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남 (흥천면 외사리)
집사람을 너무 고생시켜 항상 미안하다
농사일을 하기 싫어 서울로 갔으나 어머님이 혼자 일하는 걸 보고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렇게 농사를 지은 지 삼십오년이 흘렀다.
흥천은 일찍부터 원예작물을 많이 심었다. 나도 수박, 참외, 오이, 쥬키니 등 채소류 농사를 지었다. 십오년 전부터는 가지를 심기 시작하여 현재는 수도작과 겸하고 있다.
형님이 있었는데 포크레인 기사를 하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사고 후 얼마 있지 않던 재산도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다 팔아야 했으며 조카들도 가르쳐야 했다. 재산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먹고 살기 위해 안사람과 죽도록 일을 해야 했다. 새벽 1~2시까지 일을 했고, 새벽 일찍 일어나 다시 들로 나가야 했다. 몇 년 전까지 계속 그렇게 고생해서 예전에 잃은 땅을 모두 찾았다.
나야 병치레 한번 하지 않았지만 집사람은 약을 달고 살고 있다. 집사람을 너무 고생시켜 항상 미안하다. 집사람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나 있었을까 생각한다.
지역에 공동선별 시설이 있었으면 한다
작목반별 공동선별은 쉽지 않다. 공동선별은 노동력을 줄이고 시장유통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동선별을 위해 가족 중 한명이 선별장에 나가 일을 해야 한다. 거기다 품질의 차이, 농산물 수확시기 등이 맞지 않으면 마음을 맞추기 힘들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을 쓸 수도 없다. 작은 작목반 단위에서는 그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주시에 단일 공동선별장을 세워 대량으로 농산물을 선별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 그러면 개별 공동선별장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농협이 판로가 확실한 벼만 수매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이라면 농민들이 생산한 모든 농산물을 수매하는 것이 맞다. 농민들은 생산만 하고 판로는 농협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농민들이 농사도 짓고, 선별도 알아서 하고, 거기다 판로까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의 존재 이유를 모르겠다.
벼는 지금까지 해왔으니까 인정한다고 하자. 모든 농산물을 수매 할 수 없다면 그것도 좋다. 그렇다면 벼를 제외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들을 위해 공동선별장을 세워 합리적이고 선명하게 운영해 주길 바란다.
지자체별 광역공동선별장을 세워야 하는 다른 이유
현재 작목반 단위 공동 선별장이 있다고 하여도 거의 모든 농산물이 경매로 나가고 있다. 대단위 공동 선별장이 있다면 경매뿐만 아니라 다른 유통경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농협들이 일신우일신하여 각 지자체마다 광역공동선별장을 건립하여 운영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첫째 각 지역끼리 정보를 공유하여 시장 출하를 조정할 수 있어 농산물의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각 지역의 농산물 정보를 취합하여 지역마다 심는 작물의 면적을 서로 조정하여 개별 농산물이 수요량을 초과하거나 모자라지 않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농민들은 지금까지 먹고 살기 위해 농사만 지었지 취미 활동이 달리 없다.
나도 내년이면 환갑이다. 나이가 들어 이제는 농사 규모도 줄이고 쉬고 싶은데 마땅히 할 것이 없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도 우리 나이 또래가 시골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는 것이다.
동네에 계신 많은 분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동네 주민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자체가 복지차원에서 만들어 주길 바란다. 농사를 지으며 지친 마음을 달래줄 프로그램이 있다면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고 마을 공동체도 회복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