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1031 (월)
- 플라타너스 - 아름다운 길, 가로수 이야기 (10)
- 식물이야기 (71)
이제 가을의 마지막절기인 상강(霜降)도 지났고, 오늘은 달력으로도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곧 입동(立冬)이 오면서 겨울로 접어들게 되겠습니다.
그런데 온 나라에 단풍이 절정입니다.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어, 마치 은근한 화롯불로 둘러싸인 느낌입니다.
요즘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또 쓰는 일이 힘들어서 아인학당을 당분간 방학하려고
했었는데, 마침 우리카페 회원도 아니신 분이 찾아와 힘을 주셔서 계속합니다.
-------------------------------------------------------------
옛날 시골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기차를 타고 어딘가를 간다는 것이 아련한 꿈을 찾아가는
것으로 느껴지고 괜히 가슴이 부풀었습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혼자서 또는 친구들과
어울려 기차역에 가서 놀곤 하며 배고플 때면 침목(枕木)용으로 쌓아놓은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서 씹곤 했습니다.
그런데 더 궁색한 산골에 살던 친구나 친척들은 그나마 기차를 본 적이 없어서 기찻길이나
기차역이 있는 곳에만 나오면 하루 종일을 기차가 달리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이제는 전국적으로도 많이 사라졌지만 우리 집 가까이의 경춘선에도 옛날모습의 기차역이
몇 군데 남아있었는데, 2010년 말 복선전철로 바뀌고 부터는 모든 역을 새로 만들어서
정겨운 옛 모습을 보려면 다른 곳으로 멀리 가야만 합니다.
혹시 옛날 기차역에 있었던 식물들을 아시는지요?
즉, 아주 옛날에는
- 플라타너스, 측백나무, 무궁화, 봉숭아, 사루비아(깨꽃), 분꽃, 맨드라미, 달리아, 백일홍,
채송화, 과꽃, 나팔꽃, 피마자,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등이 꼭 있었고
- 비교적 최근에 와서는 루드베키아(삼잎국화, 원추천인국), 접시꽃, 칸나,
등등이 추가되었지요.....
=======================================================
[ 플라타너스 (Platanus) ]
* 어원(語源) : 그리스어 “플라티스(Platys) = 넓다”에서 나왔음
* 나무의 뜻 : 천재, 휴식, 용서
- “플라타너스(Platanus) 나무"를 모르거나 보지 못한 사람들은 없겠지만,
우리말로 “버즘나무”, ”양버즘나무“, ”단풍버즘나무“하면 ”이게 무슨 소리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
* 식물의 외국이름이 우리말 이름보다 더 친숙한 경우는 이 이외에도
“라일락(Lilac=수수꽃다리)”, “팬지(Pansy=삼색제비꽃)”,
“루드베키아(Rudbeckia=원추천인국, 삼잎국화)”, ”프리뮬라(Primula=앵초)“,
”페튜니아(Petunia=애기나팔꽃)“, ”매리골드(Marigold=만수국, 천수국)“,
”사루비아(Salvia=깨꽃)“, "에델바이스(Edelweiss=솜다리)”,
“코스모스(Cosmos=살살이꽃)“, “토마토(Tomato=일년감)” 등등 매우 많습니다.
* “버즘나무”라고 이름붙인 우리나라 식물학자들은 그 이외에도 재미있는 이름들을
많이 붙였는데 몇 가지 예를 보겠습니다.
- 민들레, 할미꽃, 도라지, 더덕, 은방울꽃, 나리, 나팔꽃, 냉이, 꽃다지, 씀바귀,
붓꽃, 해바라기, 박주가리, 수수꽃다리 등등 아름답고 정겨운 이름들도 많은 반면,
- 애기똥풀, 피나물, 개불알풀, 개불알꽃, 쥐똥나무, 노루오줌,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며느리밥풀꽃, 사위질빵, 할미밀빵, 망초, 개망초 등등 발음하기가 좀 뭣한 것들도
많습니다.
