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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해당사십팔영(匪懈堂四十八詠)(2020. 3. 16)-속명승보 13
-안평대군 발제에 대한 화답
제1영 春後牡丹(춘후목단) 봄 지난 뒤의 모란
제2영 屋角梨花(옥각이화) 집 모퉁이 배나무 꽃
제3영 墻頭紅杏(장두홍행) 답장 위의 붉은 살구꽃
제4영 熟睡海棠(숙수해당) 곤히 잠든 해당화
제5영 爛熳紫薇(난만자미) 활짝 핀 배롱 꽃
제6영 半開山茶(반개산다) 반쯤 핀 산다화
제7영 雪中冬柏(설중동백) 눈 속의 동백 열매
제8영 日本躑躅(일본척촉) 일본 철쭉
제9영 浥露黃橙(읍로황등) 이슬에 젖은 오렌지
제10영 假山煙嵐(가산연람) 가산의 이내
제11영 門前楊柳(문전양류) 문 앞의 버드나무
제12영 籠煙翠檜(롱연취회) 안개 덮인 푸른 노송나무
제13영 映日丹楓(영일단풍) 햇살에 비치는 붉은 단풍
제14영 竹逕淸風(죽경청풍) 대숲 길의 맑은 바람
제15영 矜秋紅柹(긍추홍시) 가을의 자랑 홍시
제16영 苔封怪石(태봉괴석) 이끼 낀 괴석
제17영 海南琅玕(해남랑간) 해남의 옥돌
제18영 梅窓素月(매창소월) 매화 핀 창가의 흰 달
제19영 鶴唳庭松(학려정송) 학이 우는 뜰의 소나무
제20영 麝眠園草(사면원초) 사향노루 잠드는 동산의 풀숲
제21영 水上錦雞(수상금계) 물 위의 금계
제22영 籠中華鴿(롱중화합) 새장 속의 화려한 집비둘기
제23영 琉璃石(유리석) 유리석
제24영 硨磲盆(차거분) 옥돌 화분
제25영 梔子花(치자화) 치자꽃
제26영 傲雪蘭(오설란) 오설란
제27영 萬年松(만년송) 만년송
제28영 四季花(사계화) 사계화
제29영 百日紅(백일홍) 백일홍
제30영 金錢花(금전화) 금전화
제31영 拒霜花(거상화) 목부용꽃
제32영 映山紅(영산홍) 영산홍
제33영 安石榴(안석류) 석류
제34영 凌霜菊(능상국) 서리가 범한 국화
제35영 梧桐葉(오동엽) 오동나무 잎
제36영 飜階芍藥(번계작약) 널찍한 섬돌에 작약
제37영 滿家薔薇(만가장미) 집에 가득한 장미
제38영 輕盈玉梅(경영옥매) 한들한들 예쁜 옥매화
제39영 忘憂萱草(망우훤초) 근심을 잊게 하는 원추리
제40영 向日葵花(향일규화) 해를 바라보는 해바라기
제41영 窓外芭蕉(창외파초) 창밖의 파초
제42영 三色桃(삼색도) 세 가지 꽃이 피는 복숭아
제43영 玉簪花(옥잠화) 옥비녀 꽃
제44영 藤蔓老松(등만노송) 등나무에 감긴 노송
제45영 蜀葡萄(촉포도) 촉나라 포도
제46영 盆池菡蓞(분지함도) 오목한 연못의 연꽃 봉우리
제47영 木覓晴雲(목멱청운) 구름이 갠 목멱산
제48영 仁王暮鐘(인왕모종) 인왕산의 저녁 종소리
* 안평대군(安平大君 1418~1453)은 조선의 명필로, 이름은 용(瑢)이다. 그의 별장 ‘비해당’ 주변 경치를 주제로 지은 48영(詠) 즉, 48수(首)의 한시를 말한다. 건물을 지은 뒤에, 대군은 집 안팎의 아름다운 꽃과 나무, 연못과 바위 등에서 48경을 찾아냈다. 이후 그는 당대 최고의 지성집단인 집현전 학자들을 초청하여 48경을 보여준 뒤, 자신의 한시에서 차운하게 한 것이다(경기문화포털 발췌 수정). 김수온(金守溫1410~1481), 서거정(徐居正 1420~1488), 신숙주(申叔舟 1417~1475), 최항(崔恒 1409~1474) 등 걸출한 인물들을 제치고, 비교적 전고가 온전한 성삼문(成三問 1418~1456, 字 근보) 선생의 간결한 오언절구 48수만 싣는다. 成謹甫集(성근보집) 成謹甫先生集卷之一(성근보선생집1권) 詩(시). 서문이 따로 있으나, 길어서 함께 싣지 못한다. 번역은 다음블로그 친구 돌지둥(송석주) 자료에 주로 의존했다.
* 비해당(匪懈堂)은 세종대왕(世宗大王)이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1428년에 봉해짐)에게 지어준 당호(堂號)이다. 비해는 ‘게으름이 없다’는 뜻이다. 匪는 非(아닐 비)자와 뜻이 같다. 시경 숙야비해(夙夜匪懈) 이사일인(以事一人)에서 따왔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한 사람을 섬기라는 뜻이다” 별장은 인왕산 자락 수성동(水聲洞)에 있었다고 전한다.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도’에 비친다고 하지만, 신빙성이 약해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 권력과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귀중한 역사가 사라져 버렸다.
* 비해당 주변에는 당시에도 희귀식물이 많았든 모양이다. 더러 귀화(외래)식물도 보인다. 경물을 대하는 정취는 조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대군 사후 567년 만에, 우리나라 최초로 정격 단시조로 읊는다.
* 2018. 12. 24~ 2019. 1. 31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미술관(관장 강종권)에서, ‘안평대군(安平大君)의 비밀정원’을 주제로, 안평대군 600주년 기념, ‘비해당48영 상상화 기획전’이 열렸다.
서시
별장은 기화(奇花) 가득 대군(大君)은 득의(得意) 미소
마흔 여덟 비경이사 학자가 읊어주니
게으름 쫓아냈도다 부왕(父王)에게 으스대
제1영 春後牡丹(춘후목단)
푸짐한 젖가슴에 양귀비 쑥스러워
짙붉게 피는 목단 뭇 벌이 달라붙자
멋쩍은 호랑나비가 늦은 봄만 나무래
* 春後牡丹(춘후목단)-봄 지난 뒤의 모란/성삼문. 이하 전부 같음.
古人稱富貴(고인칭부귀) 옛 사람들 부귀라 일컫고
擧世號風流(거세호풍류) 온 세상에 풍류라 이름 내네
脫身桃李地(탈신도리지) 복숭아와 오얏의 처지 벗어났으니
物議花應羞(물의화응수) 논의와 평판에 응당 꽃은 부끄러워하네
* 출전; 成謹甫集(성근보집) 成謹甫先生集卷之一(성근보선생집1권) 詩(시).
제2영 屋角梨花(옥각이화)
돌아간 집 모퉁이 백설이 날리는가
배꽃에 낮달 희니 다정가(多情歌) 떠오르네
아이야 세 가지 꺾어 화병에다 꽂으렴
* 다정가; 고려 문장가 이조년(李兆年 1269~1344)이 읊은 명시조 “이화에 월백하고”~(이하 략).
