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주마들 중에서 승리말을 추리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그냥 넘겨서도 안될 한 요소가 말의 나이이다.
그러므로 어느 나라든지 출마표에는 말의 나이가 대부분 기재되어 있다.
■경주마도 나이에는 장사가 없다
말의 나이를 사람의 나이와 비유해 본다면 말의 6세는 사람의 20세, 말의 11세는 사람의 40세, 그리고 말의 31세는 사람의 81세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의 의견이다. 사람은 보통 20세 전후에서 원기가 가장 왕성하듯이 말도 5~6세를 전후해서 능력이 향상되다가 점차
쇠퇴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경마장에서 적용하는 마령중량표를 보면 2세에서 5세까지는 점차 부담중량이 늘어가고 그 후 점차 줄어들다가
어느 수준에 달하면 일정하게 지속된다. 즉 5세 이전의 말은 한참 성장하고 있는 말이므로 과거의 전적이나 능력보다 의외로
좋은 성적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5~7세의 말은 능력 변동의 차이가 그리 심하지 않으며 8세 이상이 된다면 과거보다 더 좋은 능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경주마로 남아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처음 경주마가 되어 점차 경주 성적이 상승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더 이상 능력이 향상되지 않으면 경주마로서 은퇴하는 것이 통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말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0세가 넘는 말을 경주마로 쓰기도 한다.
■은퇴한 경주마의 노후 생활
원래 좋은 성적을 보인 경주마는 능력이 떨어지기 전에 종마로 환원되어 목장에 가서 좋은 혈통의 우수한 종자를 퍼뜨리는 것이
경마 사업의 묘미이다. 경주마로 벌어들이는 상금보다는 종마로서 종부료를 버는 것이 훨씬 재미가 톡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산마의 생산목장이 소규모이고 생산 체계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아 대부분의 경주마를 외국에서
수입해다 쓰는 실정이므로 경주마가 소모품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특수한 일부 말을 제외하고는
아무리 성적이 좋았던 명마라도 제 능력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 경주마로 활약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그러므로 경주마의 도태율을 당장 일본과 비교해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경주마의 갱신율은 1/4 정도인데 반해
일본의 경우는 매년 약 1/2 정도가 생신된다.
경주마에서 은퇴한 5세 이상마의 암말 221두를 조사한 결과 5세에서 10세 사이에 죽은 말이 23%, 11세에서 15세까지는 20%,
16세에서 20세까지는 37%, 21세에서 25세까지는 18%, 26세에서 30세까지는 약 20%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30세를 넘으면
말로서는 장수했다고 볼 수 있다.
■말은 어떻게 나이를 먹는가
물론 세월이 가면 한 살 한 살 자꾸 나이를 먹는다. 그러나 사람에서도 나이를 세는 방법이 서양식, 동양식 그리고 만나이식 등
나이 계산법이 다르다. 어느 방식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나이가 한 살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말도 마찬가지로 나이 계산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경주마에서는 나이에 따라서 짊어지고 달려야 하는 부담중량이
각기 따르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나이를 계산하였는가에 따라 부담중량이 무거워 질 수도 있고 가벼워 질 수도 있다.
또한 말은 계절번식 동물이기 때문에 대개 봄에만 태어나는데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에는 계절이 전혀 반대이므로 같은 봄이라도
시기적으로 6~7개월 차이가 나므로 역시 부담 중량을 정하는데 문제가 되어 왔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전 세계의 경마 관계자들이 모여 통일된 나이 계산법을 만든 것이 ‘반구별 연령기산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국제적으로 널리 쓰고 있는 반구별 연령계산법이란 나이가 한 살 증가되는 시점을 반구별로 다르게 하여,
북반구에서 태어난 말은 태어난 해가 0살이고 그 다음에 1월 1일부터 1살씩 증가하고 남반구 말은 태어난 해와 그 다음해 7월까지
0살이고 8월 1일부터 1살씩 증가하는 방식이다(남반구는 9, 10월이 봄이다). 그렇게 하면 양편이 모두 마령중량과 관련하여
공평할 뿐만 아니라 그 말의 산지만 알고 있으면 언제 한 살을 더 먹게 되는지 쉽게 계산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말의 나이는 어떻게 알 수 있나
사람과 마찬가지로 말도 혈통 등록서가 있어 생년월일은 물론 부모마명, 마체 특징 등이 자세히 기록되므로 그것을 보면 말의
신상과 나이를 정확하게 알 수가 있지만 말만을 보고 대략 몇 살이 되었는가를 알 수도 있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에 흰머리가 나고 하여 대략 그 사람의 나이를 짐작할 수가 있는데 말의 경우는
치아를 보고 비교적 정확하게 판단할 수가 있다. 말의 치아 발달은 규칙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유치와 영구치의 개수를 보고 판단한다.
2세까지는 유치만 있고 영구치는 없다. 영구치가 위, 아래 각 1쌍씩 있으면 보통 3세, 각 2쌍이 있으면 4세, 각 3쌍이 있으면 5세로 본다.
6세부터 우치(가운데로부터 외측으로 세 번째 되는 이빨)의 마모 정도를 보고 판단하다. 마모가 심해지면 위쪽의 우치가 부분적으로
달아 갈고리 모양이 되는데 그 정도를 보고 6세부터 9세까지 판단하며, 이보다 늙은 말은 이빨의 전체적인 색조가 검은 정도를 보고 판단한다.
- 1년생의 치아 : 우치가 나와 있으나 아직 가장자리가 서로 닿지는 않았다. 이때가 되면 16개의 어금니와 12개의 절치를 갖는다.
- 2년생의 치아 : 2세가 되면 입안에 유치가 모두 성장한다. 2세짜리의 치아는 5세짜리와 혼동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 3년생의 치아 : 3세 때 2개의 영구 절치가 나온다. 보통 가을에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온다.
- 4년생의 치아 : 4개의 중간 절치가 자라 나오고 있다. 가장 자리가 아직 정확히 맞지는 않다. 절치 중에서 4쌍의 영구치가 자란다.
그러나 우치는 아직도 유치로 존재한다.
- 5년생의 치아 : 절치는 다 자랐고 각 치아의 가장자리는 서로 꼭 맞는다. 치아는 4년생에 비해 힘 있게 보이며 위아래의 이가
꼭 맞게 닿아 있으며 약간 마모된 상태이다.
- 6년생의 치아 : 우치는 더욱 단단해 보이는데 가장자리는 닿기 시작한다. 외측표면이 평평하며 영구치의 특징이 나타난다.
우치의 사용 흔적이 마모면이 보인다.
- 7년생의 치아 : 우치가 더욱 마모되어 갈고리 형태가 나타난다.
- 9년생의 치아 : 절치가 계속 마모되어 상하 각각 2쌍의 절치에 치성이 보이고 우치의 외측으로 갈베인 홈이 나타난다.
- 10년생의 치아 : 상하 각각 3쌍의 절치에 치성이 보이고 우치가 성장하여 길며 갈베인 홈도 길어진다.
- 12년생의 치아 : 치아가 크고 길며 서로 밀접되어 있고 색깔은 검으며 턱과 치아의 각도가 완만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