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맛 향 오렌지 주스/ 이 령
사랑을 유지하려면 이별을 잘 해야죠. 이건 뭐 실체적 진실이구요. 대게 눈에 보이는 것들이 더 의뭉스럽죠.
오렌지 주스엔 오렌지 맛 향이 오렌지를 대신하죠. 마치 사랑이라는 감정을 사랑이라 우기는 것처럼.
구속되고 싶은 유일한 자유가 더러 사랑일 수 있어요. 오렌지 맛 향과 사랑의 감정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도모하는 삶은 생각보다 단순할지 몰라요. 사랑과 이별이 경합할 땐 눈 딱 감고 이별 해야죠. 오렌지 맛 향 주스를 오렌지 주스라고 우겼으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실은 더 선명하죠.
꽃보다 잎이 먼저 피는 나무도 있어요. 긴 밤, 짧은 밤, 이건 뭐 온도차이구요. 떨기나무가 꽃 피우기 전 절반이상 잎을 버리듯 지난 날 우리들의 굳은 맹세는 가급적 잊는 게 좋아요. 잎보다 꽃이 먼저 피듯이 가슴이 머리보다 뜨겁다는 건 좀 슬픈 얘기죠.
사랑을 지키려면 황색4호, 적색2호, 배합이 잘 돼야지, 끼워 넣기, 과장 표현은 필수죠. 얼었다 녹았다 밀었다 당겼다
얼음이 얼마나 뜨거운지 목구멍을 데어본 이들은 압니다.
삼키다 걸린 얼음은 당혹스럽지만 오렌지 주스처럼 따갑진 않습니다.
사랑도 그래요. 달고 시큼하고 향기롭지만 결국 갈증을 부르는 오렌지 주스가 꽃보다 잎이 먼저 피는 떨기나무 같은 거라서. 몸이 머리보다 뜨겁다면 이별은 현명한 사랑입니다.
이별에 익숙한 시인과
오렌지를 속이는 오렌지 맛 향 오렌지 주스와
어긋난 꽃차례를 자랑하는 떨기나무와
녹는점이 헷갈리는 얼음의 공통점은 없어요.
이건 뭐 현상에 대한 나의 상상적 경합이구요.
오렌지 맛 향이 오렌지 보다 더 오렌지 같듯
사랑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믿듯
이별은 사랑이후의 사랑 이란 건 어디까지나 주관적 진실입니다.
그다음 사랑은 오렌지 맛 향이 아닌 오렌지 같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