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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정치전망과 진보의 선택
김장민 새세상연구소 상임연구위원
순서
1. 한나라당, 20년 집권도 장담할 판
2009년 정치 현실, 진보와 개혁 모두 대안 창출은 역부족
2. 5월 선거운동과 촛불행진으로 반MB투쟁이 절정
박근혜의 조기 부상과 양대 노총의 진보대연합 공조여부도 변수
3. 진보양당, 통합과 경쟁의 갈림길에서
민주노동당의 전략은 진보양당의 경쟁이 아닌 통합
4. GH 정권창출의 동력을 끊어라!
선거연합은 한나라당 낙선전술, 진보대연합은 진보정치 통합전략
한나라당, 20년 집권도 장담할 판
2009년 정치 현실, 진보와 개혁 모두 대안 창출은 역부족
2009년의 제도정치의 현실은 중앙이나 지역이나 보수 일변도이다. 한나라당이 제도정치를 평정한 가운데, 민주당이 지역정당으로 추락하여 간신히 체면을 유지하고 있으며, 진보정당은 존재 의미밖에 없다. 일단 국회의석을 살피면 한나라당은 국회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 보수정당을 합치면 194명이다.
또한 무소속 9인 중 충청권(심대평, 이인제) 2인, 친박(송훈석, 정수성, 최연희) 3인, 김형오 국회의장 등 보수인사 6명을 합치면 전체 보수정당 의석이 200석 수준이다. 보수진영이 의기투합하면 진보와 개혁 모두를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개헌이 가능하다. 개헌정국에서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이 최종적인 칼자루를 쥐고 있는 셈이다.
지방정치의 현실은 더욱 비관적이다. 2006년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중 12개, 230개 기초단체장 중 155개, 733명의 광역의원 중 657명, 2888명의 기초의원 중 1622명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정치의 현실은 정당 간의 경쟁이 아니라 한나라당 독주체제로서 풀뿌리민주주의의 건강함과 긍정성을 질식시키고 있다. 한나라당이 자신이 지배하는 지방의회을 조종하여 행정구역 개편을 강행하려는 배경에는 이런 지역정치의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12월 1일 모노리서치의 대선후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의 지지율은 4명의 야권 후보의 지지율을 전부 합친 것보다 10.2%나 높다. 한나라당 후보 전체의 지지율은 야권 전체보다 19.9%가 높다. 현재 추세로 간다면 한나라당은 2012년에 박근혜를 내세워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
현재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반MB를 강조하고 있지만 반MB만으로는 2012년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을 수 없다. 박근혜의 대선후보 여론조사 지지율은 가히 독보적이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이 결정적인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2012년 대선뿐만 아니라 2017년 대선은 물론 2022년 대선까지 승리를 가늠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인물난에 허덕이는 야권을 상대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의원, 김태호 경남지사 등 막강한 차세대 리더를 릴레이 대선후보로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진보와 개혁 등 야권이 수년 이내로 차세대 대권주자를 만들지 못한다면 길게는 10년, 20년의 보수정권 치하를 감당하며 장기전략을 짜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졌던 정권교체는 아득한 전설이 될 것이다.
차기 대선주자의 인큐베이터라고 할 수 있는 2010년 광역단체장 선거를 예상하면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의 시차가 다르고, 울산은 2006년 지방선거 결과지만, 광역단체장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내년 지방선거가 왜, 진보와 개혁진영 모두에게 위기이며, 대중의 정서가 왜 ‘반MB, 한나라당 심판’의 기조로 치러질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준다.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지만,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민주당이 호남 3곳, 무소속이 2곳, 한나라당이 11곳에서 우세하다. 한나라당이 1위를 달리고 있는 지역에서 2위와의 격차는 1곳만 빼면 전부 10% 이상이다. 보통 15% 이상이며, 30%에 달하는 곳도 여러 개다. 반MB후보로 야권을 단일화해도 그 격차가 오차범위를 훨씬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즉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광역단체장 선거를 치르더라도 차이가 있을지언정 당락이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과 대구, 울산은 반MB로 후보단일화를 해도 한나라당 후보를 추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경북과 대구에서 공천 잡음으로 친박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우를 상정하더라고 보수진영의 이전투구가 될지언정 야당이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천과 부산에서도 반MB후보로 단일화해도 격차가 10% 이상 벌어져 한나라당 후보를 누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서울, 경기, 충남, 강원에서 반MB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5% 내외로 한나라당 후보를 추격할 수 있다. 또한 충북, 경남은 반MB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보다 높다.
