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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백파] ☆ 낙동강(洛東江) 1,300리 종주 대장정 (3)
생명의 물길 따라 인간의 길을 생각한다!
☆ [낙동강 1300리 종주(從走)] (D-1) [태백시*황지] ☆
▶ 2020년 08월 02일 (일요일)
* [낙동강(洛東江) 종주(從走) 프로젝트] ☞ 이상배 대장의 야심찬 기획
「낙동강 종주 대장정」프로젝트는 히말리스트 이상배(李相培) 대장의 도전적인 기획으로 시작되었다. 해마다 네팔 히말라야 등 해외원정을 몇 차례씩 다녀오는 이상배 대장이, 지난 연말 뜻밖에 낙동강 종주 계획을 전화로 제의해 왔다. 매우 신선한 기획이었다.
이상배 대장의 제의를 아주 반갑게 받아들였다. 내 평소 낙동강(洛東江)에 대한 애정과 그 강물에 얽힌 오랜 사유(思惟), 그리고 강원도 백두대간 뿌리[靈池]에서 발원하여 영남지방을 관류하는 장장 500여 km의 강줄기 ――, 그 유장한 강물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나에게도 아주 호감이 가는 일이었다. 평소 산(山)을 타면서도 그 산곡에서 발원하는 강물의 흐름을 늘 생각했다. 높고 험한 산에 오를수록 물의 깊은 미덕(美德)을 생각한다. 낙동강은 그 유역의 모든 생명을 살리는 은혜로운 강이다. 사실「낙동강 종주」는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이제 그 때를 맞은 것이다.
이번「2020-낙동강 종주」에는 이상배 대장, 오상수 대원를 기조로 하여 기원섭, 이진애, 김옥련 대원이 동행, 출발한다. 모두 이상배 대장을 가이드로 하여 히말라야 트레킹 등 해외원정에 한두 번은 동행한 사람들이어서 몸과 마음이 단단히 갖추어져 있다. …
2013년 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에는 오상수, 기원섭 대원이 참여하여 해발 5,416m의 초롱패스를 넘었고, 2014년 9월 ‘히말라야 랑탕밸리 트레킹’에는 오상수 대원이 동행하여 해발 4,600고지의 산중호수 고사인쿤도를 올랐으며, 2015년 8월 ‘알프스 샤모니-몽블랑[프랑스]-꾸르마이어[이태리]-체르마트[스위스] 트레킹’에는 오상수 대원이 동행했다. 그리고 2017년 봄 ‘쿰부히말 에베레스트 트레킹’에는 오상수, 기원섭, 이진애 대원이 참여하여 숨막히는 칼라파타르 5,455m 고지를 올랐다. 2018년 11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에서는 기원섭, 이진애, 김옥련 대원이 참여하여 푼힐전망대,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마차푸차례 베이스 캠프[MBC]를 다녀왔으며, 2019년 9월 (5박 6일) ‘차마고도 트레킹’에는 기원섭, 이진애 대원이 동행했다. 그리고 이번에 함께하는 김옥련 대원은 평소 등산과 바이크라이딩으로 몸을 단련한 분이다. … 이제 그 역전의 용사(?)들이 낙동강 긴 여정에 마음을 모아 출행을 하게 된 것이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해발 5,416m의 초롱패스 정상 (2013.03.29) 이상배, 오상수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칼라파트르(5,455m)로 가는 길 / 기원섭 (2017.3.30)
히말리스트 이상배(李相培) 대장은 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석봉리 출신으로, 남다른 이력을 가진 산악인이다. 