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여는 아침[토요일 - 샬롬 가톨릭] 주교회의 배봉한 부장님과! 가을이면 첫사랑을 떠올리며 가슴 설렐 줄 아는 분이시죠, 올해도 어김없이,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실 이분께, 탕웨이의 ‘만추’를 띄워드리고 싶네요. <행복을 여는 아침>의 대체불가~ 낭만담당이시죠? 못 말리는 아그, 아재개그사랑~ 우리들의 봉부장님! 한국 주교회의 배봉한 부장님과 함께 한 샬롬...www.facebook.com
[토요일 - 샬롬 가톨릭] 주교회의 배봉한 부장님과!
가을이면 첫사랑을 떠올리며 가슴 설렐 줄 아는 분이시죠,
올해도 어김없이,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실 이분께,
탕웨이의 ‘만추’를 띄워드리고 싶네요.
<행복을 여는 아침>의 대체불가~ 낭만담당이시죠?
못 말리는 아그, 아재개그사랑~ 우리들의 봉부장님!
한국 주교회의 배봉한 부장님과 함께 한 샬롬 가톨릭입니다!
* 가을에서 겨울로! 한 주간의 행복가족들의 사진도 공유합니다 :)
샬롬, 가톨릭 2018.11.17.(50회)
이번 주말이 가장 홀가분한 사람들은 어떤 분들일까요? 수능 시험을 끝낸 입시생들과 부모님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험 결과에 너무 연연해하지 마시고 다들 기쁜 주말 되시면 좋겠습니다.
▶ 우리나라는 봄여름가을겨울 사철에다 제5의 계절이라는 입시철이 있다고 하는데요. 저도 40년 전 대입 본고사를 치르고 불안스레 결과를 기다리던 기억이 납니다.
이지엽 시인은 “한국의 가을”이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우리나라 가을에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강물 끌고 달은 가응가응 수월래 떠오르고/
단풍 든 마음 하나 둘 어머니 곁에 모입니다/
아가 힘들지야 여윈 등을 토닥이는 밤/
무릎 꺾인 사람들이 물소리에 귀 맑힙니다/
붉은 감 한 톨에도 천 년, 푸른 바람이 지납니다.”
우리 어머님들도 “아가, 힘들지야!” 하고 수험생들의 등을 토닥여 주면 좋겠습니다.
“아가, 힘들지야!” 수험생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다정한 그 목소리를 저도 듣고 싶네요. 등을 토탁이는 그 손길도 느껴보고 싶고요. 뒷바라지하시느라 고생하신 부모님들을 수험생들도 한번 꼬옥 안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 지금쯤 수험생은 느긋하게 잠을 자고 어머니는 달그락거리며 아침상을 준비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전국 성당이 수능 시험을 앞두고 미사를 드렸을 텐데, 서울의 구산성지에서는 올해도 수능 시험을 앞두고 부모님들이 103위 성인들의 전구를 청하며 103일 기도를 드렸다고 하더군요. 우리 사무실에도 수험생 부모가 있는데, 124위 복자가 성인이 되면 227일 기도를 드려야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농담도 했는데요. 다들 애쓰셨습니다.
청원기도 다음에는 반드시 감사기도가 따라야 하겠지요? 당장 결과가 좋지 않아도 이것이 인생의 마지막 기회는 아니니까요? 어쨌든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공부 좀 못해도 건강하면 된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가까이 계신다면 찾아뵙고 인사드리면 좋겠습니다.
이시영 시인의 “어머니”라는 시가 있는데요.
“어머니/
이 높고 높은 아파트 꼭대기에서/
조심조심 살아가시는 당신을 보면/
슬픈 생각이 듭니다/
죽어 이곳으론 이사 오지 않겠다고/
봉천동 산마루에서 버티시던 게 벌써 삼년 전인가요?/
덜컥거리며 사람을 실어 나르는 엘리베이터에/
아직도 더럭 겁이 나지만/
안경 쓴 아들 내외가 다급히 출근하고 나면/
아침마다 손주년 유치원길을 손목 잡고 바래다주는 것이/
당신의 유일한 하루 일거리…”
이 시가 내 처지를 말하는 것 같다는 분들도 있으실 듯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멀리 계시거나 시골에 사시면 전화 한 통 드리면 좋겠지요. 요즘은 농한기겠지만, 시골에서는 하우스 농사가 있어 겨울에도 바쁘게 움직인다던데, 부장님 계신 산청은 곶감도 그렇지만 딸기가 유명하죠?