지역구도에 갇혀버린 광주, 전남, 전북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지역에서 민주노동당은 반MB가 아니라 민주당을 비판하고 심판해야 되는 상황이다. 대전과 제주는 무소속 후보가 강세라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적다. 강원과 충북은 진보정당의 세력이 약한 곳이라서 민주당의 선거연합 대상은 자유선진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선거연합을 하더라도 당선가능성이 있는 곳은 서울, 경기, 충남, 경남 등이다. 이 지역에서 선거연합이 진행되더라도 실제 모습은 지역마다 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경기는 민주당 중심의 선거구도에서 진보정당이 선거연합을 모색하는 형태가 된다. 경남은 진보정당이 강력한 캐스팅보드를 쥐고 선거연합을 주도할 수 있다. 반면 충남은 세종시 문제로 민주당, 진보정당, 자유선진당 등 좀 더 복잡한 선거연합의 형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민주당의 후보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진보정당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부동층은 20% - 40% 수준이다. 시민사회단체 일부에서 진보진영과 개혁진영이 전국적인 반MB선거연합을 성사시킨다면 현재의 지지율을 합친 것 이상으로 시너지 효과를 얻어 반MB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지역이 늘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두텁게 형성된 부동층을 반MB선거연합으로 흡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국적인 선거연합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우며, 상당한 열세를 선거연합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희망에 불과하다. 또한 노선과 정책이 다른 정당이 지방선거에서 전면적이고, 무차별적인 선거연합을 추진한다는 것은 정당의 근본가치에 반한다는 정당 내 외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무엇보다 야권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와의 격차가 너무 커서 부동층의 압도적인 부분을 야권 후보가 흡입하더라도 그 격차를 줄이기 쉽지 않다.
전반적으로 진보정당이나 중도정당이 광역단체장 후보난을 겪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정권재창출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차세대 지도자를 발굴하는데 실패했다. 그 결과 민주당 내에서 선거연합을 주도할 강력한 후보가 없다. 반면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후보군이 풍부하다. 한나라당은 2006년 지방선거 압승을 통해 현직 단체장을 다시 후보로 내세울 수 있다. 김종필, 김영삼의 가신정치가 청산되고 이회창과 결별하면서 인적 구성이 다양해졌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광역단체장 후보 자체를 발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보신당의 경우 후보자의 인지도는 민주노동당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정당의 인지도는 민주노동당에 상당한 열세다. 그러므로 후보 개인의 자질 보다 정당을 선호하는 유권자의 특성으로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밀리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실제 선거운동에 진입하여 정당의 인지도를 짧은 시간에 높을 수 없다. 그러므로 진보신당 후보들이 개인 인지도를 기반으로 민주노동당 후보를 추월할 것이라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희망일 뿐이다.
5월 선거운동과 촛불행진으로 반MB투쟁이 절정
박근혜의 조기 부상과 양대 노총의 진보대연합 공조여부도 변수
주요 일정으로 본 2010년 전망
날짜 |
관련 일정과 가능한 전망 |
2010년1월 11일 |
세종시 수정안 최종 발표 |
1월 |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
1월 20일(수) |
용산참사 1주년 |
5월 1일(토) |
노동절(춘투와 연계) |
5월 2일(일) |
촛불집회 2주년(노동절 집회와 연계) |
5월 18일(화) |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
5월 23일(일)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선거유세와 연계) |
5월 29일(토) |
2008년 당시 미국산 소고기 정부고시 발표일 |
5월 30일(일) |
2008년 당시 다음날 새벽까지 촛불 연행자 최고 220명 |
6월 2일 |
동시 지방선거 |
6월 10일 |
2008년 100만 촛불대행진 2주년 |
6월 28일 |
광화문 세종로 촛불최악의 유혈진압 2주년 |
7월 4일 |
한나라당 정몽준 지도부 임기만료 |
7월 6일 |
민주당 정세균 지도부 임기만료 |
7월 25일 |
민주노동당 강기갑 지도부 임기만료 |
7월 28일 |
은평재보궐선거 |
8월 18일 |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년 |
2011년 3월 29일 |
진보신당 노회찬 지도부 임기만료 |
내년 1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가 치러진다. 노동계급에 대한 자본과 정부의 공세에 힘 있게 맞서기 위해 민주노총은 가능한 조합원 대중의 포괄적 지지를 받는 통합적 지도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지도부는 진보정당통합을 위해 진보양당에 대한 압박을 높여가면서, 지방선거 전 임금협상 투쟁과 5월 메이데이 투쟁 등 주요 투쟁의 방향과 일정을 잡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7월 4일, 민주당은 7월 6일, 민주노동당은 7월 25일이 현 지도부 임기만료일이다. 각 당은 현재 지도부로 지방선거를 치룬 후, 그 결과에 기반 하여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방안과, 아예 새로운 지도부를 조기에 선출하여 지방선거를 치루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조기전당대회는 MB로부터 박근혜 전 대표(GH)로 권력의 중심이 이동하는가의 문제다. 이는 GH가 대선행보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가시화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특히, 1월 중에 MB가 제시하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GH의 대응이 주목되는데, 이 과정은 전당대회를 앞둔 여권 내부 당권경쟁의 전초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의 수정안을 전면 거부할 경우 MB의 세종시 수정계획은 좌절된다. 이럴 경우 MB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한편, GH에게 당의 전면에 나서 지방선거를 책임 있게 진두지휘하라는 식으로 당과 청와대의 압박이 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당권을 접수하여 여당 대표로서 지방선거의 총대를 메는 것은 GH에게 최선이 아니다. 2012년 말 대선까지 거의 3년 동안 성공적인 대선행보를 하기에는 2010년 상반기에 여당의 당권을 맡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정국의 변화에 따라 대선일정 전에 명예롭지 못하게 중도 하차할 경우, 이는 GH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고 여권 내 반GH 후보를 발굴하려는 MB진영에게 호재가 되기 때문이다.
