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마족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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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팔평지의 전투가 있고 3개월...... 수련차 나갔던 자이커와 나미, 퉁가리가 돌아왔다.
퉁가리와 나미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웃고 있었고 자이커는 한층 암울해진 분위기로 돌아왔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제 인간들끼리의 전투는 없었다. 하지만......
"무어라! 또 몬스터들이 날뛰기 시작했다고?"
"그, 그렇다고 하옵니다. 게다가 그 숫자는...... 3만정도로 추측한다고......"
"뭐, 뭣!"
이코는 두 눈을 크게 부릅떴다. 자이드라의 모든 군사력은 대충 10만정도였다. 또 곳곳에 퍼져있어 10만이라
고 부르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몬스터 3만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곳에서.
이코는 주먹을 쥐고 애꿎은 의자만 계속 치기시작했다. 민트 자이드라는 멀리서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았다.
화를 내는 이코와는 달리 민트는 웃고 있었다. 민트의 마음속의 남자가 그것을 다 막아주리라 생각했던 것이
다. 하지만......
"난 막을 수 없어."
"뭐?"
민트는 얼떨결한 얼굴로 되물었다. 라이샤는 아까와 같은 태도로 분명히 말했다.
"난 막을 수 없어."
"어째서?"
"바보같고 얼빵한 아버지의 명령이 없었으니까."
"하, 하지만......"
"너를 보아서 막으라고? 미안하지만 그럴수는 없어. 개인행동은 허락되지 않거든."
민트는 눈에 수심을 품고 라이샤를 바라보았다. 라이샤는 애써 민트의 시선을 무시하며 말했다.
"게다가 그들은 마족몬스터가 아니야. 그냥 몬스터라고. 내가 수련차 그들을 베어버릴 수 있지만 그건 수련이
아니야. 살육이지."
"라이샤......"
라이샤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발 부탁인데 말야...... 그런 표정은 짓지마. 아버지에게는 인간이나 몬스터나 같은 존재야. 그 바보에게는
같은 자신이 만든 생명체라고. 그러니 허락을 내릴리 없지. 마족몬스터라면 왜 자신이 만든 생명체에 손을 대
느냐며 난리를 치겠지만 그들은 그냥 몬스터야. 가이샤가 나설수는 없어. 또한 우리들도......"
민트는 라이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창조주인 가이샤에게는 모두 같은 생명체인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납득하지 않았다. 마지막 바램으로 라이샤를 바라보았으나 라이샤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라이샤가 싸늘히 내뱉었다.
"어서 가서 네 남편이랑 피난준비나 해. 난 내 목숨을 위협하는 놈이 아니면 없애지 않을테니."
라이샤는 특히나 남편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민트는 멍해진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뛰쳐나갔다. 라이샤는 한숨을 내쉬었다.
「힘드시겠군요.」
"별 수 없지.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쟤가 나에 대한 마음을 언제 닫을지 모르거든."
「민트님이 마음을 닫기 전에 우선 라이샤님이 닫으셔야 겠는걸요.」
카이드라스가 웃으며 말했다. 라이샤는 피식 웃으며 밀짚모자를 푹 눌러썼다.
"하앗!"
마이샤의 푸른검이 잔상을 남기며 돌진했다. 젠스는 마이샤의 검을 찬찬히 바라보다가 무색검을 휘둘러 푸른
검을 막았다. 철제무기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젠스와 마이샤 둘다 물러섰다.
"이야앗!"
"히얏!"
젠스와 마이샤가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젠스는 옆으로 마이샤는 위로 치켜들고 아
래로 내리그었다.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던 검들이 교차하며 부딪혔다. 마이샤는 위로 튕겨져 나온 푸른검을
바로잡으려 했고 젠스는 아래로 떨어지려는 무색검을 바로잡으려 했다.
심판을 본다고 옆에 있던 란티스의 입은 쩌억 벌어졌다. 마이샤나 젠스가 저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리라
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젠스는 며칠전까지만 하여도 자신과 실력이 비슷하였다. 하지만 지금 보이
는 젠스는 란티스 자신은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나와 젠스가 비슷한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나......'
