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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님!
너무 늦었습니다.
김향림시집 작품해설을 보내드립니다.
졸고입니다. 부족한 부분는
첨삭하셔도 좋습니다.
●.해설한 시
1).아버지의 마지막 추석<제1부 11쪽>
2).외로운 영혼(낙엽은 바람되어)<제2부 15쪽>의 전문에 ()안 시어는 삭제 요합니다.
원본도 해설수정본으로 고쳐놓아야 합니다.
●위 2편 외에는 수정 치 안했습니다.
인묵 김형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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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계(群鷄) 일학(一鶴)의 詩學
- 김향림 시집 <향香>을 중심으로
인묵 김형식 (시인 평론가)
김향림 시인은 오랫동안 뜸을 들이면서 정성껏 쓴 시로 한상 가득 차려 내 놓았다. 맛갈스러운 토종 음식들이다. 어머니, 아버지, 큰오빠, 남동생, 막둥이, 아들, 딸, 손주손녀, 며늘이 등 가족을 주제로 한 시가 특히 눈에 띄인다.핵가족 시대에서 혈륜이 와해 되어 가고 있는 요즘 독자에게 던져 준 메시지가 크다고 하겠다.그런 점에서 김향림 시인의 이번 시집은 자서전적인 성격이 짙다고 평하겠다.
동료적 입장으로 볼 때, 이렇게 시집을 내고 시 앞에 엎드려 고뇌하는 시인들을 보면 스스로 묻게 된다. 왜 시인은 시를 쓰는가? 그리고 시집을 내는가? 대답은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단순하다. 시, 바로 그것이 아니면 문제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시인들은 시를 쓰는 것이다. 또 그렇게 쓴 시들이 소중하기 때문에 시집을 내는 것이다. 인간은 의외로 감정의 지배를 많이 받는 생명체이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것도 감정이 시켜서 하는 일이다. 어쩌면 시인들에게는 시를 쓰는 행위 자체가 자신의 삶 가운데서도 가장 값지고 보람 있는 것이 될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빠르게 변하게 되어 있다. 인간의 삶은 순간순간 흘러서 과거에 편입된다. 다만 기억으로 남는다. 그것을 우리는 추억이라고 말한다. 바로 이 추억을 감정적인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시이다.
질곡의 삶속에서 겪었던 이런저런 일들.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일들. 마음의 옹이 같은 것들. 그것들을 고스란히 내려놓은 문장들이 바로 이 시집이리라. 그런 안목에서 김향림시인의 시집을 들여다 보기로 한다.
아버지의 마지막 추석
대명절 추석 앞두고
세상 사람들은 (왠지 모를)
들뜬 마음으로 바쁘게 오고 가는데
나와 아버지 가족들은 찹찹한 심정(心情)이네
올 곧고 청렴(淸廉)하신 아버지
오직 어머니만 바라보시며
삼시 세끼 잘 챙겨 드시고
병원이 뭔지 모를 정도 건강하셨는데
세월이란 언덕은
그 누구도 이기지 못 하나 보다
몇일 전부터 아버지 방엔
어두운 그림자가 버티고
곱게 누우셔 식음 전패하시며
미동하지 못한 채
채워드린 기저귀 빼려는 모습
아버지 마지막 자존심(自尊心) 일까
자식 도리 다 하지 못 한 우린
그저 답답하고 마음 아플 뿐
유난히 밝고 둥근 저 보름달
아버지 마지막 서글픈 추석
ㅡ.[아버지 마지막 추석] 전문
시인은 아버지고,스승이다.
시인이 언어로서 하늘과 땅을 명령했고,시인이 언어로서 태양과 달과 별을 뜨게 했다.시인이 언어로서 모든 생물들의 탄생과 성장과 죽음을 주재하게 되었다.만물의 기원은 언어이고 언어의 기원은 시인이고 시인의 기원은 전지전능한 신이다. 제우스,부라만, 시바, 알라 예수 부처 등은 아버지의 다양한 상징이자 그 탈에 지나지 않는다.
김향림 시인의 <아버지의 마지막 추석>을 읽으면서 가족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아버지의 역사와 철학적인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화자는 ''대명절 추석 앞두고
세상 사람들은/
들뜬 마음으로 바쁘게 오고 가는데/
나와 아버지 가족들은 찹찹한 심정이다" 라고 詩門을 연다.