▶ 네. 하우스가 자꾸 늘고 있던데요. 우리 마을에도 베트남 색시를 맞은 이웃 젊은이가 아내와 나이 드신 홀어머니와 함께 하우스 딸기 농사를 시작하더군요. 주일 아침에 아침을 먹고 아내와 산책을 나갔는데, 이웃 마을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놓고 길가에 앉아 계시다가 저를 부르셔서 갔더니, 부축을 해서 우리 마을 친척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셔서, 걸음마 하듯 천천히 모시고 갔더니 친척이 딸기 농사를 짓는 서원댁 아주머니 집이었습니다. 처음엔 할아버지 손이 차서 냉기가 뼛속까지 스미는 듯했는데, 제 온기가 전해져 따스했습니다. 어르신을 모셔다 드리느라 읍내 성당의 미사 시간을 놓쳤는데, 나름 선행을 한 것으로 가름하고 위안을 삼았습니다.
한국사목지침서에 보면 부득이한 경우 묵주기도, 성경봉독, 선행으로 주일미사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 선행을 하셨으니 다행이군요.
▶ 30대 초반 서울 장안동성당에서 구역장을 하던 시절이 떠올랐는데요. 가정 방문을 나가보니, 지하 셋방에 사시는 할머니가 천장이 낮아 장롱을 눕혀놓고 쓰고 계셨습니다. 주일미사 마치고 내가 성당 임원들과 어울려 왁자하게 점심을 먹는 동안 할머니는 혼자 작은 부엌에서 라면이나 끓여 드신 건 아닐까 생각하며 울컥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구역의 신자들이 힘을 합쳐 빈병과 폐지를 모아 팔아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명절에 쇠고기 한 근씩을 사 드리기도 했는데, 이사하고 나서 잊고 지냈습니다.
도시나 농촌이나 그늘진 곳을 들여다보면 어렵게 살아가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예나 지금이나 이웃의 어려운 처지를 돌아보는 마음씀씀이가 필요할 듯합니다. 시골 내려가신 지가 십 몇 년 되셨죠. 시골살이의 잔재미도 있으실 듯합니다.
▶ 벌써 16년입니다. 350년 된 마을 앞 할머니 은행나무에 비하면 별것 아니지만요. 토요일에 모처럼 아내와 읍내 복지관 목욕탕에 갔는데, 목욕비가 도시의 절반도 안 되는 2,800원이라 만 원짜리 한 장 들고 나가서 남은 돈으로 붕어빵도 사 먹고 5일장 구경도 하는 재미를 누렸습니다. 저는 불 때는 게 귀찮을 때도 있지만 온돌방에서 자는 즐거움이 무엇보다 크던데요. 제 또래나 시골 출신들은 조향미 시인의 “온돌방”이란 이 시를 들으시면 더욱 공감하실 듯해 좀 긴 것 같지만 읽어보겠습니다.
도시의 찜질방에 비할 바가 아니겠죠.
조향미 시인의 “온돌방” 읽어 주시죠.
▶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궂은 날엔 방 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
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조청에 버무린/
쌀 콩 깨 강정을 한 방 가득 펼쳤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
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
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다/
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
어느 먼 날 장마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
아침 나팔꽃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곤 한다/
아, 그 온돌방에서/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
한세상 취케 만들 독한 밀주가 되었으면/
아니 아니 그보다/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추억 돋는다는 소리를 이럴 때 하는 건가요?
이제 바야흐로 뜨거운 온돌방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전열기 사용이 느는데, 지난 주 9일 서울 종로에서 고시원 화재로 일곱 분이 희생되어 다들 안타까워했는데요.
