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에 NIE 실시하는 양오초등학교
"NIE 하기 싫으면 나가라" 교장 방침에 교사 96% 동의
학생의 아침, 신문으로 시작
엄마들은 안다. 뭔가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은 사립학교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그래서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사립학교에 아이를 들여보내기 위해 힘쓰고 비싼 등록금도 감수한다. 공립학교는 학부모들의 기대나 학교 운영이 사립에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특별한 교육을 실시해주는 공립학교가 있다면 엄마들은 그저 감사해할 뿐이다.
이런 통념을 깨고 '사립 같은 공립'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학교가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 천마산 자락에 위치한 양오초등학교다. 교직원 32명, 22학급, 학생 수 830명의 학교로 3년 전 개교했다. 이 학교 운영방식이 사립학교와 견줄 만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인근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독특할 것은 없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교사들의 태도다. 매일 아침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인사하며 맞이한다. 4, 5학년에 각각 한명씩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찬 우유는 소화를 못 시키는 것까지 선생님이 알더라"면서 "학생 하나하나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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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오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이 매일 아침 신문을 받아 첫 교시 시작 전 30분 정도 NIE 수업을 실시한다. 12일 오전 2학년 3반 아이들이 담임인 정혜숙 교사의 지도로 수업을 받고 있다./유나니 기자 nani@chosun.com
이 학교에 주목하게 만든 특별 프로그램은 영어와 NIE다. 양오초등학교는 올해 특색사업 즉 '09 교육브랜드화사업'으로 'YES 영어교육'과 'NIE 활성화'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학년별 연간 교육 계획을 세워 교과와 병행해 실천하고 있다. 이미 영어에서는 원어민이 체험 위주로 진행하며 단계별 인증제도를 실시하는 것으로 학부모들의 만족을 끌어내고 있다.
NIE 수업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매일 아침 실시하고, 재량활동시간 등 정규 교과시간에도 추가로 적용한다. 12일 오전 첫 수업이 시작하기 전인 8시30분쯤 이 학교 학생들은 등교하는 대로 신문을 펼쳐들었다. 이날 2학년 3반에서는 '환경보호는 내가 먼저'라는 주제로 NIE 수업이 진행됐다.
아이들은 '신문으로 공부해요'라고 제목이 적힌 A4 크기의 스프링노트를 꺼냈다. 강슬기 학생이 고른 기사는 '위협받는 토종 생태계'였다. 슬기는 '생태계 교란종'이란 단어의 뜻을 찾아보고 "파랑볼우럭, 황소개구리 등은 외국에서 들어오지 않도록 환경부가 막았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적었다. 이 반 담임인 정혜숙(58) 교무부장은 "아이들이 가끔 어른들도 잘 모르는 것을 찾아 조리 있게 설명해서 놀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오초등학교에서 NIE를 실시하게 된 것은 유현의 교장의 단호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유 교장은 교사 시절 NIE 직무 연수를 받고 '관리자가 되면 NIE만은 꼭 해봐야겠다'고 결심, 지난해 3월 교장으로 이 학교에 부임하자마자 실천에 옮겼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장벽에 부딪혔다. 학부모 설문조사 실시 결과 49%만이 찬성했고, 일부 교사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아직 인식이 덜 되어 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년엔 'NIE 다지기 해'로 정하고, 교사와 학부모 대상으로 NIE 연수를 실시했습니다."
유 교장은 교사들 앞에서 "이런 학교장의 경영 방침이 싫으면 나가라"고 못을 박았다. 지난해 말 다시 실시한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82%의 동의를 얻었고, 교사로부터 96% 찬성표를 얻었다. 학교운영위원 12명으로부터 만장일치 동의를 얻었다.
처음에 반대표를 던졌던 학운위원 강태라(35) 주부는 "괜히 쓸데없는 낭비가 아닐까 생각해서 반대했는데, 아이가 엄마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며 설명하는 것을 보고는 반대한 것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강씨는 양오초에 입학시켰던 아이를 서울의 한 사립학교에 보냈다가 아이가 계속 "양오초등학교로 보내달라"고 울어대는 바람에 다시 학교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유 교장의 주도하에 1년치 교육계획안에 '신문 활용교육의 활성화를 통한 창의성 신장 및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신장'을 목표로 한 구체적인 일정을 짰다. 연 2회 아이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정준호 교감은 "연말에 NIE의 교육적 효과를 분석해 통계를 내볼 계획"이라며 "그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현의 교장·정준호 교감
양오초등학교의 특색사업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는 교장·교감이다. 지난해 나란히 이 학교에 부임한 유현의(57) 교장과 정준호(48) 교감은 양오초 이전에도 우연히 같은 학교에서 교감과 교무부장으로 재직하면서 6년간 호흡을 맞춰온 '명콤비'로 통한다. 유현의 교장은 "양오초등학교에서 극적인 재상봉을 하면서 본격적인 NIE 교육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유 교장이 교육 프로그램 안건을 던지면 동의를 얻어 구체적인 일정을 짜고 실행하는 것은 정 교감이다. 작은 일례로 학교마다 의무적으로 고지하게 되어 있는 '학교 폭력 자진 신고기간'의 경우 유 교장이 "뭔가 창의적인 표어를 지을 수 없을까" 하고 제안했고, 정 교감은 교내 플래카드 문구 공모대회를 열어 표창하자는 아이디어를 내 '한번의 상처는 큰 아픔을 남기고 한번의 배려는 사랑을 키웁니다'란 표어를 끌어내는 데 전교생의 힘을 모았다.
"아무리 좋은 교육도 학부모와 교사들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는 것이 유 교장의 지론이다. 그래서 NIE 역시 1년간의 연수 끝에 과반수의 학부모와 교사들의 동의를 얻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공식 논의한 뒤 이 학교 특색사업으로 자리잡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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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간 호흡을 맞춰온 두 사람은 손발이 척척 맞는다. 유현의(사진 왼쪽) 교장이 안건 을 제시하면 정준호(사진 오른쪽) 교감이 아이디어를 내 실행에 옮긴다./유나니 기자 nani@chosun.com
유 교장의 NIE 사랑은 그야말로 지극하다. 우선 교사 시절부터 NIE 직무 연수를 받고 관리자(교장·교감)로서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 문서실무사 1급,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땄다.
이후 경기도 현장교육연구대회에서 특별활동분과 1등급을 수상하는 등 7차례 상을 탔고, 교육부 장관상을 비롯한 표창장을 6차례 받았다. 한국교총의 이사를 역임하는 등 대외 활동 경력도 화려하다. 교감으로 승진한 뒤에는 교육행정학 박사학위를 따 이론까지 겸비한 뒤 양오초등학교에 지난해 교장으로 부임했다.
정 교감 역시 특수교사 1급을 비롯한 자격증은 물론 교육부 장관상, 통일원 장관상 등의 수상 경력도 자랑한다. 체육학을 전공하고 역시 박사학위를 따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정 교감은 "전체 교사들이 동참해 명품 학교를 만들기 위한 명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오초등학교는 교원능력 평가 실시 교육부 지정 학교로 선정돼 올해 실시 중이다. "교원 평가가 실시되어도 자신 있다"는 것이 유현의 교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