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 5,8) >
저는 ‘서울아지트’라는 곳에서 버스를 몰며 사목하다가,
청소년 시기를 힘겹게 보내는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있어요.
‘사랑의 힘’이죠.
‘사랑의 힘’은 똑똑한 아이들을 더 똑똑하고 지혜롭고 슬기롭게 만들죠.
그래서 어른이 되면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안정적인 마음으로 펼치게 됩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충분한 지지와 사랑을 받지 못하면
똑똑한 아이들마저 어리석게 사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려서부터 자기중심적이고 미성숙한 부모 밑에서
무관심, 몰이해, 방임, 지속적인 언어폭력, 폭행 등을 겪게 되면
어린 씨앗은 자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들이 올바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용서’입니다.
보통 “신부님, 어떻게 그게 가능해요?
부모가 먼저 아이들에게 와서 용서해 달라고 하는 게 옳지 않나요?”라고 하지만,
내가 먼저 용서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아시나요?
가족들에게 받았던 상처의 사슬이 끊어지고 자유로워집니다.
“신부님,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씀하시죠?”
사실, 아지트 친구들 안에서 일하시는 예수님을 통해 저도 배운 겁니다.
아지트에 오는 친구들은 병원에 다니면서 약을 먹어도,
상담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교회나 성당을 다니던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네가 온갖 노력을 해도 안 되잖니? 우리 한번 예수님께 가보자.”고요.
어떤 친구는 비웃고 무시하지만, 어떤 친구는 진지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인 친구들은 놀랍게도 다 변화되고 있습니다.
한 친구는 자신의 어머니를 용서했으며,
그동안 냉담했던 어머니를 다시 교회로 인도했죠.
그리고 그 어머니 역시 지금은 회개의 삶을 살며 고마워하고 있어요.
또 부모님의 자녀 차별과 학대, 형제의 무관심으로 고통받던 또 다른 친구 역시,
그간 정신과 약에 의존했었지만, 이제는 부모에게 들었던 독이 가득 서린 말들에서
용서를 통해 서서히 해방되어 나오는 중이죠.
성경을 읽고 기도하면서 이 친구에게 예수님 말씀대로 사는 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어느 날 “신부님, 저는 살면서 한 번도 꿈이나 환상 같은 걸 본 적이 없는데,
기도 중에 예수님이 아기인 저를 안고 있는 모습을 선명히 봤어요.”라며
예수님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친구는 말씀의 빛을 받으면서 부모에게 받은 부정적인 말의 사슬에서 벗어나
폭식이나 자해 등의 자학 행동을 멈추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기 시작했죠.
이처럼 주님 앞에서 자신을 미워하던 이를 용서하는 것은
마음 안에 있던 썩은 음식들을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썩은 음식을 버려야 냄새가 안 나고 깨끗해지듯
마음의 상처들은 내가 먼저 버림으로써 치유가 됩니다.
그게 바로 용서입니다.
행복하길 원하시나요?
내가 먼저 용서합시다.
그러면 깨끗해질 거고,
하느님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은성제 요셉 신부 | 가톨릭청소년이동쉼터(서울A지T)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