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고도 오랜 시간을 물속에 머무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북한 잠수함을 감시하는 용도로 적당하다는 이유에서 그런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그러나 이런 주장이 실제로 가능해지려면 우리나라가 최소한 3~4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아무리 잠항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1척의 핵추진 잠수함만으로는 여러 대의 북한 잠수함을 감시하는 것이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북한 잠수함 감시를 위한 대안으로 무인 잠수정이 떠오르고 있다 ⓒ usni.org
따라서 일각에서는 엄청난 구입비와 유지비가 필요한 핵추진 잠수함보다는 저렴하면서도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무인 잠수정이 북한 잠수함을 감시하는데 있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아직 그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무인 잠수정이 개발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적의 잠수함 감시 외에도 바다 속에서 해결해야 하는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고성능의 무인 잠수정을 미국의 방위산업체가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인공지능 탑재시킨 자율주행 무인 잠수정이 목표
미국의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社가 개발 중인 무인 잠수정의 이름은 ‘오르카(Orca)’다. 아직 잠수정의 구체적인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 해군이 오르카를 ‘XLUUV’으로 분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다른 무인 잠수정들보다는 더 큰 규모임을 짐작할 수 있다.
XLUUV는 ‘초대형 무인잠수정(Extra Large Unmanned Undersea Vehicle)’의 약자로서, 무인 잠수정을 의미하는 UUV(Unmanned Undersea Vehicle)와 평균보다 크다는 의미의 XL(Extra Large)가 조합하여 만들어진 함정 규격 중 하나다.
록히드마틴社가 개발 중인 무인 잠수정인 오르카 ⓒ Lockheed Martin
오르카의 개발 이유에 대해 록히드마틴社의 관계자는 “잠수함이나 잠수정 같이 바다 속을 다니는 배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이유는 탑승하고 있는 사람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오르카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아도 장시간을 수중에서 누빌 수 있기 때문에 적의 잠수함 수색은 물론, 구조 임무나 기뢰 제거 같은 임무에 투입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록히드마틴社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 해군 요원들은 사무실에 앉아서 원격으로 수중 격납고에서의 발진은 물론, 잠항 및 회항과 같은 모든 잠수 업무를 조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을 해야 하는 수준이지만,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되면 자율주행을 하며 스스로 적의 잠수함을 찾아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미 해군의 관계자는 “무인 항공기와 운용방식은 같을지 몰라도, 이미 공격 용도로까지 활용되고 있는 드론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라고 평가하며 “아직 유인 잠수정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한 만큼, 당분간은 공격 용도보다는 감시 및 수색, 그리고 가장 위험한 업무의 하나로 꼽히는 기뢰 제거 같은 임무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경쟁사인 보잉도 무인 잠수정 개발에 주력
록히드마틴社의 이 같은 움직임에 맞불을 놓고 있는 업체는 미 방위산업계의 또 다른 거물이자 수송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보잉社다. 이 두 맞수는 하늘과 육상, 그리고 바다와 관련된 모든 방위산업 분야에서 사사건건 경쟁하고 있다.
무인 잠수정도 마찬가지다. 록히드마틴社가 오르카 개발을 통해 최근 들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무인 잠수정을 먼저 개발한 쪽은 보잉社다.
수년 전부터 에코시커(Echo Seeker)와 에코레인저(Echo Ranger) 등 일명 에코시리즈로 불리는 무인 잠수정들을 제작하여 선을 보였고, 지난해에는 드디어 한 번 출항하면 1개월 동안 잠수가 가능한 에코보이저(Echo Voyager)를 발표하여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에코보이저는 9.8m 길이의 에코시커나 5.5m 길이의 에코레인저에 비해 훨씬 규모가 큰 15.5m에 달하기 때문에 대형 무인 잠수정의 길을 연 모델로도 평가받고 있다.
보잉사가 개발한 무인 잠수정 에코보이저 ⓒ Boeing
이 같은 평가에 대해 보잉社의 관계자는 “현재 실용화되어 있는 무인 잠수정은 구축함 같은 모선(母船)에서 발사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항속 거리가 별로 길지 않다”라고 지적하며 “하지만 에코보이저는 말 그대로 항해를 할 수 있는 무인 잠수정이라는 측면에서 혁신성을 인정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이 두 경쟁업체가 자사의 무인 잠수정을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바로 미 해군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자율순항 무인 잠수함 선정 작업에 두 회사가 지원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이들은 우선 무인 잠수정에 대한 기술 확보를 위해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을 하나씩 인수하고 있다. 보잉社가 지난해에 무인 잠수정 개발업체인 ‘리퀴드 로보틱스(Liquid Robotics)’를 인수하자, 이에 뒤질세라 록히드마틴社도 수중 로봇 기업인 ‘오션에어로(Ocean Aero)’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오션에어로社는 무인 잠수정과 잠수 로봇을 개발하는 업체로서, 이 회사의 ‘에릭 패튼(Eric Patten)’ CEO는 “보잉社와 록히드마틴社가 이처럼 기업인수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무인 잠수정 분야가 향후 막대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원천 기술을 선점하자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오션에어로社의 보유 기술들을 살펴보면 웬만한 글로벌 기업 못지않은 기술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령 태양광 배터리 충전을 위해 스스로 수면 위에 떠오르거나, 바람이 부는 것을 감지하여 돛대를 펼칠 수 있는 신재셍에너지 활용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또한 다른 잠수정들과는 달리 수심 200m까지 내려가 잠항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