* 屋角梨花(옥각이화)-집 모퉁이 배나무 꽃
春雨三杯後(춘우삼배후) 봄비에 석 잔술 마신 뒤에
微酡倚睡鄕(미타의수향) 작은 취기에 꿈나라에 맡기네
覺來開兩眼(각래개량안) 깨달음에 두 눈을 떠보니
氷雪映斜陽(빙설영사양) 얼음 눈이 기우는 해에 비치네
* 睡鄕[수향] : 잠 잘 때 마음이 가는 곳, 꿈나라.
제3영 墻頭紅杏(장두홍행)
나지막 담벼락 위 연분홍 살구꽃이
남 몰래 풍긴 미향(微香) 처녀는 갈길 멈춰
혼약(婚約)한 총각 올까봐 괜히 가슴 두근대
* 墻頭紅杏(장두홍행)-담장 위의 붉은 살구꽃
年年倚墻杏(여년의장행) 해마다 담장에 기댄 살구나무
先發向人枝(선발향인지) 먼저 핀 가지가 사람을 향하네
偏宜經宿雨(편의경숙우) 마침 알맞게 내린 지난 밤비에
正好得朝暉(정호득조휘)아름답고 순수한 아침 광채 얻었네
* 宿雨(숙우); 여러 날 계속해서 내리는 비. 지난밤부터 오는 비.
제4영 熟睡海棠(숙수해당)
뒤뜰의 해당화는 낮인데 곤히 잠자
별안간 여우비가 고운 뺨 스쳐가도
잠꼬대 몹시 심하니 풀벌레가 꼬집어
* 이 해당화는 줄기에 가시가 있는 장미 닮은 꽃이 아니라, 꽃사과나무의 일종인 ‘서부해당화’로 보인다.
* 熟睡海棠(숙수해당)-곤히 잠든 해당화
子固不能詩(자고불능시) 자고도 시에는 능하지 못했는데
不能亦何傷(불능역하상) 능력 없음을 어찌 또 근심하나
我愛柳仲郢(아애류중영) 내가 류중영을 사랑하는 건
衣不喜薰香(의불희훈향) 향기 나는 옷을 즐기지 않아서라오
*子固(자고); 唐宋八大家(당송8대가) 중 한 사람이다. 산문에 능했던 북송의 曾鞏(증공 1019~1083)을 말한다. 후인들은 子美(자미, 두보)는 文에 능하지 못하고, 子固는 詩가 변변하지 못하였다고 평한다.
* 柳仲郢(류중영): 藩鎭(번진)의 절도사가 되었으나, 마구간에는 좋은 말이 없었고, 옷에는 향기 나는 주머니를 달지 않았다 한다. 舊唐書 卷165 柳仲郢列傳.
제5영 爛熳紫薇(난만자미)
한여름 눈요기랴 무리 핀 배롱나무
서산에 짙은 노을 자선(紫仙)이 춤을 추고
원공(猿公)은 미끄러져도 보라별을 턴다네
* 배롱나무; 한자로 자미화(紫微花)라 한다. 꽃이 오래 피는 특징 말고도, 껍질이 유별나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오래된 줄기의 표면은 연한 붉은 기가 들어간 갈색이고, 얇은 조각으로 떨어지면서 흰 얼룩무늬가 생겨 반질반질해 보인다. 이런 나무껍질의 모습을 보고 ‘파양수(怕瀁樹)’,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일본 사람들은 나무타기의 명수인 원숭이도 떨어질 만큼 미끄럽다고 하여, ‘원숭이 미끄럼 나무’라고 이름을 붙였다.
* 자선(紫仙)은 보라 빛 신선 곧, 보라 노을을 비유한다. 원공(猿公)은 원숭이의 높임말이다.(의인화)
* 爛熳紫薇(난만자미)-활짝 핀 배롱나무
歲歲絲綸閣(세세사륜각) 해마다 사륜각에서
抽毫對紫薇(추호대자미) 붓을 거두고 배롱나무를 마주하네
今來花下飮(금래화하음) 지금까지 꽃나무 아래에서 마시니
到處似相隨(도처사상수) 가는 곳마다 서로 따르는 것 같구나
제6영 半開山茶(반개산다)
반쯤 펴 외려 예쁜 앙증맞은 애기동백
쪽 빨면 까무러진 황금 혀 빨간 입술
단지에 꽃송이 띄운 동동주를 마실래
* 산다화; 애기동백을 일컫는다. 설중사우(雪中四友)의 하나이다.
* 주미취(酒微醉) 화반개(花半開): 술은 취할 듯 말듯이 좋고, 꽃은 반쯤 필 때가 아름답다.
* 半開山茶(반개산다)-반쯤 핀 동백꽃
我愛歲寒姿(아애세한자) 나는 한겨울의 자태를 사랑하여
半開是好時(반개시호시) 반 쯤 핀 이때를 좋아한다네
未開如有畏(미개여유외) 피지 않을 땐 두려움 있는 것 같더니
已開還欲萎(이개환욕위) 피고 나니 도리어 시들려하네
제7영 雪中冬柏(설중동백)
정분 난 연인이여 얼굴을 활짝 펴요
눈 위로 쏟아지는 달거리 걱정돼도
떨어진 동백꽃잎은 강아지가 물어가
* 雪中冬柏(설중동백)-눈 속의 동백열매
高潔梅兄行(고결매형행) 고결한 매화가 훌륭해 보이나
嬋娟或過哉(선영혹과재) 곱고 아름다움 혹 지나치리라
此花多我國(차화다아국) 이 꽃이 우리나라에 많으니
宜是號蓬萊(의시호봉래) 마땅히 이를 봉래라 일컫네
제8영 日本躑躅(일본척촉)
꽃모양 단정하고 화색(花色)은 더욱 붉소
왜철쭉 귀타 해도 별서(別墅)엔 맞지 않아
분홍빛 조선 토종이 더 고운 줄 몰랐슈
* 여기서 ‘왜’는 일본을 뜻하지만, 작거나, 낮은 것(쇠, 좀, 왜, 땅)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 日本躑躅(일본척촉)-일본의 철쭉
紫白種非貴(자백종비귀) 자색과 백색은 귀한 종류 아니지만
丹者來天東(단자래천동) 붉은 것은 하늘 동쪽에서 온 것이라네
先王聖德遠(선왕성덕원) 선왕의 존엄한 덕이 심오하여
海晏天無風(해안천무풍) 바다는 편안하고 하늘엔 바람이 없구나
제9영 浥露黃橙(읍로황등)
옛적엔 몹시 귀해 백성은 먹지 못해
감귤은 제주산이 훨씬 더 맛있는데
이슬에 젖은 오렌지 사대부(士大夫)만 좋다네
* 지금 우리가 먹는 오렌지가 그 때에도 과연 있었는지 궁금하다.
