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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섀너핸·루크 섀너핸
《왜 우리는 전통 음식을 먹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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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음식을 바라보는 여러분의 눈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여기에서는 칼로리 계산이나
탄수화물 대 단백질 대 지방의 완벽한 비율을 찾기 위해 애쓰지 않을 것이다.
이런 용어는 쓸모가 없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은 언어와 같아서
체내 모든 조직을 그 음식 각각의 자연과 연결해주는 정보를 끊임없이 흘려보낸다.
원천이 좋을수록 세포에 전달하는 메시지는 덜 손상되고, 건강은 더 좋아진다.
탁 트인 곳에서 풀을 뜯으며 자란 소의 고기를 적당히 익혀 먹으면,
그 소의 건강 정보뿐만 아니라 소가 먹은 풀의 건강 정보
그리고 그 풀이 자란 흙의 정보까지 얻는 셈이다.
스테이크나 생선, 당근이 내 몸에 좋은지 알고 싶다면
그것들이 어떤 자연계를 나타내는지 그리고 그 정보가 대체로 온전한지 자문해보라.
그렇게 하려면 먹이사슬을 한 단계씩 거슬러 올라가
땅속 혹은 바닷속의 생태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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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음식으로 유전자까지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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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옹호자들은 우리의 염색체가 정적인 정보의 덩어리라서
쉽게 (그리고 안전하게) 조작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신과학 분야인 후성유전학은
이미 그들의 기본적 가설부터 잘못되었음을 증명했다.
후성유전학에서는 게놈이 오히려 역동적이며 살아 있는 존재,
즉 성장하고 학습하며 끊임없이 적응하는 존재에 가깝다고 말한다.
질병은 대부분 무작위 돌연변이
혹은 ‘나쁜’ 유전자 때문에 발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성유전학에서는 다르게 말한다.
만약 당신이 안경을 써야 한다거나 암에 걸렸다거나 연령에 비해 노화가 빠르다 해도
당신의 유전자는 지극히 평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제는 그 유전자들이 제 기능을 하는지이다.
이렇게 유전자가 제 기능을 발휘하는 상태를 과학자들은 ‘유전 발현’이라고 부른다.
몸을 돌보지 않으면 아픈 데가 생길 수 있듯 유전자도 아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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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성유전학은 ‘유전자의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의 행동이 유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후성유전학자들은
우리가 먹고 생각하고 호흡하고 행동하는 거의 모든 것이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러한 영향은 다음 세대로 전해져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전 세계 수천 명의 후성유전학 연구자들이 발견한 사실을 종합해보면,
사람들이 걸리는 질병은 대부분 돌연변이가 원인이 아니라
이전의 견해처럼 좋은 유전자에 유해한 환경이 영향을 끼쳐
엉뚱한 때에 엉뚱한 활동을 하게끔 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를테면 한때 건강했던 유전자도 어느 순간 병들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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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의 건강이라는 개념은 간단하다.
즉 유전자는 방해를 받기 전까지 원활하게 작동한다.
유전자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외부의 힘은
크게 독소와 영양 불균형이라는 두 개의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독소는 우리가 먹고 마시고 호흡할 때 체내로 들어오는 해로운 화합물인데,
심지어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 내부에서 생성되기도 한다.
또 다른 범주인 영양 불균형은 대개 영양소 결핍,
세포 활동을 원활히 하는 데 필요한 비타민·미네랄·지방산
또는 그 밖의 원료 결핍으로 인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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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음식을 일종의 농축 연료나 칼로리의 원천
그리고 질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운반 수단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반면 고대 사람들은 음식을 신성한 것으로, 섭식을 신성한 행위로 여겼다.
그들의 노래와 기도는
우리가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서로 연결된 거대한 생태계와 접촉한다는 믿음을 반영한다.
한편 후성유전학은 후자와 같은 직감이 곧 진실임을 증명한다.
우리의 유전자는
우리가 먹은 음식에서 얻은 화학적 정보에 기초해 매일매일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음식에 암호화되어 있는 정보는
음식의 원래 출처인 육지나 바다의 미세한 환경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볼 때,
음식은 연료와 비슷하다기보다
오히려 바깥 세계의 정보를 실어 나르는 언어와 비슷하다.
이 정보는 내 유전자를 더 좋게, 혹은 더 나쁘게 프로그래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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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나는 의과대학에서 배운 영양학이 모순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이와 관련한 다른 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에 의해
거짓으로 판명 난 가설들에 의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 오늘날 의학계 선도자들의 의견과 반대로,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은 유익한 영양소로 밝혀졌다.