그는 우리나라 안의 ‘팔도강산’을 넘어 ‘국제강산’으로 주유천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 미국의 요세미티국립공원 설정 100주년을 기념하는 암벽등반을 시작으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등정을 비롯하여, 히말라야 초오유(8,201m), 가셔브롬2봉(8,035m), 로체(8,516m) 등 8,000m급 고봉을 등정하였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4,101m), 대만의 옥산(3,952m), 일본의 북알프스(3,190m),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 7회 등정, 남미의 최고봉 안데스산맥의 아콩카구아(6,959m) 3회 등정, 유럽 알프스 몽블랑(4,810m) 10회 등정, 이란 최고봉 다마반드(5,671m), 히말라야 메라피크(6,654m) 등정과 북미 최고봉 맥킨리(6,194m), 유럽의 최고봉 엘부르즈(5,642m) 등을 등정하였다. 특히 2010년에는 히말라야 히무룽(7,126m)을 세계 최초로 개척등반한 전문산악인이다. ‘대한민국 체육훈장 기린장’을 수훈했으며, 현재는 한국히말라야클럽 이사, 사단법인 영남등산문화센타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신이 등정한 히말라야 아마다블람(Ama Dablam, 6,856m) (삼각 설봉) 앞에 선 이상배 대장
* 낙동강 1300백리 종주를 위한 출행 *
* [서울에서 태백으로 가는 길] — 거구 기원섭의 아담한 ‘방게차’, 그 유쾌한 질주
오늘은 「2020-낙동강 종주 대장정」하루 전날(D-1)이다. 오전 9시, 서울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에서, 기원섭 대원이 운전하는 ‘방게차’에 이진애, 김옥련, 오상수 대원이 동승하여, 낙동강 종주(從走)의 출발지인 태백(太白)으로 향했다. 양산의 이상배 대장은 어젯밤 무궁화 열차로 철암역에 도착하여, 오늘 낮 12시에 태백산(太白山)에서 우리와 만나기로 했다.
[태백으로 가는 길] ☞ 서울을 출발하여, 중부고속도로-제2영동선-중앙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제천I.C에서 내려, 영월군 석항 삼거리에서 우회전, 중동-상동-화방재를 넘어 태백시로 향한다. …
서울을 출발할 때에는 구름이 낀 하늘이지만, 비교적 쾌적한 날씨였다. 그런데 중앙고속도로 치악산 휴게소를 지나고 나서, 온 천지가 어두워지면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물폭탄’이 고속도로에 쏟아지는 것이었다. 세찬 빗줄기 속에서도 숙련된 드라이버 기원섭 대원이 속도를 조절해 가면서 노련하게 운전을 했다. 거구의 사나이가 모는 방게차는 작지만 탄탄했다. 차가 제천I.C에 내려서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로 가는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랐다. 차가 달리는 중에도 비는 여전히 세차게 쏟아졌다. 차창으로 보이는 큰 강물은, 누런 황톳물이 차고 넘칠 듯 세차게 흘러가고 있었다. 주행 중 절개지 아래 도로에는 토사가 길에 쏟아져 자동차들이 정체를 빚기도 했다. 자동차 전용 38번 도로는 영월의 외곽을 지나간다.
우리는 영월군 석항 삼거리에서 [38번 도로]로 직진하지 않고, 오른쪽 [31번 국도]로 진입하여 수라리터널을 지나 중동(면)에 이르렀다. 31번 도로는 중동-상동을 경유하여 화방재를 넘어 태백으로 가는 태백산로이다. (석항에서 38번 도로를 따라 그대로 직진하면 정선군 사북읍-고한읍을 경유하여 백두대간 두문동터널을 지나 곧바로 태백(시)에 이른다.)
31번 도로 (녹전터널)을 지나자마자 중동에 이르러 ‘옥동천’을 만난다. 옥동천은 한강의 원류 중의 하나이다. 옥동천은 백두대간 태백산의 서쪽 산록에서 발원하여 상동(읍)을 지나 이곳 중동(면)에서 서진하여, 영월군 김삿갓면 옥동을 경유하여 영월 고씨동굴 아래의 남한강(南漢江)에 유입된다. 그러므로 옥동천은 한강 수맥 상류의 한 지천이다. 백두대간 화방재을 넘어가면 낙동강 수역이다.
우리는 중동에서 옥동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31번 도로[태백산로]를 타고 나아갔다. 그 사이 세찬 빗줄기는 거짓말처럼 그쳤다. 도로 옆에서 흐르는 옥동천은 물이 불어 누런 황톳물이 무섭게 흐르고 있었다.