올 곧은 아버지의 모습, <구순의 어머니>에서 보였던 자식의 눈에는 너무나 청렴(淸廉)하셨기에 무능한 가장으로 보였던 아버지,
어머니와의 돈독했던 사랑, 건강했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임종을 지켜보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 불효한 자식은 할말이 없다.
유난히 밝고 둥근 보름달이 무상한 세월을 잡고서서
아버지의 마지막 서글픈 추석"을 지켜보고 있다.
화자는 혈육의 정을 억누르고 슬프고 아름다운 인식의 제전을 이 시속에 펄쳐놓고 있다.
다음 시를 살펴 보자.
외로운 영혼(낙엽은 바람 되어)
거세게 부는 바람결 따라
무심코 바라본 나무
떨어지기 싫은 양 매달린 몇 잎
눈 돌려(찬바람 불어와)
옷깃 여미고 땅을 내려 보니
찬바람에 힘없이 나뒹구는 낙엽의 노래 (송)
친구들은 모두 가고 없는데
(남은사연 미련 때문에)무슨 사연 있어
떠나지 못하고 있는가
(못하는 쓸쓸한 낙엽이여)
외로운 영혼이여
-[외로운 영혼] 전문
죽음은 숙명이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죽음을 두러워 한다. 티벹 <死子의 書>는 죽어 본 일이 없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 한다고 했다.
화자는 거세게 부는 바람결에
무심코 바라본 나무에서
가지 끝에 매달려 삶을 구애하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한다.
눈 돌려 옷깃 여미고 땅을 내려 보니 그곳에 찬바람에 나뒹구는 낙엽이 있다. 낙엽으로 부터 죽엄의 노래소리를 듣는다.
화자는 외로운 영혼에게 묻는다. '친구들은 모두 가고 없는데 무슨 사연 있어 떠나지 못하고 있는가
시인은 죽음으로 치환 된 낙엽으로부터 삶의 의지를 담은 시어를 찾아 올려 놓았다.
매우 창의적이고 철학적이다.
다음 시를 살펴보자.
인생열차
사계절 반복 되니
푸른 잎 낙엽 되고
꽃은 얼마나 많이 피고 지며
웃고 울게 했던가
굽이굽이 달리는 열차
인연에 인연 이어가며
그 사연까지 싣고 울고 있는
기적(汽笛) 소리
세월 못 이겨
여기저기 고쳐가며
느슨해진 인생열차
종점이 멀지 않았나 보다
멈춰 섰던 간이역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의 역
뒤돌아 보니 아쉬움 남지만
아직도 남겨진 사랑에
황혼은 서글퍼 기적(汽笛)을 울린다
-[인생열차] 전문
김향림 시인의 시 인생열차를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아주 평범한 시어로 시적 감흥을 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계절 반복 되니/푸른 잎 낙엽 되고/꽃은 얼마나 많이 피고 지며/웃고 울게 했던가//굽이굽이 달리는 열차/인연에 인연 이어가며/그 사연까지 싣고 울고 있는/기적(汽笛) 소리//세월 못 이겨/여기저기 고쳐가며/ 느슨해진 인생열차/
흐르는 세월속에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더니 갑자기 버티고 서서 과거에서 나와 현실속에서 자아를 들여다 보고 있다.
'종점이 멀지 않았나 보다//
멈춰 섰던 간이역/돌아갈 수 없는 추억의 역/뒤돌아 보니 아쉬움 남지만//'하고 화자는 자아를 들어다 보고 있다. 삶에 대한 자아의 성찰을 통해 '아직도 남겨진 사랑에/황혼은 서글퍼 기적(汽笛)을 울린다' 노래를 이어가며 삶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인생열차는 화자 자신의 노래이기도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노래인 것이다. 가슴 저미며 기적을 울리고 있다.
세련되는 것 없이 그저 잘 다듬어 지지도 않는 자연속에 서 야생화를 만난듯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다.순수한 꽃이다. 사람 냄새가 난다.
다음 시를 살펴보자.