* 浥露黃橙(읍로황등)-이슬에 젖은 노란 귤
后皇南國孫(후황남국손) 늦게 아름다운 남쪽 나라의 후손
於世爲淸門(어세위청문) 대를 따르며 맑은 가문 이루었네
離鄕休道賤(리향휴도천) 고향을 잃어 천하다 말하지 말게
秉德有餘芬(병덕유여분) 덕을 따르니 다른 향기 독차지하네
제10영 假山煙嵐(가산연람)
파낸 흙 공을 들여 가짜 산 만들다니
남산이 흘겨볼까 괜스레 걱정 돼도
저 눈썹 닮은 둔덕 위 아지랑이 붉도다
* 가산(假山); 1395년 9월 경복궁이 처음 완성됐을 때는 ‘경회루’ 건물이 없었다. 정종 때 개성으로 잠시 갔던 수도를 1405년 태종이 한양으로 천도한 후, 조성을 지시해 1412년에 완성했다. 태종이 이를 만든 까닭은, 왕과 신하가 함께 만나서 회의도 하고, 회식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든 까닭이다. 공사의 총감독은 박자청(朴子靑, 1357~1423)이 맡았다. 그는 주변에 연못을 파고, 흙을 이용해 가산(假山)인 ‘아미산(峨嵋山)’을 만들었다. 누각이 완성되자, 태종의 명으로 하륜(河崙, 1348~1416)이 ‘경회루’라 이름을 정한 기록이 ‘경회루기(慶會樓記)’에 실려 있다. 출처; 신병주의 역사유적탐방, 경복궁 경회루.(2020. 1. 3)
* 假山煙嵐가산연람)-가산의 안개와 아지랑이
洞壑輕嵐羃(동학경람멱) 깊은 골짜기에 가벼운 남기가 덮으니
峯巒積翠寒(봉만적취함) 뫼와 봉우리에 푸른색 머물며 쓸쓸하구나
縱然詩思拙(종연시사졸) 멋대로 하는 시 생각 옹졸하지만
已擬賦南山(이의부남산) 반드시 남산 같은 시가를 지어 견주리라
* 南山(남산); 終南山, 唐(당) 韓愈(한유)의 작품이다. 총102韻(운)을 사용하여, 1,020자로 쓴 장편시로 終南山(종남산)의 경치를 읊은 시다.
제11영 門前楊柳(문전양류)
대문 앞 축 늘어진 다섯 그루 버드나무
도연명 그립거니 봄바람 향기롭고
흥타령 신나는 북창(北窓) 푸른 안개 휘날려
* 동진의 도연명(陶淵明 365~427)은 집 주위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를 심고, ‘오류五柳’라 자호했다. 스스로 성찰하며, 삶을 되돌아보는 간결한 문장이다. 고문진보 오류선생전 참고.
* 門前楊柳(문전양류)-문 앞의 버드나무
白日北窓下(백일북창하) 밝은 날 북쪽 창문 아래에
逸興羲皇前(일흥희황전) 편안하고 흥겨우니 복희 황제 앞이로다.
門垂五柳樹(문수오류수) 문에 늘어진 다섯 그루 버드나무
覆地政含煙(부지정함연) 땅을 덮으니 정말로 안개를 머금었네.
* 본 시조는 착각을 일으켜, 졸저 『逍遙』 정격 단시조집(10) 번외작(274면)으로 이중수록 되었다. 2022. 4. 18 도서출판 수서원.
제12영 籠煙翠檜(롱연취회)
죽 뻗은 전나무에 푸른 안개 휘감구려
뜀박질 헐레벌떡 숨 한번 돌릴 사이
한 아름 끌어안다가 새똥 세례 받았군
* 전나무는 똑바로 자라는 키 큰 침엽수로, 모양이 당당하다. 군집을 이루는 특성이 있지만, 개체간의 생존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그래서 태양을 행해 일직선으로 키를 높인다. 마치 백성들이 신분상승을 위해 서로가 피나게 노력하는 것처럼..
* 籠煙翠檜(롱연취회); 안개(이내)가 덮인 푸른 노송
直幹排雲上(직간배운상) 곧은 줄기는 구름을 위로 밀어내고
蒼蒼問幾秋(창창문기추) 푸르게 우거진지 몇 해인가 물어보네
攀援久不去(반원구불거) 더위잡고 매달려도 막거나 내몰지 않으니
莫是洙泗遊(막시수사유) 무릇 물가에서 편안히 즐기리라
제13영 映日丹楓(영일단풍)
나무에 말 걸지 마 시비에 휘말릴 터
햇살에 비친 단풍 흠모한 내님 입술
소슬이 귓밥 스칠 때 철인(哲人)답게 사색해
* 映日丹楓(영일단풍)-햇살에 비치는 붉은 단풍
無知空老大(무지공로대) 헛되이 지내다 늙는 걸 알지 못하니
歲月奈駸駸(세월내침침) 세월은 어찌 그리 빨리 달리는지
寄語丹楓樹(기어단풍수) 붉은 단풍나무에게 말을 보내니
寧無宋玉心(영무송옥심) 송옥의 마음처럼 편안치 못하다네
* 宋玉(송옥): 굴원의 제자로 알려져 있는 시인, 생몰년대 미상.(사마천의 기록) 楚辭(초사)에 九變(구변) 招魂(초혼)이라는 화려한 시가 전함.
제14영 竹逕淸風(죽경청풍)
대숲 길 맑다보니 바람도 향긋한데
깊숙이 은일해도 산새가 놀러오기
손 등에 올려놓고서 선문답을 나누지
* 竹逕淸風(죽경청풍)-대숲 길의 맑은 바람
度竹風聲碧(도죽풍성벽) 대숲을 지나니 바람 소리도 푸르고
含風竹影淸(함풍죽영청) 바람을 머금은 대나무 그림자 맑구나
幽人無一事(유인무일사) 조용히 사는 이 잠시 일이 없으니
獨坐寫黃庭(독좌사황정) 홀로 앉아서 황정경을 베끼네
* 黃庭(황정); 黃庭經(황정경). 道敎(도교)에서 쓰는 經文(경문) 또는 經典(경전).
제15영 矜秋紅柹(긍추홍시)
된서리 맞았으니 가을 감 말랑말랑
고향 밤 깊어 가면 응석부린 동무 생각
홍시도 한 때는 떫었지 땡감이여 실망 마
* 矜秋紅柹(긍추홍시)-가을의 홍시를 공경함
草樹霜初重(초수상초중) 풀과 나무에 된 서리 시작하니
乾坤秋欲深(건곤추욕심) 하늘과 땅엔 가을이 깊어지려 하네
離離萬顆子(이리만과자) 갈라져 달라붙은 많은 알(감)들이
喚起故園心(환기고원심) 고향 그리는 마음 불러일으키네
제16영 苔封怪石(태봉괴석)
질 화분 한가운데 좌정(坐定)한 선인(仙人)이지
물 잡숴 울퉁불퉁 구멍도 숭숭 뚫려
이끼 낀 괴석(怪石)이라야 진짜 보물 된다오
* 苔封怪石(태봉괴석)-이끼 덮인 괴이한 돌
怪石入盆心(괴석입분심) 괴석을 화분 가운데 들이고
綠苔封石上(녹태봉석상) 푸른 이끼를 돌 위에 배양하였네
石有潤而滋(석유윤이자) 돌이 젖어 있어야 번식하니
不然苔不旺(불연태불왕) 그렇지 않으면 이끼는 아름답지 않다오
제17영 海南琅玕(해남랑간)
해남 땅 붉은 옥돌 조선의 귀물이라
선왕이 남긴 유물 장롱에 고이 간직
땅 속에 다시 묻어요 강토 정령 베이게
* 海南琅玕-해남의 옥돌
幾年爲地祕(기년위지비) 몇 년을 땅이 숨겨 주었는지
千載俟河淸(천재사하청) 천 년간 황하가 맑아지길 기다렸다네
先王重此物(선왕중차물) 선왕께서 귀중히 여기신 이 물건
恩賜在東平(은사재동평) 은혜를 베풀어 동쪽(대군 댁)에 편안히 있네
* 琅玕은 안평대군의 호 중 하나이다. 河淸은 가끔 태평성대를 비유하기도 한다.