레임덕을 우려하는 MB와 정국운영책임을 부담스러워 하는 GH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면적으로 대결하기보다는 세종시 수정안 조정과, 지방선거 공천권 조정 등 일정한 타협점을 모색할 것이다. 따라서 MB는 조기전당대회를 치루는 대신, GH가 어느 정도 지방선거의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정치적 명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결과가 여권 내 대선주자들의 당내 후보경선과정에 영향을 미칠 1차 성적표라는 점, 친박과 친이의 갈등 구도를 극복하고 계파의 보스에서 국민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정치지도자로서 이미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 점에서 GH의 지방선거 전략은 제한적인 개입이다.
친박연대 역시 조기에 한나라당과 합당하여 지방선거를 치루기보다는 GH의 복심에 의지하여 대구 경북 지역에서 최대한 당선자를 배출하여 GH가 최종적으로 여권의 대선후보가 될 경우 자신들의 지분을 높이려 할 것이다. 또한 공천파동으로 친박계 인사가 대구 경북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방식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GH가 사실상 지방선거에 적극 결합할 것이고, 여론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지방선거 후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지도부는 2년 임기로서 사실상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하게 된다. GH로서는 당권을 맡다가 대선후보 경선일정에 따라 친박계 인사에게 당권을 넘겨주는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서는 대선가도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GH가 계파 대립의 전면에 서기보다는 대리인을 내세워 친이계 인사와 치열한 당권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역시, 바로 당권에 도전하기 보다는 자신의 지위를 최대한 활용하여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것이다. 이어 7월 은평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MB로부터 후계에 대한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친이계 내 권력조정기간을 거친 후 2011년부터 본격적인 대선가도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조기전당대회를 개최하기보다는 정세균 체제를 유지하면서 지방선거를 치룰 전망이다. 정세균 지도부는 지방선거 기간 동안 과제는 정동영 복당 문제를 매듭 지우며, 손학규 전 대표의 역할을 높이고, 국민참여신당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내 잠재적인 대선주자들은 자신들의 성적표에 따라 당권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질 것인가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와 관련하여 당일 현장에 정세균 대표가 있었다는 것이 입증될 경우, 표적 수사와 재판의 진척 사항이 지방선거를 전후로 한 정국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강기갑 지도부로 선거를 치루고 지방선거 직후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강기갑 지도부는 광역단체장 선거전략에 따른 후보난 문제를 완화시킬 정치적 부담을 지고 있으며, 서울과 경기에서 복잡한 진보대연합과 반MB의 얽힌 고리를 풀어야 한다.
특히 울산에서는 광역단체장 뿐만 아니라 울산북구청장 후보를 놓고, 진보신당과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제를 지고 있다. 또한 오병윤 총장의 광주시장 출마가 언론에 언급되고 있는 바, 그에 따라 지방선거 야전사령부를 구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이후 선거결과에 따라 현 지도부의 정치적 입지가 정해지면서 차기 지도부 구성을 놓고 당 내 긴장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신당은 2011년 3월 29일이 노회찬 대표의 임기 만료일이다. 노회찬 대표가 서울시장에 집중할 경우, 심상정 의원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포기하는 대신 선대본을 진두지휘하라는 당 내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즉 당권과 서울시장후보를 분리하자는 의견이다. 이러한 요구는 지방선거 과정을 통해 심상정 전 의원의 전국적 인지도와 정치력을 고양시켜 내년 7월 은평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밑그림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방선거를 전후로 한 심상정 전 의원의 역할에 따라 진보신당의 당권향방과 진보정당 통합논의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구상하고 있는 노동계급의 대반격이 가능하려면 한국노총의 문제를 회피할 수 없다. 한국노총은 2003년 3월 한국사회민주당 창당을 주도했고 2004년 총선 직전에 녹색평화당과 합당을 통해 녹색사민당을 출범해 2004년 총선에 임했다. 그러나 정당득표율이 0.5%에 그쳐 원내진출에 실패하자 총선 직후 자진 해산한 바 있다.
2004년 총선 직후 이용득 당시 한국노총 위원장이 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에 참석하여 "조합원들의 총의를 물어 민주노동당과 함께 하고, 당원으로 적극 참여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물론 민주노동당은 즉각적인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양대노총의 통합이 언급되기도 했다. 이후 양대노총 위원장은 민주노동당 대표와 함께 비정규직 공동 단식투쟁을 전개했으며, 2005년에는 양대노총이 이례적으로 민주노동당 지도부를 단상에 앉힌 채 광화문에서 메이데이 공동집회를 개최했다.
현재, 한국노총은 한나라당과의 포괄적 정책연대, 노동현안에 대한 노사정 야합으로 인해 안팎의 비난에 처해 있다.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 입장에서 한국노총이 밉지만, 어찌됐든 한국노총을 한나라당에서 떼어놓을 필요성이 높다. 그런 측면에서 진보진영의 정치력을 고양시켜 한국노총의 태도변화와 진보진영과의 공조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테면 5월 1일 메이데이 공동집회도 추진해 볼만 하다.