--------------------------------------------------------------------
- “플라타너스”는 한참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특히 서울에서 가장 많이 심어져있던
가로수이었는데,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서 점점 줄어들어서 2011년 현재로는
가로수 순위 네 번째로 밀렸고 앞으로도 더욱 밀릴 것으로 보입니다.
- 그 이유는 차츰 도로변의 농지에 그늘 피해가 심해졌고 봄이면 플라타너스 열매가
흩어지면서 휘날리는 씨앗에 붙은 털로 인해서 사람의 호흡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흉이 되었고 또한 최근에는 나무에 작은 벌레가 많이 끼어서 그 밑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떨어져 혐오감을 주는 일이 많아져서 점점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 중국에서는 털이 날리는 문제를 해결하여 계속 가로수로 심고 있다고 합니다.
* 양버즘나무에는 “흰불나방”이 잎에 즐겨 알을 낳는데, 그것의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어서 잎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경우가 많고, 또 애벌레가 땅으로
떨어져서 사람들이 깜짝깜짝 놀랍니다.
- 이는 주로 여름에 비가 많이 오는 경우에 일어납니다.
- 이는 또 “칠엽수(마로니에)”, “은행나무”, “백합나무(튤립나무, 목백합)” 등과 함께
“세계4대 가로수”로서의 위상이 무너지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어서 안타깝습니다.
- 그렇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플라타너스”는 장점이 많아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가로수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즉,
(1) 추위에 강하여 특별한 겨울철 관리가 없어도 되고,
(2) 땅이 척박하드라도 잘 자라고,
(3) 병충해에 강하고,
(4) 요즘의 대기오염에도 끄떡없이 공해에 강하고, 또한 오염물질의 흡수 능력이 뛰어나서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오염물질을 자신의 조직에 흡착하며,
(5) 성장속도가 빨라서 어떤 경우에는 1년에 2미터씩 자라기도 하는데,
(6) 여기에 나무와 잎이 커서 여름에 녹음(綠陰)의 아름다움과 좋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을에는 잎들이 따뜻한 갈색으로 단풍이 들어 보기에 좋고 또 낙엽이 지면 독특한
모양의 커다란 잎들을 밟으며 걷는 느낌이 참으로 좋습니다.
(7) 또한 겨울이 되기 전에 교통에 방해된다고 하여 가지들을 마구 잘라버려 흉한 꼴이
되어도 다음해 봄에 다시 새 잎들이 왕성하게 나와서 관리하기에 편리합니다.
- 그래서 널따란 운동장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학교에 많이 있었고,
또 옛 기차역에도 한 두 그루 이상이 꼭 심어져있었습니다.
- 특히 가로수로 심어져 있을 때는 매년 가지를 치지만 기차역이나 학교운동장에
심어져 있는 플라타너스는 가지를 자르지 않아서 너무 시원해 보입니다.
- 그런데 이 나무의 우리말 이름을 “양버즘나무”라고 말씀드렸는데, 엄밀히 말하면
우리나라에 있는 “플라타너스”는 “양버즘나무”. “버즘나무”, “단풍버즘나무” 등
세 종류가 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양버즘나무”라서 그렇게 말씀드린 것입니다.
- 위의 세 종류는 서로 형제간으로 대부분의 특성은 비슷한데, 잎 모양과 열매의
방울의 숫자가 조금씩 다릅니다.
- 이름에서 보듯이 이 나무의 “수피(樹皮=나무껍질)”를 보면, 마치 예전에 사람들에게
유행했던 몸에 피는 “버즘”이라는 병에 걸린 것처럼 얼룩덜룩하게 허옇게 벗겨지기
때문입니다.
- 북한에서는 이 나무를 "방울나무“라고 부르는데 이 나무의 열매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 영어로는 “Plane Tree" 또는 ”Sycamore"라고 하며, 중국에서는 ”현령목(懸鈴木)“,
“현령수(懸鈴樹)”, 또는 “법국오동(法國梧桐)”이라고 하던데, 여기서 ”법국(法國)“이란
“프랑스”를 말합니다.
