에서 피할 수 없는 정 가운데에 있었다. 마치 초상화처럼 인물을, 그들의 감정을 담아내고 싶었다.
오아시스, 셀린 디온, 라나 델 레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을 영화에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곡, 관객 개개인이 곡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영화와 더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곡. 대중음악이면 어때? 정말 좋은 곡들인걸. 억지로 영화를 위해 고른 곡들이 아니라, 주인공이 실제로도 좋아했을 것 같은 그런 자연스러운 느낌을 담아내고 싶었다.
영화 업계에 있다 보면 유난히 빨리 나이가 드는 것 같다. 열아홉이었을 때는 내가 열아홉같이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마흔두 살이 된 것만 같다. 나는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는 감동적인 영화를 하고 싶다. 단지, 그게 순수한 목적이다. 이 사진은 촬영이 모두 끝나고 때로는 엄마, 누나, 친구 같은 배우 '안느 도발'과 포옹하던 순간이다.
▶ 영화 [마미] (Mommy)
제 67회 칸영화제 최연소 심사위원상 수상, 제 19회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천재 감독 자비에 돌란의 다섯 번째 작품 [마미]는 억척스럽지만 정 많고 속 깊은 엄마 '디안'과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유별난 사고뭉치 아들 '스티브',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난 누구보다 따뜻한 이웃집 여인 '카일라'의 특별한 용기와 우정, 빛나는 사랑을 그려낸 작품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인 사랑과 희망을 특별한 세 사람의 이야기와 자비에 돌란 감독 특유의 개성 넘치는 영상 미학으로 빚어내며 올해 최고의 영화로 손꼽히는 [마미]는 오아시스, 셀린 디온, 다이도, 사라 맥라클란, 라나 델 레이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주옥 같은 명곡으로 꾸려진 OST로 영화의 깊은 감동과 진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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