제18영 梅窓素月(매창소월)
매화 핀 창가에는 하얀 달 비추는데
우거진 꽃무리는 눈〔雪〕인양 펄펄 날아
두 은사(隱士) 얼굴만 볼 뿐 아무 말이 없다네
* 梅窓素月(매창소월)-창가의 매화에 흰 달
溫溫人似玉(온온이사옥) 온화 온순하여 인격은 옥을 닮고
藹藹花如雪(애애화여설) 우거진 꽃들은 눈과 같구나
相看兩不言(상간양불언) 서로 바라보며 둘 다 말이 없으니
照以靑天月(조이청천월) 고요한 하늘에 달빛만 비추네
* 藹藹(애애); 초목이 무성한 모양, (달빛이)희미한 모양, (화기가)부드럽고 포근하여 평화로운 기운이 있는 모양, 점잖은 선비가 많이 모인 모양.
제19영 鶴唳庭松(학려정송)
달 밝은 뒤뜰에는 성긴 듯 솔 그림자
귀퉁이 떡바위로 맑은 이슬 내려앉자
청아한 두루미 울음 잠든 진리 깨우네
* 鶴唳庭松(학려정송)-학이 우는 뜰의 소나무
月明松影疏(월명송영소) 달은 밝은데 성긴 소나무 그림자
露冷庭隅淨(노랭정우정) 맑은 이슬에 뜰 모퉁이 깨끗하구나
一聲淸夜唳(일성청하려) 맑은 밤 학이 우는 한 소리에
令人發深省(영인발심성) 사람들로 하여금 깊은 깨달음 일게 하네
제20영 麝眠園草(사면원초)
미풍이 간질이니 풀잎은 연두 띠로
정원은 따스하고 사향노루 잠이 드네
스스로 길들이려면 송곳니는 감추게
* 사향노루(musk deer); 소목 사슴과에 속하는 탄탄한 몸집의 작은 사슴이다. 시베리아에서 히말라야 산맥에 이르는 산악지대에서 단독생활을 하거나, 쌍으로 살고 있다. 겁이 많은 편이며, 시각과 청각이 매우 예민하다. 큰 귀에 꼬리는 아주 짧고 뿔은 없으며, 사슴과(科) 동물들과는 달리 담낭이 없다. 모피가 회갈색이고, 털이 길고 거칠다. 초식성으로 나뭇잎, 이끼, 풀 등을 먹는다. 수컷은 배에 사향주머니를 가지고 있으며, 이 주머니에 든 사향은 향수나 비누의 원료 및 약재로 귀하게 쓰인다. 한국에서는 1968년 천연기념물 제216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 국가적색목록 위급(CR) 이다. 학명은 Moschus moschiferus parvipes HOLLISTER이다. ‘궁노루’라고도 한다.(다음백과 발취 보완)
* 麝眠園草(사면원초)-사향노루 잠드는 뜰의 풀숲
風微書帶綠(풍미서대록) 작은 바람에 초록빛 서류를 꾸미는데
園暖麝香眠(원난사향면) 따뜻한 정원에 향기로운 사향노루 잠이 드네
幸渠自馴擾(행거자순우) 깊고 넓은 은혜로 스스로 길들여 움직이니
非我是神仙(비아시신선) 나는 이것이 신선이 아닌가 하네
제21영 水上錦雞(수상금계)
털빛이 찬란한 즉 봉황도 저리 가라
연못에 잠길 때면 관람객 박수치나
금계(錦鷄)는 나무에 앉아야 그 진가가 발휘돼
* 금계(錦鷄); 꿩과에 속한 새. 날개 길이는 18~20cm. 수컷의 꽁지는 60cm 정도이며, 머리털이 황금색이다. 뒷목에 황갈색과 암녹색의 장식깃이 있어 매우 아름답다. 암컷은 엷은 갈색이다. 학명은 Chrysolophus pictus이다. 중국에서는 준의(鵔鸃)라 한다. 준의의 ‘의(鸃)’에 ‘의(義)’자가 들어간대서, 오륜(五倫) 중 ‘군신유의(君臣有義)’에 연결 지었다. 흔히 봉황과 비슷하게 생겼다 하여, 임금을 상징하기도 한다. 大君이라야 기를 만큼 귀한 새이다.(필자 주)
* 水上錦雞(수상금계)-물 위의 금계
寧憂濕毛翰(영우습모한) 어찌 금계의 털이 젖는 걸 근심할까
最好看浮沈(최호간부침) 물에 잠겨 움직이니 가장 사랑하여 바라보네
沈時思水底(침시사수저) 잠길 때마다 물의 바닥을 생각하면
浮處擬波心(부처의파심) 떠있는 곳이 물결의 중심인가 의심하네
제22영 籠中華鴿(롱중화합)
구구 운 집비둘기 재주를 뽐내느냐
사람을 잘도 따라 어여쁨 차지해도
새장 속 갇혀 있으니 참 자유는 없으리
* 籠中華鴿(롱중화합)-새장속의 화려한 집비둘기
功在傳書日(공재전서일) 공로가 있어 이왕에 문장으로 전하니
能多克敵年(능다극적년) 능력이 많아 나이에 맞서 참고 견디네
爾本微物耳(이본미물이) 너는 본래 미물이라 들었는데
依人人自憐(의인인자련) 사람을 따르니 사람들 절로 어여삐 여기네
제23영 琉璃石(유리석)
투명한 유리(琉璃)돌은 속에도 티 안보여
청렴한 당신 지조 밖으로 드러나면
모난 맘 깊이 감추고 둥글둥글 살게나
* 琉璃石(유리석)-유리석
淸瑩中無玷(청영중무점) 맑고 투명하여 속에는 티가 없으니
廉隅外可觀(렴우외가관) 청렴한 절조가 밖으로 나타나 보이네
所以托高契(소이탁고계) 이런 까닭에 고상한 약속 맡기시니
長承帶笑看(장승대소간) 늘 받들어 웃음 띠고 바라보네
제24영 硨磲盆(차거분)
물결에 침식된 채 수만 년 지난 옥돌
다듬고 갈아내니 군자의 진면목이
농익은 울창주(鬱鬯酒) 석 되 그 동이에 담아요
* 울창주; 기장으로 빚은 술에 삶은 울금초(鬱金草)를 섞어서 만든 술이다. 울금초의 향내가 독특하여 국가의 최고 제례인 종묘 제향에서 선왕의 체백을 부를 때 사용하였다. 제향 때는 이(彛)라 부르는 술항아리에 담아서, 용찬(龍瓚)이란 술잔에 채워 땅에 부었다. 신을 부르는 것을 관지(祼地, 灌地)라고 하였다. 종묘 제사를 주관하는 것을 주창(主鬯)이라 부를 정도로, 제향을 대표하는 상징이다.(위키 실록사전)
* 硨磲盆(차거분)-옥돌 동이
濕生應自古(습생응자고) 습한 곳에서 나와 스스로 멋스럽게 응하니
波齧幾經年(파설기경년) 물결에 침식되기 몇 년이나 지났나
衆人好雕琢(중인호조탁) 여러 사람들이 아름답게 다듬고 조각하니
君子貴天然(군자귀천연) 군자의 귀중한 천연이로다
제25영 梔子花(치자화)
가련해 흰 꽃향은 정든 님 치자(梔子)로고
귀여워 여린 열매 황옥으로 달렸는데
한 무리 새파란 잎은 눈과 서리 견디네
* 梔子花(치자화)-치자꽃
子愛黃金嫩(자애황금눈) 귀여운 열매는 누런 금빛으로 여리고
花憐白玉香(화련백옥향) 가련한 저 꽃은 흰 옥빛으로 향기롭네
又有歲寒葉(우유세한엽) 또한 한 겨울에도 잎이 많으니
靑靑耐雪霜(청청내설상) 푸르른 빛으로 눈과 서리를 견디네
제26영 傲雪蘭(오설란)
오만한 자태 보라 눈에도 굴치 않아
새색시 분향(粉香)조차 란(蘭) 앞에 맥을 못 춰
소심(素心) 혀 잔뜩 뽐낼 제 꺾고 싶은 질투여
* 오설란은 란 종류가 아니라. 눈 속에서 도도하게 피는 것을 상징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 소심란(素心蘭); 꽃 혀(설판)에 점이 없고, 색이 순수한 란을 말한다. 보통 흰 것을 가리킨다. 소심이란 소박한 마음, 또는 평소에 품은 마음 등을 뜻한다.
