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37도를 웃도는 폭염을 피해 나고야로 왔는데, 나고야에 폭염이 왔다고 난리란다.
데일리구죠 바칸스촌호텔의 고원골프클럽(1,100m)은 고원 지대라 더위를 느끼지 못하고 라운딩을 했다.
버킷리스트는 아닐지라도 늘 그리워 했던 일본 골프투어라, 어지간한 것들을 감수하다 보니 매 순간 순간이 신나고 즐겁다.
긴긴 하루해를 다 채우지 못하고 일찍 끝나버린 첫 라운딩.
고립무원孤立無援에 갖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술 먹는 것 뿐이다.
현지식에다 현지술에 취해 보고 싶다.
술이 약해 사케를 마시고, 센분들은 보리술(25도)을 마신다.
다 같은 삶이 아니다 보니, 한 잔 술에 인생을 낚고, 또 한 잔에 사랑을 엮는다. 이런들 저런들 주거니 받거니, 주두불사 되고 보니, 다 같은 삶이 되고 만다.
"남아 일언은 풍선껌이요, 여아 일언은 고무줄이다'라는 명언도 고스란히 마음속에 새겨뒀다.
이튼 날(24일)은 하발치로 내려갔다.
이누야마컨트리클럽(품격있는 멤버쉽 클럽)은 양잔디다.
푹푹 찌는 폭염 때문에 곳곳에 잔디가 죽어 있고, 러프에 빠진 공은 폭탄 맞은 머리카락 마냥 빠져나오질 못한다.
다행히 디봇 자국이 없는 깨끗한 잔디라 페어웨이에선 치기가 참 좋다.
그러나 제일 힘든 건 폭염이었다.
어제는 느끼지 못한 무더위 속에 몸과 마음은 다 타들어 가고, 망연자실 언제 끝나나 망부석 되어 버렸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이 또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우리를 살찌울 것이다.
기소강이 흐르는 우뚝선 산 마루에 이누야마성이 아름답고 우아함을 뽐낸다.
다들 분주한데, 난 기소강에 마음을 빼앗기고, 이누야마성에 정신을 빼앗겨, 료칸에 앉아 이렇게 푸념을 늘어 놓고 있다.
정말 멋지다.
그것도 모자라 야경은 또 어떠한가.
하루의 피로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일본 국보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성인데, 이렇게 먼발치서 바라만 봐서 아쉽다.
바람에 일렁이는 잔 물결에 허전한 마음 실어 이누야마성으로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