젠스가 기사직에서 물러나려고 하였을때 란티스는 그를 설득했다. 하지만 자신의 의형인 카르엘을 베어버렸
다는 사실 때문에 그의 설득은 통하지 않았다. 이제 젠스는 자이드라의 기사 젠스가 아니라 손님 젠스로써 왕
궁에 머물고 있었다. 자이드라 황실에서는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란티스가 며칠 전 일을 회상하고 있을때 마이샤와 젠스는 또 다시 격돌했다. 이번에도 서로가 뒤로 떨어져
나갔다. 마이샤는 잠시 숨을 고르며 말했다.
"하악, 하악...... 젠스님 상당히...... 하악, 하악...... 강해지셨군요."
"마이샤님도 그렇습니다. 전과는 비교도 되질 않는군요."
젠스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고 있었지만 그도 체력은 바닥이었다. 그 사실을 마이샤도 알고 있었다. 마이샤
는 검을 위로 치켜들며 말했다.
"하악, 하악...... 이제 서로 비기로 끝을...... 하악, 하악...... 보죠."
"좋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비기랄 만한 것이 없는데......"
"하악, 하악......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마이샤는 일순간 숨을 멈추고 정신을 집중했다. 젠스는 마이샤 주위로 마나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자신도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해 무색검을 변형시켰다.
마이샤의 손에서는 얼음덩어리가 모이기 시작하였고 젠스 주위의 공기는 무언가에 찢겨져 나가기 시작했다.
마이샤가 감은 눈을 뜨며 짧게 외쳤다.
"합!"
"차앗!"
그와 동시에 젠스의 기합도 들렸다. 그리고는 마이샤의 손에서는 얼음덩어리가, 젠스의 주위에선 무색검이 나
아가기 시작했다. 서로 날아가던 두개의 힘은 중간에 부딪혀 엄청난 폭팔음을 내었다. 그리고 그 주위의 공기
를 빨아들이며 가운데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마이샤가 사용한 마법은 고대 마법으로써 주위의 모든 사물을 얼어붙게 만들며 나아가는 기술이었다. 전에
마이샤가 자신의 힘을 제어하지 못했을때 한번 나간적이 있었으나 그때의 힘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이었다.
젠스가 사용한 기술은 바로 무색검을 공기로 변화시켜 공격하는 것이었다.
무색검은 모습이 보이지 않기에 공기로 변환하면 그야말로 천하무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한번
쓰고 나면 뒤에 따라오는 적의 반격을 막지 못한다. 그야말로 일격기술인것이다.
마이샤의 마법과 젠스의 기술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차츰 소멸되어 갔다. 두 개의 힘이 부딪히며 그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사라졌을때 젠스에게 무색검이 다시 돌아갔다. 원래의 모습을 하고. 무색검은 약간 얼어있었
다.
란티스는 멍한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외쳤다.
"무, 무승부! 서로의 기술이 소멸하였으므로 이 승부는 무승부!"
"아...... 이 마법을 막을 줄은......"
"예상외로 마법이 강하군요."
마이샤와 젠스는 아쉬워하고 웃으며 악수를 하였다. 그들은 기분좋게 웃으며 악수를 하였다.
"란티스님!"
젠스와 마이샤의 실력에 대해 또 다시 감탄을 하고 있던 란티스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
다. 그곳에는 한 병사가 있었다.
"몬스터가 처들어오고 있다고 하옵니다."
"뭣? 빨리 가자!"
"옛!"
병사와 란티스는 재빨리 어디론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마이샤는 아까 병사의 목소리를 듣고부터 움직이지
않았다. 젠스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마이샤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나이라세......"
"이런, 제길!"
성벽으로 올라와 적의 상황을 살피던 란티스의 입에서는 대뜸 욕설부터 올라왔다. 숫자는 얼핏봐도 지금 성
안의 병사보다는 많았다. 게다가 그들은 인간이 아닌 몬스터였다. 게중에는 골렘도 몇몇 끼여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째서 몬스터가 서로 협심하여 쳐들어올 수 있는 거지!"