* 傲雪蘭(오설란)-오설란
彈入宣尼操(탄입선니조) 공자는 곡조를 연주하여 빠져들고
紉爲大夫佩(인위대부패) 대부의 패(신표, 노리개)에 난을 새기네
十蕙當一蘭(십혜당일란) 하나의 난초가 열의 혜초와 맞서니
所以復見愛(소이복견애) 그로써 다시보고 사랑하리라
* 宣尼(선니): 漢(한)나라 平帝(평제) 때 공자를 褒成宣尼公(포성선니공)으로 追諡(추시)했다. 孔子가 衛(위)에서 魯(로)로 돌아 올 때에, 隱谷中(은곡중)에서. 香蘭(향란)이 홀로 무성함을 보고. “蘭(란)은 마땅히 王者(왕자)의 香(향)이 되어야 할 것인데, 이에 홀로 茂盛(무성)하여 衆艸(중초)와 더불어 雜處(잡처)하여 있는가?” 라 탄식하였다고 한다.
* 紉(인): 꿰맬 인, 새끼 꼴 인,
* 佩(패): 찰 패,
제27영 萬年松(만년송)
꼿꼿이 섰다면야 목재로 베일 터니
틀어져 꾸물대는 곱사등이 소나무여
만년을 제대로 살려면 수모 참고 견디세
* 직목선벌(直木先伐) 감정선갈(甘井先竭); 곧게 자란 나무가 먼저 베이고, 맛이 달콤한 우물물이 먼저 마른다. 유용한 탓에 해를 당하고, 생명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장자(莊子) 외편(外篇) 산목장(山木章) 무무용지용(無用之用) 참고,
* 등 굽은 소나무기 선산을 지킨다(한국 속담).
* 아! 대군이나, 이 한시를 쓴 매죽헌 선생도 다 같이 꼿꼿이 절개 지키다 처형당했으니, 사람의 운명이란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다. 성삼문의 ‘이 몸이 주거 가셔’ 시조 종장. “백설이 만건곤하니 독야청청(獨也靑靑) 하리라”(청구영언).
* 萬年松(만년송)-만년송
今年長一寸(금년장일촌) 올해에 한 마디 늘어나고
明年長一寸(명년장일촌) 내년에도 한 치가 늘어나네
維其不速成(유기불속성) 이에 빠르게 우거지지 않으니
是以年至萬(시이년지만) 이로써 세월은 만에 이르렀네
제28영 四季花(사계화)
꽃과 잎 아름다워 사철이 따로 없어
진향이 습윤(濕潤)하니 향수로 뽑아 쓰고
잘 익은 빨간 열매는 백팔염주 만들래
* 사계화; 장미과에 속한 낙엽 활엽 관목이다. 줄기에 가시가 나 있으며, 잎은 깃 모양의 겹잎이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5월부터 가을까지 붉은색, 흰빛이 나는 노란색 꽃이 피고, 가을에 둥근 열매가 붉게 익는다. 월계화(月季花), 장춘화(長春花)라고도 한다. 소쇄원사십팔영 중 제 35영 ‘사첨사계’ 참조.
* 제 37영에 ‘만가장미(滿家薔微)’가 있는데, 그건 줄장미(덩굴장미)로 보인다.
* 여적(餘滴): 15세기 조선의 재기발랄한 젊은 학자와, 21세기 고희가 넘은 무명의 글쟁이가 시공을 초월해 주고받는 대화는 어떤가? 관점의 차이일 뿐, ‘아름다움’을 묘사하려는 욕망은 서로가 같지 않을까? 다시 600년이 지난 다음의 후학(後學)은 또 어떻게 느끼고 표현할까?
* 四季花(사계화)-사계화
春開看亦好(춘개간역호) 봄에 피었을 때 보아도 아름답고
夏開看亦好(하개간역호) 여름에 피었을 때 보아도 아름다우며
秋冬亦如此(추동역가차) 가을과 겨울에 피었을 때도 또한 여전하니
與爾終偕老(여이종해로) 내 너와 더불어 끝까지 함께 늙어 가리라
제29영 百日紅(백일홍)
아침에 피었어도 저녁은 더 붉어져
정념을 불태우니 술잔은 홍옥(紅玉)으로
백일 간 사랑했으니 여한이야 없겠지
* 백일홍; 초롱꽃목 국화과에 속하는 원예식물이다. 원래 멕시코의 잡초였으나, 원예종으로 개량·보급되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배수가 잘 되고 부식질이 많은 참흙에서 잘 자란다. 크기는 약 50~90cm이다. 꽃은 6~10월에 줄기 끝에서 지름이 5~15㎝쯤 되는 두상꽃차례를 이루어 피는데, 100일 정도 피므로 백일홍이라 한다. 조선시대에 쓰진 기록에 나오는 ‘초백일홍’이란 식물이 백일홍과 같은 것이라 여기고 있으나, 언제부터 한국에서 심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다음백과 인용)
* 百日紅(백일홍)-백일홍
昨夕一花衰(작석일화쇠) 어제 저녁에 꽃 하나 지더니
今朝一花開(금조일화개) 오늘 아침 꽃이 하나 피었네.
