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1.
이번 학기 <디지털교육> 수업에서는 유난히 1학년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그들에게 수강한 이유를 물어보니 과목이 교직 필수여서 어차피 들어야 할 거라면 미리 듣는 게 좋겠다 싶어서라고 했다. 충분히 이해가 됐다.
개강 첫날, 나는 학생들에게 수업을 수강한 이유와 한 학기 동안 우리 수업을 통해 배우고 싶은 내용들을 성찰 일지에 적어보라고 제안한다. <디지털교육>이라는 과목명을 생각하면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 것으로 예상했을지 궁금했다. 강의계획서에 수업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기술했지만 학생들이 수강신청 할 때 꼼꼼히 읽는 것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2/3 학생들이 성찰 일지를 작성했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디지털 기술 활용을 배울 것으로 예상했는데 비판적 사고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오히려 기대가 된다고 했다. 이번 학기에도 학생들과 치열하면서도 즐겁게 논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어 다행이다.
디지털 기술 활용에 방점을 둔 교육부와 비판적 사고 및 문해력에 방점을 두고 싶어하는 디지털 세대 예비 교사들 혹은 20대 시민들간의 간극을 나는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교육부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제발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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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성찰 일지 중 일부>
- 저는 학우분의 추천으로 디지털 교육이라는 과목을 알게 되었고 수강하기로 결정했던 이유는 제가 고등학교 때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 디지털 교육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고민했던 디지털 교육은 주로 디지털 교과서의 활용과 같이 디지털을 교육과 접목시키는 방법에 중심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1주차 수업을 듣고 나서 순경님이 강조하신 '비판적 사고'라는 개념의 필요성을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학생 A)
- 사실 디지털 교육이라고 했을 때 ‘활용에 초점이 맞추어진 수업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OT에서 선생님이 언급하신 '비판적 사고'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수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더 신선하고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고, 그래서 ‘정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디지털교육은 무엇일까’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받아왔던 디지털 활용 교육이 아닌 '비판적 사고'에 대해 배울 수업이 무척 기대가 됩니다! (학생 B)
- 고등학생 때 사범대를 희망하게 되면서 나름대로 디지털 교육에 대해서 조사하고 알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디지털 교과서의 활용이나 블렌디드 러닝과 같은 디지털 교육에 대해 이것들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보고서를 쓰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1주차 수업을 들으면서 '왜 디지털 교육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략) 따라서 저는 한 학기동안 여러 학우분들과 다양한 논의를 통해 디지털 교육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앞으로는 디지털을 교육에 어떻게 잘 녹여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하고 싶습니다. (학생 C)
- 디지털 교육이라는 강의명을 보고 저는 “디지털을 활용하여 교육을 하는 것” 에 방점이 찍혀 있는 강의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중략) 하지만 제가 오티를 듣고 난 이후 제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다른 것에 방점이 찍힌 강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개 이런 경우 수강 신청을 잘못했다 생각하고 수강 정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기술을 활용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범람하는 정보의 파도 속에서 비판적 사고를 통해 제대로 된 정보를 골라내는 것”. 이 지점이야 말로 다가오는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강의를 통해 비판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단순히 강의 하나를 수강한 것을 넘어서서 제 인생에 있어 많은 것을 남겨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D)
- 첫 교직 과목인 디지털 교육의 첫 시간을 끝내고 나에게 기억이 남는 키워드는 디지털 교육, 비판적 사고이다. ( 중략) 또 디지털 교육의 허울 좋은 새로운 활용 방안, 새로운 기술에 눈을 돌리기보단 ‘비판적 사고’가 언제나 근간이 되어야 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비판적 사고능력을 대학의 시험 등 과 같은 상황에서만 떠올렸지, 사실 어느 순간에나 중요한 키워드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학생 E)
- 디지털 교육이라는 과목을 처음 접했을땐 단순히 전자교재와 같이 디지털을 활용한 교육에대해 배우는 강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수업을 수강한 후 디지털 교육이란 수업은 디지털 문해력을 초점으로 진행되며 학우들과의 토론이 가장 중요한 수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략) 나는 디지털을 활용한 교육에 대해 배우는줄 알고 강의를 수강했지만 디지털을 읽고 파악하고 비판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며 학우들의 생각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학생 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