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이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2016년에 나온 The Accountant 어카운턴트: 회계사

원래 포스터는 왼쪽 것으로 주인공 벤 알프렉의 얼굴을 가렸었는데
한국 포스터에서는 그의 얼굴이 보이네요.
이제는 얼굴이나 몸집에 나이 든 표시가 나는 벤 알프렉이
자폐증을 가진 천재 '크리스'로
마피아를 비롯한 음성조직들의 불법자금을 세탁하며 장부정리하는 일을 돕는 회계사로 등장는군요.
하지만 보통 그냥 회계사가 아님을 봅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 때문에
17년 동안 34번 이사를 해야했고
아버지의 엄격한 교육과 통제 하에
각종 무술을 연마하며 자란 사람인 겁니다.
그런 남편과 아들 둘을 못견뎌 그가 어릴 때 어머니가 떠나갔구요.
크리스는 자폐증이 있지만 정말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 퍼즐을 '뒤집어서' 맞추는 장면이 등장하지요.
마지막 한 조각을 발견할 수 없자 소리 지르며 몸을 흔들어 댑니다.
그 소리에 바로 이런 글귀가 있었구요.
Solomon Grundy, 솔로몬 그런디
Born on a Monday, 월요일에 태어나
Christened on Tuesday, 화요일에 세례를 받고
Married on Wednesday, 수요일에 결혼해
Took ill on Thursday, 목요일에 병이나서
Grew worse on Friday, 금요일에 위중해져
Died on Saturday, 토요일에 죽어
Buried on Sunday, 일요일에 묻혔다.
That was the end, 그 게 솔로몬 그런디의 마지막이다.
Of Solomon Grundy.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외우는 주문 같은 글귀...
엄마가 그들을 떠나던 날에
'왜 엄마가 떠나가냐?'고 물어대며 물건을 던지고 벽을 차 깨부수며 난동을 부리는데
아버지가 그런 그를 껴안고 외우게 시켜 그를 안정시켰던 글귀였구요.
떠나는 엄마 때문에 크리스는 그런 극심한 반응을 하는데
동생 브랙스톤은
집안에서 창문을 통해 차에 오르는 엄마에게 가운데 손가락만 펴서 하는 서양욕을 합니다.
많이 다른 형제, 하지만 그래도 그 동생이 크리스의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그들을 떠났던 엄마가 새로 결혼해서 또 아들 둘을 낳았군요.
그런데 그만 죽어버렸습니다.
관 속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러 온 크리스와 아빠, 둘 다 군복을 입고 있습니다.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그들을 내보내려했을 때
크리스는 그들을 공격하게 되고
드디어 경찰까지 동원되어 총격을 했을 때
크리스의 아빠는 크리스를 몸으로 막아서서 대신 총알을 맞고 죽습니다.
그런 아빠를 바라보며 울부짖는 크리스.
감옥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40년 넘게 거대한 음성조직의 회계사로 일했던 '프랜시스'와 같은 방을 쓰게 되구요.
같이 밥을 먹고 같이 텔레비젼 보며 모든 것을 함께하는 두 사람.
프랜시스가 천재적인 크리스에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합니다.
그렇게 크리스가 회계일을 배운 거지요.
하지만 그의 멘토였던 프랜시스가 석방되었다가 겨우 몇시간만에 그가 몸담아 일했던 집단에게 잡혀
무참하게 고문 당해 죽은 시체로 발견되자
크리스가 돌아버립니다.
간수를 쇠로 된 보온병으로 내리치고는 탈옥해서
프랜시스를 죽인 일당 9명을 모두 살해한 겁니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현재.
크리스가 새로운 일감을 찾았습니다.
로봇기능을 갖춘 신체를 만들어내는 회사에 회계장부가 맞지 않는 것을
그곳 전속 회계사인 '대나'가 발견하고 보고하자
그 소유주의 여동생인 '리타'가 크리스를 고용한 겁니다.
하루만에 15년 동안의 장부 기록을 읽어내며 칠판에 숫자를 쓰기 시작한 크리스,
칠판이 모자르자 그 방을 둘러싼 거대한 유리벽에 기록을 하며 문제를 찾아냅니다.
600억이 넘는 돈이 사라졌음을.
다음 날 일을 끝내려고 일하던 장소에 간 크리스.