2010년 5월, 노동계, 중도정당, 진보세력, 촛불과 이에 맞선 MB정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서울 도심지에서 대격돌을 피할 수 없다. 먼저, 지방선거의 선거운동기간과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년이 중복된다. 서거 1추년 추모행사는 여론의 관심사가 되며,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 반MB진영은 당연히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추모행사를 개최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MB정권을 심판하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할 것이다.
또한 촛불 2주년과 선거운동기간이 겹친다. 5월 2일은 촛불대행진 2주년이며, 5월 29일은 정부가 2008년 당시 미국산 소고기 정부고시를 발표하여 대규모 유혈충동을 자초한 달이다. 특히 2008년 5월 30일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계속된 촛불 집회의 연행자는 220명으로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반MB진영은 제2의 촛불을 국민들에게 호소하며 대규모 촛불집회를 지방선거 직전으로 집중할 것이다. 더구나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MB정부의 ‘마구잡이 야간집회금지’가 불가능해져 야간에 대규모 도심지 충돌이 불가피해진다.
일정상, 5월 1일 노동절 집화와 촛불집회 2주년 기념집회가 1일 토요일 오후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어 23일 노무현 서거 추모일에 한 차례 대규모 집회를 거친 후 지방선거 직전인 5월 말 주말에 선거운동과 촛불이 결합된 대규모 집회가 절정에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규모 집회의 허용여부와 과잉진압이 여론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이 경우 MB정권은 도심에서 제한된 집회를 허용하는 유화책을 쓸 수도 있고, 불법집회로 몰고 가 대규모 충돌을 감수하면서 야당 전체를 과격집단이라고 여론몰이를 할 수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외투쟁의 역풍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야당은 상대적으로 선거운동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회단체와 촛불은 노무현 대통령 추모행사와 촛불 기념대회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의 단체협상 결렬로 인한 총파업이 장외투쟁과 결합될 수 있다. 다만 선거운동기간 중에 야권은 1-2 차례 도심에서 시민사회단체, 촛불과 합동으로 대규모 촛불유세나 MB심판집회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진보정당은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11월11일 ‘100만 민중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바 있지만, 지방선거를 직전에 두고 원외투쟁에 당력을 총집중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역풍도 고려해야 하지만 지방선거의 특성상 지역활동의 집중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보정당은 통상적으로 지역조직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에 주력하지만 중앙 차원에서 도심지 집회에 제한적으로 결합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6월 이후 광화문의 대회전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6월 10일은 610 항쟁기념일이자, 2008년에 진보세력과 중도세력이 100만 촛불대행진을 성사시켰던 날이다. 6월 28일은 2008년 촛불 당시 광화문과 세종로에서 최악의 유혈진압이 발생했던 날이다. 또한 은평재보궐선거는 심상정 전 의원, 이재오 전 의원, 창조한국당의 재기, 민주당의 대응과 관련하여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반MB 진영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면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행사는 야권의 선거승리와 이후 반MB공조를 강화하는 상징적인 행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 이후 2년 동안 전국적인 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MB정권이 지방선거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의회 다수를 앞세워 독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대선일정이 가시화되는 2011년 하반기 까지 여의도정치는 실종되고 장외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보양당, 통합과 경쟁의 갈림길에서
민주노동당의 전략은 진보양당의 경쟁이 아닌 통합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이 분열된 상태에서 지지율 정체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2004년 총선 직후 18%까지 급상승했다가 5년 동안 점차 하락해왔다. 지금은 거의 바닥까지 내려가 창당 당시 지지율 3-4%에 근접하고 있다. 다만 각종 여론조사의 정당지지율 추이를 보면 제 3정당의 위상을 고수하고 있다.
창당이후 민주노동당 지지율 변화(2000년 - 2009년)
민주노동당이 갖는 내부적 한계는 대중정치에 대한 미숙함이다. 일단 대중적 지도력이 빈약하다. 강기갑 대표라는 걸출한 정치인이 있지만, 강건하고 우직하다는 것 이상으로 국민들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중간계층은 물론 진보진영에 대한 폭발적 지도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의회정치, 정당정치, 여론정치의 공간에서 영민하게 대응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 만큼 언론노출이 적고, 그나마 대안적 정책을 내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보다는 투박한 운동권정당으로서 언론에 비쳐지고 있다.
당 내 정파들 간의 긴장이 과거처럼 심하지 않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을 외곽에서 지원해왔던 민주노총과의 관계에서는 진보정당 통합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배타적 지지단체와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를 폭넓게 묶으려고 했던 한국진보연대의 재구성은 사실상 실패했으며, 그러한 결과는 진보정치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에서 제1의 진보정당으로의 위상변화를 현실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노동현장에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형식적으로 확인하고 강요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양당은 세액공제와 같은 사업에서 보듯이 더 많은 대중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다. 한국진보연대는 당분간 명실상부한 상설연대체로서 자립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중연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이후 폭넓은 참여가 전제된다면 한국진보연대의 틀만을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진보신당의 실험, 2012년 대선까지 포기하지 않을 듯
진보신당의 실험은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기반과 위상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당의 지지율도 보통은 민주노동당의 30 - 50%에 불과하다. 당의 정체성과 조직기반, 정치활동의 방향도 뚜렷한 차별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김헌태 교수가 지적했듯이 진보신당은 조직력에 기반 한 것도 아니고, 비전과 노선을 새롭게 마련한 것도 아니다.