란티스는 당황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며 말했다. 옆의 병사들도 어쩔 줄 몰라하며 바라보았다.
몬스터들은 꽤나 많은 준비를 해왔는지 공성전에 필요한 투석기도 만들어왔다. 꽤나 엉성했지만 파괴력은 무
시못할 것이었다.
란티스는 외쳤다.
"다들 전투자세! 여기서 우리가 무너지면 성안의 모든 가족들이 죽고 만다! 여기서 저지하라!"
"예!"
병사들은 대답을 하기는 하였지만 그들을 과연 자신들이 막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았
다.
차이가 너무 심했다. 몬스터는 3만, 병사는 겨우 1만이었다. 한곳에 1만이라는 군사가 모여있는 것만 해도 다
행이었지만 이 상황을 본다면 욕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몬스터들의 숫자가 1천이라고 하여도 이길 수 있
을까하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 지금의 숫자는 3만. 이길 가망성은 없었다.
'아니, 이길 수 있다. '그들'이 도와준다면......'
퉁가리는 한손가락으로 굽혀펴기를 하다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우리보고 저기 저 밖의 몬스터를 막아라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미안하지만 저희는 그럴 수 없습니다."
"어째서......"
"저희는 가이샤님의 명령만을 듣는 몸. 당신의 말만을 듣고 움직일 수는 없는 겁니다."
퉁가리는 냉정히 말했지만 시종은 물러서지 않았다.
"당신들은 예외라는 것이 없는가요? 그리고 그 가이샤란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왜 그 사람만의 의견을
존중하는 가요. 당신들은 자존심조차 없는건가요?"
가이샤에 대한 발언은 상당히 굴욕적이었지만 퉁가리는 아무말 않았다. 단지 일원들을 대신해 말했다.
"저희에게 있어 가이샤님은 하늘과도 같은분. 하늘을 벗어나서 인간을 살 수 없습니다. 그것을 당신도 잘 알
고 있을 텐데요?"
"이런...... 자존심도 없는 사람들 같으니라고...... 사내가 되어 어떻게 그렇게 살아간단 말입니까!"
만약 이 시종이 가이샤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저렇게 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가이샤가 발끈하며 일
어섰을 테니. 하지만 퉁가리는 가이샤에 대한 모독의 말은 모두 무시하고 말했다.
"어쨌든 저희들은 당신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퉁가리의 일관된 모습에 이를 갈던 시종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별 수 없군요. 이런 말은 하지 않으려 하였는데...... 그렇다면 이때까지 머무르면서 먹었던 식비와 방을 빌려
줬던 값을 모두 지불하고 여기를 나가시지요."
"에?"
너무나 황당한 것이었기에 퉁가리는 저렇게 답했다. 그의 눈에는 황당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저희는 당신들을 손님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습니다. 당신들이 그냥 여기 와서 눌러 앉은 것이지요. 그러니
그 값을 모두 지불하셔야 겠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무엇입니까. 치사하게 굴지말라 이겁니까?"
"......"
퉁가리는 예상하지 못했던 요구에 입만 뻥긋뻥긋 했다. 그러자 시종은 더욱 기분좋다는 듯이 말했다.
"이때까지 머무르면서 왕실예산을 갉아먹은 값은 대략 10,0000자이입니다."
"커헉! 10...... 10만 자이?"
10만자이라면 이 수도에서 가장 큰 집을 사고 그 안에 물건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로 큰 돈이었다. 퉁
가리가 입을 따악 벌리고 있자 시종은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대략이라고 하였습니다. 정확히 하자면 그보다 더욱 많지요."
"......"
"이 돈들을 내실 형편이 안된다면 별 수 없지만...... 밖의 몬스터를 모두 처리해 주십시오."
시종은 매우 큰 인심이라도 쓴다는 듯이 말했다. 퉁가리는 입을 따악 벌리고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