이런 영양소를 함유한 음식 - 달걀이나 생크림, 간 등 - 을 50년 동안 식단에서 배제하고
트랜스지방 덩어리인 마가린 같은 저지방 혹은 100퍼센트 인공 화합물로 대체함으로써
그동안 우리 유전자가 의존해온 화학 정보에 굶주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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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복잡해도 모든 전통 요리는 간단히 네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는데,
필자는 이를 ‘전통 요리의 4대 기둥’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것을 자주, 되도록 매일 섭취할 필요가 있다.
이 네 가지는
첫째 빼째 요리한 고기,
둘째 장기와 내장,
셋째 신선한 식물 열매와 축산물,
넷째 신선한 것보다 더 좋은 발효 음식과 싹튼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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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는
마치 달걀 노른자처럼 세포질 안에 떠 있는 핵이라는 부분이 있다.
핵 내부에는 초나선형 분자인 염색체 46개가 있으며,
각각의 염색체에는 핵산이라 일컫는 염기서열이 무려 30억 쌍이나 존재한다.
색깔도 없이 끈적끈적한 이 화학 물질이(인공적으로 무수히 복제해야만 육안으로 볼 수 있다)
각 개인의 특성을 규정하는 유전 물질인 DNA다.
세포 중 하나에서 DNA를 뽑아내 펼치면 28억 염기쌍의 길이가 총 2~3미터에 이른다.
또 모든 세포에 들어 있는 DNA를 이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최소한 5000번은 왕복할 수 있는 길이가 된다.
화학 정보가 그야말로 엄청나게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유전자는 그중 단 2퍼센트만 사용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나머지 98%를 ‘정크’ 혹은 ‘쓰레기’라고 부르곤 했다.
나머지 DNA가 쓸모없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그 용도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과학자들은 이 물질에 꽤 대단한 능력이 있음을 발견해왔다.
……
비교적 정적인 암호 데이터 저장고 기능을 하는 유전자와 달리,
일명 ‘정크 DNA’는 단기적으로 한 세대에 국한해 관찰하든
장기적으로 수세대에 걸쳐 관찰하든 변화를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정크 DNA는 생명 활동 가운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동일한 DNA를 가진 2개의 줄기세포 중 하나는 눈의 일부가 되고
다른 하나는 간의 일부가 되는 것 같은 결정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결정이 환경의 영향을 기초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줄기세포를 동물의 간에 이식하면 간세포가 되고,
뇌에 이식하면 신경세포가 되기 때문이다.
정크 DNA는 주위에 떠다니는 화학 정보를 활용해 이 모든 일을 수행하며,
어떤 유전자 스위치를 언제 얼마나 많이 켤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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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시스템의 지능이다.
우리 유전자는 공급받은 다양한 영양소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록하고 되새기는 방법을 찾은 듯하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뼈 형성을 담당하는 유전자에 2개의 후성적 표지가 붙는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두 표지 중 하나는 비타민D, 나머지 하나는 칼슘과 결합한다고 치자.
아울러 비타민 D와 칼슘 모두 동시에 각각의 표지와 결합했을 때,
유전자가 발현될 수 있다고 하자.
이 경우 만일 칼슘과 비타민 D가 없다면 그 유전자는 휴면 상태를 유지하고
뼈는 더 적게 만들어질 것이다.
후성적 조절 표지는 사실상 일종의 포스트잇 역할을 한다.
이 포스트잇에는
“주변에 비타민 D와 칼슘이 많을 때는
바로 그곳에 특정 단백질을 무더기로 만들어라”는 명령이 적혀 있다.
그러면 뼈가 만들어진다. 정말 우아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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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 대학의 랜디 저틀 박사는
아구티라는 설치류의 번식과 관련한 영양 강화 효과를 연구했다.
실험 대상인 아구티들은 노란빛이 돌고
심각한 비만과 그에 따른 당뇨병을 앓는 경향이 있었다.
박사는 우선 일반적인 먹이를 먹고 자란 암컷 아구티에게
비타민 B12와 엽산, 콜린, 베타인이 풍부한 고영양 사료를 먹인 뒤
수컷 한 마리를 넣어주었다.
그러자 평소 비대하고 건강하지 않은 노란빛의 새끼를 낳던 암컷이
이번에는 정상적인 갈색빛 새끼를 낳았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즉 이 아구티는 그동안 과거의 어떤 트라우마에 의해
DNA의 유전자 조절 기능이 기본적으로 손상된 새끼를 낳아왔다.