옥동천
‘직동삼거리’ 카페 앞에 차를 세웠다. 비가 그쳤으니 주변의 경치와 불어난 '물 구경'을 하기 위해서였다. 좌측에서 흘러내려온 직동천이 옥동천에 유입되는 ‘시루교’ 앞이다. 조금 전까지 쏟아진 폭우로 인해, 옥동천은 엄청나게 불어난 황톳물이 강안까지 채우며 세차게 흘러간다. 그 무서운 기세가 오금을 저리게 했다. …
태백산으로 가는 길은 첩첩산중 심산유곡이다. 물길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는 산중 도로, 좌우에는 하얀 물안개가 첩첩 청산(靑山)으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장관(壯觀)이다. 지금 여기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강원도의 비경이다.
직동천
깊은 산곡으로 이어지는 길의 좌측에 군계일학처첨 우뚝한 암봉이 시선을 끈다. ‘선바위산’이다. 상동읍을 지나면 길은 서서히 산(山)으로 고도를 높여 간다. 우리의 ‘방게차’는 태백산 국립공원 권역에 들어섰다. 화방재[어평재휴게소]를 넘었다. 태백시이다. 31번 도로 ‘화방재’는 백두대간이 ‘함백산-만항재’와 ‘태백산’ 사이에 있은 안부(鞍部)이다.
* [강원도 오지의 도시 태백시] ☞ 백두대간 ‘화방재’를 넘으면 태백시 영역이다. 강원도 남동부에 위치한 태백시는 도시전역이 해발고도 약 600m이상의 산곡에 형성된 분지도시로, 행정구역상, 남쪽으로 경북 봉화군, 동쪽과 북쪽으로는 삼척시, 서쪽으로 영월군과 정선군과 접하고 있다. 이곳의 함백산-태백산 줄기는 아래로 내려가면서 영·호남을 양분하는 백두대간이요, 동쪽은 백두대간 구봉산에서 분기한 낙동정맥이 뻗어가기 시작하는 곳이다. 태백시의 삼수령은 낙동강과 남한강 그리고 오십천 등 세 강의 발원지의 정점이다.
* [호우경보 ; '태백산 등정' 무산 — 구문소, 삼수령, 황지 탐방 ] *
2020년 8월 2일 일요일 오후, 태백산(太白山) 산행의 들머리인 태백산국립공원 ‘유일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거기에 이상배 대장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허연 수염이 구렛나루까지 뒤덮고 있는 사나이, 특유의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반갑게 우리를 맞이한다. 머리에 쓴 벙거지 스타일의 모자가 특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오늘 이른 아침에 태백에 도착하여 많이 기다린 것이었다. …
오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천제단에서 고천제를 지내기 위해 태백산을 오르는 것이다. 그런데 호우경보 발령으로 인해 국립공원 측에서 태백산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오늘 태백산 산정의 천제단에서「낙동강 1300리 종주 순례」를 위한 ‘고천제(告天祭)’를 올리고, 내일 아침 황지에서 ‘낙동강 종주’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늘 제천-태백지구에 쏟아진 엄청난 폭우로 인해 ‘국립공원’ 사무소에서 태백산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 대장이 미리 보아둔 맛집, ‘촌집 막국수’를 찾았다. 푸짐한 ‘막국수’와 구수한 '메밀전병'은 주문하여 함께 오찬을 나누었다. 깊은 양념을 곁들인 막국수는 강원도의 별미이다. 식사 후 차를 마시며 오늘의 일정을 논의했다. 태백산 산행이 좌절되었으므로, 낙동강과 관련된 명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 물이 맑기로 소문난 백천계곡과 유서 깊은 현달사 를 탐방하기로 했다. 그리고 백파의 제의로 삼수령(三水嶺)을 답사한 후, 태백시의 중심에 있는 낙동강 1300리의 시발점인 ‘황지(黃池)’를 탐방하기로 했다.
* [청옥산 현달사(現達寺) → ‘병오천-백천계곡’ 탐방]
☞ 청옥산 현달사(現達寺)는 태백터널이 지나는 31번 자동차 전용도로 교각 아래의 구 도로에서 들어간다. 행정구역으로는 강원도 태백시와 경계를 이루는 경상북도 봉화군에 속한다. 그런데 작금의 코로나 사태로 인해, 현달사는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상배 대장의 말에 의하면, ‘현달사의 주지 스님은 관상을 잘 보는 명인인데, 천주교 신자인 김대중 후보자가 이곳을 찾아왔을 때, 주지스님이 ‘대통령 당선'을 예언하여 적중하였다고 한다. 그후 세인들의 주목을 끌었다고 한다.