동그라미
너를 그리다 잠 든 날엔
어김없이 꿈을 꾸었지
비눗방울 동그라미 되어
꿈속에 흩어지고
누군가 내게 손 내밀었지만
잡혀지지 않는 손
창밖은 어둠으로 짙게 누워 잠자고
지나가는 길고양이 멈춰서
귀 쫑긋 세워 바라보고
오늘 밤에도
하얀 백지 위에
너를 그리며 꿈속에서 만나리라.
-[동그라미] 전문
화자는
"너를 그리다 잠 든 날엔
어김없이 꿈을 꾸었지"로 시를 열고 다시 비눗방울로 그 그리운 마음을
동그랗게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화자는 "꿈속에 흩어지고 누군가 내게 손 내밀었지만 잡혀지지 않는 손
창밖은 어둠으로 짙게 누워 잠자고 지나가는 길고양이 멈춰서 귀 쫑긋 세워 바라보고
오늘 밤에도 하얀 백지 위에
너를 그리며 꿈속에서 만나리라"노래하고 시를 맺고 있다.
시인의 재능은 자기 자신만의 언어와 세계를 창출해내는 힘이며, 이것은 일종의 신의 선물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가 없다. 시인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적인 인물이며 그는 그의 언어로 명령하고 수많은 독자를 먹여 살릴 운명을 타고 났다고 할 수 있다.김향림 시인의 동그라미는 그가 창조해낸 아름답고 멋진 우주의 스펙트럼이라 할 수 있다.
장자(莊子)는 호접지몽(胡蝶之夢),나비의 꿈을 꾸었지만 김향림 시인은 비눗방울에서 동그라미 즉, 님을 꿈을 꾸었다. 시공(時空)을 떠난자리에서 보면 표현방법이 다를 뿐 무엇이 다르랴.
다음시를 들여다 보자.
들꽃
햇살 눈부신 날
들길 따라 거닐다
이름 모를 잡초 발에 밟히니
예전 못 느꼈던 미안함에
용서 구해 본다
작은 바람에 홀씨 되어
아무 곳에나 피어나니
우스운 양 쳐다보지 않았던
작고 소담스러운 들꽃
소중하고 예쁘게 보이는 건
인생 중반 되어 보니
이름있는 꽃만 꽃이 아니고
길 모통이에 산포시 외롭게 핀
이름 모를 들꽃
더 귀엽고 아름다워라
-[들꽃]전문
시인은
불혹(不惑)을 찍고 지천명( 知天命) 걷고 있다. 이제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햇살 눈부신날 들길 따라 걷다가 작은 바람, 소망이 홀씨가 되어 날아가 아무곳에서나 앉아 있는 이름없는 잡초가 피어올린 한송이 꽃이 보이는 것이다.
공자(孔子)는 논어위정편(論語 爲政編)에 일생을 회고하며 자신의 학문 수양의 발전 과정에 대해 ‘나는 15세가 되어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30세에 학문의 기초를 확립했다(三十而立). 40세가 되어서는 미혹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50세에는 하늘의 명을 알았다(五十而知天命). 60세에는 남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고(六十而耳順) 70세에 이르러서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했지 않던가. 김향림의 시 '들꽃'에서 공자의 회고록 읽게 된다.
다음 시를 들여다 보자.
꽃잎 떨어져
자고나면 피어나는 온갖 꽃
곱게 옷 차려 입고
소풍나와 만개(滿開)하니
상춘객(賞春客) 마음 휘잡고
시선視線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
꽃향기 취해 어찌 할까
철따라 순서 맞추어
피는 꽃들은 풋 사랑처럼
우리 곁을 쉬 떠나고
한잎 두잎 꽃길 되어
새로운 인연과 만남을
가약 하는구나
-[꽃잎 떨어져]전문
숨어 우는 시어를 건져올려 뽐내는 詩<꽃잎 떨어져>.
"자고나면 피어나는 온갖 꽃/
곱게 옷 차려 입고/소풍나와 만개(滿開)하니//상춘객(賞春客) 마음 휘잡고/시선視線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
꽃향기 취해 어찌 할까" 라고 화자는 오랫만에 봄을 흠뻑 즐기고 있다.
