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伽藍),절집(2)]: 절마당 이야기/만세루,범종각,탑,석등
두 번째 이야기 절마당입니다.
불이문(不二門)을 통과하면 부처님이 사시는 도리천(忉利天)입니다. 수미산의 정상인 도리천(忉利天)은 정사각형의 모양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리천(忉利天)을 상징하는 절마당이 정사각형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관람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면에 대웅전이 있고, 등 뒤로 방금 지나온 만세루(萬歲樓)가 있습니다. 만세루(萬歲樓)의 한 편에는 범종각(梵鐘閣)이 위치합니다. 가끔 대찰에서는 범종루(梵鐘樓)와 법고루(法鼓樓)를 만세루(萬歲樓) 좌우에 두는 경우도 있지만 흔치는 않습니다. 대웅전과 만세루 사이 절마당 좌우에는 절집마다 다 다르지만 대충 적묵당(寂默堂)이라든가 심검당(尋劍堂) 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요사채(寮舍寨)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사면이 건물로 둘러 쌓인 네모난 절마당에는 가운데나 좌우에 석탑이 자리하고 있고 대웅전 올라가는 계단 옆에 석등(石燈)과 괘불대(掛佛臺)가 있습니다.
[범종각(梵鐘閣)][범종루(梵鐘樓)]
<밀양 표충사 범종루(梵鐘樓)>
절집에 가면 꼭 있는 것이 범종(梵鐘)입니다. 만들면서 어린아이를 넣었다는 전설로 유명한 에밀레종을모르는 한국인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보조불전은 없어도 종각(鐘閣)은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글로 쓰면 불경이고, 부처님의 모습을 형상화하면 불상이며, 부처님의 깨달음을 그림으로 그리면 만다라mandala,曼陀羅)가 되고, 부처님의 음성을 소리로 나타내면 범종의 소리가 된다는 말씀이 있을 정도로 범종은 모든 절집의 필수 아이템입니다.
범종(梵鐘)을 넣은 건축물을 종각, 범종루, 범종각, 불음각(佛音閣)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위치는 만세루의 좌우측 중 한 편입니다. 절집마다의 마당 형편에 따라 위치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가끔 대찰이나 여유 있는 절집에는 범종과 법고를 나누어 만세루 좌 우측에 종루(鐘樓)와 고루(庫樓)를 나누어 배치하기도 합니다. 그 균형적 아름다움이 대단하지만, 역시 경제력이 문제지요. 구례 화엄사, 강화 보문사, 서귀포 약천사, 부산 범어사, 예산 수덕사 등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모두 대찰들이지요. 대부분의 절집에는 하나의 범종루(梵鐘樓)가 있습니다. 수 많은 절집의 수 많은 범종루가 있지만, 완주 송광사 범종루의 아름다움은 따라올 것이 없습니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종각이지요.
부처님의 소리를 내는 것은 범종 이외에도 세 가지가 더 있으니 모두 합해 불전사물(佛殿四物)이라 합니다. 범종(梵鐘)과 법고(法鼓), 목어(木魚)와 운판(雲版)입니다. 운판(雲版)은 하늘의 중생들을, 목어(木魚)는 물 속의 중생들을, 법고(法鼓)는 지상의 중생들을, 마지막으로 범종은 지옥의 모든 중생들을 포함한 이 세상 모든 중생들에게 들려주는 부처님의 소리입니다.
[만세루(萬歲樓)]만세루(萬歲樓)는 대웅전 맞은편에 자리한 건물입니다. 불이문(不二門) 상징공간 이야기에서 전 회에서 이야기했으니, 불이문(不二門) 공간에 대한 것은 제외하겠습니다.
만세루(萬歲樓)는 대충 세 가지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2층 누각형태로 지어져 누하진입(樓下進入)이라는 불이문(不二門)공간을 가지고 있는 형태
,둘째는 대방(大房)이라고 하는 다목적의 큰 방을 가진 형태셋째는 가장 오래된 형태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대웅전 맞은편에 자리한 대청마루 형태입니다.
강진 무위사 보제루(普濟樓) 2층누각(樓閣) 형태
남양주 흥국사 대방(大房)
밀양 표충사 우화루(羽化樓) 대청마루 형태
산지사찰의 경우 만세루는 거의 2층 누각형태로 지어져 누하진입이라는 불이문 공간도 만들어지지만, 평지사찰의 경우에는 대방(大房)이라 하여 큰 강당이나 요사체의 형태로 짓습니다. 그러나 보니 대웅전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만세루 건물 좌우로 비켜 들어가야 하는데, 이를 소뿔이라는 뜻의 우각진입(牛角進入)형태라 하기도 합니다. 대방(大房)이란 말은 큰 방이란 말입니다.
