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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6일 (토요일)
새벽 알람 소리에 눈을 떠 보니 창밖에 빗소리가 요란하다
IC~! 산에서 비 맞으며 걷는 건 좋아도 집에서부터 우산 쓰고 버스 타러 가는건 심난한데...
찜찜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밖에 나오니 그새 거짓말처럼 비가 그쳐 이른 시간 기분 좋은 아침 산책을 즐기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산행코스(12코스) : 김삿갓문학관~김삿갓묘역~김삿갓교~물레방아(싸리골)~삿갓교~든돌~와석1교~와석1리마을회관~들모랭이~메기못~가랭이봉 입구~예밀교~김삿갓면사무소(12.7km)
산행코스(13코스) : 김삿갓면사무소~옥동교~대야리마을~대야산성~가재골~각동교(8.8km)
※ 오늘은 12코스 종료 후 상대적으로 탐방거리가 긴 다음 구간(13코스)의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추가로 김삿갓면사무소에서 각동교까지(8.8km) 진행하기로 한다
오전 9시가 조금 지나 오늘 탐방의 시점인 '난고 김삿갓 문학관'에 도착하여 기념사진 남기고 탐방을 시작한다
오후에 약간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현지의 오전 날씨는 흐리긴 해도 비가 오지 않아 걷기에는 오히려 좋은 날씨다
외씨버선길 영월객주
문학관 주차장 모서리에 있는 삿갓 모양의 쉼터를 벗어나면서 12코스 김삿갓문학길이 시작된다
김삿갓 문학관 ↔ 김삿갓교 (0.5km)
출발지인 문학관 주차장을 나와 선달산 자락에서 발원한 마포천을 보면서 28번 국도를 따라 걷는 구간이다
출발지에서 150미터 거리에 있는 '김삿갓 유적지'에 들러 김삿갓 묘소와 시비(詩碑) 등을 둘러볼만하다
문학관 주차장에서 벗어나 노루목교를 건너고...
노루목교를 건너면 탐방로는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와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를 잇는 28번 국도를 따라 이어지고,
탐방로 우측으로는 선달산 자락에서 발원한 청정 마포천(김삿갓 계곡)이 시원스럽게 흐르고 있다
문학관 주차장에서 150여 미터를 내려오면 도로 옆 왼쪽으로 돌탑과 함께 김삿갓 유적지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二十樹下 (이십수하)
스무나무 아래에 선 서른 나그네에게
마흔 동네에서 쉰 밥을 주는구나
인간 세상에 어찌 일흔 일이 있을 수 있으리오
차라리 집에 돌아가 서른 밥을 먹는 것만 못하구나
(스무나무 → 시무나무, 서른 → 서러운, 마흔 → 망할, 쉰 → 상한, 일흔 → 이런, 서른 → 설익은)
* 걸식을 하다 냉대를 받고 나그네의 설움을 숫자를 이용하여 표현한 詩
정암 박영국선생 공적비
정암(靜巖) 박영국(朴泳图) 선생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구전으로 내려오는 시선(詩仙) 난고 김삿갓이 10 승지(十勝地)인 이곳까지 찾아오게 된 내력을 밝히고 그가 살던 집터와 묘를 찾았으며
또한 김삿갓유적 보존회를 구성 김삿갓이 방랑생활을 하며 읊었던 유지(詩)를 수집하여 「김삿갓의 유산」 책자를 발간하는 등 김삿갓 유적의 발굴과 보존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한다
開城人逐客(개성인축객)
고을 이름이 개성인데 왜 문을 닫나
산 이름이 송악인데 어찌 땔나무가 없으랴
황혼에 나그네 쫓는 일이 사람 도리 아니니
동방예의지국에서 자네 혼자 되놈일세
* 모든 집에서 땔 나무가 없다는 핑계로 내쫓는 '개성'의 인심에 대하여 읊은 詩
白髮汝非金進士 (백발여비김진사)
허연 머리 너 김진사 아니더냐
나도 청춘에는 옥인과 같았더라
주량은 점점 늘어 가는데 돈은 떨어지고
세상 일 겨우 알만한데 어느새 백발이 되었네
* 샘물을 떠 마시며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읊은 詩
艱飮野店 (간음야점)
천릿길을 지팡이 하나에 맡겼으니
남은 엽전 일곱 푼도 오히려 많아라
주머니 속 깊이 있으라고 다짐했건만
석양 주막에서 술을 보았으니 내 어찌하랴
* 저녁노을 붉게 물든 길을 가다가 주막을 보고 술생각이 간절하여 읊은 詩
還甲宴 (환갑연)
저기 앉은 노인은 사람 같지 아니하고
마치 天上에서 내려온 神仙인가 하노라
슬하에 일곱 아들들은 모두 도둑놈인 것이
不老長生 천도복숭아를 훔쳐다가 회갑잔치에 드리었다
* 첫 줄을 쓰자 사람들이 화를 냈으나 두 번째 줄을 쓰자 기뻐했으며, 세 번째 줄을 쓰자 또 사람들이 화를 냈으나 네 번째 줄을 쓰자 모두 기뻐했다고 한다
* 천도(天桃)는 하늘에만 있는 복숭아로써 이것을 먹으면 2천 년을 산다는 전설이 있다
마대산 들머리.