유서 깊은 절을 탐방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으나, 우리는 차를 몰아 계곡을 거슬러 올라갔다. 오전에 엄청난 비가 내렸으므로, 계곡은 불어난 물줄기가 세차게 흘러 장관을 이루었다. 여기가 ’병오천-백천계곡‘이다. 태백산-문수봉 남쪽, 청옥산 동쪽의 산곡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인데, 그 청정한 계곡은 천연기념물 열목어(熱目魚)가 서식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장대한 소나무가 숲을 이루어 아주 장관이었다. 오늘은 비가 많이 내린 직후라, 약간 흐리기는 하지만 엄청난 수량으로 흘러내린다. 세찬 물줄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쓸어내렸다. 공기는 신선하고 맑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병오천-백천계곡‘은 연전에 내가 청옥산을 오르고 나서 하산한 바로 그 계곡이었다.
백천계곡
* [고생대의 신비, ‘구문소’ 탐방] ; 낙동강 본류(황지천)에 철암천이 합류하는 곳
☞ 백천계곡을 탐방하고 구 도로를 따라 태백시로 올라오는 길, ‘구문소’ 앞에서 차를 세웠다. 구문소는 아주 특이한 곳이다. 태백에서 내려오는 황지천이 바위 절벽을 뚫고 흘러내리는 곳이다. 물길이 바위를 ‘구멍’[굴]을 뚫어 흐르고, 그 아래 깊은 소(沼)가 있다. 구문소 아래에서는 북동쪽에서 철암천이 흘러든다. 황지천은 이 구문소를 통과한 후 철암천과 합류하여 낙동강 본류를 이루게 된다.
구문소 (완쪽의 굴은 도로를 개설하면서 사람이 뚫은 것이다)
‘구문소’는 “굴이 있는 소(沼), 구멍소”라는 뜻이다. 강물이 산을 뚫고 흐른다 하여 ‘뚜루내[穿川]’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문소 안쪽에 있는 마을을 ‘구무안’[穴內村]이라 하는 것을 보면, ‘구문소’는 ‘구멍소(沼)’의 이 지방 특유의 말투인 것이다. 세종실록지리지, 대동여지도 등의 문헌에는 ‘천천(穿川)’으로 표기되어 있다. 한편, 구문소가 위치한 이곳 동점(銅店)이란 지명은 옛날부터 동광(銅鑛)을 채굴하여 마을에서 놋쇠를 만들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 구문소 일원은 천연기념물 제417호로 지정되어 있다.
구문소[穿川] - 바위 절벽을 뚫고 세찬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지형학적으로 보면, 구문소는 황지에서 발원한 물이 남쪽으로 흐르다가 태백 동점동에 이르러 큰 석회암 산지를 뚫고 지나가며 석문(石門)과 소(沼)를 만든 특수한 지형이다. 즉, 구문소는 석회동굴이 지표에 노출된 공동(空洞, 구멍)으로, 그 공동 사이로 황지천이 소용돌이쳐 흐르는 것이다.
* [강이 절벽을 뚫고 지나가는 ‘구문소’ 전설]
☞ 태백의 황지(黃池)에서 20㎞ 정도를 흘러온 물은 태백의 높은 계곡을 만나 연화산 끝자락의 검은빛의 기암괴석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물길을 만들었다. 도강산맥(渡江山脈), ‘즉 강물이 산을 지난다’는 전설 같은 사실이 ‘구문소’에서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1억 5,0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산을 뚫도 지나가는 강이다.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시간을 강물의 힘으로 석회암 암벽을 깎아 내린 자연현상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청룡과 백룡이 이야기가 더욱 실감이 난다.