진보신당 당원들은 민주노동당과 다르다고 하지만 국민은 물론 대다수 진보진영은 비슷한 정당이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는가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진보신당의 이념과 지지기반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이유주현 <한겨레>기자가 지적했듯이 진보신당이 노동자, 서민의 정당이라고 하지만, 정작 당원 구성을 보면 수도권과 사무직에 집중돼 있다.
또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라는 제약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민주노총의 일정 지분을 획득하는 것에 실패했다. 민주노총은 오히려 진보신당의 실험을 평가절하하며 민주노동당과의 즉각적인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촛불 집회 이후 화이트칼라와 친노 경향의 신입당원이 증가하면서 노무현 서거 당시 당 정체성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친노신당이 창당되면 창당 이후 입당한 상당수 당원들이 동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과 갈라선지 얼마 안 되는 진보신당의 입장에선 민주노동당은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의 대상이다. 진보신당 내에는 민주노동당의 패권이니, 종북이니 분열과정의 앙금이 아직 남아 있다. 진보신당 지도부 입장에서 자신들의 대규모탈당이 과오임을 인정하고 복당하기보다는 기왕에 만든 진보신당이 발전하여 향후 민주노동당을 제치고 한국정치에서 대표적인 진보정당이 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절박한 심정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의 조직적 취약함이 단기간에 극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 당장은 대중정치인을 앞세우는 중앙정치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그런 연장선에서 2010년 지방선거 전략도 광역단체장의 대거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2012년 총선에서 인기 정치인을 풀가동하여 최대한 지역당선자를 배출하고 정당지지율을 올려 민주노동당 이상으로 정당명부 국회의원을 획득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지방선거가 진보정당이 분열된 상태에서 치러진다면, 진보신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와 광역의원 정당명부 선거에서 설사 민주노동당을 제친다고 해도 당선되기는 어렵다. 울산북구청장의 경우 올해 4.28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조승수 후보로의 단일화에 승복했기 때문에, 지역여론상 민주노동당과 경쟁하여 울산북구 구청장에 당선되기는 힘들다. 당연히 강력한 구청장 후보를 발굴하여 민주노동당과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다.
2012년 총선 전망도 밝지가 않다. 반MB의 대중적 정서가 강해질수록 심상정, 노회찬 전 의원이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민주노동당 후보와 경쟁한다면 더욱 힘들 것이다. 울산북구의 조승수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2012년 대선에서도 심상정, 노회찬 전 의원을 출마시켜 민주노동당 후보보다 표가 많이 나온다고 해도, 대안정당으로서 인정받을 득표율이 나오기 힘들다.
진보신당의 이러한 전략은 일시적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겠지만 첫째는 원조 진보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의 브랜드를 극복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향후에도 진보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을 압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예를 들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광역단체장 후보가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밀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진보신당 인사가 지니는 인지도의 파괴력이 정당정치의 한계를 극복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과 경쟁을 하기보다는 선거연합을 통해 자당의 후보로 단일화를 성사시켜, 당세를 확장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진보신당이 통합에는 소극적이지만 선거연합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배경이 있다.
또한 진보신당이 지역에서 명실상부한 정당으로서 뿌리를 내릴 수 있냐의 문제가 있다. 민주노동당이 설사 중앙정치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해도 정당 브랜드와 특유의 조직력을 활용하면, 지역에서 자생할 수 있는 근거지 정도는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진보신당의 경우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지역토대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2012년 대선이 끝나면 진보신당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없다. 더 이상의 실험은 무의미해진다. 그때 가서도 민주노동당에 비해 진보신당의 당세가 부진하다면 대규모탈당으로 시작한 진보신당의 실험은 명분을 잃게 된다. ‘도토리 키재기’ 식 진보양당 체제로 가기에는 감당할 수 없는 진보정당 통합의 압박을 받을 것이다.
이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밖에서 조직적 통합의 압박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자기 대중의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고, 단결된 힘으로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대중조직과 전선운동이 진보정당의 통합을 추동시킬 만큼 충분한 힘이 없다는 점이다.