그로 인해 이 아구티의 염색체는 다른 쥐와 달리
건강하고 정상적인 자손을 만들 수 없는 경우가 보통이다.
연구진은 아구티의 잠자는 유전자를 깨우기 위해 영양을 충분히 공급해서
잠재력을 활성화하고 유전자의 기능을 개선함으로써 아구티의 게놈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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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성유전적 반응 중 일부는 단순히 유전될 뿐만 아니라 확대되기도 한다.
임신 중 흡연이 자녀의 천식 발병률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한 사례에서,
로스앤젤레스 소재 케크 의과대학 박사들은
임신 중 담배를 피운 어머니가 낳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어머니의 자녀들보다
천식에 걸릴 확률이 1.5배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할머니가 흡연자였을 경우 아이의 천식 발병 확률은 1.8배나 되었다.
엄마가 담배를 전혀 입에 댄 적이 없다 해도 말이다!
어머니와 할머니 모두 임신 중에 흡연을 했던 아이들은
그 위험이 2.6배로 급상승했다.
…… 이 결과를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즉 임신 중에 담배를 피우는 것은 태아에게
“공기가 워낙 독성 물질투성이라 숨을 쉬면 위험해질 때도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면 폐는 호흡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자극제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발달한다.
천식 환자의 폐는 과민 반응을 해서 티끌만 한 이물질에도 기침을 하고 가래가 생긴다.
필자는 이토록 학대받은 게놈도 정상적인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고 변함없이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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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펴봤듯 환경적 요인으로 생겨난 화학 물질은
분자 사슬에 그 행동을 바꾼다는 표지를 단다.
랜디 저틀에 따르면 이런 시스템은
“(생물이) 하드웨어를 바꿀 필요 없이
환경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게끔 하는 메커니즘”을
마련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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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유전자의 비타민 C 생성과 관련해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수세대 동안 비타민 C 생성 기능을 쓰지 않게 되면서(음식에 비타민 C가 풍부하기 때문),
유전자는 매우 ‘졸린’ 상태로 자랐을 것이다.
결국 후성유전 테스트 마케팅을 통해
우리가 몸에서 직접 비타민 C를 생성할 능력이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게 확실해졌을 때,
유전자 내 돌연변이는 그것을 영구적으로 비활성화시켰다.
이 테스트 마케팅이 어떻게 정확히 작용할 수 있었을까?
특정 표지는 생식 과정에서 오류 발생률을 늘리는데,
그렇게 되면 일시적인 후성적 변화가 일어나며
유전자가 염기쌍 돌연변이에 의해 영구히 바뀌어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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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무엇이 이 모든 세포 활동을 조절하도록 돕는 것일까?
주로 음식이다.
어찌되었던 음식은 우리가 환경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일차적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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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의 행동에 내재한 논리의 예는
비타민 A 결핍의 영향을 관찰함으로써 찾아볼 수 있다.
1930년대 후반, 칼리지스테이션 소재 텍사스 농업연구시험소의 프레드 헤일 교수는
암퇘지가 수태를 하기 전에 몸에서 비타민 A를 제거한 결과
안구 없는 새끼들을 낳았다고 보고했다.
암퇘지에게 비타민 A를 다시 공급하자,
이번에는 안구가 정상적으로 발달한 새끼들을 낳았다.
따라서 안구 발달의 스위치는 (영구적) 돌연변이 때문이 아니라
일시적인 후성적 변형으로 인해 꺼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비타민 A는 식물에게서 볼 수 있는 레티노이드에서 파생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햇빛에 의존한다.
그러므로 비타민 A 부재에 대한 대응으로
눈을 성장시키는 유전자 스위치를 꺼버린 것인데,
이는 마치 DNA가 비타민 A 부족을 빛의 부족,
혹은 빛이 없어 눈도 쓸모없는 환경으로 해석한 것 같다.
도마뱀과 그 밖의 동굴 생물은
빛도 없고 식물도 없고 비타민 A도 적은 동굴 환경에 대응해
안구 발달을 제어하는 유전자의 후성적 변형을 비슷하게 겪어왔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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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보면, 후성유전학적 증거는 DNA를 일반적으로 인식해온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지능적인 메커니즘으로 평가하는 셈이다.
요컨대 DNA는 음식이라는 언어를 통해서
변화하는 바깥 환경에 관한 정보 수집 능력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 정보를 기반으로 변화를 가능케 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비롯해 후대에 도움을 줄 대응 방법까지 기록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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