--------------------------------------------------------------------
[ 양버즘나무 ]
* 세계에서 가장 큰 “양버즘나무”는 미국 인디애나 주에 있는데,
높이 약 45m, 둘레 약 12.7m라고 합니다.
- “플라타너스” 종류 중에서 우리 주위에 가장 많은 종류가 “양버즘나무”인데
여기서는 이 나무를 위주로 말씀드립니다.
- 영어로 “Buttonwood”, “Buttonball”, “Whitewood”라고도 알려진 “양버즘나무”는
이 종류 중에서 가장 키가 커서 때로는 50m 이상에 달하기도 합니다.
- 이 나무는 북아메리카, 유럽 동부, 아시아가 원산지이며 비늘 모양의 수피(樹皮),
크고 낙엽활엽수이며 대개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진 잎, 둥근 두상(頭狀)꽃차례와 씨를
갖는 점이 특징입니다.
- 또한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같이 피지만 서로 다른 꽃차례를 이루고, 늘어지며
부드러운 공 모양의 열매는 보통 1개씩 매달려 있으며 종종 잎이 진 후에도 계속
붙어 있습니다.
- 우리나라에는 1910년경 들어왔다고 알려져 있는데,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 플라타너스 >
--------------------------------------------------------------------
(1) 잎
- 어긋나기로 달리는데, 둥글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가 3~5갈래로 얕게 갈라집니다.
- 잎자루가 길고 큰 잎은 어린아이의 머리에 얹으면 비도 피할 수 있습니다.
- 가로의 길이가 세로의 길이보다 깁니다.
* “버즘나무”는 세로의 길이가 가로의 길이보다 길고,
“단풍버즘나무”는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동일하여 균형이 잡혀 있어서 구별됩니다.
-------------------------------------------------------------------
(2) 꽃
- 독특한 모습의 암꽃과 수꽃이 같은 나무에 따로 피는 암수한그루인데, 5월경에 핍니다.
- 모양은 꽃잎이 없이 마치 방울모양으로 피는데 수꽃은 노란색깔,
암꽃은 붉은 색깔을 띱니다.
- 비록 다른 꽃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마치 여자아이들이 머리를 묶는 방울처럼
화사합니다.
< 수꽃 >
< 암꽃 >
--------------------------------------------------------------------
(3) 나무껍질
-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사람의 몸에 피는 “버즘”처럼 얼룩덜룩하고,
- 허옇게 작은 조각으로 벗겨집니다.
--------------------------------------------------------------------
(4) 열매
- “소견과(小堅果)”가 여러 개 모인 “구과(毬果)”입니다.
- 아주 단단하고 끝이 뾰족한 작은 열매(씨앗)들이 긴 열매자루에 둥글게 모여 달리는데
마치 작은 공 같습니다.
- 이 열매는 손에 딱 들어가서 가지고 놀기에 알맞은데, 어릴 때 즐겨 가지고 놀거나
또 친구들과 서로 휘두르고 때리며 장난치기도 하였습니다.
* “소견과(小堅果)”란 아주 작은 견과(堅果)를 말하는데, 박달나무, 오리나무, 자작나무,
들깨, 사루비아 등의 열매를 말하고,
* “구과(毬果)”란 인편(鱗片=비늘조각 또는 비늘모양의 얇은 조각) 또는
포엽(苞葉=잎이 변한 것으로 봉오리를 싸서 보호하는 잎)이 무리지어 있는 것으로
모양은 보통 타원형이며, 솔방울, 잣송이, 맥주의 원료가 되는 홉(Hop) 등이 있습니다.
--------------------------------------------------------------------
(5) 목재
- 목재의 색깔이 매우 깨끗한 느낌을 주고 무늬가 아름다워서,
- 식품포장재, 나무상자, 각종 가구, 합판, 펄프재 등으로 이용합니다.
--------------------------------------------------------------------
(6) 번식
- 꺾꽂이로 번식하는데, 이상하게도 종자(種子)를 뿌려서는 번식이 잘 안 된다고 합니다.
