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세계 평화의 날)
2026년은 붉은색[赤]을 의미하는 10간의 병(丙)과 말[馬]을 상징하는 12지의 오(午)가 결합된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입니다. 생동감, 뛰어난 순발력, 탄력있는 근육,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 기름진 모발, 각질의 말굽과 거친 숨소리를 가진 말처럼 ‘희망과 전진, 상승’이라는 병오년 새해 되시기 바랍니다.
한 해의 시작과 함께 우리들이 가장 많이 주고받는 말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말입니다. ‘복’(福)이란 한자어는, 하느님[示]께서 각자[一]에게 필요한[口] 밭[田]을 주셨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오늘 제1 독서에서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약속하신 말씀과 상통합니다.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일러라. ‘너희는 이렇게 말하면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축복하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②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③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②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④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그들이 이렇게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민수 6,23-27)
세상 사람들에게 가장 큰 복은 재물과 건강, 부귀와 영화겠지만, 하느님 백성인 우리에게 참된 복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지켜 주시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는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상속자들입니다.
전례력으로 오늘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고,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는 ‘세계 평화의 날’입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라는 표현은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믿을 교리로 선포되었습니다. 에페소 공의회가 열리기 전, 콘스탄티노폴리스(현재 튀르키에의 이스탄불)의 총대주교였던 네스토리우스는 예수님께서 세상에 태어나실 때는 인간이었지만, 후에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입양(入養)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예수님은 신앙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와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됩니다.
에페소 공의회에 참석한 교부들은 마리아가 하느님의 아들을 태중에 인간으로 잉태하심으로써 참으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말씀’이 마리아에게서 당신의 신성(神性) 이끌어내셨기 때문이 아니라, 이성적 영혼을 부여받은 거룩한 육체를 마리아에게서 얻으셨기 때문에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Θεοτόκος’)이며, 하느님의 말씀이 그 위격에서 육체와 결합했기에 사람의 몸으로 나셨다고 일컬어진다.”(에페소 공의회, 「알렉산드리아의 치릴로가 네스토리우스에게 보낸 둘째 편지」: DS 251).
가톨릭 교회 교리서』 495항은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한 분, 곧 육체적으로 마리아의 참아드님이 되신 분은 다름아닌 성부의 영원한 아드님이시며,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의 제2 위격이시다. 교회는 마리아를 참으로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라고 고백한다.”고 가르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Redemptoris Mater) 4항에서 “마리아는 성령의 능력에 의해 당신의 동정 품 안에 잉태를 하시어 아버지와 본질이 같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낳으셨기 때문에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것이다.”고 말씀하십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Lumen Gentium), 63항에서 성모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가르칩니다. “믿음과 사랑 그리고 그리스도와 이루는 완전한 일치의 영역에서 천주의 성모님께서는 교회의 전형이시다. 실제로 교회 자체도 당연히 어머니이며 동정녀라 불리는 그 교회의 신비 안에서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앞장서 가시며 탁월하고도 독특하게 어머니로서 또 동정녀로서 모범을 보여 주신다.”고 선언합니다. 성모님께서는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낳아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지만, 그 누구보다도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고 그 뜻을 잘 실천하신 신앙의 모범이시기에 우리 가톨릭 교회 신자들은 그분을 공경합니다[하느님께 대한 흠숭(欽崇)과 구분할 것].
우리가 매일 드리는 묵주 기도를 끝마치며 드리는 성모 찬송(‘Salve Regina’)을 드리면서 오늘의 강론을 마칩니다.
“Salve Regina, Mater misericordiae, Vita, dulcedo et spes nostra, salve. Ad te clamamus, exsules, filii Hevae. Ad te suspiramus, gementes et flentes in hac lacrimarum valle. Eia ergo, Advocata nostra, illos tuos misericordes oculos ad nos converte. Et Jesum, benedictum fructum ventris tui, nobis post hoc exsilium ostende. O Clemens, O pia, O dulcis Virgo Maria.”
“모후이시며 사랑이 넘친 어머니, 우리의 생명, 기쁨, 희망이시여. 당신 우러러 하와의 그 자손들이 눈물을 부르짖나이다. 슬픔의 골짜기에서. 우리들의 보호자 성모님, 불쌍한 저희를 인자로운 눈으로 굽어보소서. 귀양살이 끝날 때에 당신의 아들 우리 주 예수님 뵙게 하소서. 너그러우시고 자애로우시며, 오 아름다우신 동정 마리아님!” “천주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시어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