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댁의 전기요금은 안녕하십니까?
집집마다 폭탄 한 장씩 배달에 우편함 열기 후덜덜..
7월 중순 이후 사용한 요금이 포함된 전기요금 청구서가 집으로 날아오면서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을 눈으로 확인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검침일에 따라 무더위 전기요금이 아직 청구되지 않은 세대는 전기 사용량을 확인하고 앞으로 청구될 전기요금을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계산해 보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전기공급약관”을 통해 전기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전기공급약관은 6가지 종별(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로 전기요금을 분류하고,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의 합계액을 전기요금으로 산출한다. 세대별 사용한 전력량요금을 계산할 때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누진제가 적용되어 계산된다. 전력량요금 뿐 아니라 기본요금도 단계별(주택용 저압의 경우 410원부터 12,940원까지)로 적용된다. 이렇게 산출된 전기요금에 10%의 부가가치세와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는 3.7%의 전력산업기반기금이 합산되어 우리에게 청구된다.
오로지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과도한 누진제..
그런데,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해서만 누진제를 도입하고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6단계의 누진요금제로 구성되는데 1단계에 배해 6단계는 약 11.7배의 누진율로 지나치게 과도하다. 하지만 각 가정이 부담하는 실질적인 전기요금의 누진율은 한전의 발표를 훨씬 능가하며, 전기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전기요금의 증가율은 가히 폭발적이다. 예컨대 주택용(저압)의 경우, 100kWh 사용자는 7,350원을 전기요금으로 납부하고 있는데, 누진제가 없다면 전기사용량에 비례한 전기요금이 부과될 것이므로 600kWh 사용자는 6배인 44,100원을 납부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로 600kWh 사용자는 100kWh사용자 전기요금의 30배인 217,350원을 납부해야 한다. 누진제로 인해 24배의 전기요금을 더 지불해야 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저소득층 많은 일반주택(단독, 다세대, 연립주택)은 저압전력요금 부과
산업용 전기판매손실 일반가정에서 부담하는 꼴
한전은 누진제가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전기의 과다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저소득층 거주비율이 높은 일반주택은 주택용(저압)으로 요금을 부과하고 아파트는 저압과 고압 중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거주자가 일반주택 거주자보다 소득이 높고 전기사용량이 더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게 더 높은 전기요금이 부과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택용에는 가혹한 요금을 부과하면서 전력판매량의 56%에 이르는 산업용 전력에 대해서는 원가 이하로 판매하여 손실을 입고 있다. 또한 산업용 전력 사용량 중 73.5%는 대기업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로 일부 시민들은 반드시 사용해야만 하는 전기를 이용해 국민의 돈으로 대기업의 수익을 보전해준다고 분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절기 전기요금 할인한다지만 누진율 너무 높아 효과 미비
정부가 제시한 19.4%에 못미처 실망, 전기요금 집단 소송도 줄이어
정부는 성난 국민을 달래기 위해 올 7~9월 2200만 가구의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기로 결정했다. 할인금액이 4,200억원이라고 하는데 세대별로 얼마나 요금을 할인받게 되는 것일까? 월평균 소비전력이 4인 도시 가구 평균 수준인 342kWh를 사용하는 세대에서 소비전력 1.2kWh인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씩 30일간 사용하면 288kWh의 전기요금이 추가된다. 그러면 총 630kWh를 사용하게 되어 241,560원의 전기요금이 나온다. 이러한 누진제로 인한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7~9월 전기사용량에 대해 각 사용전력량 단계별로 추가 50㎾h씩 현행 단가보다 한 단계 낮은 요금단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할인을 해준다. 630kWh를 사용했을 경우 한 달에 약 15%인 36,890원을 할인받게 된다. 하지만 할인을 받더라도 누진율이 너무 과도해 할인효과는 미비하고 정부가 제시한 19.4%의 할인율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국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이러한 불만에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 참여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한전을 상대로 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 인강에는 지난 8월 24일까지 17,875세대가 소송에 참여했고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소송 신청이 접수되고 있다.