한편, 진보정당들이 처해있는 객관적 정세와 주요 활동가들의 정서를 볼 때 2010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한 신속한 통합은 어렵다. 민주노동당은 즉각적인 통합을 강변하기 전에 진보신당 창당은 민주노동당 탈당사태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진보신당은 사실상 경쟁체계를 유지하면서 역학관계가 분명해질 때 필요에 따라 통합에 착수하려고 할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전략과 관련하여 민주노동당은 최근에 진보정당통합과 제한적인 반MB공조라는 기조를 잡았다. 진보신당과의 선거연합은 진보대연합이라는 전략에 부합해야 한다는 입장도 정리되고 있다.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의 대표 주자를 놓고 경쟁하려는 구도에서는 선거연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진보대통합당의 명시적인 선언이 없다면 선거연합도 절대 안 된다는 부정적인 태도보다는 진보대통합의 원칙을 끝까지 관철하려는 진지한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지방선거 전에 양당의 지도부가 통합의 필요성을 천명하고, 선거연합을 통해 전체 진보의 지분을 최대한 결집시켜 진보대통합당의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지방선거 직후 통합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늦어도 2012년 총선 전까지 양당뿐만 아니라 폭넓은 진보진영을 포괄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진보대통합당은 느슨한 형태의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시작해야
레프트21이 주장하듯이 진보 세력들이 각각 자체의 힘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은 커다란 정치적 착각이다. 진보양당의 경쟁체제에서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나 군소정당을 면할 수 없으며, 그들만의 리그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다. 경쟁구도가 되는 한 광역의원 정당명부도 양당 모두 쉽지 않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양당은 주로 기초의원 과 광역의원 몇 석을 얻는 데 그칠 것이며, 그나마 수도권에서는 상당히 고전할 것이다.
아직도 진보정치의 희망을 믿고 있는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항상 유권자의 30% 정도는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의 대표주자로 나서 13%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 2008년 총선 당시 유권자의 시각에서 보면 진보정치세력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사회당으로 분열됐으나, 각 정당의 지지율을 합치면 12.6%에 달한다. 진보정치 분열에 대한 냉소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크게 변하지 않은 셈이다.
진보정치세력은 2012년 총선까지 조직적 통합을 달성해야 한다. 대안권력으로 인식될 수 있는 강력한 진보대연합을 실현하지 못하면 실질적인 대안을 갈구하는 민심은 중도정당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진보정치의 현실적인 목표는 2012년 총선에서 하나의 진보정당으로 2004년 총선 당시 지지율 이상을 회복하여 제도권에서 명실상부한 제3의 정당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즉 원내에서 진보 중도 보수의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이후 대선에서 대안세력의 하나로 인정받는 것이다.
진보정당의 분열은 원상회복돼야 한다. 민주노동당 분열은 노선의 분화가 모호하고, 각개전투의 조건의 형성되지 않은 채 정파 상층의 이해관계의 다툼으로 나타났다. 물론, 사상과 노선이 다른 정치세력이 같은 정당을 유지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적절하지도 않다.
진보대통합당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만의 통합이 돼서는 안 된다. 정당을 제외 하더라도 민주노총, 2010연대, 희망과 대안, 민주통합시민행동,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같은 사민주의 세력 등이 대연합을 주장하고 있다.
진보대통합당은 진보적 자유주의자들부터 사회주의자까지 포괄하여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발전해야 한다. 한국노총, 생태주의자, 소수자 운동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는 특정 정당의 강화나 일부 세력의 흡수 차원이 아니라 진보정당의 전면적인 재창당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러므로 협상과정에서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리는 용단도 필요하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양당 간 통합 보다는 진보진영의 대통합 구도로 가는 게 맞다”고 밝히고, “집을 크게 짓는 진보진영의 전체 통합 과정에서 패권과 종북주의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역시 "깨진 화분의 조각을 맞추듯이 복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고, “새로운 신뢰를 두텁게 만들어야 새로운 집을 함께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진보대연합의 형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레프트21은 "당 모델보다 진보대연합 각 구성 성분의 정치적 독립성, 즉 독자적 행동권을 완전히 보장하고 서로 비판이 자유로운 공동전선 모델이 진보진영의 정치적 재통합을 이루는 데서 더 나을 것이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현 시기 중요한 과제들 ― 경제 위기 책임 전가에 맞선 저항,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과 억압 강화, 전쟁과 파병 반대 등 ― 에 비춰 뽑아낸 수십 개의 개방적 강령들에 근거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레프트21은 공동전선의 의미가 협의체인지, 통합체인지 혹은 상설연대체인지 느슨한 정당인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당은 명확한 이념정당 이외에도 통합체로서 통일전선당, 연합체로서 공동전선당(낮은 수준의 통일전선당)이 가능하다. 진보대통합당은 최소한 연대체 형식이 아니라 느슨한 형태의 진보적 대중정당이어야 한다. 너무 높은 수준의 강령도 필요하지 않다. 물론 강령이나 조직, 의사결정권에 있어 특정세력의 독주가 불가능하거나 자제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다시 정파대결이 재연되고 분당의 욕구를 억누를 수 없을 것이다.
GH 정권창출의 동력을 끊어라!
선거연합은 한나라당 낙선전술, 진보대연합은 진보정치 통합전략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자리를 잡았지만,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도의 왜곡으로 지지율에 훨씬 못 미치는 소수에 불과하다. 더구나 MB정권의 출현은 민주대 반민주의 양당 구도가 강해졌다. 한나라당은 30 - 40%의 지지도, 민주당은 20%의 지지도, 나머지 정당은 5%의 내외의 지지도를 가지는 변형된 양당제 체제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양당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지지는 최대한 25%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의 민주당이 MB를 견제할 수 있을지언정 대안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야당들이 반MB 선거연합을 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지는 '치킨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진보진영도 참여하는 민주대연합이 요구된다.