여기서 어둔골을 따라 1.8km를 더 들어가면 김삿갓 시인이 살았던 마을이 있다
난고(蘭皐) 김삿갓(金炳演)의 생애
선생은 안동 김 씨 시조인 고려 개국공신 '선평(宣平)'의 후예로 순조 7년(1807년) 3월 13일 경기도 양주군 회천면 회암리에서 父 '안근(安根)'과 母 '함평 이 씨(李氏)'사이에서 이남(二男)으로 출생하였고,
본명은 '병연(炳淵)'이고 호는 '난고(蘭皐)'이다
순조 11년(1811년) '홍경래의 난'이 일어났을 때, 당시 선천부사였던 그의 조부 김익순이 홍경래에게 항복하였다. 이에 역적으로 몰려 폐족 처분을 받아 가족이 영월로 옮겨와 은둔생활을 하였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도 모친 함평 이 씨는 자식들에게 조부의 사연을 숨긴 채 글을 가르쳤으며, 김삿갓이 20세 되던 해 영월 동헌에서 개최되었던 백일장에 응시하여 선천부사 김익순을 비판하는 글로 장원이 되었다
그 후에 김익순이 조부라는 사실을 알고 자책과 통한을 이기지 못하여 22세에 집을 나서 방랑생활을 하면서 서민들의 애환을 시(詩)로 읊어 조선시대 서민문학의 큰 틀을 마련하였다
1863년 전라남도 화순군 동복에서 작고하여 그곳에 묘를 썼으나, 삼 년 후 둘째 아들 익균이 지금의 자리로 옮겨 모셨다.
- 영월군 -
김삿갓 유적지를 둘러본 다음 다시 탐방길을 이어간다
도로옆 마포천 건너편 풍경(우드밸리 펜션)
訓長 (훈장)
세상에서 누가 훈장이 좋다고 했나
연기없는 심화가 저절로 나네
하늘 천 따 지 하다가 청춘이 지나가고
시와 문장을 논하다가 백발이 되었네
지성껏 가르쳐도 칭찬 듣기 어려운데
잠시라도 자리를 뜨면 시비를 듣기 쉽네
장중보옥 천금 같은 자식을 맡겨 놓고
매질해서 가르쳐 달라는 게 부모의 참 마음일세
* 예나 지금이나 가르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모양이다
탐방로 옆으로 흐르는 오염되지 않은 청정 계곡물에 자꾸 눈이 돌아간다
김삿갓 유적지 입구에서 350여 미터를 진행하다 '김삿갓교'를 앞에 두고 탐방로는 좌측 숲길로 방향을 돌린다
김삿갓교 ↔ 물레방아 (싸리골, 완주인증 촬영장소) 2.9km
탐방로 옆으로 흐르는 청정 마포천을 곁에 끼고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때 묻지 않은 원시의 숲길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과 마음이 정화된다
개인적으로 12코스 김삿갓 문학길에서 가장 좋았던 구간이다
지난밤 내린 비로 촉촉해진 숲길을 밟으며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나는 비 온 뒤끝에 숲길을 걸을 때가 제일 좋더라.^^
군데군데 미끄러운 너덜길을 지날 때는 발끝에 잔뜩 힘을 주어 걷는다
물기를 살짝 머금은 숲길은 스펀지처럼 탄력 있고 부드럽다
이 구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청정 계곡과 함께 하여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보며 걷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재잘대며 흐르던 계류가 폭이 좁아진 곳에 와서는 제법 거친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마포천 계곡은 계곡 트레킹 코스로 잡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굳이 계곡 트레킹을 목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오늘 걷는 '김삿갓교~물레방아' 구간은 계곡 트레킹을 하는 기분으로 걷는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계곡물로 뛰어 들어가 알탕이라도 하고 갔으면 좋겠다
* 숲길 입구에 '이 지역은 상수원 수질보호 지역이니 수질오염 행위를 하지 말라'는 알림판이 서 있었는데 여기서 알탕을 하면 잡아가려나?ㅎ
습한 날씨에 몸속은 벌써 땀으로 뒤범벅인데
이렇게 멋진 계곡을 지나치면서 물속에 몸 한번 담가보지 못하고 가는 건 죄악 아닌가?
