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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이 한글 귀한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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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은 제 558돌 한글날이다. 1940년 7월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원본의 정인지 서문에 ‘정통(正統) 십일년 구월 상한(上澣)’이라는 기록이 있어서, 훈민정음이 1446년 음력 9월 상순에 반포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글날은 그 해 음력 9월 상순의 마지막 날인 9월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오늘날의 10월9일인 된 것. 유감스럽게도 ‘세계 유산 한글’을 푸대접하는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다. “너무 많이 쉰다”며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슬그머니 빼는 것부터 시작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쓰는 외래어와 한자에 온 나라가 뒤범벅이다.
영어는 철자 하나 잘못 쓰면 “무식하다”고 비난하면서, 한글 맞춤법은 틀리거나 발음을 엉터리로 해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자신이 한글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엉터리 우리말을 구사하는지 구분을 모르는 사람도 흔하다.
또 하나 탈북자들은 남한에서 ‘의사소통’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영어는 점점 한글 설자리를 훼방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아젠더, 스테이션, 카렌더, 다이어리, 컨셉, 필, 커머셜, 룸메이트, 캐시카우, 랜덤, 노하우, 파일럿 프로그램, 커머셜리즘….
■ 행정기관 영어 너무 많이 쓴다
‘혁신 클러스터…로드맵 골프 테마파크 조성…아시아 허브공항으로 육성…’ 광주와 전남지역 각 지방자치단체 공문서에는 이와 같은 어색한 외국어가 남용되고 있어 누구를 위한 행정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고 있다. 영어사전을 뒤져야 겨우 번역할 수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은 ‘가방 끈 긴 사람’, 그들만의 논의고 정책인 셈이다.
광주와 전남도교육청도 교육정보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러닝’‘ICT 활용연수’ ‘헬프 데스크’‘Facilities on each floor·각층 주요시설)같은 외국어를 사용, 시민들 상당수는 정확한 개념이해를 미룬 채 아는 시늉을 하고 있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물론 한글을 쓸 수도 있지만 마땅한 용어가 없어 사용했다”고 말했다.
행정용어 뿐만 아니라 대다수 공직자들은 명함도 한자로 새겨 한글화 역행 비난을 받고 있다. 이마저도 맞춤법이 틀리기 일쑤다. 포털을 포탈로 잘못 쓰는가 하면 디지털을 디지털로 표기하는 공문서도 상당수다. 비전을 비젼으로 쓰고 데이터를 데이터로 쓰는 등 외래어 표기법을 참고하지 않고 있다.
■ 한글 망치는 회사명
오뚜기식품은 오뚝이를 소리나는 대로 썼다. 회사이름은 고유명사여서 시비할 수는 없지만 한글을 배우는 초등생과 외국인에게는 분명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각종 상표 또한 ‘자장’을 ‘짜장’으로, ‘부숴’를 ‘뿌셔뿌셔’로 표기하는 등 맞춤법을 무시하는 사례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아파트 브랜드 또한 ‘남양 휴튼’‘호반 리젠시빌’‘우미 이노스빌’‘대주 파크빌’‘중도 다이아빌’‘삼라 마이다스빌’‘중흥 S-클래스’ ‘성원 상떼빌’ ‘계룡 리슈빌’‘신안 인스빌’ 등이다. 이 밖에 무수한 상표들도 외국어 일색이다.‘헤라’‘파스퇴르’‘임페리얼’‘X-캔버스’‘디오스’‘하우젠’‘위니아’‘메타콘’‘부라보콘’‘월드콘’ 등 과자와 화장품, 자동차이름에 특히 외국어를 빌려쓰는 사례가 잦다. 상품의 특성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우리말 경시풍조에 대해서는 비난받을 단초는 제공한 셈이다.
■ 우리말 제대로 쓰고 있는가
음식점 차림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찌게’(찌개), ‘암돼지(암퇘지)’, ‘안주일절(안주일체)’, ‘낚지’(낙지), ‘쥬스’(주스) 등과 같이 맞춤법에 맞지 않는 것들과 새를 가리키는 일본말 ‘도리’가 들어가 ‘닭닭탕’으로 해석되는 ‘닭도리탕’(닭고기 볶음)도 있다.
또 로마자 표기법에 맞지 않는 ‘KB’(국민은행(GB)), ‘CJ’(제일제당(JJ)), ‘TS(대한제당(DS)) 등과 ‘푸드뱅크’, ‘배드뱅크’ 등 한글 표현을 포기하고 외국어로 쓴 경우도 잘못 쓴 사례다.
이밖에 외국어 냄새가 풍기도록 한글을 소리나는 대로 적어 고의로 한글을 파괴하는 현상과 잘못된 존댓말 사용 사례도 지적됐다.
이같은 우리말 파괴현상에 대해 김창진 초당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국어의 10%는 이미 영어로 채워져 있고 현재도 식자층이 영어를 마구 사용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우리말을 죽이는 행위다”고 우려했다.
“국어교사부터 외국어 사용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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