--------------------------------------------------------------------
(7) 양버즘나무 가로수길
양버즘나무는 우리나라에 무척 많이 심어져 있어서 특별히 말씀드릴 것도 없지만,
비교적 유명한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은 다음의 것들을 칩니다.
- 서울 태릉 길
- 서울 보라매공원
- 춘천 남이섬
* 남이섬은 강원도 춘천시 소속이고, 남이섬 가는 선착장은 경기도 가평군 소속입니다.
- 충북 청주시 : 경부고속도로에서 청주시 들어가는 길
- 대전시 : 동구 남월동에서 하소동 가는 길 등등입니다.
====================================================================
다음에는 “이팝나무”의 순서입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정성과 애정이 묻어 있어요 잘 읽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짧게 말씀하셨지만 너무나 지나친 칭찬의 말씀에 어리둥절하고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세콰이어" 님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가로수 이야기"를 계속한다면 우리나라에도 제법 있는 "메타세콰이어"를 다룰 계획입니다만, "세콰이어"는 우리나라에서 보기가 힘든 걸로 아는데,,,,, "세콰이어"가 많이 사는 곳이 저 쪽 건너편인데 혹시??? 이거 다른 이야기를 늘어 놓았습니다. 올리는 글마다 비록 내용이 빈약해도 열심히 했던 것이 잘했구나 하는 고마움과 안도감으로 오늘은 즐거운 하루가 되리라 믿습니다.
부산 초등학교 시절에 집에서 학교까지 한 4카로 떨어져 있었는데, 보수천을 따라 쭉 심어져 있던 버드나무들이 생각납니다. 플라타너스는 광화문이나, 덕수궁 뒷길에 은행나무랑 함께 심어져 있었던 것 같은데.. 어째튼 깊은 가을 하면 프라타너스나 노란 은행잎의 낙엽이... 그 시절 함께 걸었던 친구들도 생각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역시 어릴 적 걷던 길이, 그 길 중에서도 가로수가 예쁘게 늘어진 길이 더욱 기억이 남습니다. 이제 아인학당에 글을 올리고 부터 꽤나 지나서 글의 형식을 바꾸려고 몇 번 시도하다가 당분간은 그냥 가기로 하였습니다. 글의 내용이 좀 재미도 없고 또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도 들고..... 그래도 아나로그가 그리운 분들도 있고.... 글을 올리는 당초의 목적이 많이 빗나가서 좀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학장님 코너이신데 형식이나 내용이 무에 큰 관계가 있겠습니까만 학동들의 관심을 향상 사키고자하는 샘의 어떤 결정도 지지합니다. 항상 카페를 풍성하게 해 주시는 학장님께 늘 감사드립니다.
스스로는 변화에 적응한다고 마음 먹지만, 밖에서 보면 쌩고집만 늘어나서 오히려 억지를 부리는 것은 아닌지 할 때가 많습니다. 옛 사람들이나 훌륭한 사람들이 하신 그 많은 좋은 말씀들이 왜 그리도 멀리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에는 어땠었나 하고 뒤돌아 보곤 합니다.
플라 타너스 읽느순간 청주시 가로수 이야기 하려했는데 사진이 나와 옛날 생각이 납니다. 학장님 잘 계시죠?? 통화만 가끔 하고 오랫만에 답글 쓰려고 하니까 .... 이유야 있겠지만 변명은 하지 않겟습니다 . 아인학당에 자료를 가끔 산악회원들께 이야기하면 많이 알고있다고 칭찬을 해서 카페주소를 알으켜 줄까요? 됬다고 하는데... 컴명은 아닌데 가끔 이야기 듣는것을 좋아 합니다
고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다른 분들께 글의 내용을 이야기 해 주시려면 지루한 글을 꼼꼼히도 읽으셨다는 말씀이니 너무 고맙습니다. 또한 글을 올린 보람이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렇게 어떤 주제에 대하여 글을 올리고 보면 - 플라타너스의 경우 등 - 길을 가다가 그 나무를 만나면 너무 반갑고 다시 뒤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