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의 취임 `일성(一聲)`이 만 하루도 안돼 정치권, 특히 야권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정 총리는 지난달 29일 취임 직후 세종시 건설 문제에 대해 "세종시를 과천 같은 도시로 만들지, 송도 같은 도시로 만들지 세심하고 넓은 고려를 해야 한다"며 "이 문제에 내 명예를 걸겠다"고 호언했다.
총리실에서 부랴부랴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야당은 발끈한 후다. `과천=행정중심 도시` `송도=국제 비즈니스 도시`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과천시는 11개 중앙행정기관과 5500여 명의 공무원이 도시를 이끌어가는 전형적인 행정기능 중심도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서울과 가까운 데다 인구도 7만여 명에 불과해 자족 기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송도형 모델은 지식정보산업과 연구개발(R&D), 국제 비즈니스 등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형 복합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규모도 53.4㎢로 세종시보다 작고 인구도 25만명으로 세종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어느 쪽이든 야당이 주장하는 세종시 원안과는 차이가 크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지난달 30일 정 총리의 발언에 대해 "(세종시의) 기본적인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이날 당5역 회의에서 이 총재는 "정 총리가 세종시를 과천 같은 도시로 할지, 송도와 같은 도시로 할지 고민 중이라고 한 말은 바로 정 총리가 세종시, 즉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대해 기본적인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세종시는 행정중심 기능, 그리고 도시자족 기능을 복합한 도시다. 그래서 복합도시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라며 "굳이 정 총리의 예를 인용하자면 과천과 송도를 합친 것과 같은 도시가 세종시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세종시는 `과천 또는 송도`가 아니라 `과천+송도`라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또 "세종시 설치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수도권 과밀 억제"라며 "수도권에 있는 과천과 송도를 예로 드는 것 자체가 전혀 합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