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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남강 둔치 전투
“잭나이프 두 개로 너 혼자서 우리 세 명을 상대하겠단 말이냐?”
정훈, 삼봉과 함께 쌍칼을 삼각 대오로 포위한 문도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못 할 것도 없지! 네 놈이 제일 센 것 같은데, 칼 던지기 과녁판 삼으면 되고, 나머지 두 놈이야 단칼에 해치울 수 있는 잔챙이로 보이는데? 흐흐.”
쌍칼이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히죽거리며 약을 올렸다.
“그럼, 어디, 그 잘난 칼 던지기 솜씨 좀 보여봐라. 어렵겠지? 맞히기 쉽게 가만히 서 있어 줄까? 큭큭.”
문도도 따라서 약 올리며 권투선수처럼 좌우로 몸을 움직였다.
“그전에 네놈들이 이병율파란 걸 먼저 밝힌다니까? 아, 마침 저기 오네!”
쌍칼이 갑자기 남강 쪽을 바라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힐끔 돌아보니 강 한복판에 아까 저놈들이 타고 나갔던 유람선이 쏜살같이 달려오고 있는 게 보였다.
“저건 뭐야? 이 자식, 역시 지원군 불러놓고 썩 폼 잡았구나? 비겁한 새끼!”
문도가 놀라서 뒤로 주춤 물러서며 유람선을 주시했다.
배 안에 얼핏 보아 대여섯 명쯤 되는 녀석들이 타고 있는데, 손에 쇠 파이프 같은 연장을 들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저놈들이 내려오면 상대가 모두 여섯 명을 넘어 셋이 맨손으로 맞붙어 싸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부장님! 두 분이 이 자식만 잡으세요. 제가 저놈들 모두 맡겠습니다.”
그때, 삼봉이 크게 소리 지르며 유람선이 도달하려는 선착장 쪽으로 달려갔다.
“야, 삼봉아! 너 어쩌려고 그래? 이리 돌아와~!”
문도가 깜짝 놀라서 삼봉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괜찮아요! 저한테 비밀 무기가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삼봉이 뒤돌아보며 미소를 짓고는 상의 왼쪽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뭔가 있기는 한 모양인데, 주머니 속에서 꺼내봤자 별거겠나?
“저 새끼는 아예 또라이잖아? 큭큭. 어? 그런데, 뭐야? 이병율파하고 붙겠다고?”
쌍칼이 어이없어하며 웃다가,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쌍칼은 주차장 나무 뒤에 숨어있다가 문도의 투싼이 들어오자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문도와 정훈이 화장실로 가자, 가까이 가서 운전석에 앉아있는 삼봉이 자기 차 밑에 추적기를 달던 인물임을 알아챘다.
그때까지도 문도네가 이병율파가 몰래 보낸 대원들인 줄로 생각하고 있던 쌍칼은 순간적으로 잔머리를 굴려 나름대로 작전을 세웠다.
그래서 즉시 아까 헤어진 이병율파 행동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기와 이무계 보스가 괴한 3명에게 미행당하고 있으니까, 처음 만났던 강변 둔치로 급히 와달라고 했다.
지하 카페에서 얘기 중에 이병율파 본부가 강 건너에 있다고 들었었다.
그리고는 삼봉을 납치했고, 일부러 문도와 정훈의 눈에 뜨이게 하면서 이 둔치로 유인해 온 것이다.
만약 문도네가 이병율파가 아니라면, 둔치로 지원하러 온 이병율파가 다짜고짜 공격할 것이고, 한패라면 서로 쳐다보는 표정만 봐도 판단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것이다.
역시 장유파 행동대장 쌍칼은 보통내기가 아니다.
그랬는데, 삼봉이 다가오는 이병율파 배를 보자마자 제가 혼자 대적하겠다며 큰소리치고 달려가자 쌍칼이 헷갈릴 수밖에 없다.
“야! 너희들 진짜 이병율파 아니야?”
쌍칼이 잭나이프 뻗쳤던 손을 약간 낮추며 문도에게 물었다.
“하, 새끼!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이병율이가 누군지도 모른다니까?”
문도가 자기 우측 뒤로 달려간 삼봉이 잘 보이게, 마주 선 쌍칼의 우측으로 움직이며 귀찮다는 듯 내뱉었다.
그러나 언제 잭나이프로 칼 던지기를 할지 모르니까 대여섯 걸음의 거리는 유지했다.
너무 가까우면 찔리기 쉽고 너무 멀어도 칼 던지기에 오히려 유리해진다.
“그런지 아닌지는 좀 더 두고 봐야지! 네 놈들이 쌩 쇼를 할지도 모르잖아?”
쌍칼이 자기 오른쪽으로 옮겨간 문도와 왼쪽으로 접근하는 정훈을 번갈아 보며 다시 칼을 겨누고 소리쳤다.
“이봐요, 형씨! 말하는 걸 봐서는 저기 오는 놈들이 이병율판가 뭔가 하는 놈들 같고, 형씨는 저놈들하고 안 좋은 사이 같은데,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서로 힘을 합해야 되는 거 아니오?”