검침일에 따라 전기요금 유불리도 문제
한전은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기준을 검침원이 계량기를 점검한 날부터 그 이전 한 달 사용량으로 잡고 있다. 전국에 계량기는 2300만대인데 검침원은 2900여명으로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지역별로 검침하는 날이 다르다. 올해의 경우 7월 말~8월 중순 무더위로 인해 전기 사용량이 똑같더라도 20일 전후 검침하는 곳이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전기요금 부과 기준일이 전기사용량이 많은 날을 거의 포함하게 되어 높은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하고도 한전의 편의로 결정한 검침일에 따라 전기요금이 달라진다는 모순도 결국 누진제라는 요금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서 파생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파트는 단일계약 종합계약 유불리 잘 따져야
전기요금 줄여보려 가정용 태양광 발전시설에 관심 증가
아파트는 전기사용 계약 방식이 종합계약과 단일계약으로 나뉜다. 종합계약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개별 가구들의 전기사용량을 검침해 한전에 알리면, 한전이 각 가구들에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내는 방식이다. 대신 엘리베이터 등 공동설비 사용량은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일반용 전력요금으로 계산한다. 이에 반해 단일계약은 아파트 단지가 계약 당사자다. 한전은 단지 전체 사용량을 가구수로 나눠 요금을 매긴 뒤 다시 가구수만큼 곱한 전기요금을 관리사무소에 부과하고, 전체 요금을 통보받은 관리사무소는 사용량에 따라 각 가구에 요금을 부과한다. 종합계약에는 일반 주택과 같은 주택용 저압 요금이 적용되지만, 단일계약에는 주택용 고압요금 적용돼 약 20%정도 저렴하다. 하지만 공동시설요금이 많을 땐 누진제 적용으로 불리하다. 일반적으로 공공시설 전기 사용량이 25% 이하면 단일계약을, 그 이상이면 종합계약이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각 아파트 실정에 따라 어느쪽이 유리한지 꼼꼼히 살핀 후 적합한 계약방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위브하늘채 아파트의 경우 1~7월까지 전기요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공용부분 전기 사용량이 많아 종합계약 방식이 유리한 것으로 나오고 실제로도 종합계약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전기요금을 줄여보고자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언론매체를 통해 태양광 발전시설의 설치로 전기요금을 줄인 사례가 많이 제시되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 ‘소형 태양광발전기 보급사업’을 실시한다. 150~300W의 설치비용 60~82만원 중 30만원은 지원해 주므로 나머지 비용만 설치 세대에서 부담하면 된다.
그 밖의 문제들...전력산업기반기금, 비싼 교육용 전기요금 등등
전기요금 고지서에 전기요금의 3.7%가 합산되어 청구되는 항목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이 있다. 하지만 전기요금 고지서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이런 항목의 기금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전기사용이 늘수록 전력기금 역시 비례해 증가한다. 올해 전력기금은 지난해보다 5.7%가 증가한 2조 2670억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민은 전력기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 방법이 없다. 기금 감시가 허술하니 운영 역시 제대로 될 리 없다. 감사원은 올해 4월 한전이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사업 용도로 지자체에 지급하는 전력기금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쓰지 못할 바엔 전력기금 징수율을 낮추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부는 전기요금 일부를 깎아주고 생색을 낼 것이 아니라 전력기금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전국의 초중고 학교들이 수업을 시작했지만 계속되는 폭염으로 일부 학교는 개학을 연기하거나 단축수업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교실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만 전기요금 폭탄이 두렵기는 학교도 마찬가지다. 교육용 전기요금은 1년 중 최고 전력 사용량을 기본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누진세가 적용되지는 않지만 산업용보다 비싸다. 전력판매량의 1.6%에 지나지 않는 교육용 전기야말로 원가이하로 판매하더라도 활동성 많은 학생들에게 무더위로 학습에 악영향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전기요금 개편을 위한 ‘당정테스크포스(TF)’가 지난 18일 출범했다. TF는 올 연말까지 전기요금 누진제를 비롯한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TF가 국민들이 만족할만한 시원한 결과를 도출해 낼지 똑똑히 지켜볼 일이다.
-주민기자 박미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