길이 없는 절벽 구간에는 데크길을 설치해 놓았다
군데군데 실폭포도 보이고...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일세~
나도 이 길을 다섯 번만 걸으면 시인이 될 수 있겠다.^^
기회가 된다면 둘레길 탐방이 아니더라도 다음에 다시 와서 차분하게 걸어보고 싶은 멋진 코스다
계곡도 좋지만 계곡 옆으로 이어지는 울창한 원시의 숲길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숲과 물과 사람이 어우러지니 자연스럽게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외씨버선길 12코스 김삿갓 문학길은 강원도 영월군과 충청북도 단양군의 경계에 있는 마대산(1,051m) 자락의 동·북쪽을 돌아 이어 걷는 길이다
여긴 개선문?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이끼 낀 데크길을 지나고...
이끼 낀 바위에서는 이렇게 걷는 거라요...^^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데크길을 지나 숲길 밖으로 빠져나온다
숲길에서 빠져나와 잠시 계곡길을 걷다 올라서면 싸리골 마을이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왼쪽 길로...
이름 없는 다리... 다리를 건너면 '싸리골' 버스 정류장이 있다
다리에서 몇 걸음 걸어가면 물레방아와 완주인증 촬영장소가 있다
표지판 뒤쪽에 물레방아가 있는데 덤불에 휩싸여 보이지 않는다
물레방아는 나름 12코스 김삿갓 문학길의 상징성 있는 조형물인데 형태를 찾아볼 수 조차 없으니 조금은 아쉽다
물레방아 ↔ 든돌마을 (2.9km)
물레방아에서 삿갓교까지 1.1km 구간은 마포천을 끼고 오르내림 없는 마을길을 걷다 삿갓교를 건너 산길로 들어서면서 제법 경사가 있는 산자락을 올라섰다 든돌마을로 내려선다
Adam Village 캠핑장을 지나고...
여기는 새로 짓고 있는 펜션인 듯.
계곡 건너편의 민가
김삿갓 흙집 이야기 펜션
구름에 달 가듯이
그렇게 매력적인 이름을 가진 싸리골 마을의 펜션&민박촌 거리를 지나 삿갓교 방향으로 진행한다
둘레길은 도보여행을 하면서 많은 이야깃거리와 추억을 만들어 가는 공간이다
산딸기로 갈증을 해소하고...
안 줬으면 주인한테 이르려고 했는데...ㅎㅎ
망초밭에서...
물레방아에서 싸리골 마을 민박촌 거리를 따라 약 1km를 걸어오니 28번 국도를 이어주는 '삿갓교'가 보인다
꽃비농원(축대 위)
탐방로는 꽃비농원 앞에서 우회전하여 삿갓교를 건너 히어리 캠핑장 입구에서 다시 좌측 산길로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체력이 부친다면 산길을 버리고 꽃비농원 앞에서 좌회전하여 국도를 따라 든돌마을 정류장까지 갈 수 있다
삿갓교
마포천(김삿갓 계곡)
데크길을 지나 산길로...
탐방로는 사유지를 우회하여 산길로 이어간다.
우와~ 망태버섯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선명하고 잘 생긴 망태버섯은 처음 본다
잘 생긴 망태버섯을 담고 나니 왠지 오늘은 여기까지 온 보람을 찾은 것처럼 흐뭇.^^
잘 생긴 놈만 망태버섯이더냐? 나도 망태버섯.
든돌마을로 가려면 제법 까칠한 계단길을 올라서야 한다
V
산길을 20여 분 걸으면 탐방로는 좌측 든돌마을로 내려선다
든돌마을로...
좌측 건너편엔 마대산 능선이 병풍처럼 솟아 있다. 멀리 우뚝 솟아 있는 봉우리는 '망경대산'인가?
영월에서는 사과보다 복숭아를 더 자주 본다
접시꽃 옆에서...
콩밭
AM 11:20 '든돌마을'에 도착한다
시점인 김삿갓 문학관에서 든돌마을까지 6km, 2시간 소요되었다
그늘이 있는 든돌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첫댓글 이번구간도 멋진 사진 찍어주셨네요... 감사드립니다~^^.
둘레길이 주인공인데 ㅎ 모란이 주인공처럼 ㅎ 많은 작품을 주셨네요 ㆍ
고생하셨어요 ^^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는듯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