스스로 어느 사이엔가 오랜 역사의 가난과 암울했던 분노의 한국 봄 속에서 빠져 나온 것이다. 우리는 조상대대로 오랜 빈곤의 역사속에서 허덕이며 살아왔다. 그러기에 화자도 봄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고 살아 왔던것이다. 이제는 그 봄이 "철따라 순서 맞추어/피는 꽃들은 풋 사랑처럼/" 우리 곁에 왔다가 쉬 떠나는것이 보이는 것이다.
시는 삶의 진실을 문학예술로써 형상화 시키는 작업.어차피 붓을 들었으니 김향림의 시 < 한송이 꽃>을 읽어가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가 보기로 하자.
한 송이 꽃
한 송이 꽃이 되기 위해
온갖 서러움 참았고
한 송이 꽃이 피우기 위해
어렵고 힘든 시련 감내 했네
사연 없는 꽃 어디 있으리오
비교하지 말라
꺾는 아픔에 우는 소리
귀 기울이니 가슴 먹먹하여라
-[한송이 꽃] 전문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화자는 "한 송이 꽃이 되기 위해/온갖 서러움 참았고/
한 송이 꽃이 피우기 위해/
어렵고 힘든 시련 감내 했네//사연 없는 꽃 어디 있으리오" 하며 공감대를 잔뜩 드높여 준다.그렇다.'흰것을 검다거나 붉은것을 희다' 고 하는 위선 덩어리가 넘쳐나는 허깨비 정신 풍토속에 살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한번쯤 돌아 보게 하고 있다.
화자는 꽃이 되어보지 못하고 덤벙대는 우리에게 경고문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 프로이트(Freud Sigmund, 1856 ~1939)는 그의 명저(꿈의 해석)(Traumdeutung, 1900)을 통해 정신분석학적으로 무의식층을 의식층으로 끌어 낼 필요성을 역설 하며 인간 심성과 내부풍경을 통렬하게 파 헤친지도 100년이 넘었건만
현실은 어떠한가.
그래서 화자는 작금의 현실을 관조하며 "비교하지 말라/꺾는 아픔에 우는 소리/귀 기울이니 가슴 먹먹하여라" 하고 있다.
다음시로 넘어가 고자.
내려 놓으니
겉치례 옷 벗어
내려 놓으니
몸이 가벼워지고
무거운 신발 벗어
내려놓으니
발걸음 가벼워지네
갖지 못 해 바라는 마음
내려 놓으니
마음의 짐 사라진 듯
모두 내려놓으니
하얀 새털처럼
날아갈 것 같은 심정이어라
-[내려놓으니] 전문
이시는 화자가 걸어온 오랜 삶속에서 체득한 지혜를 표출한 노래로 볼 수 있겠다.
사람을 대할 때 자기 자신을 굽히고 마음을 겸손하게 갖는 것을 불가(佛家)에서는 하심(下心)이라 한다. 내려놓는것, 즉 하심은 스스로 잘난 체하지 않고 늘 부족하다고 겸손해 하면서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높여주는 것을 말한다. 항상 자기의 허물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의 장점을 볼 줄 알며 인내하고 반성하고 참회하는 데서 마음을 내러 놓게 된다.
"겉치례 옷 벗어/ 내려 놓으니/
몸이 가벼워지고// 무거운 신발/ 벗어 내려놓으니/ 발걸음 가벼워지네//.
갖지 못 해 바라는 마음/ 내려 놓으니/ 마음의 짐 사라진 듯// 모두 내려놓으니/
하얀 새털처럼/
날아갈 것 같은 심정이어라.
김향림 시인의 시는 시어가 바르고 신선하다. 향기롭다.
이 점은 시인이라면 누구나 향유하고 싶은 소망이다.김향림시인은 인생을 바라보는 안목이 넓고 깊어 부자다.시인은 물질적 자산의 많고 적음으로 빈부를 가르지 않는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이것은 시인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것 자체가 희망이고 사랑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감성과 안정된 목소리로 시를 쓰는 시인이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군계(群鷄)없는 일학(一鶴)이 있을 수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야만 학이 날아 오를 수 있다. 부디 이번 시집에서 멈추지 말고 더욱 멀리, 더욱 오래, 앞으로 나아가주시기 바란다.
어머니의 장한 딸로써 큰 뜻을 이루는 여장부가 되시길 바란다.
당신의 진경(進境)을 함께 나누고 싶다. (맺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