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7월5일인 것 같다.그때는 한일회담을 반대하는 대학생들 데모가 극심했다.시내 곳곳에는 최루탄이 난무하고, 고대에는 위수령이 내려 땡크가 고대안에 진입하던 시기였다.그래서 조기여름 방학을 했다. 나는 새마을호 8호차 53번좌석으로 기억된다.아침 9시경 기차가 막 출발하려는데 한 앳띤 숙녀가 가쁜 숨을 쉬며 가까이 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몇번 좌석이죠?"
"어머! 잊어 뿌랬네." 아니,자기가 앉을 자리를 잊어 버렸다니? 나는 전라도 사투리가 물씬 섞인 재치있고 순박한 이 숙녀에게서 편안함을 느꼈다.그리고 우리는 같이 웃었다.그녀는 조금 작은 키에 해맑은 웃음과 귀여운 얼굴을 가졌다.우리는 광주가는 네시간 동안 너무도 재미있게 보냈다.
C 대 1학년이었다.당연히 헤어지면서 광주에서 만날 장소와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그당시 금남로에 있던 야자수 다방에서 오후 5시에 만나기로 했다.그렇지만 정아는 그 시각에 나오지 않았다.30분쯤 지나서 다방레지에게 메모지를 달라고 해서 깨알만한 글씨로 "정아.정아~~~~~~~"하고 계속 썼다.레지는 신기한 듯 무엇이냐고 물었다.오늘 만나기로 한 아가씨라고 하자 " 그 이가씨! 행복하겠네요"하고 갔다.그렇지만 6시가 다 되어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5분쯤 지나 나갈까 말까 망설이는데 한 예쁜 숙녀가 나타났다.
"석홍씨죠? 정아가 일이 있어 못나오고 제가 연락하러 왔어요"명희라고 했다.그로 해서 정아와는 멀어지고 다음날 중앙대 법대 다니던 고향 완도 친구 문식이와 함께 명희를 만나러 갔다.충장로 화신 백화점옆 송학(?)다방에서 만났다.지난2014넌 3월 강우길군,삿갓일행과 같이 광주.담양에 놀러갔을 때 그 다방 앞을 지났는데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빛바랜 그 다방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옛추억과 함께 광주가 얼마나 낙후되었는가를 실감했다.한복집과 거리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여자들은 남자만나러 오면서 혼자 나오는 법이 없다.경은이와 같이 나왔다.유유상종,미녀들은 미녀들끼리,명희는 물론 경은이도 다같이 미녀들이었다.
경은이가 오히려 더 예뻤다.162센티.47키로.늘씬한 허리.긴얼굴,하안 이, 부족함이 없는 순박한 미녀였다.더구나 전형적인 전라도 토박이 광주 촌년,문식이는 경은이가 더 매력적이라고까지 했다
어느덧 문식이와 명희가 한 커플이 되고 나와 경님이가 한 커플이 되었다.
우리는 들떠서 영화구경도 가고 증심사에도 놀러가고 시내 다방에서 매일 만나 달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너무너무 기쁘고 행복했다.어머니께 경은이 이야기를 하자 아들에게 생전 처음 여자가 생겼다고 좋아 하시면서 데리고오라고 해서 계림동집으로 넷이서 갔더니 점심을 잘 차려 주셔서 맛있게 먹었다.식사가 끝나고 경은이가 거울을 보고 싶다고 해서 방에 있는 손거울을 주었더니, 잘못해서 떨어뜨려 깨져버렸다. 경은이는 깜짝 놀라며 미안해했다.나는
실수로 그런 것이니 괜찮다고 말했지만 어쩐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명희와 문식이는 잘 진행되었는데 나와 경은이는 덜거덕 거렸다.문식이는 "석홍아.여자 다루는 매너가 뭐냐?"하고 핀잔을 주었지만 그게 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였다.내가 생각해도 어리숙하고 미숙했다.반면 문식이는 말씨와 배러하는 하나하나가 여간 세련되어 있었다.무엇보다도 그는 완도읍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어서 돈이 엄청 나게 많았는데 반해 나는 어머니에게 용돈 얼마씩을 타서 쓰니 비교가 되지 않았다.한 번은 같이 문식이네 완도 주유소에 들렀는데 백만원씩 되는 돈뭉치 몇다발을 착착 세는 것을 보고기가 찼다.나는 그런 큰 돈을 본 적도 더구나 세어본 적도 없었다.나는 속으로 경은이도 부러워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내가 문식이 보다 나은 것은 겨우 학교가 더좋다는 것뿐이었다
우리는 그여름 네명이서 명사십리로 해수욕을 갔다.둘은 사이 좋게 지내고 웃음꽃이 만발하는데 나와 경은이는 사소한 것 가지고도 티걱댔다.해수옥장에서 완도읍으로 와서 다방에서 차 한잔하면서 가방줄을 조절하는데 서로 손이 제대로 맞지 않자 경은이가 확 ~~채자 가방줄이 끊어져 버렸다.그러자 경은이는 집에 간다고 가버렸다.강진으로...나보고 문식이와 명희는 빨리가서 데리고 오라는데.나는" 제까짓게 가려면 가라지.. "하고 그냥 두었다. 그후 곧 후회하고 며칠후 광주 산수동 그녀의 자취방 근방 다방에서 다시 만났는데,그녀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는 서너시간도 더 빌고,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등 설득했으나 아무 대답도 안했다.우리는 다방에서 나와 산수동과 계림동 삼거리에서 아직도 미련이 남아서 그녀를 안고 싶은 욕심으로 "오늘 같이 보내자"면서 가지 말라고 하자 그녀는 한참동안 망설이더니,어둠이 짙게 깔린 산수동 자기집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나는 아~~이것이 마지막이구나 .그리고 짧은 1개월여의 달콤했던 그녀와의 시간이 끝났다.후일 명희가 그녀에게 왜 석홍씨를 거절했느냐고 묻자,그녀는 "석홍씨는 외아들이라 그런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 같다" 말해 그녀가 내가슴에 못은 박았다 .
또,문식이에게 여자 다룰 줄 모른다고 핀잔을 먹였다.그 둘은 잘 진행되어서 문식이가 대학 졸업하면서 곧 결혼했다. 가끔 한번씩 갈때 마다 둘은 너무 행복해보였고 , 명희는 경은이가 석홍씨를 기다린다며 빨리 찾으라고 재촉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