그러나 양당 체제에서는 제3세력의 독자성을 전제로 하는 선거연합보다는 ‘묻지마 후보단일화’의 압력이 높다. 안산 재보궐선거에서 보듯이 사표심리로 인해 모든 선거구에서 선거연합은 지지율이 높은 후보, 즉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항상 중도정당의 후보로 단일화가 되는 민주대연합은 진보정당을 배척하는 패권주의일 뿐이다.
선거연합은 복수의 선거참여자가 노선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특정후보를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키기 위해 후보단일화를 하는 것이다. 정책공조가 결합하면 정책연합이 될 수 있다. 반MB연합은 MB의 한나라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선거연합이다. 김두수, 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가 지적하듯이 국민적 요구는 “미운 놈이 너무 강해서 이길 수 없다면, 힘을 합치라”는 것이다.
다만 당선가능성이 없는 경우 선거연합을 하는 것은 전술적 의미가 없다. 오히려 다양한 정치세력이 정체성과 독자적 기반을 확대 강화하는 것이 정치세력의 본질에 부합한다. 이 경우 반MB 공조에 갇혀 있는 유권자를 설득할 수밖에 없다.
선거연합의 결과 한나라당 후보를 낙선시키고 자신이 당선되는 것이 최선이지만, 한나라당 후보를 낙선시키고 선거연합의 파트너가 당선되는 것도 차선이다. 선거연합은 지방선거, 중앙선거 등 전체 선거에 적용할 수 있지만, 보통 상징적인 선거에 집중한다.
선거연합은 당 대 당의 합의에 의한 단일후보 추대, 선거운동 기간 중 후보단일화, 일방적인 후보사퇴, 단순한 일방적인 후보불출마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진보정당의 후보가 없는 경우 중도후보를 비판적으로 지지할 수도 있다.
선거연합의 조건은 최소한의 공동가치 공유, 선거연합의 대가 보장, 선거연합 참여자의 독자적인 득표율과 그 합의 당선 가능한 수준, 선거연합의 제도적 환경 등이다. 반MB 선거연합의 공동가치인 민주주의 연대는 반신자유주의 연대보다 더 포괄이다. 그러므로 민주당과 민주주의 연대를 할 수 있다. 레프트21은 진보적 요구를 삭감하면서 자본가 야당과 선거연합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는 한나라당 후보의 낙선이라는 선거연합의 목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고려할 바다.
선거연합은 당선이 가능한 경우에 의미가 있기 때문에 진보정당과 민주당과의 문제라는 홍기표 레디앙 기획위원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런 측면에서 홍기표 기획위원은 선거연합을 진보정당 간의 문제로 보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선거연합의 반대급부와 관련해서는 관료를 차지하기 보다는 독자적인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장은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면, 당선가능성이 높은 기초단체의 중 1 -2 곳은 민주노동당 후보로 단일화가 돼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야 4당 간의 후보단일화 논의를 주장하며, 지역에 따른 역할 분담, 출마지역의 충돌을 해결할 원칙 합의, 선거연합에 있어 각 정당 간의 균형과 조화 등을 제시했다.
문제는 민주당이 반MB공조에 있어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진보진영까지 아우르는 민주대연합을 관철시킬 수 있는 전략과 결의가 부족하다. 민주당이 집권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 제도권에 진출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면, 이제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진보정당의 정치적 지분을 인정하고, 그에 걸 맞는 정치적 역할과 정치권력의 분점을 인정해야 한다. 만약 민주당이 스스로 대안권력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양당구조에 머문다면, 결국은 거대정당 카르텔의 기득권에 안주하는 셈이다.
선거연합은 단기적인 전술이지만 연립정부는 장기적인 전략이다. 민주당과 연립정부의 구성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 사회당이 자민당과 연정을 했지만, 최소한의 공동가치에 대한 원칙이 없었던 사회당은 연정 후 독자 지분을 상실하고 몰락했다.
우리의 경우, 중도정당이 진보정당에게 연정의 대가를 지불하려고 한 적이 없다. 민주노동당이 민주당의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의미 있는 캐스팅보트를 갖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연립정부가 가능한 정치시스템, 즉 권력분할이 존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무직 서울시 부시장으로 참가하더라도 독자적인 정책을 펼칠 수 없다.
한국에서도 1990년 3당 합당, 1997년 DJP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연합도 연합정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김종필의 자민당이 몰락한 것도 결국 실권이 없는 국정참여로 독자적인 지지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선투표제, 정당명부제의 도입 등 연정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정당들 간의 선거연합은 선거법상 제도화되지 않은 경우 대외적인 공표와 기호, 선거비용의 회수 등에 있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대통령제에서는 실질적인 연립정부의 구성이 어렵다. 대통령제에서 단순한 행정부 참여는 내용적인 집권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책임제에서의 장관은 행정비서에 불과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정치적 결정과 집행권을 보장받는 제도가 없다. 또한 대통령은 임기를 보장받기 때문에 연정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정책을 관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대통령제에서 연정이 큰 의미가 없다고 해도 선거연합은 가능하다.