相看一百日(상간일백일) 서로 바라보며 일백일이라
對爾好銜杯(대이호함배) 사랑하는 너를 대하여 잔을 받드네
제30영 金錢花(금전화)
탐욕을 부추긴 돈 하루 밤 못 넘기나
꽃 보면 눈과 마음 저절로 맑아지니
엽전도 황금이 되면 내 덕인 줄 여기게
* 金錢花(금전화): 여러해살이풀이다. 잎은 피침형으로 여름, 가을에 꽃이 액생(腋生)한다. 낮에 피었다가 다음 날 새벽에 이울어짐. 높이는 60cm 정도이고 어긋난다. 엷은 황색의 꽃이 피는데, 관상용이며 인도, 미얀마에 많이 자생한다. 학명은 Pentapetes phoenicea이다. 자오화(子午花), 오시화(午時花)라고도 한다. 생약명은 노지국(鹵地菊)이고, 황숙화(黃熟花), 금불초(金佛草). 선복화(旋覆花) 등으로 불린다.(익생양술대전 참조)
* 金錢花(금전화)-금전화
我愛金錢花(아애금전화) 나는 금전화를 사랑하나니
對之淸心目(대지청심목) 마주하면 마음과 눈이 맑아지네
如何孔方兄(여하공방형) 어찌하여 엽전은 하물며
一見令人慾(일견령인욕) 한번 보면 사람들이 욕심을 내는가
제31영 拒霜花(거상화)
향 뱉는 연꽃이야 흙탕에 자라지만
목부용(木芙蓉) 땅이 터전 팔월에 활짝 필 터
서리에 대드는 강단(剛斷) 군자인들 당하리
* 목부용; 화단이나 길가에 심어 기르는 ‘풀’의 성질을 가진 떨기나무이다. 줄기는 높이 1-3m, 잎이 다 져도 겨울에는 마른 상태로 남는다. 가지에 별 모양 털과, 샘털이 난다. 잎은 어긋나고, 오각상 둥근 심장형이며, 3-7갈래로 얕게 갈라진다. 꽃은 8-10월에 피며,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린다. 연한 붉은색이 대부분이며, 지름 10-13cm이다. 열매는 삭과로 둥글고, 지름 2.5cm쯤이며, 긴 털이 난다. 우리나라 전역에 식재하고, 중국이 원산이며, 관상용으로 이용한다. 지부용, 부용마, 산부용, 부용엽 등으로 불린다.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SPECIES KOREA) 발췌 수정.
* 拒霜花(거상화)-목부용꽃
最愛木芙蓉(최애목부용) 가장 사랑하는 목부용 연꽃
儼然君子容(엄연군자용) 엄연한 군자의 모습이로다.
雪霜非所畏(설상비소외) 눈과 서리도 두려워하지 않는바
還似在泥中(환사재니중) 도리어 진흙 속에 있는 걸 닮았구나
제32영 映山紅(영산홍)
땅딸막 일본 철쭉 귀족이 좋다 하네
벗님과 책 읽다가 꽃잎에 머물다가
여인에 어렴풋 취해 기모노〔着物〕을 벗기리
* 영산홍; 일본에서 자라는 철쭉의 한 종류인 사쓰끼철쭉(サツキツツジ)을 기본종으로 하여, 개량한 철쭉의 원예품종 전체를 일컬어,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영산홍(映山紅)’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 이름을 거의 쓰지 않는다. 그들은 《만엽집》에 산철쭉이 등장할 만큼, 오래전부터 심고 가꾸어 온 전통 꽃나무다. 오랫동안 산철쭉으로만 알아오다가, 에도시대(1603~1867)에 오면서, 비로소 산철쭉과 사쓰끼철쭉을 따로 구분하여, ‘5월의 철쭉’이란 이름으로 사쓰끼철쭉을 표기하기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일본인들의 꽃이었던 이 꽃나무는 강희안의 《양화소록》에서, 보다 상세한 전래기록을 찾을 수 있다. “세종 23년(1441) 봄, 일본에서 일본철쭉 두어 분을 조공으로 보내왔다. 대궐 안에 심어두고 보았는데, 꽃이 무척 아름다웠다. 이 철쭉은 중국의 최고 미인 서시(西施)와 같고, 다른 철쭉은 못생긴 여자의 대표인 모모(嫫母)와 같다”라고 하여, 일본에서 보내온 꽃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우리나무의 세계 1 박상진 교수 기록 발췌)
* 映山紅-(영산홍)
昔與二三子(석여이삼자) 옛날에 두 세 사람과 함께
讀書天寶山(독서천보산) 천보산에서 글을 읽었다오
爛熳照醉眼(난만조취안) 밝게 빛나는 빛을 취한 눈으로
依俙當日看(의희당일간) 어슴푸레 우거진 햇살 대하듯 바라보네
제33영 安石榴(안석류)
석류 맛 새큼달큼 페르샤 공주여라
꽃 본 뒤 자란 루비 눈 또한 즐거우니
단박에 깨물고 삼켜 적선(謫仙)에서 풀려나
* 안석류; 안석국(페르시아 지방)에서 가져 왔다하여, ‘안석류’라 불렀으나, 지금은 그냥 ‘석류’라 한다. 서아시아. 인도 북부가 원산지다. 중국 한(漢)나라 때 장건(張騫)이 실크로드를 개척하면서 가져왔다고 전한다. 우리나라는 중국을 거처 들어왔다. 여성미용과 기관지, 폐 질환에 유효하다. 꽃말은 원숙미, 자손번영, 전성 등이다.
* 적선(謫仙); ①벌을 받아 인간 세계로 내려온 선인. ②이백’을 칭송하며 높여 이르는 말. ③아주 뛰어난 시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 돈오(頓悟); 불교의 참뜻을 문득 깨닫는 것. 대번에 뛰어서 구극(究極)의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뜻한다.(문화콘텐츠진흥원)
* 安石榴(안석류)-석류
看花還食實(간화환식실) 꽃을 바라본 뒤 다시 열매를 먹으려니
色味喜雙全(색미희쌍전) 빛깔과 맛 둘 다 온전하여 기쁘구나
照眼令無俗(조안령무속) 눈이 부셔도 범속하지 않고
流牙覺欲仙(류아각욕선) 거침없이 깨무니 신선 되려는 걸 깨닫네
제34영 凌霜菊(능상국)
서리를 맞았어도 향기는 남아있지
중양절 황국(黃菊) 먹고 한 오백년 살려거든
뭇 꽃에 앞서지 말고 시건방을 떨지 마
* 진정한 군자는 남보다 앞서려 들지 않고, 무리(衆人), 잡초(民草)와도 잘 어울린다. 국화는 노란 색이 으뜸이며, 구절초를 비롯해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뜯는 게 좋다.(필자 주)
* 凌霜菊(능상국)-서리가 범한 국화
嘗聞飧菊者(상문손국자) 일찍이 듣기를 국화를 먹는 사람은
壽可五百年(수가오백년) 목숨이 가히 오백 년 이라네
所愛或異此(소애혹이차) 사랑하는 것은 혹여 이와 다르니
不競衆芳先(불경중방선) 뭇 꽃들과 앞서려고 다투지 않음이라
제35영 梧桐葉(오동엽)
오동은 잘도 자라 잎사귀 가지런해
여름날 짙은 그늘 청풍을 감싸주고
봉황이 깃들라 치면 쌍무지개 뜨느니
* 오동잎은 활엽수 잎 증 가장 크다. 나무도 쓰임새가 많다.
