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감사하라(백윤형, 알베르토, 한국항공소년단 사무총장)
일선 부대 성당에는 성가대가 거의 없고 반주자도 없는 처지라 그저 큰 목소리로 성가를 부르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가끔은 제가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 성가를 같이 연주할 때도 있었습니다. 생도 시절부터 작은 성가대를 지휘했지만, 당시는 그저 같이 모여 연습하고 성가를 부르는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제대로 모습을 갖춘 성가대의 지휘를 맡게 된 것은 2002년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갑자기 성가대 지휘자의 인사이동으로 공석이 된 자리를 아무런 준비 없이 받게 된 것입니다. 지금도 그 첫 지휘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군종 성당 중에서 제일 큰 성당이고 모든 신자가 다 볼 수 있는 제대 오른쪽에 성가대 자리가 있었습니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시종일관 땀이 비 오듯 했습니다. 미사 중반쯤 되었을 때 무엇인가 들려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것이 그저 한 사람으로서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례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정말로 순식간에 땀이 멈추고 걱정과 불안이 사라지며 저도 모르는 사이 전례의 한 부분으로 성가대를 잘 이끌어 갈 수 있었습니다.
그날의 경험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성가 지휘와 성음악에 관한 공부를 계속해 왔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성가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고, 그로 말미암아 가는 곳마다 주님께 찬미를 드리는 성가대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저 성가를 부를 몇 명의 신자들만 있어도 성가대를 만들고 같이 연습했습니다. 이런 성가대의 화음과 찬양을 듣고 성가대 활동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늘어났습니다. 한 성당에서는 전체 신자의 3분의 1이 넘는 신자가 성가대에 들어와 오래된 어린이집을 수리해 미사를 봉헌하던 성당 뒤쪽이 성가대로 가득 찼던 기억도 납니다.
주님께서 제게 과분할 정도로 주신 은총과 능력을 남들과도 나누라는 가르침을 떠올립니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한다고 하신 것처럼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무엇을 가르치려는 지휘자가 아닌 성가대원과 같이하는 단원의 한 명이 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지휘자도 봉사자이며 성가대원도 봉사자입니다. 한마음으로 주님을 찬양할 때 더욱 큰 은혜와 은총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이런 탈렌트를 주신 하느님께 다시 한 번 더 감사드리며 영원한 주님의 종으로 봉사할 기회를 주심에 또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