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말 조병희 님을 보내는 만가
가람 해강 먼저 가오시고 까치말 님마저 가오시니,
완산 고을이 텅―(터엉) 비었습네다.
가슴속 샘솟는 정을 뉘 더불어 사뢰리까?
까치말(작촌<鵲村>) 가람(이병기)의 생질(甥姪 : 누이의 아들)로 한시(漢詩)와 서예의 대가이자,
향토 문화재 사적지 고찰 조예 깊고 실적 크되,
명예와 이욕을 벗어난 깨끗한 정의로운 선비였네.
남은 나보다 일곱 살 위지만 시조를 뒤늦게 배워,
<시조문학> 1977년 가을호에(‘청령포’로) 초천 됐고,
‘저무는 서울 거리’(1978. 9. 30. <시조문학>)로 천료 됐던 시조시인!
앞엣 작(作)은 충절의 피가 찰찰 넘치는 애끊는 노래,
뒷 작은 소박한 선비의 눈에 비친 사실적 서정!
구티가 보이지 않는 활달 무구(청정) 고루찮고 참신했네.
‘까치’ ‘고샅 늙은이’ ‘무지개’ ‘호남벌’ ‘견훤성(甄萱城)’ 등 담은,
<새벽녘 까치소리> 내고 ‘표현문학상’도 받고,
아흔 셋 <해거름에 타는 꽃불>로 삶의 끝을 맺었네.
그 인간성과 사람됨을 한결 존경하고 사랑하네.
나라와 겨레와 조상과 어버이와 선배와 후진……
핏줄을 공경하고 받드는 강렬한 참 몸짓 보네.
“은혤 갚아야지 갚아야지……” 은혤 잊지 않고 벼르는,
마음씨와 마음씀은 참으로 긴요한 것,
문 앞서 찾을라치면 버선발로 뛰쳐나오는 순박함!
순수한 저 가슴의 밑바닥에서 생명 넘치는,
생생하고 신선하고 이 시린 맑은 샘물을,
당신은 길어 올린 참대 같은 지조 높은 시선(詩仙)였네.
아침저녁 백수(白壽)를 넘어 백수(百壽)를 넘기시라 빌었거니,
백을 못 채우시고 갑작스리 가셨는가!
이제는 완산 종소리 뉘와 함께 들으리까?
4336. 1. 17. 밤 10시 ~ 18. 아침 8시 1분 ~ 낮 2시 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