청소부가 그가 했던 기록들을 지우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 회사 소유주인 '라마르'가 나타나 그의 임금을 지불하며 말합니다.
친구이며 파트너였던 '에드'가 자살을 했다.
이 조사를 시작한 것이 원인이었고.
이제 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
그 '에드'가 그 돈을 횡령했다가
이 조사로 들통이 날 것같아 자살했다는 암시를 하는 거지요.
하지만 '에드'의 죽음은 강요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전날 밤 세 명의 남자가 그 집에 나타나 했던 강요.
누가 그들을 고용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구요.
시작한 일을 끝내지 못한 크리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게다가 그와 대나를 죽이려는 사람들까지 등장하는 겁니다.
결국 크리스는 그들과 그들을 고용한 사람을 알아내 처치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오래 전에 헤어졌던 동생을 만나구요.
해피 엔딩입니다.
아직 안보신 분들을 위해 세세한 이야기들을 다 안하려합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격투신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인도네시아 무술이라네요.
제법 빠른 진행과
무게와 기지를 가진 대사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스토리 구성으로
정신을 바짝 차려 봐야 하는군요.
영어자막을 봐도
한 번 봐서는 대사나 내용을 못잡는 것이 많아
여러번 보고 있습니다. 영어공부도 할 겸.
인상 깊은 대사...물론 있지요.
아이들에게 당해 안경이 깨진 상태로 집에 온 아들에게 아버지가 말합니다.
선택을 할 수 있다.
피해자가
되는 선택
안되는 선택.
그것도 선택... 맞기는 하네요.
문제는
어떻게? 이지요.
영화 속에서는 크리스가 피해자로 남지 않는 선택을 하는군요.
그를 공격했던 아이들을 그가 배운 무술을 사용해서 공격함으로 말입니다.
그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게 만드는 선택.
바람직하든 그렇지 않든, 어쨌든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가능한 거지요?
그럴 능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선택이니 말입니다.
아빠가 하는 이런 대사도 있습니다.
조만간 '다른 것'이 사람들을 겁나게 만든다.
맞지요.
뭔가가 다른 사람, 다른 문화, 다른 무엇
그냥 다르구나...하고말면 될 것인데
아니거든요.
'달라서 좋구나'는 더더욱 안되고
'달라서 싫다, 달라서 나쁘다'쪽으로 흐르지요.
왜?
'겁이 나서'가 맞을 겁니다.
겁이 왜 날까?
자신이 강하지 못해서이겠군요.
다름을 수용할만큼 강하지 못하다.
그런 자신감이 없다.
그래서 애초부터 거부하는 것.
없애려 드는 것.
한숨을 쉽니다.
이 영화에는 자폐증을 가진 천재들이 등장하는군요.
그런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다 천재인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사는 세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보고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고.
생각해보면 참 신기합니다.
어떻게 해서 그럴까?
왜 그럴까?
분명하게 뇌의 구조에 다른 것이 있을 겁니다.
그런 구조를 갖게 되는 이유도 있을 것이구요.
이제는 태어나기 이전에
자신이 어떤 몸을 갖고, 어떤 상태로 살 것인지를 미리 알고 온다고 믿네요.
그러니 몸의 다른 구조를 선택한다고 봐야지요.
그런 선택에는 목적이 있구요.
그런 가족구성원을 갖는 것에도 목적이 있고.
본인이나 가족들이
다른 시도를 해보는 거지요.
그냥 평범한 상태일 때와는 정말 다른 경험을 하다.
다른 공부
다른 성장.
다름을 불편해하고
다름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달라서 불편하고 괴롭기까지 한 것이 많을 것인데
그런 시도를 해보다.
용감한 영혼들...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해봅니다.
나는 누군가의 다름에 얼마나 열려있는가?
......
자신이 없군요.
의식이 아직 덜 큰 거지요.ㅠㅠ
아무튼 이런 '다른' 사람을 등장시킨 영화입니다.
제가 다시 보는 것을 보면
이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구요.
후속편이 만들어지고 있다네요.
나오면 또 봐야하겠습니다.
벌써 9월입니다.
날도 선선해졌고.
화창한 하루
이런 영화를 봤으니
다름을 좀 더 많이 용납하는 마음을 갖고 보내볼까 합니다.
새로운 뭔가가 더 보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