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타면 재미있어 ?
ks. Kim.
모처럼 친구를 만날겸 전철를 타니 젊은 대학생이 자리를 양보해 준다. 동방예의지국이 여기서부터 보인다. 일부러 노약자 좌석으로 가지는 않는다. 나이든게 벼슬도 아닌데, 전철 칸 끝 구석에 몰리는 기분이 싫기도하다. 업드려 절 받는 기분이랄까?, “어 아직 괜찮은데” 말하자, 젊은 학생이 자꾸 권한다. 머리를 까마게 염색해도 몸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 땡큐”라 영어 섞어 건내며 자리에 앉았다. 외국어가 객지에 와서 빛나기를 바라지는 않아도, 외국인이 보이면 “하이 굿 모닝”을 건내보기도한다. 간혹 외국에 가보면 그들은 눈만 마주쳐도 인사를 하는 것이다. 좋아 보였기에 애국이 별거인가? 쉬운 것부터 해보는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근엄한 표정으로 있거나 핸드폰 삼매경에 빠져서 정거장 지나치기가 다반사인 것이다.
몇 정거장을 지났는지 잠깐 잠을 잔 것 같다. 전철 문이 열리더니 할머니 한분과 여자 꼬마 아이가 들어선다.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 할머니는 가방을 옆에 끼고 한 손으로는 손녀를 잡고 있는 것이다. 얼떨결에 일어나 꼬마한테 자리를 양보할려고 하자, 옆에 있던 중년 아줌마와 아저씨가 함께 일어나며, 어른신 그대로 앉아 계셔요라며 자신들의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내 옆에 꼬마랑 할머니가 나란히 앉게 되었다.
5 또는 6살 되보이는 여자 꼬마는 전철을 처음 타는지 사방을 쳐다보기 바쁘다. 할머니가 “이곳에서는 얌전히 있어야지, 그렇게 서 있으면 다치기도하고 할아버지 옷 더러워질 수 있어”라며, 아이를 다독이고 계셨다.
몇 정거장 가는 동안 잠깐 눈을 감고 있었다. 꼬마 아가씨가 할머니한테 말을 건낸다. 할머니는 “전철 타면 재미 있어” 묻는다. “그럼 집을 나와 시원한 바람도 쐬고, 어디론가 여행가는 기분도 들고해서 좋아”한다. “그리고 너랑 같이 가니까 더 좋아”한다. “응 그래, 나도 좋아”, “그런데 옆 할아버지는 재미 없나봐”라고한다. “눈 감고 주므시나 봐“, 할머니가 이내, ”아 그것은 어르신이 어제 밤에 일을 하셔서 그런가봐“, 그러시면서 “너도 늦잠 자면 낮에 졸기도하는 것 처럼” 자상하게 꼬마 손녀에게 가르쳐주고 계셨다. 꼬마의 표정이 할아버지는 밤에 무슨 일을 그리 하셨기에 낮에도 조실까 하는 표정이다. 꼬마 아가씨와 할머니의 이야기가 퍽이나 다정스럽게 들려왔다.
“꼬마 아가씨 할아버지도 전철 타는거 좋아해“라 말을 걸어 보았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왜 전철에서 잠자, 집에서 잠 안자고, 밤에 힘든 일 하셔”, 누가 못자게 해? 라며 황당한 질문이 훅 들어온다. 순간 할머니가 당황해 하신다. “응 어제 밤에 일이 있어 좀 늦게 잤거든, 이제는 하나도 힘들지 않아, 힘이 넘쳐”라고 답해 주었다. 꼬마 아가씨가 “할아버지 힘이 강해”라고 묻는 것이다. 내친 김에 알통잡는 폼을 보여주며 꼬마를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자 꼬마가 “아 그렇구나, 어린이 집에서 그러는데, 우리나라에 호랑이가 없어진 것은 할아버지들이 다 잡아서 그런거래요”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맞은편에서 이를 들은 전철 안 분들이 웃음을 참지 못한다. 한 젊은 커플의 아가씨가 옆 남자에게 자기도 걸핏하면 힘자랑 하잖아라며 응수를한다. 상대방 남자가 얼굴이 빨게지며, 내가 언제 자주 그랬다고.
헉 꼬마 아가씨의 기억려력이 대단하다고 느켰다. “그래 네 말이 맞어, 이 할아버지도 옛날에 한가닥 했었지”라고 말을 이어 갔다. 꼬마가 활머니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둥거린다. “할머니”라 부르며, “할머니는 어제도 두가닥으로 했는데, 그럼 할머니가 더 센거야” 묻는다. 갑자기 봉창두들기는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손녀를 할머니가 쳐다본다. 할아버지도 이게 무슨 소리인가 표정을 짓게 된다. 전철 안 분들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가 보다.
그러자 손녀가 할머니 가방을 가리키면서, “할머니 뜨개질 두가닥으로 하잔아”라 말한다. “아, 그렇구나 네 말이 맞어, 할머니가 두 가닥하니까, 힘이 더 센거야” 라고 말을 주고 받았더니 전철 안이 웃음 바다가 되었다. 꼬마는 낯선 할아버지 보다 자기 할머니가 힘이 세다는 판정에 신이 낫다.
“할머니가 이긴 것이니 선물을 줄께”라 말하고 가방에서 사탕과 과자를 몇 개 꼬마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러자 꼬마가 망설이며, “남이 주는거 받아 먹으면 안되요,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한다. 판정 승에 이기신 할머니가 순간 당황하여, “할머니 있을 때는 받아도 괜찮아, 고맙습니다 인사해야지” 라고 하자 받는 것이다. “할머니 손녀 강아지 정말 이쁘시지요, 똘똘하고 예의 바르네요” 라 말하는 것을 들은 손녀가 대화 중에 말을 건내온다. “할아버지 나 강아지 아니에요, 공주에요”라 말하는 것이다. “맞다, 너 처럼 이쁜 강아지를 매일 보는 엄마, 아빠는 행복 하시겠다”. “아 참 할아바지 나 강아지 아니에요” 라하자 할머니가 나서신다. “어르신들은 이쁘거나 귀여운 애들한테는 그렇게 말씀하시는거란다“ 가르쳐 주자 그제서야 이해하는 듯 하였다.
“참 내 정신 좀 봐,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하는데 지나칠뻔 했네요“, ”강아지, 아니 공주님 잘가요, 어르신도 잘가세요“ 황급히 인사하고 헤어졌다.
정말 전철 타면 재미 있는 것인가? 승강장을 내려 오면서 꼬마 공주가 말한 호랑이 이야기와 두가닥 실의 위력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2024.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