정치적 연대와 조직적 통합은 구분해야 한다. 정치노선이 전혀 다른 정당이 조직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정당의 본질이나 정치신념에도 맞지 않는다. 민주당의 일부 세력과 정당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민주당이나 국민참여신당이나 선거연합의 대상은 될 수 있지만 조직적 통합의 대상은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을 평가할 때 그들은 조직적 통합의 대상은 아니다.
과거 신자유주의 노선을 추진했던 민주당과의 정치적 차이가 너무 크다. 신자유주의 도입에 앞장섰던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는 "우리의 정체성과 신자유주의는 맞지 않기 때문에 향후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채택할 일이 없다"며 위선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나아가 천호선 국민참여신당 상임부위원장은 “FTA의 지향은 선진 통상국가를 지향하는 것이며 경제 동맥 경화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었다면 또 다른 선택을 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책임을 불평등한 한미관계로 돌리고 있다.
민주당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민주당 집권 동안 발생했던 신용불량, 부동산 상승, 비정규직 확대, FTA, 파병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책임을 상기시켰다. 또한 강기갑 대표는 "민주당의 노력과 상관없이 실제로 민생과 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헌태 교수는 "한미 FTA를 추진한 민주당이 이제 와서 반대한다고 하는 것은 민주당 정체성의 혼란이며, 이러한 민주당의 혼란이 진보개혁 연대의 장애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당 간의 반MB 선거연합이 가능하려면,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정당을 견인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그러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시민운동은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촛불집회에서 보듯이 대안권력으로 성장하거나, 대안권력을 추동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최근에 정치운동에 대한 시민운동의 위상이 제기되고 있으며, 두터운 중간세력으로서 연합정치를 태동하게 하는 역할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사회운동 진영은 촛불 집회에서 나타난 대중의 폭발적 참여를 유권자 혁명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제를 발전시켜야 한다. 사회운동의 위상과 영향력을 유지하면서도 연합정치가 구현하는 제도정치에 탄력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경직적인 선거법을 연합정치가 가능하도록 탄력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정당이 포함된 시민연합, 유권자 연합의 형태로 선거운동을 하거나 후보자 경선을 하거나 단일후보를 낼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필요하다. 이런 제도라면 정당공천의 폐해도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집권 당시 민주당은 정치적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이러한 정당개혁과 정치개혁을 소홀히 했다.
마무리 : 민주당과 제한적 선거연합, 진보신당과의 진보대통합당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할 필요가 있다. 진보대연합은 정책선거공조, 조직적 통합 등 단계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선거연합은 조직적 통합으로 발전할 수 없고, 발전해서도 안 된다. 선거연합은 반MB 전술이므로 민주당에게 높은 가치의 연대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
완전한 민주개혁, 한반도평화와 통일에 대한 공감대와 과거 신자유주의 도입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정도일 것이다. 신자유주의 사과도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치노선이 다른 정당에게 높은 가치의 연대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그로 인해 선거연합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한나라당 타격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선거연합이 가능한 곳은 한나라당 후보를 낙선시킬 수 있는 서울, 경기, 경남 등 일부지역에 불과하다.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하더라고 한나라당 후보를 낙선시킬 수 없는 경우, 반MB 여론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은 독자적인 행보를 해야 한다. 진보의 정체성과 독자적 기반을 확인하고 확장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은 사안별 협상이 아니라 제한적 포괄협상을 통해야 진보의 위상을 지킬 수 있다.
광역단체장 이외의 선거는 중앙당 차원에서 선거연합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지방자치의 풀뿌리 성격을 볼 때 반MB이외의 관점이 필요한 것이며, 선거연합이 요구되면 지역차원에서 조율할 일이다.
진보정당 경쟁체제는 공멸의 길이기 때문에 진보양당과 진보진영이 포괄되는 진보대통합당의 전략을 고수해야 한다. 진보신당이 통합에 동의하지 않고 선거연합만 요구하는 것은 진보정당 경쟁체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진보신당이 통합의 길에 나서지 않는다면 민주노동당 역시 진보정당의 경쟁을 회피할 방법이 없다. 진보신당의 전술이 인적 자원을 활용하여 광역단체장선거에서 진보의 대표성을 획득하겠다면, 민주노동당 역시 광역단체장 후보를 발굴하여 적극 대응할 수밖에 없다.
다만 울산시장은 당선가능성과 상관없이 진보와 보수의 구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울산북구청장은 당선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전체 진보의 대의를 위해 제한적 범위 내에서 민주당까지 포함한 선거연합이 필요하다.
서울, 경기, 경남, 울산 등 일부 의미 있는 지역을 제외한다면 양당의 경쟁은 불가피해진다. 진보정당의 경쟁구도에서 선거연합은 전략으로 무의미하며 전술적으로 당선가능성도 없다. 민주노동당이 지방선거 이전에 통합에 대한 원칙을 확인하여 2010년 지방선거에 공동대응하자고 제안한 상태에서 진보양당이 통합의 길로 가느냐, 경쟁의 길로 가느냐는 진보신당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