쌍칼을 급습할 기회를 노리는 정훈이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쌍칼을 설득하고 나섰다.
“글쎄, 저 새끼가 어쩌는지 보고 얘기하자니까?”
쌍칼이 짜증을 내며 시선을 삼봉에게 향했다.
속도를 늦춘 배는 강가에서 불과 10여 미터밖에 안 떨어졌고, 삼봉이 멈춰 서있는 지점에서 배까지는 20여 미터 거리다.
곧 대여섯 명이나 되는 건장한 사내들이 배에서 내려 달려오면 삼봉이 혼자서 어쩌겠다는 건가?
쌍칼의 눈에는 아무래도 쥐새끼 같은 삼봉이가 자기 이병율파 식구들에게 자기를 공격하는 척하라는 말을 하려고 일부러 그쪽으로 달려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때 삼봉이 왼쪽 주머니에서 뭔가 한 움큼 꺼내더니, 이쪽으로 뒤돌아보며 머리 위로 추켜올리고, 잘 보라는 듯,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왼손 안에든 뭔가를 집어내는 게 보였다. 꼭 주전부리 땅콩이라도 먹으려고 끄집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비밀의 무기가 있다더니, 땅콩 먹으면 시금치 먹은 뽀빠이나 열받은 헐크로 변신이라도 하려는 건가?
어느새 배는 선착장 5미터 거리로 접근했다.
“이야압~!”
그때, 삼봉이 오른팔을 뒤로 젖히더니 배를 향해 뭔가를 냅다 집어 던졌다.
“읔! 아으~읔!”
-풍덩
뱃머리에 서 있던 녀석이 면상을 감싸고 비틀거리다가 떨어져 물에 빠졌다.
삼봉이 던진 물건이 얼굴 어딘가에 심하게 맞은 모양이다.
“으엌!”
“아으~읖!”
삼봉의 팔매질이 이어졌고 세 번에 한 번 꼴로 뱃전의 사내들이 얼굴을 감싸며 고꾸라졌다.
“아니, 삼봉이가 던지는 저게 뭐야?”
문도가 놀라고 신기해서 넋을 잃고 바라봤다.
“아, 저거 동전 같은데?”
자세히 살펴보던 정훈이 틀림없다는 듯 대답하더니, 바지 주머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뭐? 동전? 그래 맞다! 동전 팔매질이네.”
문도도 얼른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고 동전을 찾았다. 꺼내 보니 백 원짜리 동전 세 개가 들려있다.
“야, 쌍칼! 너 잭나이프 접는 게 어떻겠냐? 크크.”
문도가 열 걸음쯤 뒤로 물러나면서 쌍칼을 노려보고 팔매질 준비를 했다.
“나는 오백 원짜리가 네 개나 있다. 형씨! 우리가 이병율파 아니라는 거 알았으니까, 그만 칼 접고 말로 합시다.”
정훈도 꺼낸 백동전을 거머잡고 뒤로 물러서서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쌍칼의 동의를 종용했다.
문도네는 갑자기 ‘백동전 파’가 되어버렸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야?’
예상치 못한 삼봉의 정확한 백동전 팔매질 솜씨에 기가 죽어버린 쌍칼이 어쩔 줄 몰라 버벅거렸다.
저 정도로 이병율파를 상처 낸다면 분명히 이놈들이 이병율파는 아니라는 얘기다.
뭣 때문에 자기 차 밑에 추적기를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걸 따지고 있을 입장이 못 되게 생겨버렸다.
배 위에 있는, 자기들 장유파와 우호 조직이 된, 이병율파 녀석들이 한 놈도 이쪽으로 내려올 조짐이 안 보인다. 혼자서 더 이상 잭나이프만 믿고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느새 강변 둔치에 산책하러 왔던 사람들이 멀찍이 몰려서서 이쪽을 구경하고 있다.
더 지체하다가는 구경꾼의 신고로 곧 경찰이 출동할 것이다.
행여, 경찰서에 갔다가는 차 안에 아까 거금을 주고 산 마약이 있으니, 그대로 철창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아, 알았소. 당신들이 이병율파가 아닌 게 분명하오.”
쌍칼이 잭나이프를 내리며 도망갈 궁리부터 한다.
“칼 완전히 접어서 주머니에 넣어! 안 그러면 네 얼굴에 동전 박아버릴 거니까.”
의기양양해진 문도가 백 원짜리 백동전 잡은 손을 위로 치켜들며 엄포를 놓았다.
제대로 던져 맞히기나 할지는 모르겠지만.
“알았소. 칼 치우면 될 거 아니오?”
쌍칼이 잭나이프를 접어 주머니에 넣는 것 같더니,
-후다다닥
부리나케,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을 향해 달려갔다.
돌계단 위쪽 끝에 장유파 두목 이무계가 서서 보고 있다가, 황급히 돌아서는 모습이 보인다.
“어쩔까? 따라가서 잡아?”
문도가 정훈을 보고 물었다.
“관두고, 삼봉이부터 도우자!”
정훈이 오백 원짜리 동전 한 개를 집은 채 세 개가 든 주먹을 꽉 쥐며 삼봉이 쪽으로 뛰어갔다.