* 梧桐葉(오동엽)-오동나무 잎
手植梧桐樹(수식오동수) 손수 오동나무를 심어놓으니
春來綠葉齊(춘래록엽제) 봄이 되자 푸른 잎이 가지런하구나
何時成老大(하시성노대) 언제 때맞추어 크고 오래 되어
枝上鳳來棲(지상봉래서) 가지 위에 봉황이 와서 깃들려는지
제36영 飜階芍藥(번계작약)
진하오 빨강 보살 한량을 꼬시려 해
벌 나비 투정하자 속적삼 벗어 버려
섬돌에 나부낀 함박 목단쯤은 비켜라
* 작약과 목단은 잎과 꽃이 비슷해도, 엄연히 다르다. 식물분류학 상 전자는 초본(草本)이고, 후자는 목본(木本)이다. 작약 뿌리는 한약재로 곧잘 쓰인다. 흰 작약은 산삼만큼 귀하다.
* 飜階芍藥(번계작약)-섬돌에 나부끼는 함박꽃
我似維楊俗(아사유양속) 나는 양주(揚州)의 풍속을 닮아
看花異洛陽(간화이낙양) 꽃을 바라봄이 낙양사람들과 다르다네
牧丹品雖貴(목단품수귀) 목단의 품격이 아무리 귀하다 한들
應是未爲王(응시미위왕) 응당 꽃 증의 왕이라 여기지 못하리라
* 유양(維揚); 좁게는 현재의 강소성 양주시(揚州市)를 말한다(문화콘텐츠진흥원). 옛날에는 지금의 절강성, 강서성, 복건성 일대를 통칭하는 말이었다(유영봉 교수 역주 참조). 원전 楊 자는 揚 자의 오류로 보인다.
제37영 滿家薔薇(만가장미)
집안을 풍미(風靡)하군 꽃송이 가득 메워
동쪽 담 올라타고 두리번댄 옛 임아
장미에 가시 있으니 여색(女色) 만은 경계해
* 모든 사물은 양면성이 잇다. 긍정과 부정! 제 28영에 ‘사계화(四季花)’를 미리 읊었다.
* 滿家薔薇(만가장미)-집에 가득한 장미
墻頭耀初日(장두요초일) 담장 머리에 조용히 햇살이 빛나니
杯底蘸新粧(배저잠신장) 술잔 담그길 그치고 새로이 단장하네
因思騎竹馬(인사기죽마) 죽마를 타던 마음을 이어받아
偸折過東墻(투절과동장) 훔쳐 꺾고는 동쪽 담장을 넘어가네
제38영 輕盈玉梅(경영옥매)
찬바람 몰아칠 제 겹겹이 피는 옥매(玉梅)
가연(佳緣)은 어찌 하고 눈 속에 뒹구는가
한평생 춥게 지낼망정 향기만은 팔지 마
* 옥매는 설중사우(雪中四友)의 하나이다.
* 輕盈玉梅(경영옥매)-한들한들 예쁜 옥매화
最愛荼䕷白(최애도미백) 가장 사랑하는 건 도미의 흰색인데
東人命玉梅(동인명옥매) 동쪽 사람들은 옥매라 이름 졌네
取他眞意在(취타진의재) 그를 취함은 참된 뜻이 있으니
何必雪中開(하필설중개) 무슨 필요가 있어 눈 속에서 피는가
* 荼䕷(도미): 國俗(국속, 나라 풍속)에 이것을 玉梅(옥매)라고 한다.
제39영 忘憂萱草(망우훤초)
하지(夏至) 날 담장 아래 원추리 무성하니
노랑꽃 향내 솔솔 모친도 즐겁다네
장부여 흔쾌히 살려면 온갖 근심 잊게나
* 원추리는 글자 글대로 ‘근심을 잊게 하는 풀’이다. 사람은 일어나지도 일을 두고, 평생 백 가지 근심을 안고 산다.
* 忘憂萱草(망우훤초)-근심을 잊게 하는 원추리
爲善最可樂(위선최가락) 착하게 됨은 가히 가장 즐겁고
樂哉何所憂(락재하소우) 즐거운데 어찌 근심이 있으리오
言樹北堂外(언수북당외 북당(어머님 방) 밖에 잘못 심으니
悠悠空度秋(유유공도추) 아득히 멀리 헛된 근심을 깨닫네
제40영 向日葵花(향일규화)
태생이 재능 없어 분수를 못 지키나
해바라기 바라보면 왠지 마음 끌린다네
내 비록 시류 따르지만 중심만은 지키리
* 向日葵花(향일규화)-해를 향하는 해바라기
衛足非無智(위족비무지) 분수를 지키며 재능이 없지 않으니
傾心似有忠(경심사유충) 기운 마음은 충심이 있어 보이네
見爾能不勵(경이능불려) 너를 봄에 응당 권면하지 못하고
而余抱降衷(이여포강충) 너와 나 함께하는 속마음 지키리라
제41영 窓外芭蕉(창외파초)
창밖은 운기생동(韻氣生動) 너덜댄 파초 잎에
후두두 때린 비는 시 짓기 재촉해도
남국은 사모(思慕)치 말라 괜한 향수(鄕愁) 일으켜
* 파초는 십군자(十君子) 중 하나이다. 초허(超虛) 김동명(金東鳴, 1900~1968의 시 ‘파초’ 남국을 언제 떠났노/파초의 꿈은 가련하다/남국은 불타는 향수/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다.(이하 략)
* 窓外芭蕉(창외파초)-창밖의 파초
漸覺吟哦慣(점각음아관) 점점 깨달아 시를 읊조림에 익숙하여
無煩頃刻成(무번경각성) 번잡함 없이 잠시 모질게 이루었네
滴滴窓外雨(적적창외우) 떨어지는 물방울 창 밖에 비 내리니
催詩不停聲(초시부정성) 시를 재촉하는 소리 멈추지 않는 구나
제42영 三色桃(삼색도)
연이어 꽃 피어도 색깔은 다를 진저
세 종류 군상(群像) 보라 삼색도(三色桃) 옹기종기
속세도 이와 같으니 꿈속에서 즐기세
* 삼색도; 한 나무에 세 가지 꽃이 피는 복숭아나무. 빨강, 하양, 흰색 바탕에 빨간 무늬. 인간군과 흡사하다...대군은 후일을 예감이라도 했을까? 그걸 보고 혹, 몽중애상(夢中哀傷)이라도 당했을까? 꿈속에서 입은 슬픈 상처여!
* 三色桃(삼색도)-세 가지 꽃이 피는 복숭아
花因先後發(화인선후발) 꽃이 연달아 앞뒤로 피어나니
色有淺深分(색유천심분) 넉넉한 빛은 얕고 깊음 구별하네
元非三樣別(원비삼양별) 세 종류로 나눔은 처음은 아니지만
世俗徒云云(세속도운운) 속세의 인간들 무리지어 일컫네
제43영 玉簪花(옥잠화)
쪽머리 백옥자태 나라도 기울만 해
옥잠화(玉簪花) 코에 대면 뼈마디 녹아내려
호한(好漢)아 옥비녀 뽑아 붓도랑에 던져라
* 기우는 건 나라〔國〕국인가? 나〔我〕인가?
