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광주전남의 밝은 내일을 염원하며
박성수
2022년 가을 어느 날이었지요.
뜻밖에 간곡한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저는 광주광역시 출연기관인 광주경제고용진흥원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였거든요.
내용인즉, 광주전남지역혁신플랫폼을 총괄운영하는 센터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이름이 길기도 한 이 프로젝트는 알고 보니 광주와 전남의 지역인재를 키워 수도권으로 보내지 않고 우리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하는 뜻깊은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수락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적지 않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광주경제의 진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략 연구에 몰두하고 있던 터라 갈등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광주와 전남은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기에 남도의 밝은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2023년 1월, 광주경제고용진흥원 이사장직을 내려놓고 바로 다음 날부터 총괄대학인 전남대 캠퍼스로 출근하게 되었지요.
지난 2016년 1월, 광주전남연구원장으로 발령을 받고 전남대를 갑작스럽게 퇴직하게 되었는데, 그로부터 7년 만에 용봉캠퍼스로 돌아오니 참으로 기뻤습니다. 7 개월 먼저 캠퍼스를 떠나는 바람에 정년퇴임을 하지 못해 늘 아쉬웠던 터라 감회가 더욱 새로웠습니다.
그간 제가 책임을 맡았던 광주전남지역혁신플랫폼은
해마다 교육부가 400억, 광주광역시가 100억, 전라남도가 100억, 총 600억 원을 출연해 준 이 자금을 가지고 2020년부터 5년간 총 3,000억 원 사업을 펼치는 대형 과제이었습니다. 그런데 총괄운영센터장으로 저에게 맡겨진 수장의 역할은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이자 난조에 빠진 팀을 살려내는 구원투수였습니다. 거액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에 이러한 난국 타개를 위해 저를 부르게 된 것입니다.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인 RIS (Regional Innovation System)에는 광주광역시에서 전남대, 조선대를 비롯한 7개 대학, 전라남도에서 목포대, 순천대를 비롯한 8개 대학의 교수와 학생이 참여하였습니다. 아울러 광주와 전남 교육청, 광주와 전남 태크노파크, 한국전력, 현대삼호중공업 등 321개의 기관과 기업이 함께 하며 시너지효과를 내는 유기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낙후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광주에서는 에너지신산업 분야를, 전남에서는 미래형운송기기 분야를 주력산업으로 선정하였고, AI, 반도체, 바이오, 관광 분야를 추가하여 사업을 펼쳤습니다.
막상 사업을 챙겨 보니 영남권이나 수도권 근접한 충청권, 강원권보다 산업인프라가 취약한 우리 지역에서 산학협동을 통한 성과 도출이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우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이 어려운 탓에 지원금 출연이 적시에 되지 않은 것도 큰 장애요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궁즉통(窮卽通)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와신상담하며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구성원들과 전력투구했지요. 그 결과, 해마다 성과평가에서 하위권에 맴돌던 불명예를 씻고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마침내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
저는 어느 조직을 맡든 구성원의 경쟁력을 키워 합심하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일해 왔습니다. 그러기에 이번 광주전남지역혁신플랫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광주와 전남의 여러 곳에 있는 대학들의 인적자원을 사업별로 묶어 바람직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대학들을 찾아 교수와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곤 했습니다. 우문현답, 즉 ‘우리의 문제해결은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신념으로 동분서주하던 날들이 생각납니다.
특히 힘이 많이 들었지만요. 시청과 도청을 문턱이 닳도록 찾아가 관계자들에게 읍소하여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큰 보람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간 우리 플랫폼의 지원을 받아 목포대 교수들이 연구 개발한 친환경 선박 제조법이 대한조선에 이전된 바 있었지요. 이 기술로 건조한 배 세척을 그리스 상선회사가 구매한 결과, 약 3,600억 원 상당의 매출실적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테네 세계 조선박람회장에서 구매계약을 체결한 현장을 지켜보면서 벅찬 감격에 울컥했습니다.
이와 같은 산학협력의 노력으로 5천여 명의 준비된 청년 인재들이 우리 플랫폼에서 창출한 5천여 개의 일자리에 취업하여 고향에서 정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 또한 크나큰 기쁨이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2월 6일에는 광주의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권 대학의 성과를,
2월 13일에는 목포현대호텔에서 전남권 대학의 성과를 발표하였는데
행사장마다 5백여 명의 참석자들이 운집하여 큰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또한 지난 5년간의 사업 성과를 시도민과 공유하는 큰 행사였던 만큼 지역 방송사들까지 지대한 관심을 갖고 홍보해 주었습니다.
올 3월부터 시작되는 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사업은 지난 5년 동안 땀 흘려 온 RIS 사업을 확대 개편한 지역 혁신 중심대학 지원체계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경험하면서 축적한 노하우가 차질 없이 승계되어 잘 진행되리라고 기대해 봅니다.
다만 이 사업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광주와 전남으로 분리되어 진행될 터이니 그 어느 때보다 시와 도 간에 머리를 맞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대학이 아닌 자방자치단체가 운영 주체가 되었으므로 시도가 대학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지역대학들과 협업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