▶ 네. 지옥고라 부르는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에 사는 분들 가운데는 일용직 노동자가 많다고 하죠. 지난 5일 서울대교구에서는 염수정 추기경과 보좌주교들이 빈민과 이주민 단체 활동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죠. “전문가를 통해 당사자 문제뿐 아니라 구조적 문제까지 함께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던데, 염 추기경님은 “무엇보다 교회가 직접 만나고 찾아다니면서 사회적 차원과 공동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셨다죠.
이번 주가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인데, 가톨릭평화방송에서도 보도를 했습니다. 염 추기경님과 보좌주교님들은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인 내일, 각각 명동대성당과 한강, 잠실, 대림동, 신수동 성당을 찾아가 미사를 집전하신다고 합니다.
▶ 며칠 전 한 경제신문 기사를 보니, “화재로 7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종로구 화재사건 이후 부동산 투자업계가 동요하는 분위기다. 최소 투자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누릴 수 있어 알짜 투자처로 꼽힌 고시원 사업이 이번 화재를 계기로 시설 기준이 강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부동산 ‘욕망’이 사회취약계층을 화재 위험에 노출시킨 대표적인 사건이 국일고시원 화재사고라며, 정부에 더욱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하더군요.
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대로, 소규모 빌딩을 가진 이들이 재개발을 기다리며 고시원 등으로 임대수익을 노린다는 기사가 우리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 안도현 시인의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이 있는데요.
“단칸방에 살다가,
아파트 12평에 살다가,
24평에 살다가,
32평에 살다가,
39평에 살다가,
45평에 살다가,
51평에 살다가,
63평에 살다가,
82평에 살다가…
문득 단칸방을 그리워하다가,
결국은 한 평도 안 되는 무덤 속으로 들어가 눕는 것.
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물어도 물어도 알 수 없어서,
자꾸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되묻게 되는 것.”
위령 성월에 이 글을 읽으며 “교회란 무엇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도 하게 되더군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번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에서 “여기 가련한 이가 부르짖자 주님께서 들으셨다(시편 34,7).”는 시편을 인용하시면서, “우리가 대개 습관처럼 ‘가난한 이들’이라고 부르는 이들을 만나도록 부름받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죠.
▶ 네. “가난한 이들은 우리가 날마다 복음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게 도우면서 우리를 복음화합니다. 이 은총의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맙시다. 이 날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 가난한 이들 앞에서 빚진 사람임을 기억합시다.”라고 하셨죠. 앞서 어머니에 관한 시를 소개했는데, 가난한 아버지들을 그린 듯한 이정록 시인의 “연탄-아버지 학교 13”이란 시를 소개하겠습니다.
“아비란 연탄 같은 거지/
숨구멍이 불구멍이지/
달동네든 지하 단칸방이든/
그 집, 가장 낮고 어둔 곳에서/
한숨을 불길로 뿜어 올리지/
헉헉대던 불구멍 탓에/
아비는 쉬이 부서지지/
갈 때 되면 그제야/
낮달처럼 창백해지지.”
자식들을 위하여 주말에도 일터로 향하는 가난한 부모님들의 등 뒤에도 또 걱정하는 늙으신 부모님이 계실 텐데요. 가장 마지막에 서 계신 분이 하느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님을 믿고 다들 힘내시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 네. 박성우 시인의 “어떤 통화”란 시를 들어보시죠.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정읍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다 버스에 오르고 보니 어딘지 모르게 닮은 노인들 몇만 듬성듬성 앉아 있다. 안전벨트 안 허면 출발 안 헐 팅게 알아서들 허쇼잉. 으름장 놓던 버스기사가 운전대 잡는다//
차가 출발하기 무섭게 휴대전화 소리 들려온다 어 넷째냐 에미여 선풍기 밑에 오마넌 너놨응게 아술 때 쓰거라잉, 뭔 소가지를 내고 그냐, 나사 돈 쓸 데 있간디//
버스는 시큰시큰 정읍으로 가고 나는 겨울에도 선풍기 하나 치울 곳 없는 좁디좁은 단칸방으로 슬몃슬몃 들어가본다.”
5년 전 이맘때처럼 첫눈이라도 내리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