구문소에는 몇 가지 형성전설이 전해온다. 그 중, 황지천의 백룡과 철암천의 청룡이 낙동강 지배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움을 하다가 백룡이 청룡을 기습하기 위해 바위를 뚫었다고 하는 전설이다. 공동(空洞)으로 이어지는 바위의 모습이 마치 강물을 헤엄치는 용의 비늘을 보는 것 같고 수량이 많은 여름날, 좁은 구멍 사이를 터질 듯 쏟아져 내리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물줄기는 영락없는 백룡의 힘찬 뒷모습이다. 조선시대 수많은 선비들에게 시적 영감을 주었다. 낙락장송과 어우러지는 주위의 풍광은 신선 세계의 입구라는 또 다른 전설을 만들어준다. 동굴 안쪽 바위 아래에 '五福洞天自開門'(오복동천자개문)이라는 날렵하게 흘려 쓴 각자가 있다.
동굴 옆을 통과하는 도로 앞에서 차를 세우고 구문소의 경관을 바라본다. 신기하게 생긴 바위 구멍으로 세차게 물이 쏟아져 내린다. 그리고 도로를 따라 그 위쪽로 올라가 산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기도 했다.
* [삼수령(三水嶺) 탐방] - 백두대간 구봉산과 매봉산 사이의 고개
☞ 태백시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35번 도로[태백-강릉]를 따라 삼수령을 찾았다. 삼수령(三水嶺)은 해발 935m로,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분기점이며, 한강·낙동강·오십천 발원지(發源地)의 정점이다. 고갯마루에는 전망대 구실을 하는 정자[三水亭]와 삼각의 예리한 삼수령 금속 조형물(造形物)이 있고 주변은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 ‘매봉산 바람의 언덕’을 올라가기도 한다. 바람의 언덕은 해발 1000고자의 매봉산 고원에 설치한 풍력발전소 하얀 바램개비가 즐비하여 장관을 이룬다.
* [태백시 황지(黃池) 탐방] “낙동강 1300리 여기에서 시작되다”
☞ 오후 늦게 태백시 한 복판에 있는 황지를 찾았다. … 황지(黃池)는, 일찍이『동국여지승람』에 “낙동강의 근원지로서, 관아에서 제전을 두어 가뭄 때는 기우제를 올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황지는 하늘의 기운이 땅으로 연결되는 첫 물이라는 의미로 '천황(天潢)’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천지(天池)’와 마찬가지로 물이 깊고 맑은 기운이 가득하여 성스럽다는 뜻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뭄에도 하루 약 5,000t의 물이 솟아나고 있다.
낙동강은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길고 남한에서 제일 큰 강이다. 낙동강의 원류인 황지천(黃池川)은 위치상 매봉산(梅峰山) 천의봉(天衣峯) ‘너덜샘’에서 발원하는데, 그 물이 지나가는 백두대간의 산곡인 태백에서 천연적으로 황지(黃池)를 만들어낸다. … 황지(黃池)는 태백시를 감싸는 백두대간 태백산, 함백산, 매봉산 등에서 땅속으로 스며든 지하수가 솟아나는 청정한 용천수(湧泉水)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황지(黃池)를 낙동강이의 발원천(發源泉)으로 규정하고 ‘낙동강 1300리 시발점’이라는 빗돌까지 세워놓았다. 대구대 지리학과 오세창(吳世昌) 교수는, 낙동강이 700리가 아니라 남한에서 가장 긴 물줄기로 525㎞, 1,300리임을 처음으로 주창했다. 실제 낙동강의 발원지는 매봉산 천의봉 아래 '너덜샘'임을 확인한 결론이었다.
* [황지(黃池)의 전설]
☞ 어느 날 이곳에 살던 황(黃) 부자가 마구간을 치우고 있었는데 태백산의 스님이 시주를 청해왔다. 구두쇠인 황 부자는 곡식 대신 쇠똥 덩어리를 던져주었다. 이것을 본 며느리가 민망하게 여겨 시아버지 모르게 쌀 한 되를 시주하고 사과를 했다. 그러자 스님이 며느리더러 “이 집은 곧 망할 것이니 그대는 나를 따라오라.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마라” 하고 당부하였다. 며느리가 얼마를 걸어서 구사리(九士里) 산꼭대기에 이르자, 벼락 치는 소리가 나며 천지가 진동하였다. 놀란 며느리가 뒤를 돌아보니 황 부자가 살던 집이 폭삭 무너져 못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본 며느리는 아기를 업은 채 그 자리에서 돌이 되고 말았다. 그 돌상을 황지 앞에 세워놓았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