원래 만세루(萬歲樓)의 용도는 원래는 법당(金堂,法堂)의 법회에 들어가지 못하는 대중들을 위한 건축물입니다. 법당(金堂,法堂)에는 원래 평신도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법당(金堂,法堂,)은 부처님의 집이라 예전에는 부처님 앉아 계신 수미단(須彌壇)이 공간의 한 가운데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니 더욱 공간이 좁아 스님도 원로스님 아니면 신출내가 젊은 스님들은 감히 법당(금당)에 들어갈 생각도 못했습니다. 법당(금당)은 좁고, 사람은 많아 모두 들어갈 수 없는 큰 법회 때, 법당(금당)이 마주 보이는 건물에 대중들이 모여, 문을 활짝 연 대웅전의 부처님을 멀리 바라보며 법회를 같이 진행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만세루(萬歲樓)의 용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웅전의 부처님이 뒤 벽으로 물러나시면서 공간도 넓어지고, 일반 신도들도 대웅전에 들어갈 수 있게 되면서 만세루의 용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불교회화 기획전이 열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불교용품 판매점이 되어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특별한 용도가 없어지니 심지어는 절마당을 넓히기 위해 만세루의 자리를 뒤로 물러 다시 짓는 일도 있답니다. 절마당이 넓어야 각종 이벤트행사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휑하게 크기만 할 뿐, 조화가 맞지 않아 뭔가 빠진 듯, 허전한 느낌의 절마당도 가끔 봅니다.
[탑(塔),주탑(柱塔)]
양평 사나사 삼층석탑
탑은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부처님의 집입니다.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부처님의 사리를 8개국이 나눠 가졌는데, 사리를 보관할 곳이 필요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사리탑(舍利塔)입니다. 인도의 탑은 거대한 왕릉 모양입니다. 우리 나라 왕릉처럼 봉분은 아니고 벽돌로 짓는다는 것이 다르기는 하지요.
결국 사리는 곧 부처님을 의미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부처님을 그리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같아서, 결국 근본8탑의 사리는 다시 나누어져 인도 전역으로 나누어지게 되고, 종국에는 다시 세계의 불자들에게까지 가게 됩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래서 부처님의 사리를 품은 탑은 곧 부처님이고, 탑은 부처님이 사시는 집입니다.
인도에서는 왕릉의 형태로 만들었지만, 동아시아로 오면서 탑은 부처님이 사시는 집, 진짜 집의 모양으로 만들어집니다. 처음에는 집을 짓듯이 다루기 좋은 나무로 만들었지만, 나무는 오래되면 썩지요. 불에 타기도 쉽구요. 그래서 우리 나라의 경우 흔한 화강암으로 목탑을 흉내내어 만들어냅니다. 중국에서는 황하유역의 진흙이 흔해 벽돌탑, 즉 전탑으로 만들어지고, 남쪽의 일본에서는 나무로 만들기에, 우리 나라는 석탑의 나라, 중국은 전탑의 나라, 일본은 목탑의 나라라고 하지요.
부처님 열반 후 500년동안 불상이 없었습니다. 무불상 시대에 당연히 탑이 부처님 자리를 대신하는 탑신앙이 만들어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탑을 중심으로 사찰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부처님에 대한 그리움은 결국 부처님의 모습을 눈에 보이는 형상으로 만들어내게 되지요. 불상의 등장입니다. 불상이 당연히 직관적이니 신앙의 중심이 탑에서 불상으로 옮겨지게 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여 지금은 부처님이 앉아 계신 금당(金堂)을 중심으로 사찰이 만들어지며, 금당 (金堂)앞에 있던 커다란 목탑은 자꾸 작아져서 지금은 자그마한 석탑이 자리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부처님의 시선을 가리지 않기 위해 석탑을 좌우로 나누어 쌍탑으로 배치하기도 합니다.
유명한 목탑(木塔)으로는 보은 법주사의 팔상전(八相殿)이 가장 유명하고,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은 석탑(石塔)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화순 운주사에 가면 정말 다양한 모양의 수많은 탑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거지탑도 있더군요. 가서 꼭 보시기 바랍니다.
[석등(石燈)]
남원 실상사 석등(石燈)
석등이란 등대처럼 불을 밝히는 석물(石物)입니다. 지지기둥은 8각형으로 되어 있고, 등체는 사면을 보아야 하니 4각형으로 되어 있어, 4성제(四聖諦)와 8정도(八正道)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벌써 이런 저런 의미가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단순한 불밝힘 용도는 아니었음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사실 불 밝히는 용도로는 장작 올려 불피우는 봉로대(烽爐臺)가 훨씬 제격입니다.
깜깜한 밤중 산 속에서 헤메는 이에게 저 멀리 보이는 한줄기 불빛이 생명의 불빛이듯, 석등(石燈)의 빛은 희망이 없는 어두운 세상을 구해줄 한 줄기 부처님의 빛, 불광(佛光)입니다.
유명한 석등(石燈)은 보은 법주사의 쌍자자 석등(石燈)과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앞 석등(石燈), 구례 화엄사 각황전(覺皇殿) 앞 석등이 있으니, 모두 국보입니다.
[절마당 종합]
순천 선암사 대웅전 앞 절마당
이런 저런 몇 가지 절마당의 구조물 배치가 절묘하게 이루어져 있는 절집은 아름답습니다. 순천 선암사의 절마당을 필두로 해서, 경주 불국사, 김천 직지사의 절마당은 그 자체로 예술입니다. 바람 산들하게 부는 대웅전 계단에 앉아 절마당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여기가 바로 도리천(忉利天)이고, 부처님의 세상이구나 하는 느낌이 짜릿하게 옵니다.
[출처] 7 관람객이 보는 절집 절마당|작성자 느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