* 玉簪花(옥잠화)-옥비녀꽃
嫣然傾國色(언연경국색) 아름다운 교태 나라를 기울일 모양이니
膏沐爲誰容(고목위수용) 기름진 머리감고 누굴 위한 용모인가
我亦剛腸者(아역강장자) 나 또한 마음이 강직한 놈이지만
看來意已融(간래의이융) 한번 본 뒤엔 이미 풍정에 녹아드네
제44영 藤蔓老松(등만노송)
상록수 칭칭 감은 얄미운 등나무야
노송에 붙어살며 남의 땅 갉아먹나
청년아 주눅 들지 마 재기발랄(才氣潑剌) 하여라
* 상록수; ①심훈(沈熏, 1901~1936)이 지은 장편소설로, 농촌 계몽운동을 하는 남녀의 순결한 애정과, 계몽을 위한 헌신적 의지가 담겨져 있다. ②김민기가 작사·작곡하고, 1978년 양희은이 불러 취입한 대중가요다. 음반용으로 보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민중가요로 널리 향유된 노래이다.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이하 략)
* 심모원려(深謀遠慮); 깊이 고려하는 사고와, 멀리까지 내다보는 생각을 이른다.(손자병법)
* 한신섭 산우가 시조의 “본뜻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한다. ”게다기 주석 또한 무엇을 강조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더욱 모호하다고 한다. 일리 있는 평이다. 여기서는 ‘노송’이 주제인데, 늘 푸름을 보여주는 ‘상록수’로 일부러 도입했고, 이는 곧 재기 넘치는 청춘과도 비유된다. 옛 계급사회에 일어나는 권력지향형 잠식(등나무에 은유)에 과감히 맞서기를, 시조 종장에 에둘러 표현했다. 3차원적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다.(2022. 4. 20 주해 추가)
* 藤蔓老松(등만노송)-등나무 감긴 노송
有松立不倚(유송입불의) 어떤 소나무든 똑바로 서서 의지하지 않는데
有藤來附之(유등래부지) 등나무 독차지하듯 와서 붙어사는구나.
藤蔓無冬綠(등만무동록) 등나무 덩굴은 겨울에는 푸르지 않지만
松枝靑四時(송지청사시) 소나무 가지는 사계절 푸르구나.
제45영 蜀葡萄(촉포도)
달다오 검정 구슬 촉나라 포도라오
술 빚어 근심 풀고 주붕(酒朋) 님 불러 모아
창기들 옆에 끼고서 장진주(將進酒)를 부르리
* 촉나라 포도; 중국 사천성산(四川省産) 포도를 말한다. 예전 수차례 여행하면서 먹어 보았다. 알이 작고 촘촘히 달려 홍갈색을 띤다. 지금 종류로 홍이슬이나, 리재맷(rizamat) 계통이 아닐까 추정한다.
* 장진주(將進酒); 당의 이백이 지은 명문 악부곡이다, 일명 권주가(勸酒歌)라 한다.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黃河之水天上來(황하지수천상래)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이하 략)
* 蜀葡萄(촉포도)-촉나라 포도
吾聞黑水晶(오문흑수정) 내가 듣기로 빛깔 검은 수정으로(포도)
作酒消千憂(작주소천우) 술을 빚으면 온갖 근심이 사라지네
誓無將一滴(서무장일적) 맹세코 단 한 방울의 술이라도
換取百涼州(환취맥량주) 백번 양주사와 바꾸어 가지리라
* 千憂(천우); 갖가지 모든 근심
* 涼州(양주); 凉州詞(양주사), 왕한(王翰/당)이 지은 포도주에 관한 악부시. 葡萄美酒夜光杯(포도미주야광배) 포도주 좋은 술을 야광잔에...초당칠절(初唐七絶)에 들며, 서역(西域) 제1의 명시다!
제46영 盆池菡蓞(분지함도)
오목한 연못에는 꽃망울 가득한데
사시(巳時) 때 범종 울려 한꺼번에 터지누나
백련(白蓮)만 약이 될 터니 눈 부릅뜨 찾게나
* 사시예불(巳時禮佛); 사찰에서는 매일 사시(巳時, 9~11시)에 예불을 드리는데, 10시에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이때 마지(摩旨;부처님께 올리는 밥)가 올려지므로, 사시마지(巳時摩旨)라고도 한다. 연꽃도 이때쯤 발향하지만, 향이 깨끗하기로는 새벽이 제일이다. 차(茶)와 식용은 백련만 쓴다.
* 菡蓞(함도); 연꽃망울을 이른다. 어려운 한자이다.
* 盆池菡蓞(분지함도)-오목한 연못의 연꽃 봉우리
淸淸又淺淺(청청우천천) 맑고 고요하며 또한 얕고 엷은
白白兼紅紅(백백겸홍홍) 희고 깨끗하며 아울러 붉고 붉구나
爾來數百載(이래수백재) 네가 온지 수백 년인데
復遇濂溪翁(복우렴계옹) 다시 보니 염계옹이로구나
* 濂溪(염계): 송나라 周敦頤(주돈이 1017~1073)의 호. 자는 茂叔(무숙). 호는 濂溪(염계)다. 蓮花峰(연화봉) 아래에 집을 짓고 은거함. 江西省(강서성) 廬山(려산) 개울가에 집을 짓고 살면서, 그 개울을 염계라 하고, 스스로를 그리 부른 데서 비롯되었다. 평생 연꽃을 좋아하여, 명문 愛蓮說(애련설)을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제47영 木覓晴雲(목멱청운)
목멱산(木覓山) 또렷하라 도읍의 진주입네
새벽에 주역 읽고 남창(南窓)에 기대 졸다
산허리 구름 개이니 한강 돛배 점점이
* 木覓晴雲(목멱청운)-구름이 갠 목멱산(남산)
盥櫛坐淸晨(관즐좌청신) 씻고 머리 빗고 맑은 새벽에 앉아서
焚香讀周易(분향독주역) 향을 사르며 주역을 읽는다네
讀罷倚南窓(독파의남창) 읽기를 마치고 남쪽 창에 기대니
山腰一帶白(산요일대백) 산허리엔 잠시 흰 빛을 두르네
제48영 仁王暮鐘(인왕모종)
어질게 살았다면 무슨 미련 있겠소
책상에 기댄 인왕(仁王) 거문고 켜는 찰나
뎅그렁 저녁 종소리 내 눈꺼풀 울리네
* 인왕; 인(仁)의 덕이 높다는 의미를 지닌 붓다의 명호를 가리키는 불교교리. 인왕경 참조.(한학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인왕산은 서울의 내사산(內四山)으로, 서쪽을 진호하며, 백호를 상징한다.
* 아! 영웅도 사라지고, 민초도 사라진다. 大君도 가고, 나도 간다! 이로서 막을 내린다...
* 仁王暮鐘(인왕모종)-인왕산의 저녁 종소리
日落仁王洞(일락인왕동) 해 떨어진 인왕산 골짜기
鍾聲報有期(종성보유기) 종소리가 기약 있음을 알리네
隱几自無事(은궤자무사) 책상에 기대니 스스로 일도 없어
滿城人定時(만성인전시) 성에 가득한 사람들 때맞춰 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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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저 『鳶飛魚躍』 정격 단시조집(9) 제2-6번(105~143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