“삼봉아~ 나도 간다, 힘내라~!”
문도도 얼른 정훈을 뒤따르며 응원을 보냈다.
삼봉의 동전 팔매질에 혼쭐이 난 이병율파는 뭍으로 내려올 생각을 접고 물에 빠진 식구를 건져 올리기 바쁘다.
“야이, 자식들! 내 동전 맛도 한번 볼래?”
정훈이 오백 원짜리 동전으로 팔매질을 시작했다.
-휘익~ 슝~ 틱, 때구루루
그런데, 멀리 못 가고 강가 바위에 부딪혀 땅바닥에 구르고 허당!
“이런, 오백 원 날렸다.”
-휘익~ 슝~ 퐁당!
이번에는 뱃전 강물에 빠져서 또 허당.
“에이, 천 원 날렸다. 젠장.”
“야, 그것도 못 맞히냐? 어디 봐. 형님이 시범 보여줄게.”
문도가 웃으며 백 원짜리 동전으로 팔매질했다.
-휙, ······
어디로 갔는지 떨어지는 소리도 안 들린다.
“백 원 날렸네? 킥킥.”
정훈이 웃으며 놀렸다. 너무 멀리 던진 것 같다.
“아이, 씨. 처음이잖아? 잘 봐!”
-휙, 틱, 틱, ······
어디 땅바닥에 떨어졌나 보다.
백 원짜리는 오백 원짜리보다 가벼워서 던져 맞히기가 어렵다.
“이백 원 날렸네? 얼마까지 날릴 건데? 킥킥.”
“아이, 씨. 한 개 남았는데, 너부터 마저 던져!”
“싫다! 오백 원 동전 두 개, 천 원밖에 안 남았는데, 가다가 오뎅 사 먹을 거다. 킥킥.”
“지폐 천 원짜리 줄게, 이리 줘봐!”
이것들이 전투하다가 장난치고 있어!
그사이 이병율파가 타곤 온 유람선은 후진하더니 뱃머리를 돌려 남강 건너편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휙~ 슈웅~
“으앜!”
정훈에게서 받아 문도가 던진 오백 원짜리 동전이 유람선 조종간을 잡은 녀석의 뒤통수에 정확히 명중했다.
“우와~! 아찌들 잘한다! 파이팅~!”
구경하던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를 보냈다.
“아이, 쪽팔려. 삼봉 씨, 참 잘 던지네요! 동전 팔매질은 언제 또 그렇게 배웠대요?”
한 번도 못 맞힌 정훈이 민망해서 삼봉을 칭찬하며 얼버무렸다.
“야, 이거 오백 원짜리 동전 한 개 남았는데, 던져? 말아? 큭큭.”
한번 명중시킨 문도가 으쓱대며 정훈을 놀렸다.
“야, 돈을 그렇게 함부로 버리면 범죄라는 사실을 알아야지! 아껴뒀다가 오뎅 사 먹어라. 형님이 상금으로 줄게. 킥킥.”
정훈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래, 고맙다. 야, 삼봉아! 이것도 명사수인 네가 가져라. 비밀 무기에 보태. 큭큭.”
문도가 동전을 삼봉에게 건네주며 기특하다는 듯 어깨를 토닥거렸다.
“예, 지부장님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 경사님! 저 장유파 쌍칼 그냥 보내도 되겠습니까?”
삼봉이 쌍칼 잡아서 이병율파와 무슨 거래를 했는지 족쳐야 하지 않느냐는 뜻으로 물었다.
“아, 삼봉 씨가 저놈들 사진도 다 찍어놨다면서요? 그거면 나중에 정식으로 영장 청구해서 수사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삼봉 씨 덕분에 큰 성과를 거뒀으니까, 김해에 가서 내가 한턱 거하게 대접하겠소. 하하.”
현역 부산 기장 대변항 해양 경비 안전센터 마약사범 특별단속 팀 반장인 이정훈 경사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삼봉을 격려했다.
“그래, 그러자. 쌍칼이 GPS 추적기는 떼버렸을 거니까 멀리서 미행해서 장유파 본부를 확인하기도 어려울 거야. 오늘 삼봉이가 아주 맹활약했는데, 박봉의 이 경사님 대신 내가 크게 한턱 쏠게! 하하.”
문도가 나서서 상황정리를 하고, 자기의 믿음직한 왼팔인 삼봉 주덕팔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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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ㅎ
벌써 또 금요일이네요.
네, 난정 작가님. 금요 판타지 소설 떴습니다. ㅎ
남강둔치 전투라고 하여 큰 써움인가 했더니 팔매질 싸움이네요.
어쩌거나 글 속에서 무대가 된 남강 둔치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네, 뱃사공님. 전투가 아니고 애들 싸움이라 실망하셨나요?
제가 원래 '살생 중죄 금일 참회' 주의자라서요. ㅎ
두어 회 지나면 좀 큰 진짜 전투 벌어질 겁니다.
금욜마다 씩씩거리게 되는것은 삼일샘 책임. ㅎㅎ
네, 들고은(위연실)님. 씩씩대게 해서 송구합니다.
백동전 댓 개 호신용으로 가지고 다니시라고 이 글이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