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한 농업월간지를 읽다보니까 ‘입단구조’를 ‘단립구조’라고 바꿔 쓴 것을 보았다. 이 단어는 서로 정반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마치 노름에서 ‘땄다’와 ‘잃다’와 같은 차이를 보인다고나 할까, 농사짓는 데 단립구조인 흙은 생산성이 낮고, 입단구조면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월간지의 내용인 즉은 담수직파 논에서 제초제를 치지 않고 농사짓는 기술을 소개한 글이었다. 핵심기술은 이렇다. 어분과 비지를 발효해서 만든 비료를 벼를 벤 후에 뿌리고 표층을 갈고 물을 가둬둔다. 이렇게 놓아두면 흙 속의 생물들이 유기질비료를 먹고 ‘끈적끈적한 층’을 만들어 잡초 종자가 그 층에 갇히게 되어 싹이 트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의 주의사항은 ‘써레질을 하면 미생물이 애써서 만든 ‘단립구조’를 파괴해서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단립구조’를 ‘입단구조’로 고쳐야 말이 맞다.
이런 혼동은 자주 있다. 흔히 혼동을 일으키는 이유는 ‘입단’(원래 ‘립단’인데 두음법칙으로 ‘입단’이 되었다.)과 ‘단립’이 서로 글자의 순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자는 완전히 다르다. 입단은 ‘粒團(알갱이의 덩어리, 떼알)’, 단립은 ‘單粒(홑알)’이라고 쓴다. 그래서 우리나라 토양학회에서는 일본식 표현인 입단을 ‘떼알조직’과 단립을 ‘홑알조직’으로 각각 바꿔 쓰자고 정하고 그렇게 쓰고 있다.
땅을 처음 개간할 때는 떼알조직이지만 계속 경작하다보면 홑알조직으로 변하면서 생산성도 떨어진다. 떼알조직일 때는 흙 알갱이들이 적당히 뭉쳐 있어서 조직의 사이사이에 공간이 많다. 그 공간에 물도 저장되고 공기의 소통도 원활해져 뿌리가 살기에 좋다. 경작이 계속되면 떼알을 만든 유기물이 분해되기 때문에 깨지고 흩어져 홑알들이 공간을 모두 메우고 만다. 그 결과, 물도 저장할 수 없고 공기도 소통이 안 되어 뿌리가 견디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뀐다. 떼알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석회와 유기물을 주는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여름 장마 기간 동안에 빗방울이 떼알을 때려서 깨뜨리지 않도록 무언가를 심어놓거나 피복을 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